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11일(월)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 서관 524호에서 천안함 제11차 공판이 열렸습니다. 증인석에는 희생자 가족인 이용기씨와 전 천안함 함장인 최원일 중령이 차례로 섰습니다.
1. 결정적인 증언 - 전 해군 부사관 출신 희생자 가족 이용기씨
지난 번 제10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요구를 받았으나 사유서도 제출하지 않고 불출석하여 재판을 공전시켰던 이용기씨가 어제는 법정에 출석하였습니다.
희생자(원사)의 가족인 이용기씨는 해군 부사관(조타사) 출신이며 백령도 인근 해역과 연평도에서 근무한 경험을 갖고 있는 분으로 최초 천안함 사고 원인과 관련 2함대 상황장교의 브리핑 때 항의를 하며 문제의 <해군작전상황도>를 빼앗아 지금까지 개인적으로 보관하고 있는 분입니다.
위 사진에서 손가락으로 '최초좌초'지점을 가르키고 있는 분이 바로 이용기씨입니다. 그는 2함대 측의 브리핑 과정에서 위 사진기사의 제목과 같이 "사고지역은 초계함이 들어갈 수 있는 지역이 아니다"라고 항의를 합니다. 그리고 위 작전상황도를 자신이 삐앗아 그것을 기자에게 공개하며 "해군의 설명이 말이 되지 않는다"고 항변합니다.
2010년 4월 중순, 제가 위의 사진기사 내용(최초좌초, 고조, 저조, 평균수면)을 문제 삼아 언론에 공개를 하자 국방부에서는 그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적극 해명합니다.
국방부의 주장에 따르면 이용기씨가 '임의로 써 넣은 것' 즉, 해군에서는 그런 말을 한 사실이 없는데 이용기씨가 임의대로 써 넣었다는 주장인 셈입니다. 그러한 주장은 국방부 공식 천안함 사이트인 <천안함 스토리>에 현재에도 다음과 같이 기록해 놓고 있습니다.
Q16. 해군이 유족에게 공개한 해도에 “최초 좌초지점” 표기는?
A : 해군이 유족에게 공개했다는 해도는 사고 다음날인 3월 27일 2함대 22전대장(대령 이원보)이 실종자 가족을 대상으로 해군의 수색작전을 설명하기 위해 가져간 작전상황도를 실종자(故 김태석 원사)의 친척인 이용기가 빼앗아 임의로 “좌초위치, 조석, 평균수면” 등을 기입하여 설명중인 장면을 언론사 기자가 촬영한 것입니다.
즉, 해군은 해당 작전상황도에 침몰위치나 기타 조석, 최초 좌초 지점 등을 표시한 바 없습니다.
신상철은 해군에서 표기한 것이 아님을 인지하고도 계속적으로 이러한 주장을 되풀이함으로써 현재 해군 2함대 정훈공보실장 (소령 김태호) 명의로 고발된 상태이며 중앙지검에서 조사 중에 있습니다.
출처 : http://www.cheonan46.go.kr/78 |
국방부는 교묘하게 문제의 핵심을 <누가 기록을 했는가>로 비틀어 놓습니다. 기록을 누가 했는가에 관한 논쟁은 지난 번 제9차 공판때 희생자 가족대표를 지낸 박형준씨가 법정에서 증언을 통해 "이용기씨가 기록을 하였다"고 증언을 함으로써 사실관계가 명확히 밝혀진 바 있습니다.
박형준씨는 덧붙여 자신이 2010년 5월 KBS <추적 60분>과의 인터뷰에서 "해군이 천안함이 최초좌초했다고 설명했다"고 답변한 내용을 "맞다"과 확인하였습니다.
