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요일(2월 10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 서관 524호에서 열린 천안함 제21차 공판에서 증인으로 참석한 이재혁 대령은 프로펠러 손상 원인과 관련해서 "관성의 힘에 의해 휘어졌다"는 기존의 합조단 논리와 주장을 그대로 고수했습니다.
<관성의 법칙> 논란은 프로펠러 제작업체인 스웨덴 KAMEWA사가 논리를 제공하고, 노인식 충남대 교수가 실험을 통해 입증하는 듯 했으나, <휘어지는 방향이 반대방향>이라는 웃지못할 결말만 드러낸 채 충남대 노인식 교수가 <그렇다면 그 원인은 미스터리>라는 명언을 남기고 소멸된 논리입니다.
그런데, 국방부 합조단 출범초기부터 합류하여 선체구조분과의 위원으로 적극 활동하였던 이재혁 대령이 천안함 사고 발생후 무려 4년가까이 흐른 지금까지도 그 논리와 주장을 고스란히 하고 있다는 것이 아이러니를 넘어 황당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였을까요?
프로펠러 손상원인 관련 국방부 입장변화의 역사
지난 번 글에서 저의 졸저 “천안함은 좌초입니다”에 수록된 내용을 원문 그대로 인용하였습니다만, 프로펠러 손상관련해서도 제가 묻고 미국측 위원이 답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느끼실 수 있도록 원문 그대로 인용해 보겠습니다.
천안함 첫 조사 그리고 자격논란
(전략) 이후 모두 함께 식당으로 가서 점심을 먹고 오후에 천안함이 있는 곳으로 이동하여 함수에서부터 함미 끝까지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나눈 대화 몇 토막. (國 : 국방부위원, 美 : 미국위원, 英 : 영국위원)
신 : 선체하부의 스크랫치는 전형적인 좌초의 증거다. 國 : 아니다. 좌초는 없다. 배가 가라앉아 생긴거다. 신 : 천안함이 두 동강이 날 정도의 폭발이 있었다면 인근 수km 이내의 물고기듥은 모두 떼죽음을 당했어야 할텐데 그런 증거가 하나도 없다는 것은 폭발이 없었다는 증거다. 英 : 죽은 물고기들이 모두 조류에 떠내려 갔을거다. 신 : 그래?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英 : 당시 조류가 셌었다. 신 : 프로펠러가 휜 것은 이 배가 좌초를 했다가 빠져나온 증거라고 나는 생각하는데 어떻게 보나? 美 ; 아니다. 천안함이 가라앉았을 때 바닥에 부딪쳐서 생긴 손상이다. 신 : 무슨 소리. 함미가 가라앉을 때 앞 부분이 먼저 가라앉는데? 美 : (손짓을 하며) 앞에서 쿵, 뒤에서 쿵, 그렇게 해저에 닿았다. 신 : 그러면 닿은 부분만 손상이 되지 왜 다섯 블레이드가 모두 휘었겠나? 美 : 프로펠러가 돌아가면서 해저에 닿았기 때문이다. 신 : 허허, 엔진이 부서져서 동력을 상실했는데? 美 : ... Anyway.. 신 : (웃으며) 이 봐요. 그러니까 우리나라 넷티즌들이 당신들이 말하는 어뢰를 Environment Friendly Green Torpedo(친환경녹색어뢰)라고 부르며 놀리고 있다구.. 허 참.. 美 : (자기도 씁쓸한지 웃는다)
천안함 선체조사를 하는 동안 나는 좌초의 증거와 함께 충돌의 증거 그리고 폭발이 존재하진 않는다는 증거들을 확인하고 사실상의 천안함 육안 검사를 마무리 하였다. (후략) |
1. 천안함 함미 침몰시 프로펠러가 해저에 닿아 손상 발생했다.
그들의 첫 번째 주장입니다. 제가 2함대에 거치된 천안함을 처음 조사하러 갔을 당시, 그들은 프로펠러의 손상에 대해 위에 인용한 내용과 같이 '함미 침몰시 프로펠러가 해저에 닿아 손상이 발생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왜, 다섯 블레이드(날개)가 모두 휘었느냐?"는 질문에 해대 "프로펠러가 돌다가 해저에 닿았으니 모두 휘었다"고 답변을 했다가 "엔진이 부서져 동력을 상실했는데 프로펠러가 도냐?"는 질문에 대해 말문이 막히자 얼버무리고 넘어 갔지요.
이후 이들은 내부 토론에서 <프로펠러가 해저에 닿아 생긴 손상>이라는 논리가 과학적으로 입증할 수도 없거니와 설득력이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 듯 합니다. 그래서 만들어 낸 논리가 <관성의 법칙>입니다.
