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의사는 수술받지 않는다

道雨 2013. 3. 7. 19:58

 

 

* 아래의 글은 김현정(정형외과 전문의, 서울시립병원  재직)의 『의사는 수술받지 않는다』에서 요약발췌한 것입니다.

 

** 김현정은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했으며, 세브란스가 배출한 최초의 여자 정형외과 전문의이자, 여성으로는 대한민국 1호 정형외과학 대학교수를 역임하였다.  

 

*** 이 책은 건강분야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의사는 수술받지 않는다

 

 

의사들은 의료소비에 있어서 일반인들과 다른 선택을 보인다.

 

예를 들면,

건강검진 받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거나,

인공관절이나 척추, 백내장, 스텐트, 임플란트 등등 그 흔한 수술 받는 비율이 현저히 떨어지거나,

심지어 항암치료  참여율도 떨어진다.

요컨대 검사도 덜 받고, 수술도 덜 받고, 몸을 사린다.

 

이런 양상은 의사들 자신의 전문과목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예를 들면, 정형외과 의사들이 무릎 수술이나 어깨 수술을 받는 일은, 그들 사이에서 특이한 뉴스거리가 될 만큼 희귀하다.

 

 

왜 의사들은 자신의 환자들에게 권유하는 처방을 자신을 위해서는 선택하지 않을까?

 

첫 번째 이유는 '잘 알기' 때문이다.

의료란 양날의 칼과 같은 것이다. 나를 치유하게도 하지만 나를 다치게도 한다. 현대의학에는 혜택뿐 아니라 한계와 허상도 있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웬만한 검사나 치료에 섣불리 몸을 맡기지 않는다.

 

두 번째 이유는 '기다리기' 때문이다.

요즈음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픈 것을 참지 않는다. 되도록 빨리, 가능하면 당장 낫기를 원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자신의 노력을 기울여서 차근차근 얻을 수 있는 근본적인 치유책보다, 꼼짝 안하고 저절로 낫는 방법에 더 솔깃한다.

하지만 근원적인 치료는 자기자신에게서  나오는 것이며, 여기에는 시간이 걸린다.

 

세 번째  이유는 '자유롭기' 때문이다.

정부나 병원, 학회, 보험회사 등이 규정한 여러 가지 장치와 압력에서 벗어나, 가장 솔직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자유에 놓인다.  

그들은 보수적이고, 보존적이고, 최소한의 의료를 신속하고 조용히 선택한다.

 

 

 

 

1부 : 현상들(불안 권하는 사회)

 

 

@ 변하는 것들 : 의료 기술과 사회제도

 

예전 같으면 몸에 지니고 있으면서도 평생 모르고 지나가 천수를 누리다 죽었을 것을, 첨단 검사법이 온갖 시시한 병들까지 샅샅이 밝혀내는 바람에, 졸지에 수술 받는 중환자가 되어 버린다. 굳이 아는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의료서비스를 팔고, 약을 팔고, 장비와 기구를 팔고, 보험을 팔기 위해, 때로는 억지스러운 노력들을 하기도 한다.

진단 기준을 바꾸기도 하고, 새로운 증후군을 만들기도 하고, 심지어 사람들 사이에 건강에 대한 과장된 불안을 퍼뜨리기도 한다.

보험사들과 결탁한 의료상품을 출시하자, 어느 특정 질병과 그에 대한 시술이 갑자기 수십 배 증가해버리는 아이러니한 해프닝도 일어난다.

 

 

@ 변하지 않는 것들

 

제아무리 첨단 기술이 발전하고 기발한 약들이 개발된다 하더라도, 치유를 일으키는 것은 변함없이 우리 몸이다. 생명은 태어날 때 이미 자신의 몸을 스스로 치유하는 능력도 함께 지니고 태어난다.

현대인들에게는 그 잠재력을 발휘할 기회가 별로 없다. 그 전에 미리 서둘러 약 먹고 수술 받기 때문이다. 세상의 그 어떤 약이나 기계나 수술도 '우리 몸' 대신 치유작용을 일으킬 수는 없다. 건강은 변함없이 우리 자신의 체력과 저항력에서 나온다.

 

저절로 낫게 해주는 것은 이 세상에 없다. 낫는 것은 내 몸 스스로의 힘 뿐이다.