미디어오늘 - 천안함 유가족 “해군 최초 좌초 언급한 것은 사실” [천안함 공판]“‘어뢰맞은 것같다’ 발언 믿기 힘들어”| 2012-04-24
박형준 전 천안함유가족대표는 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재판장 박순관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신상철 전 민군합조단 민간위원(현 서프라이즈 대표)의 천안함 의혹 관련 명예훼손 공판기일에서 지난 2010년 5월 KBS <추적 60분>과 인터뷰 중 자신이 ‘해군이 천안함이 최초좌초됐다고 설명했다’고 답변한 것에 대해 “그렇게 말한 것은 맞다”고 밝혔다. (중략)
박 전 대표는 “생존장병 첫만남에서 무전기를 최초로 들고 올라왔다는 장병이 좌초라고 구조요청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중략)
박 전 대표는 지난 2010년 5월 KBS 추적60분과 인터뷰에서 천안함 작전상황도에 적혀있는 ‘최초 좌초’라는 표현과 관련해 해군이 직접 좌초라고 설명했다고 밝혔었다. (후략)
출처 :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1967 |
그러면 이제 남은 문제는 이용기씨가 <최초좌초>라고 기록한 이유는 무엇인지, 그 지점이 최초좌초가 발생한 지점이 맞는지, 누구로부터 그러한 내용을 들었기에 작전상황도에 그렇게 기록을 한 것인지 여부입니다. 해군은 아니라고 부인을 하는데, 왜 이용기씨는 <최초좌초>를 명기하고 그 지점을 손가락으로 가르켰을까, 이번 재판에서 이용기씨는 용기있는 증언을 하였습니다.
이용기, “22전대장이 브피핑에서 천안함이 좌초했다고 말했다”
어제 변호인단은 "최초좌초를 기록한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질문을 하자, 이용기씨가 놀라울만한 답변을 하였습니다. "22전대장(이원보 대령)이 브리핑에서 천안함이 좌초를 했다고 말했다"는 것입니다. 이 내용을 이번 사건을 통해 처음으로 밝혀지는 내용이며 지난 제9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바 있는 이원보 대령 스스로도 부인했던 내용입니다.
만약 이번에 이용기씨가 증언한 내용이 사실이라면 지난 번 공판에 나왔던 이원보 대령은 법정에서 위증을 한 셈이 되는 것인데, 이용기씨는 그 사실에 확실하게 대못을 박는 증언을 다음과 같이 합니다. (법정에서 메모한 것을 정리한 내용임을 밝힙니다)
이용기씨의 증언 ( 2012. 6. 11. 천안함 제11차 공판 )
“ 이원보 대령이 천안함이 좌초를 했다고 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 지역이 초계함이 들어갈 수 있는 지역이 아닌데 들어갔다고 해서 제가 작전관(박연수 대위)에게 가서 설명해 달라고 했다. 도대체 어디에서 좌초를 했다는 것이냐. '손가락으로 찍어봐라'하며 작전상황도를 내밀었더니 그 지점을 찍어주며 거기에서 좌초했다고 하더라. 그래서 그 지점에 별표를 하고 '최초좌초'라고 쓴 것이다.” |
참으로 놀라운 증언입니다. 사고가 난 다음 날 오전 브리핑 당시, 천안함 작전관인 박연수 대위와 22전대장인 이원보 대령 모두가 '천안함이 좌초했다'는 사실을 공유하고 있었을 뿐만아니라, 그 내용을 희생자 가족들 앞에서 브리핑을 하였으며, 좌초가 발생한 정확한 지점을 지도상에 손가락으로 찍어주기까지 했다는 사실이 어제 법정 증언을 통해 밝혀진 것이지요.
법정에서 증언을 통해 진실을 말씀해 주신 이용기씨께 감사드립니다. 법정에서는 진실만을 말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위증의 죄가 크기에 출석 전 고민이 많았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지난 재판에 출석치 못하였던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됩니다. 어제의 증언에서 진실을 말씀하신 용기에 대해 감사드리며 이용기씨의 증언은 이번 사건에서 매우 중요한 변곡점이 되리라 확신합니다.
최원일 함장, “ 천안함, '최초좌초'지점 지나갔을 수 있다 ”
이용기씨의 증언을 마치고 최원일 함장이 증언석에 앉았습니다. 이용기씨는 질의내용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먼저 했던 것이며 최원일 함장에 때해서는 거의 150 여개의 질문을 하였습니다. 이번 공판과 관련하여 글의 분량이 많기 때문에 오늘은 이용기씨 증언과 관련된 <작전상황도>부분만 언급하고자 합니다.
이용기씨가 작전상황도상에 <최초좌초>를 기록한 지점으로 천안함이 지나갔을 가능성이 있는가 여부에 대하여 최원일 함장에게 질문을 하였습니다. 그렇게 질문을 준비한 배경은 다음과 같으며, 그 내용은 재판 전 국방부로 하여금 미리 합당한 답변을 준비하라는 의미로 인터넷에 공개한 바 있습니다.
