시사, 상식

총리실 수사권 조정안 수정해야

道雨 2011. 12. 8. 11:49

 

 

 

         총리실 수사권 조정안 수정해야 

 

국민은 검사에 대한 신뢰를 거두었고, 국회는 관련 법을 개정하였다.
그런데 총리실 조정안은 이에 반하여 검찰의 권한을 확장시키고 있다

 

 

»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몇대 정권을 거친 장기간 논의 끝에 국회에서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이 개정되어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일단락되는 듯하였다.

그러나 총리실이 수사권 관련 대통령령 직권조정안을 발표하자 분란이 분출하고 있다.

경찰관 1만5000여명이 수사경과 포기 희망원을 제출하였다.

검사 출신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도 이 조정안이 검찰 권한을 더 강하게 만들었다고 비판하였지만, 청와대와 총리실은 입장을 바꿀 생각이 없어 보인다.

 

개정 형사소송법은 그 이전과 달리 사법경찰관의 수사개시권을 명시적으로 규정했다.

개정 검찰청법은 “사법경찰관리는 범죄수사와 관련하여 소관 검사가 직무상 내린 명령에 복종하여야 한다”는 조문을 삭제했다.

 

국회는 왜 이런 법개정을 했을까?

과거 사법경찰관은 검사에게 무조건 ‘복종’해야 하는 부하 또는 수족 취급을 받았고, 경찰은 검찰의 하위기관 취급을 받았다.

2005년 대구에서는 강도상해 피의자 3명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 때 경찰이 ‘청구 바랍니다’라는 존어체가 아닌 ‘청구 바람’이란 평어체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영장신청이 반려된 적도 있었다.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당시 경찰은 친일 조선인 경찰로 구성되었다는 점, 권위주의 체제하에서 경찰의 불법행위와 부패가 허다하게 발생했다는 점 등 때문에 국민은 경찰보다는 검사를 신뢰했고, 국회도 검사 우위의 법체제를 유지했다.

 

그러나 민주화 이후 상황이 변하였다.

경찰의 문제점이 여전히 존재하지만, 현재 한국 경찰을 해방 직후의 경찰로 볼 수는 없다.

그리고 ‘검찰공화국’이라는 말에서 드러나듯이 검찰의 권력남용이 연이어 문제가 되었다.

 

미네르바 사건, <피디수첩> 사건, 정연주 전 <한국방송>(KBS) 사장 사건, 한명숙 전 총리 사건 등 무리한 수사와 기소는 무죄판결로 마무리되었다.

‘스폰서 검사’, ‘그랜저 검사’ 등 검찰 부패도 계속되었다.

이런 변화 앞에서 국민은 검사에 대한 신뢰를 거두었다. 그리고 국회는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을 개정하였다.

 

그런데 이번 총리실의 조정안은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개정 취지에 반하여 검찰의 권한을 확장시키고 있다.

 

경찰의 수사는 법률 전문가이자 기소 책임자인 검사의 최종적 지휘를 받아야 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그런데 그간 검사의 수사지휘는 오남용된 경우가 많다.

 

예컨대 검사가 수사지휘 과정에서 경찰이 자율적·선도적으로 수사중인 사건의 정보를 파악하여 검찰 인지수사 부서의 실적으로 삼거나, 일방적으로 사건 이첩을 명령하는 ‘사건 가로채기’가 일어났다.

또한 수사와 무관한 사항을 지시하여 경찰관의 업무과중만 초래하는 경우도 많았다.

 

조정안은 이런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지는 않고, 검사가 경찰에게 일방적으로 “수사를 중단하고 사건을 넘기도록” 지시할 수 있고 경찰은 이에 따라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경찰이 제안하였던 검사에 대한 경찰 수사시 검사 지휘 배제 조항이 반영되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다음으로 조정안은 경찰의 내사에 대하여 검사의 광범위한 개입과 통제를 허용하고 있다.

경찰의 내사건 검찰의 내사건 인권침해 우려가 있고, 내사의 외피를 쓰고 실제로는 수사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기에, 향후 내사의 허용 범위와 절차를 법률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이번 조정안은 검찰 내사는 그대로 둔 채, 경찰 내사에는 검사가 무한정 개입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경찰 수집 정보까지 검찰이 장악하겠다는 의지가 관철된 것이다.

검찰이 경찰의 내사에 대하여 지휘를 하는 것은 인권침해나 뇌물수수 등 경찰의 불법행위가 드러나는 경우로 한정해야 수사주체 간의 견제와 균형이 가능하다.

 

이상과 같이 검찰 권력을 또 확대·강화해주는 총리실의 조정안은 상위법 개정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바 수정되어야 한다.

 

검경 관계는 상명하복 관계에서 상호협력 관계로 나아가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나라의 예를 보더라도, 한국처럼 검사의 절대우위를 보장하는 경우는 없다.

 

청와대와 총리실은 현재 국민이 바라는 검찰의 수사지휘권은 경찰의 조직체계와 경찰 수사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수사지휘라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