약도, 수술도, 물리치료도, 깁스도 아니다. 특별한 무슨 주사니, 충격파니, 초음파니, 레이저니, 로봇이니 등등, 그 무엇도 내 몸을 낫게 해주지 못한다. 다만 내 몸의 세포들이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주고 도와주는 역할을 할 뿐이다.

그래서 평소 영양상태가 좋고, 체력을 잘 관리해온 사람은 병에 걸리거나 수술을 받은 후에도 회복이 잘 된다.

 

 

@ 인공 혹은 이식

 

인공관절이 아무리 발달하더라도, 본래 자연산 관절에는 결코 미치지 못한다는 것은, 전문가라면 누구나가 인정하는 사실이다.

 

"당신은 무릎에 인공관절 수술을 받았다는 것을 평소 얼마나 인식하고 사십니까?"

 

위의 질문에 응답자의 전원 100%가 '한시도 잊을 수가 없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그들은 무릎 안의 이물감을 결코 잊어본 적이 없다는 말이다.

통증 정도나 기능의 문제, 기기의 수명 문제 등, 다른 이슈는 제껴 놓더라도, 이 한 가지 사실만으로도 상당히 놀랍다. 결코 말짱하지 않다는 뜻이다.

 

임플란트, 인공관절, 스텐트, 인공 디스크, 인공 판막, 인공 수정체, 인공와우, 혹은 콩팥 이식, 간 이식, 심장 이식 ...세상에 인공과 이식이 넘친다.

하지만 인공에는 늘 한계가 있다. 갈아낀다고 해서 말짱해지리라는 것은 환상이다.

본래 자연산보다 더 뛰어난 것은 없다.

일단 수술 후에는 돌이킬 수 없고, 평생 감수해야 할 부분이 반드시 발생한다.

 

 

@ 약의 과잉

 

요즘 환자들이 복용하는 약 중에서 고혈압, 고지혈증, 고혈당(당뇨)은 기본 삼종세트에 가까울 정도로 흔하다.

신 인류는 약을 하도 많이 먹어서 죽어서도 잘 썩지 않을 것 같다. 모두 좀비가 되어가는 거다.

 

어느 80세 할머니의 약 리스트를 보면 열일곱 가지나 된다. 

처음부터 이 많은 약을 먹기 시작한 것은 아니다.

시작은 단순 혈압약 한 알이었다. 그러다 고지혈증 약, 심장약, 당뇨약, 혈전예방약, 갑상선 약, 전립선 약, 기관지 약, 역류성 식도염 약, 골다공증 약, 우울증 약, 수면제, 종합 비타민, 달맞이 오일, 프로폴리스..

그러다 보니 의당 위장이 안 좋아져서 이젠 소화제까지...

 

약이 약을 낳고, 그 약 때문에 또 다른 약을 먹게 되고...꼬리에 꼬리를 물고 끝없이 이어진다.

 

이 많은 약이 꼭 필요한 것일까?

일시에 딱 끊어버리면 어떻게 될까?

어쩌면 몸이 더 즐거워질지도 모른다.

약은 결코 밥이 아니다. 양약은 결코 보약이 아니다.

 

 

@ 의사들은 왜 자꾸 약을 처방하는가?

 

약을 주는 의사의 변을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달라니까 준다. 

둘째, 쉽고 편리하기 때문이다. 약은 손쉽게 즉각적인 효과를 나타낸다.

셋째, 일단 약을 주면 짧은 시간에 많은 수의 환자를  흡족하게 만들 수 있다. 시간 대비 효과적인 진료다. 

네째, 안 주면 불안하다. 환자들이 다른 병원으로 갈 것이 염려된다.

다섯째, 절박하다. 약이 없으면 이 환자는 너무나 고통스러울 것이다. 

여섯째, 약을 주는 것은 당위다. 왜 약을 주어야 하는지, 또는 약을 주지 않아도 되는지에 대해 의심해 본 적도 없다.  

 

@ 말 안 듣는 환자의 승리

 

전방십자인대  재건 수술의 경우, 90년대 이전에는 수술 후 약 6주 정도 무릎 관절을 고정해놓는 것이 표준치료법이었다. 그러나 90년대 초반을 기점으로 수술 직후부터 바로 관절운동을 시작하는 것으로 완전히 바뀐다. 

계기는 당시 세크라멘토의 한 정형외과 개업의가 발표한 논문에서 기인하는데, 그  의사에게 수술 받았던 환자들 중에 의사의 권고를 잘 준수하여 보조기를 잘 착용하고 잘 고정하였던 환자들보다, 말 안듣고 마음대로 풀고 다녔던 환자들의 수술 성과가 결과적으로 더 좋았다는 것이다.

