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평화 혹은 조작의 추억
-6.4지방선거 승리의 결정적 사건-
인간들의 음모와 술수는 다 거기서 거긴가…
천안함 사건 4주기가 코 앞에 다가오면서 '천안함의 진실'에 대해 생각해 보는 횟수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지난 2010년 3월 26일 밤 9시 00분에 발생한 천안함 침몰사건은 이명박 정부와 군당국 등이 합동조사단을 통해 '침몰원인'을 발표했다. 천안함의 침몰원인은 북한의 잠수정이 발사한 1번 어뢰에 의해 폭침되었다는 게 합조단의 결론이었다.
그러나 이 사건은 일반의 상식을 깨뜨리는 황당함 등으로 합조단의 결론은 수 많은 의혹을 양산한 채 천안함의 침몰원인은 여전히 백령도 앞 바다에 수장된 채 깨어날 줄 모르고 있는 것. 사람들의 의혹 속에서 꼼지락 거리는 건 <조작>에 대한 유혹이었다. 누구인가 이 사건을 조작해 서둘러 덮어버렸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천암함 사건은 왜 <조작의 추억>을 자극 시키고 있었던 것일까.
6.4지방선거는 보수주의와 반공주의 양자 대결
이틀 전, 6.4지방선거를 앞두고 새정치민주연합(새정치연합)이 출범을 했다. 우여곡절 끝에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이 연합을 통해 신당을 창당해 지방선거를 향해 새출발을 한 것이다. 일설에 의하면 새정치연합은 친노세력을 배제한 채 김한길-안철수 두 사람의 주도하에 신당을 창당했다고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서운함에 앞서 분노할만한 일일 것이다. 민주당의 본래 정체성이 사라지고 그 빈자리에 전혀 다른 색깔의 정치인이 자리매김 했으므로 그럴 수도 있는 것.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을 좋아한 필자도 새누리당의 대척점에서 무한 음해당한 친노세력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는 게 여러모로 무리가 따를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특히 최근에 불거진 국정원과 검찰에 의한 간첩 조작의혹 사건을 감안하면, 노 전 대통령을 음해한 정치세력이 이 사건을 지방선거에 이용하려 했다는 정황이 뚜렷했다. 이들은 친노=종북좌빨이라는 등식을 여전히 애용하고 있었던 것.
따라서 겉으로 드러나진 않았지만 새정치연합은 친노세력의 양해를 구해 신당의 정체성을 중도 보수로 체질을 바꾼 것으로 이해했다. 6.4지방선거 구도는 중도보수와 보수주의의 양자대결로 좁혀진 것인데, 새정치연합의 출범으로 사실상 보수주의와 반공주의 대결로 굳혀진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아울러 새정치연합에 진보색채가 얼마간 세탁되면서 중도보수 성향의 정당이 된 반면에, 새누리당은 겉모습만 보수주의였지 속 알맹이는 그저 공산주의를 반대하는 개념의 반공주의자들로 밖에 안 보이는 것.
영화 살인의 추억과 천안함 사건의 시놉시스
그들이 주로 애용해 왔던 정치적 용어 조차 간첩, 종북세력, 좌파, 빨갱이가 전부일 정도로 레드 콤플렉스에 빠진 반공주의자들이었다. 그런 세력들이 공격할 대상을 찾지 못하게 된 게 금번 6.4지방선거의 독특한 대결구도라고나 할까. 지난 2010년 천안함 침몰사건 발생 당시의 여야간 대결 구도와 전혀 다른 게 지방선거를 앞 둔 여야의 모습이다. 따라서 천안함 사건이 발생했던 2010년의 지방선거와 그로부터 4년 후의 지방선거 구도가 어떻게 전개될 지 당시와 현재의 이슈 비교를 통해 미리 결과를 예측해 보기로 한다.
인간들의 음모와 술수는 다 거기서 거긴가...천안함 사건을 떠올리면 영화 <살인의 추억> 시놉시스가 절로 오버랩된다. 이 영화의 주인공 송강호를 생각하면 베스트셀러 <변호인>이 절로 연상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나 할까. 사람들의 생각은 다 거기거 거긴지 특정 사건의 배경을 살펴보면 범죄구성과 영화의 구성이 엇비슷하다. 특히 살인의 추억과 천안함 사건은 의혹을 남긴 미제사건으로 주인공과 배경만 다를 뿐 매우 흡사하다. 따라서 천안함 사건을 살인의 추억 시놉시스를 통해 개관해 보면 대략 이러하다.
<영화 ‘살인의 추억’ 시놉시스>
㉮ 선 보러 집 나갔던 처녀, 배수관서 알몸시체로 발견되다.
1986년 경기도의 한 지역. 젊은 여인이 무참히 강간, 살해 당한 시체로 발견된다. 2개월 후, 비슷한 수법의 강간살인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사건은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하고, 일대는 연쇄살인이라는 생소한 범죄의 공포에 휩싸인다.