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확인한 KNTDS기록상 천안함의 항적
2010년 10월 15일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국방부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군사법원 국정감사에서 사고직전 천안함이 U-턴을 한 항적을 공개하면서 질의를 합니다. 당시 박의원이 제기한 의혹의 요지는 "U-턴을 하던 천안함이 갑자기 속도를 올렸다"며 "일반적으로 속도를 줄여 U-턴하는 것과는 정반대"라는 지적이었습니다.
국방부에서는 민주당 천안함 특위 소속 의원들과 조사위원인 저의 요청을 받아들여 천안함 사고와 관련 내용들을 부분적으로 공개를 하였습니다만, 가장 중요한 정보인 KNTDS 관련 정보만큼은 유독 박영선 의원에게만 공개를 고집하였었습니다.
KNTDS를 접하지 못한 저희가 판단하기에, 박 의원이 여성이라 군의 문제에 대해 깊이 있게 분석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국방부에서 그렇게 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오히려 박영선 의원은 관련 자료를 비교적 상세히 조사를 하였고 중요한 분석자료들을 내어 놓았습니다.
박영선 의원은 천안함이 A 지점에서 U-Turn을 하여 B 지점으로 선회를 하는데, A 지점을 통과한 시간이 밤 9시 5분, B 지점을 통과한 시간이 9시 9분이라고 하였습니다.
박영선 의원이 문제제기 한 것은 "A 지점에서의 속도가 7노트 정도였는데, B 지점을 통과할 때는 9노트이다, 왜 속도를 높였는가?" 라는 의문을 제기합니다. 그에 대해 박 의원은 '무엇인가(어망) 걸려서 그것을 벗어나기 위해 속도를 높인 것이 아니냐'는 취지의 질의를 합니다.
김태영 국방장관이 답변에 나섭니다만, 별 의미있는 답변없이 얼버무리고 끝나게 되는데, 저는 이번 재판을 앞두고 이 문제에 대한 분석을 하는 가운데 박 의원이 제기한 속도와 당시 함선의 정황보다는 그 지점의 위치(좌표)에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이미 '작전상황도'를 발견하였고 그 작전상황도에는 '최초좌초'라는 문구가 별표와 함께 분명하게 표기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천안함이 그 지점, 즉 '최초좌초'가 명기된 지점을 지나갔을까> 라는 관점에서 박영선 의원의 자료를 대입해 보면 놀랍게도 아래와 같은 그림이 나옵니다.
그림에서 보시는 바와 같이 천안함이 A 지점에서 유턴을 하여 B 지점을 통과해서 북상했다면 이후 '빨간점선'의 항적을 따라 '최초좌초'지점을 통과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보이지 않습니까? 이번 재판에서 이 내용에 대해 최원일 함장에게 물어보게 될 것입니다.
출처 :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table=seoprise_13&uid=123324 |
어제 이 내용을 최원일 함장에게 질문을 하였습니다.
변호인 : "백령도 서남쪽 해상에서 U-턴을 한 천안함의 항적으로 보아 천안함이 '최초좌초'로 명기된 지점을 통과할 수 있지 않은가?
최함장 : "그 지점을 지나갔을 수도 있다. 그런데 그 지점에는 암초가 없다. 수심이 20미터가 넘는다"
이 또한 대단히 중요한 증언입니다. 천안함 함장이 '최초좌초'로 명기된 그 지점을 지나갔을 수도 있다는 증언이 나온 것이지요. 그것은 항해사로서의 관점에서 사실대로 답변한 것입니다. '그 지점에서 U-턴한 것이 사실이라면 그 지점을 통과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가 추가로 말한 <그 지점에는 암초가 없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저도 동의를 합니다. 그 지점에 암초는 없습니다. 다만 그 아래에는 오랜 세월 조류에 쓸려와 쌓여있는 모래, 자갈, 돌 등이 단단하게 뭉쳐진 해안단구(사주)가 발달한 저수심 지형이며 썰물 때 위험할 수 있는 것이지요. 그 내용은 해도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또한 그 지점이 수심 20미터 지점인지 아닌지 여부는 해도만으로도 확인이 가능하지만, 무엇보다 그 지점에서 최초로 좌초가 발생했다는 작전관(박연수 대위)의 발언과 그것을 기록한 이용기씨의 증언이 있는 만큼 입증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문제가 아닌 것으로 판단되며 하나씩 차분하게 밝혀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