 

 

@ 얼리 어댑터의 비극

 

처음부터 완벽한 것은 안 나온다. 초기 모델 사용자들의 무덤을 딛고, 그 희생을 발판삼아, 더 나은 다음 버젼으로 도약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노트북이나 자동차가 아니라, 우리가 먹어버린 어떤 약이라면, 혹은 관절에 수술 받아 장착된 기구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사람 몸은  물건이 아니다. 돌이키기 힘든 경우가 많다.

 

의료에  있어서 첨단을 간다는 것은 상당한 위험을 안고 가는 것이다. 내 몸을 시험대에 맡기는 셈이 되기도 한다.

병원에 가서는 신간이나 베스트셀러를 찾지 말고, 다소 구식이더라도 오랫동안 검증되어 온 고전이나 스테디셀러를 찾는 게 안전하다.

 

 

@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

 

CT, MRI, PET 모두 고가의 영상 장비들이다. 500억 짜리 양성자 치료기도 있다.

병원 입장에선 이런 식의 군비 경쟁에 발을 들이면, 이제 악순환의 고리에 들어선 것과 같다. 사다 놓은 기계를 활용하기 위해서, 아마도 더 많은 검사와 더 많은 시술을 하게 될 것이다. 과잉 진료의 싹이 튼다.

 

검진이 모든 병을 다 밝혀내는 요술망치는 아니다. 검진을 통해 질병을 제 때 발견해서 적절한 치료를 받아 완치할 수 있다면 최상이다. 

그러나 검진과는 별개로 살 사람은 살고 죽을 사람은 죽는다는 느낌이 든다.

찾아내는 데에 시간 쓰고, 돈 쓰고, 에너지 쓰느니, 그럴 바엔 그 시간에 내 몸의 체력을 기르는 데 그 공을 들이는 편이 낫겠다.

 

 

@ 면역혁명

 

아보 도오루 교수의 <면역혁명>이라는 책에 보면, 암 환자가 왜 증가하고 있는지에 관한 재미있는 설명이 나온다. 조기 진단과 조기 치료 때문이라는 것이다. 즉 너무 잘 찾아내기 때문이고, 너무 센 치료를 먼저 쏟아붓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원래 우리 몸 속에서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크기가 작은 암들이 생기고 또 저절로 없어지기를 반복하는데, 우리 몸에서 면역력이 건강하게 작동하고 있는 덕분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그런데 현대의학은 CT나 MRI 등을 이용해서 불필요하게 아주 작은 암까지 찾아내고는, 거기에다가 강도 높은 치료까지 시행하는데, 그렇게 되면 암세포만 타격을 받는 게 아니라, 정작 건강한 세포들까지 모두 영향을 받아 파괴되고, 이로 인해 면역력은 약해지게 되고, 오히려 암이 맹위를 떨치게 될 기회를 마련해주는  셈이 된다는 게 그의 이론이다.

 

 

@ 시각화(영상)의 비용

 

진찰을 통해 요추 디스크를 진단 받으나, MRI 같은 정밀영상으로 모양을 확인하나, 초기 치료에서  달라지는 것은 없다. 엑스레이에도 안 나타나서 그냥 지나갈 만한 실낱같이 금이 간 불완전 골절도 정밀검사에서는 다 나온다.

근육이나 인대 파열도 마찬가지다. 그냥 며칠 아프고 멍 빠질 때까지 깁스하고 기다리다 보면 좋아질 경우에도, 정밀검사해서 영상을 보아야 안심이 된다.

뭔가 나왔으니 뭔가 해야지, 특별한 치료시술이 들어갈 좋은 구실이 된다.

과잉진단은 과잉치료의 단초다.

 

영상과 임상은 분명히 다르다. 영상은 영상일 뿐이다. 임상에서 환자를 진료하는 데에 참고 자료일 뿐이다. 영상을 보고 치료법을 결정하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 된다.

어떤 사람은 증세가 몹시 심한데도 영상은 깨끗한 수가 있으며, 반대로 영상은 헉 소리 나게 심한데도 의외로 멀쩡하기도 하다.

의료란 사람을 치료하는것이지, 영상을 치료하는 게 아니다.