㉯ 특별수사본부, 서울 시경 형사 투입… 수사는 제자리 걸음.
사건발생지역에 특별수사본부가 설치되고, 수사본부는 구희봉 반장 (변희봉 역)을 필두로 지역토박이 형사 박두만 (송강호 역)과 조용구 (김뢰하 역), 그리고 서울 시경에서 자원해 온 서태윤 (김상경 역)이 배치된다. 육감으로 대표되는 박두만은 동네 양아치들을 족치며 자백을 강요하고, 서태윤은 사건 서류를 꼼꼼히 검토하며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 가지만 스타일이 다른 두 사람은 처음부터 팽팽한 신경전을 벌인다. 용의자가 검거되고 사건의 끝이 보일 듯 하더니, 매스컴이 몰려든 현장 검증에서 용의자가 범행 사실을 부인하면서 현장은 아수라장이 되고, 구반장은 파면 당한다.
㉰ 연쇄살인범은 누구인가… 치밀한 뒤처리, 흔적 전무.
수사진이 아연실색할 정도로 범인은 자신의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살해하거나 결박할 때도 모두 피해자가 착용했거나 사용하는 물품을 이용한다. 심지어 강간살인의 경우, 대부분 피살자의 몸에 떨어져 있기 마련인 범인의 음모조차 단 하나도 발견 되지 않는다. 후임으로 신동철 반장 (송재호 역)이 부임하면서 수사는 활기를 띠기 시작한다. 박두만은 현장에 털 한 오라기 남기지 않는다는 점에 착안, 근처의 절과 목욕탕을 뒤지며 무모증인 사람을 찾아 나서고, 사건 파일을 검토하던 서태윤은 비오는 날, 빨간 옷을 입은 여자가 범행대상이라는 공통점을 밝혀낸다.
㉱ 어둡고 긴 미스터리… 미궁 속 10번째 부녀자 연쇄피살, 공포 언제까지.
선제공격에 나선 형사들은 비 오는 밤, 여경에게 빨간 옷을 입히고 함정수사를 벌인다. 그러나 다음날 아침 돌아오는 것은 (변태적이고 엽기적인)또다른 여인의 사체. 사건은 해결의 실마리를 다시 감추고 냄비처럼 들끓는 언론은 일선 형사들의 무능을 지적하면서 형사들을 더욱 강박증에 몰아 넣는다.
<출처: http://mirror.enha.kr/wiki/%EC%82%B4%EC%9D%B8%EC%9D%98%20%EC%B6%94%EC%96%B5>
<천안함 침몰사건 시놉시스>
㉮ 백령도 앞 바다를 초계하던 해군 함정이 좌초돼 해경에 구조를 요청해 왔다.
이 소식은 언론에 속보로 전해졌다. 좌초로 침몰된 희한한 상황. 사람들은 침몰원인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좌초된 배라면 가만히 있어도 구조를 할 수 있고 탈출도 가능할 텐데 세 동강이 나면서 침몰된 것. 이 사고로 승조원 46명이 목숨을 잃은 것. 온 나라가 발칵 뒤집어졌다.
㉯ 정부는 군당국과 함께 사고원인을 찾아나서는 한편 실종자 수색에 나섰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사고 이틀 후부터 국방부의 발표를 통해 사고경위와 원인 등이 하나 둘씩 바뀌기 시작했다. 언론들도 우왕좌왕 했으나 곧 정부의 발표에 순응하며 실종자 수색을 지켜보고 있었다. 실종자들이 구출될 수 있을 거라는 실낱같은 희망을 건 실종자 가족들. 그러나 실종자는 애시당초 존재하지 않았다. 46명 전부 수장된 채로 발견된 것. 그 동안 우리 해군과 미군은 제3부표가 위치해 있던 제3의 장소에서 다른 일을 하고 있었다. 故한주호 준위가 사망한 위치였다. 잠수 전문가들은 한 준위의 사망원인이 저체온증으로 추정하고 있었다.
㉰ 천안함 침몰원인을 밝히기 위해 민군합동조사단이 만들어지다.
최초 좌초로 보고된 천안함의 침몰원인이 북한의 잠수정이 발사한 1번어뢰로 폭침되었다고 결론지은 과정은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민군합동조사단은 한국을 포함한 다국적 전문가들로 구성된 것으로 일려졌다. 그러나 천안함 사건 재판과정에서 드러난 실상은 미국을 제외하면 잠수클럽이 초청된 것과 다를 바 없었다. 특정 국가가 파견한 게 아니었다.
이 과정에서 민간위원으로 참여한 신상철 전 민군합동조사단 민간위원은 합조단으로부터 고의적으로 배척을 당하게 되었다. 천안함 사건의 침몰원인을 좌초 등으로 다르게 해석한 게 이유가 됐다. 결국 신 위원은 국방부장관 등으로부터 고발을 당하게 됐다. 이명박 정부는 대대적인 모금을 통해 유족들에게는 두둑한 보상을 통해 천안함 사건을 북한의 폭침으로 종결 시켰다.