 

서양의 어느 연구자료에 따르면, 다수의 시체에서 어깨를 해부했는데, 그 중 회전근개 파열이 있는 경우를 골라, 살아 생전 의료기록과 비교 분석했다고 한다. 그 중 20%는 한 번도 어깨가 아파서 병원에 간 적이 없었다고 한다.

시각화라는 미끼에 맹목적으로 현혹되지 않아야 한다.

 

 

@ 예방시술의 함정

 

어느 70대 할아버지, 8년 전 건강검진을 받다가 뇌의 혈관이 좁아져간다는 진단을 받았다. 당시 고혈압 약을 먹고 있는 외에 별다른 이상이나 증세는 없었다.

어쨌든 병원에서는 뇌혈관이 막히면 뇌경색이 오게 돈다고 하며 예방적 시술을 권했고, 환자는 대한민국 으뜸 대학병원에서 하는 말이니 그대로 따랐다.

그 예방시술 후, 지각력, 기억력, 언어 능력, 걸음걸이 모두 저하되었다. 그리고 합병증이 생겨서 수술을 두 차례 더 받아야 했다.

 

병에 걸리거나 상태가 나빠질 확률이 있다면, 내가 주의하고 노력하기에 따라서는 병이 낫거나 좋아질 확률도 동시에 있다.

 

현대 의학은 과잉의 광풍에 휘둘리고 있다. 더 무서운 것은 과잉에 점점 길들여지고 둔감해져 간다는 것이다.

 

 

@ 보험이 넘친다.

 

2005년에 드러난 '민간의료보험 확대 전략'이라는 제목의 국내 모 보험회사 내부보고서에 따르면, 민간의료보험이 궁극적으로는 정부에서 운영하는 전국민건강보험을 대체하는 포괄적인 보험이 되는 야심찬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1단계 : 정액방식의 암보험

           2단계 : 정액방식의 다질환 보험

           3단계 : 후불방식의 준 실손 의료보험

           4단계 : 실손 의료보험

           5단계 : 병원과 연계된 부분 경쟁형 의료보험

           6단계 : 정부보험을 대체하는 포괄적 의료보험

 

                                - 이상이 등 공저, <의료민영화 논쟁과 한국의료의 미래>

 

이 시나리오에 따르면, 우리는 이미 약 4단계와 5단계 사이쯤에 와 있는 것 같다.

이대로 진행된다면, 머지 않아 전국민 의료보험은, 부자들은 다 빠져나간 자리에 민간보험을 차마 못 드는 가난한 사람들만 남아 끼리끼리 돕는, 소위 '민망한 보험'으로 전락할 것이다.

 

미국의 의료현실을 풍자 고발한 마이클 무어 감독의 영화 <식코>를 기억할 것이다. 의료서비스를 받으려는 미국인들이 쿠바 해안에 보트를 띄우고, 받아달라고 마치 난민들처럼 손 흔드는 장면은 압권이다.

 

교통사고의 경우 병원은 자동차보험회사에 직접 청구하고 지불 받게 되므로 보험회사의 가이드를 따를 수밖에 없다. 자동차보험회사에서 심사 및 삭감 등에 관한 전권을 행사한다. 즉 보험회사에서 안 된다고  하는 것을 병원이 우겨서 치료하기란 쉽지 않다.

 

불안이라는 괴물은 사람들의 마음 속을 돌며, 약한 곳에 파고 들어 자리잡고서, 우리를 아우성치게도 만들고, 침울하게도 만들고, 여기저기 아프게도 만든다.  

쓸데 없는 검사를 받게 하기도 하고, 겁 없이 큰 수술을 덜컥 받게도 만든다.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 알 수도 없는 약을 평생 꼬박꼬박 챙겨먹게도 만들고, 별의별 보험을 몇 개씩 들어놓고 그 보험금을 대느라 쩔쩔 매도록 스스로에게 자발적 족쇄를 채우게 만들기도 한다.

 

 

 

 

2부 : 해법 : 탈의료의 의료: 영(0)차 의료

 

               해법 1. 마음의 힘을 키운다.

               해법 2. 몸을 많이 움직인다.

               해법 3. 인공에 반대한다.

               해법 4. 경증(輕症)에 지혜롭게 대처한다.

               해법 5. 미니멀리즘 의료를 실천한다.

               해법 6. 보험을 남용하지 않는다.

               해법 7. 느리게 산다.

 

 

@ 쾌활함이 약이다.

 

'쾌활함'이란 치유력이 엄청난, 보이지 않는 처방이고 약이다.

 

마음의 평정심을 즐겁게 유지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는, 주위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약간은 둔감해진다. 

둘째는, 작은 것에 감사하고 기뻐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다.

셋째는, 기분 안 좋은 일이 생기면,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다.

솔로몬 왕은  기쁜 일이 있거나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이것도 지나가리라' 라는 문장을 떠올리면서 마음을 다스렸다고 한다.

 

 

와타나베 준이치는 둔감한 사람들을 예찬한다.

비난의 말을 들어도 예예 건성으로 대답하며 한 귀로 흘려버리는 사람, 나쁜 일이 일어나도 바로 잊어버리는 사람, 언제 어디서라도 잠을 잘 잘 수 있는 사람, 음식을 까탈스럽게 가리지 않고 먹는 사람 ...

이런 둔감한 사람들이 정신적으로 더 건강하고 따라서 몸도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다고 주장하며, 세상을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예민함의 함정에 빠지지 말고 이렇게 둔감해지라고 권한다.

 

 

@ 악마는 땀 흘리지 않는다.

 

"사람은 걸어야 한다. 눕혀만 놓으면 멀쩡한 사람도 죽어간다. 사람은 식물이 아니라 동물이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 뼈가 약해져서 조금만 넘어져도 엉치 골절이 잘 생기는데, 이것이 사람을 눕혀 뜨려 놓게 되고, 결과적으로 죽음의 단초가 되는 수가 많다.

걷지 못하고 누워만 있게 되면, 전신이 약해지고 주요 장기의 기능이 떨어지고, 결국은 죽게 된다.

 

근골격계 통증성 질환의 경우, 너무 아껴서 병이 되는 경우가 많다.

다리가 골절되는 바람에 한동안 수술이나 깁스를 하고 목발을 짚고 다녔던 사람은, 뼈가 제대로 다 붙더라도 계속 다리가 아프다. 왜냐하면 다리를 안 쓰는 동안에 뼈에서는 미네랄 성분이 모두 빠져 나가버리고 근육도 쪼그라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프다고 안 쓰면 미네랄도 더  빠져나가고 근육도 더 쪼그라든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깨기위해서는 아파도  조금씩 자꾸 디디는 것이다. 중력을 받으면 우리 뼈는  다시 미네랄을 모으기 시작한다. 근육도 일을 시작하면 다시 기지개를 편다. 그럼 덜 아파진다. 그럼 더 세게 디딜 수 있다. 이때부터는 선순환으로 돌아선다.

 

병이 없는 사람들 뿐 아니라, 병이 있는 사람들에게 사실 운동은 더더욱 절실하게 필요하다.

적절한 운동은 전신의 신진대사와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고, 땀을 흘리게 해서 불순물의 배출을 돕는다. 특히 근골격계를 다친 사람에겐 회복을 위해서 운동이 필수다.

 

 

@ 인공에 반대한다.

 

"평생 내 관절, 내 치아, 내 혈관으로 사는 게 소원입니다."

 

어떻게든지 평생 자신의 관절로 사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 관절염 질환의 치료에서 인공관절은 최초의 선택이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최종상태에서의 선택이다. 피하면 피할 수록 좋다.

 

치아도 마찬가지다. 임플란트 시술에 신중해야 한다. 심장 질환에 흔히 삽입되는 스텐트도 마찬가지다.

내 몸에 들어오는 이물에 대해서, 더구나 인공삽입물을 장착하기 위해서는, 크든 적든 본래의 정상 조직을 깎아내거나 도려내야만 한다. 결코 되돌릴 수 없다.

 

그래서 인공 삽입물에 대해서는 최대한 보수적인 태도를 지니는 것이 바람직하다. 좀 뻑뻑하고 쑤셔도 끝까지 내 관절로 사는 게 좋다.

아무리 상하고 아무리 못났어도 내 몸보다 좋은 것은 이 세상에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못나고 망가져도  내 몸은 '살아있는' 생물이고, 아무리 뛰어나고 세련되어도 인공장치는 '죽어있는' 무생물이다. 생물은 재생을 기대할 수 있지만, 무생물은 장착한 그날부터 마모되는 일만 남아있다.

 

무릎의 퇴행성관절염을 예로 들어보자.

퇴행성관절염은 '연골'이 닳아 없어지는 병이다. 연골이 닳으면 그 아래로 '연골하골'이라고 불리는 생뼈가 노출된다.