㉱ 천안함의 진실을 밝히는 노력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천안함 사건 4주기를 코 앞에 둔 현재까지 천안함의 진실 공방은 법정에서 계속되고 있다. 아직까지 천안함의 진실은 백령도 앞 바다에 수장돼 구조될 날만 기다리고 있는 형국. 천안함의 의혹은 하나 둘씩 베일을 벗고 있는 가운데 최원일 전 함장 등 수많은 증인들이 증언을 했다. 그들의 증언을 방청석에서 지켜보고 있노라면 연민과 분노가 동시에 생기기도 했다. 상식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내용을 억지로 조합하면서 생긴 해프닝이 법정에서 재연되고 있었던 것. 조작질의 향기가 물씬 풍기고 있었던 것이다.
전쟁과 평화 혹은 조작의 추억
정치적 판단과 전혀 달라 보이는 영화 살인의 추억 시놉시스를 천안함 사건의 시놉시스와 비교해 보니 다른 듯 너무 닮았다. 사건에 등장한 인물과 배경 등은 조금씩 다를 지라도 사건이 미스터리는 강하게 남는 것. 살인의 추억만 떠올리면 조작의 추억이 연상된다고나 할까. 두 사건 중에서 눈에 띄는 게 있다. 영화에서 설정된 여론은 들끓는 데 비해 천안함 사건의 여론은 4주기를 맞도록 쥐새끼 죽은 듯 조용하다. 연쇄살인범을 찾기 위해 노심초사하는 한 형사의 모습에서 정의로운 모습을 본다면, 천안함 사건을 대하는 언론과 우리 사회는 부조리 그 자체로 다가온다.
불과 얼마 전까지 머리를 맞대고 살던 이웃이나 형제자매가 억울한 누명을 쓰고 죽음을 맞이했는 데 이를 규명해 보고자 하는 노력이 전무해 보이는 것이다. 자기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면 모두 ‘남의 일’쯤으로 치부하는 사회에서, 당신이 겪을 불행에 대해서는 까마득히 손을 놓고 있거나 쓰지 못하는 것이다. 그대신 이 사건과 전혀 무관해 보이던 신상철 전 위원 한 사람이 천안함 사건에 올인하고 있는,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사회의 모습이 2014년 현재 대한민국의 모습인지.
2010년 6.4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서울에서 대승을 거뒀다. 한명숙 후보가 오세훈 후보에게 근소한 표 차이로 빼앗긴 서울시장직까지 찾아왔다면 압승이었다. 그 승리로 오늘날 박원순 서울시장이 오세훈의 후임으로 서울시정을 책임지고 잘 운영해 오고 있는 것. 민주당은 이 선거의 승리를 여러모로 분석할 테지만, 필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지방선거 압승 배경은 <천안함 사건> 때문이었다.
당시 한나라당(새누리당)은 천안함 사건을 <전쟁위기>로 포장해 선거에 악용하며 민주당과 친노세력을 싸잡아 공격했다. 천안함 사건이 북한의 폭침이 아니라는 의혹 하나만으로 종북좌빨로 매도하고 있었던 것이다. 북풍을 악용한 선거전략은 결국 역풍에 당해 자멸의 길을 걸었는 데 당시 한명숙 후보측은 <평화>로 맞대응 하며 승리를이끌어 낸 것이다. 전쟁놀음에 광분한 새누리당의 계략에 평화의 화두로 맞서 이긴 것. 천안함 사건이 작용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곧 지방선거가 다가온다. 아직까지 우리 초계함의 좌초 소식(?)은 없다. 절대 그런 일은 일어나서 안 될 일이다. 그런데 지방선거를 앞 두고 눈에 띄는 사건이 여론을 도배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을 음해할 수 있는 간첩사건이 댓글정부의 국정원과 검찰에 의해 조작되고 있었던 것이다. 위조된 서류를 통해 특정인을 간첩으로 몰아갔지만 발각돼 자칫 외교문제로까지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게 검찰의 간첩 조작의혹 사건이었던 것.
따라서 금번 지방선거의 쟁점은 국정원과 검찰에 의한 <조작의혹 사건>으로 귀결될 공산이 커 보인다. 2010년 지방선거의 쟁점과 매우 흡사한 조작정국이 형성되고 있는 것. 다만, 그 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빨간색을 덧입힐 상대가 안 보인다는 점이다. 조작의 추억을 되살려주는 기막힌 반전이다. 야권의 지방선거 승리의 결정적 단초를 댓글정부가 제공한 자멸수순이랄까. 진실은 숨기면 숨길수록 탙출구를 찾아나서는 법이다. 천안함의 진실도 반드시 그러할 것이라 믿어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