연골하골에는 신경세포 말단이 분포하고 있어서, 움직일 때마다 서로 마찰하면 어찌 안 아프겠는가.

또한 떨어져 나온 연골 부스러기들을 없애려고, 관절을 둘러싼 활액낭 세포들은 관절 안으로 물을 뿜고, 염증 반응을 일으킨다. 무릎이 붓고 열도 나고 아파지고...

 

하지만 실은 이 모두가 우리 몸의 '자기방어 기제'이며, 스스로를 고쳐나가는 '자정작용'이다.

연골이 벗겨져 나간 자리에는 시간이 지나면서 주위에서 섬유조직이 자라 들어와 메꾸기도 하고, 연골하골에 미네랄이 모이면서 단단하게 변해서 연골 역할을 대신해 나아가도록 적응하게 된다. 그러면 엑스레이에서는 헉 소리나는 심한 퇴행성 관절염을 보이더라도, 실제 환자는 별로 아프지도 않고 별다른 증세도 없는 단계에 이른다.

 

치유에는 크게 두가지 방식이 있다.

하나는  상처난 부분을 본래와 똑같은 조직으로 재생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뼈는 부러져도 원래의 뼈조직으로 그대로 재생된다.

또 다른 하나는 섬유성 조직으로 메꿔지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피부에 심한 화상을 입은 경우, 거기에 생기는 흉터 조직은 원래의 피부조직이 아니라 섬유성 반흔조직이다.

 

인간은 사이보그가 아니다. 인간은 그냥 인간으로 살 때가 복되다. 세상은 인간을 그냥 내버려 두지 않고, 자꾸 사이보그로 만들려고 한다.

 

요즈음  인공 수술이 너무 쉽게 만연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제발 내 관절로 살자. 내  치아로 살자, 내 혈관으로 살자. 내 디스크로 살자. 내 몸으로 살자.

부족한 듯 보여도, 내 몸이 최고라는 걸 제발 잊지 말자.

 

 

 

@ 경증(輕症)에 지혜롭게 대처한다.

 

경증(輕症)은 경종(警鐘)이다.

열이 난다. 힘이 없다. 아프다. 어디가 붓는다. 기침이 난다.

이런 모든 가벼운 증세는 우리 몸이 보내는 이상 신호다.

'주인님, 여기 지금 문제가 생겨서 복구작업 중이에요.'하는.

 

이러한 가볍고 때론 일시적인 증세들은 무시해도 안 되고, 야단법석을 해도 안 된다.

너무 무시하고 무작정 지내다가는, 작은 병을 큰 병으로 키워서, 결정적 치료 시기를 놓치는 수가 있다.

반대로 야단법석 호들갑을 부리다가는, 가만히 놔두면 지나갈 것을 괜히 건드려서, 과잉검사와 과잉치료에 불필요하게 오히려 몸을 망가뜨리는 수가 되기도 한다.

 

경증에 대처하는 일반 원칙은 다음과 같다.

 1) 아프면 쉰다.

 2) 경증은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경종이다. 반성할 점이 없는지 짚어보고, 좋게 고친다.

 3) 어떤 증세가 반복되거나 지속될 때, 혹은 분명한 외상으로 인해 기능제한이 나타날 때에는 병원에 가보는 게 좋다.

 4) 검사나 수술은 신중하게 결정한다.

 5) 평소 건강한 생활습관에 힘쓴다.

 

 

통증은 우리 몸이 살아있다는 증거다.

 

몸 속 깊숙히 어딘가에 상처가 생겼을 때(운동 중 부상으로 인대파열 또는 디스크로 신경이 눌렸을 때도 마찬가지), 먼저 주위 조직이 부어오른다.

붓는다는 현상은 그곳으로 몸의 체액이나 조직액이 모이는 것인데, 그 이유는 조직액 속에 여러 가지 염증 매개물이 녹아 있어서 치유를 촉진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염증'이다.

 

여기서 염증이란 가장 기초적인 치유과정이 된다. 이 때문에 붓고, 열도 나고, 아프게 된다. 아프다는 것은 우리 몸이 살아서, 자신을 보호하는 방어기제를 작동하고 있다는 뜻이다.

 

감기를 생각해 보자.

콧물이 줄줄 난다. 호흡기 점막에 붙어있는 감기 바이러스를 물청소로 몰아내려는 거다.

열이 난다. 바이러스를 끓여서 소독해내려는 거다.

기침이 난다. 기관지 안에  들어온 바이러스를 바람으로 날려서 내보내려는 거다.

 

저항력과 체력이 건강한 사람은 어디 경미한 문제가 생겼을 때 약간 앓고 마는 게 유리하다. 오히려 약을 먹어서 콧물을 말리고, 열을 내리고, 기침을 억제하면, 바이러스는 더욱 기승을 부리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염증이 과도하게 지속된다면, 그 염증 때문에 2차적으로 몸이 상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정도가 심하거나, 여러 날 지나도 호전 기미가 안 보일 때에는 진료를 받고 처방을 받는 게 좋다.

 

우리나라 전통의 한의학에서도 '아직 미(未)'자를 써서 '미병(未病)'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아직 병에 이르지는 않았으나 치료 받아야 할 상태를 기술한다.

 

"불치이병치미병(不治已病治未病)"

"이미 병이 들고난 후 치료할 것이 아니라, 병이 들기 전에 다스려라."

 

 

@ 미니멀리즘 의료를 실천한다.

 

* 십자인대 파열 치료 사례

 

배구 경기를 하던 중에 젊은 정형외과 교수한 사람이 심하게 넘어졌는데, 병원에 돌아와 검사를 받아보니 전십자인대  파열이었다.

 

전십자인대 파열의 치료로는 인대 이식을 통한 재건수술이 보편적이지만, 모든 환자에게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판단의 중요한 요점은 두 가지이다.

 

첫째는 환자의 평소 활동성이다.

예를 들어 축구 선수라면 수술을 받는 게 맞다. 스포츠를 거의 하지 않고 평소 엘리베이터와 자동차만 사용하는 사무직 사람이라면 굳이 수술이 필요 없다.

 

둘째는 인대가  얼마나 파손되었는가 하는 점이다. 여러 가닥으로 꼬아진 동아줄을 상상해 보면 이해가 쉽다. 동아줄의 파열 정도가 약 50% 미만이면 수술을 반려한다. 그런데 약 90% 정도 끊어져 완전 파열에 가깝다면 수술을 진행한다.

 

전십자인대는 사람이 죽고 사는 문제가 아닌, 활동성과 기능성의 문제이며, 또한 재건 수술을 받는다는 것은 자신의 인대를 포기하는 것으로서, 분명 감수하고 들어갈 부분이 생기기 때문이다.

 

일단 그 정형외과  교수는 수술을 받기로 했다. 선후배 정형외과 의사들이 팀을 이루어 수술에 들어갔다. 단, MRI 영상에서 손상 정도가 얼마만큼인지 확실치 않았으므로, 수술장에서 관절경으로 상태를 확인해 본 후에 재건수술 진행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마취가 시작되었고, 무릎에 구멍을 뚫고 관절경을 집어넣었다. 전십자 인대는 완전히 끊어져 있었다. 인대를 둘러싸고 있던 활액막만 조금 붙어서 물 속에서 힘없이 흐느적거리고 있었다.

수술팀은 잠시 의논을 했고, 가장 연장자 교수가 결론을 내렸다. 재건 수술은 진행하지 않았다. 그냥 관절경 사진만 몇 장 찍고는 수술을 마쳤다.

십수년이 지난 지금도, 환자였던 그 교수는 골프 잘 치면서 몹시도 멀쩡하게 활동하고 있다.

 

 

 

의료과잉의 배경에는 공급과잉, 꽁돈주의, 근거주의, 의사들의 성과주의와 공명심, 미디어의 비판 없는 부추김, 첨단을 찾는 환자들의 기대와 불안, 허영심 등이 복합적으로 섬세하게 얽혀서 작동하고 있다.

 

다다익선(多多益善),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이 있다.

몸을 움직이는 일이 많게, 감사하는 일이 많게, 배움이 많게, 즐겁게 까르르 웃는 일이 많게.

하지만 지나친 의료는 경계하는 게 좋겠다.

 

소소익선(少少益善), 적으면 적을 수록 좋다.

검사가 적게, 약이 적게, 시술이나 수술이 적게, 그리고 내 몸에 지방이 적게.

 

병이 쌓여온 시간이 길다면, 낫는 데에도 시간이 걸리는 것이 자연스런 해법이다. 약을 적절히 쓰는 것이 나쁜 게 아니라, 세게 자주 쓰는 것이 경계할 일이다.

 

 

@ 보험을 남용하지 않는다.  

 

* 공보험과 사보험

 

우리나라는 이미 전국민의료보험을 실현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편안하고, 저렴하고, 신속하게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나라도 흔치 않다. 지구상에 있는 모든 나라들을 의료제도의 우수성에 따라 줄 세운다면 상위 몇 위쯤에 랭크될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국민들 다수가 사보험을 기웃거리는데, 여기에서 두 가지 살펴볼 점이 있다.

 

첫째는 '보장성'이라는 개념이다. 총 의료비 중에 몇 %를 건강보험에서 대신 내주는 가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약 60%를 상회하는 정도에 그치지만, 늘 비교의 기준인 OECD 평균은 80%를 상회한다.

이렇듯 상대적으로 낮은 보장성은 중증 질환의 경우 더욱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병원에 가면 보험 안 되는 게 많아서, 건강보험은 있으나마나 어차피 소용이 없다는 얘기가 있다. 즉 보장되지 않는 항목이 너무 많은 것이다.

어떤 비보험 항목을 보험으로 바꾸어 놓아 됐다 싶으면, 병원들은 또 다시 새로운 비보험 항목을 창출해낸다.

 

두번째는 '지급율'이라는 개념이다.

건강보험은 170%를 상회한다. 즉 걷은 돈보다 많이  쓴다는 말이다.

민영 사보험의 경우는 이런저런 포장을 걷어내고 나면 실제 30%를 상회하는 정도의 지급율을 보인다. 100원 걷으면 30원 정도는 돌려주고 70원은 회사가 갖는다는 뜻이다.

 

사보험은 불필요한 의료 수요를 창출한다.

보험에 든 사람은 자신이 내는 보험금을 상쇄받기 위해, 그다지 절실하지도 않은 검사를 받고, 진단을 받고, 입원을 하고, 수술을 받는다. 그러므로 악순환의 늪에 첫발을 들이는 유혹이다.

사보험에 눈돌리지 말고, 그래도 국가의 건강보험을 믿어보자.

 

 

@ 느리게 산다.

 

"해결될 문제라면 걱정할 필요가  없고, 해결 못할 문제라면 걱정을 해도 소용없다."(티벳 속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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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십자인대  파열 및 재건수술과 관련하여

 

이 책에는 십자인대 재건수술에 관한 간략한 설명과 일화가 소개되어 있다.

공교롭게도 내 주변에는 십자인대 파열된 사람이 셋이나 있다. 나를 포함하여, 내 아들과 내 처남이다. 세 명 모두 축구를 하다 부상을 당한 경우이다.

 

내 아들은 나이도 젊은 데다 나중에 계속 축구를 해야 할 입장이라, 다친 직후 곧바로 십자인대 재건수술을 받았고, 수술 받은 지 2년이 지난 지금은 다시 축구를 하기는 하지만 예전같지가 않다.

축구를 하고 오면 무리가 된 듯, 다리를 절뚝거리고 다닌다.

 

내 처남은 조기회에서 축구를 했는데, 무릎에 통증은 느꼈지만, 십자인대가 파열된 줄도 모르고 몇 년을 지내다, 한참 지난 뒤에 재건 수술을 받았으며, 수술 부위가 잘못되어 2차 수술까지 받았다. 다른 한 쪽 무릎에 대한 수술은 보류하고 있는 상태이다. 양쪽 무릎이 다 파열되었다는 것도 뒤늦게 알았다고 한다.

지금은 조기회에 참석하기는 하지만, 경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참석에 의의를 두는 정도로 지내고 있다고 한다.

 

나는 나이도 있고, 사정도 여의치 못하여 수술을 받지 않았다.

다친(십자인대 파열) 이후로 몇 개월 지난 뒤에는 조금 나은 듯하여, 다시 축구를 하다가 두 번쯤 더 부상을 당했다. 이젠 축구를 완전히 포기했고, 대신 집사람과 함께 탁구를 하고 있다.

탁구를 하면서도 가끔 무릎에 무리가 오며, 잔 부상을 당하곤 한다.

과격한 운동은 전혀 하질 못하고, 등산도 무릎이 염려가 되어 조심스럽지만, 내가 하는 일과 일상생활을 영위하는데는, 그런대로 지낼 만 하다.

아마 이 책에서 전십자인대 파열의 사례로 소개된 분(정형외과 의사)과 비슷한 상황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