2. 관성의 힘에 의해 휘어졌다
국방부는 프로펠러 제조회사인 KAMEWA사에 문의를 했다고 합니다. 그랬더니 KAMEWA사로부터 <관성의 힘에 의해 그러한 손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회신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때부터 그것이 국방부와 합조단의 공식입장이 되었다는 거지요.
그 내용을 근거로 충남대 노인식 교수가 시뮬레이션에 돌입합니다. 그리고 노 교수는 <프로펠러가 돌다가 갑자기 정지하면 프로펠러 날개에 휨 현상이 발생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발표함으로써 국방부의 주장에 무게감이 실립니다.
충남대 노인식 교수의 시뮬레이션 결과
프로펠러가 열심히 회전을 하다가, 갑자기 급정지를 하면, 끝 부분이 약간 휘어지는 현상이 발생한다는~ 그것이 <관성의 힘>에 의해 발생했다는~ 충남대 노인식 교수의 시뮬레이션 결과.
그러나, 노인식 교수의 시뮬레이션 결과 발표에 중대한 문제가 발생한다.
언론3단체 검증위원회의 노종면 위원장은 "프로펠러가 고속 회전을 하다가 급정지하면 휘어지긴 하지만 그것은 회전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휘어진다. 노 교수의 실험결과가 그것을 입증한다. 그러나 천안함 우현의 프로펠러는 회전방향의 반대방향으로 휘어졌다"라고 발표를 한 것이지요.
노종면 위원장 "천안함은 반대 방향으로 휘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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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노인식 교수, “그렇다면 미스터리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충남대 노인식 교수는 "그렇다면 미스터리다"라며 한 발을 빼버립니다. 한마디로 망신을 당한 거지요.
» 국회 천안함 진상규명 특위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천안함 스크루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속 스크루 변형 방향은 천안함 합조단 시뮬레이션 결과와는 정반대로 휘어 있다. 스크루의 상태는 천안함 침몰 원인을 밝힐 중요한 단서이지만 합조단은 이를 주목하지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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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조단 참여한 노인식 교수 “스크루는 미스터리”
<한겨레21>의 취재 결과, 합조단의 스크루 조사가 수박 겉핥기식이었다는 정황이 더욱 구체적으로 확인됐다.
선박 전문가로 합조단에 참여했던 노인식 충남대 교수(???학)는 7월6일 <한겨레21>과의 인터뷰에서 “시간이 촉박해 스크루의 표면이나 날 끝의 흠집 부분은 면밀하게 조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날개 파손이나 표면에 긁힌 흔적이 없는 점으로 보아 좌초 등 충돌로 인한 변형은 아니다”라는 군의 설명과 배치되는 대목이다.
또 그는 스크루의 휨 현상에 대해 “미스터리”라며, “재조사가 이뤄진다면 과학적으로 입증해 정리하고 싶다”고 말했다.
출처 : http://h21.hani.co.kr/arti/special/special_general/27749.html |
4. 진실은 무엇인가?
끊임없이 거짓말과 조작으로 덧칠을 하고 있는 국방부와 합조단, 프로펠러 손상의 원인을 두고 갈팡질팡하다가 결국은 <미스터리>로 종지부를 찍고 말았습니다.
그럼에도 법정의 증언석에 선 이재혁 대령은 아직까지도 흘러간 옛노래를 틀고 있습니다. <관성의 힘에 의해 프로펠러가 손상되었다>고 말이지요. 하긴, 국방부에서 <미스터리 사건> 이후 공식적인 입장표명이나 결론 자체를 내리지 않고 있으니, 증인 입장에서는 마지막 주장을 고수할 수밖에 없는 처지일지도 모릅니다.
대한민국 해군에 소속된 모든 선박 가운데 좌초를 경험했다면 선체하부의 손상에 대해 무수히도 많은 데이타와 자료가 있을 터이고, 좌초한 상태에서 이초하기 위해 프로펠러를 사용해 본 적이 있는 선박에서는 유사한 손상의 사례가 무수히도 많이 있을 것이 분명합니다. 우리나라에서 프로펠러 선박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수 십년간 발생하였을 유사한 사고였으니 말이지요.
우리나라는 조선(造船) 강국입니다. 국내의 많은 조선소에는 저러한 손상의 History가 무수히도 많이 있을 겁니다. 그럼에도 그들이 모두 침묵을 하는 이유는, <굳이 지금 그에 대해 언급했다가 불필요한 불이익을 당할 이유가 없어서>이겠지요. 하지만, 진실이 드러나고 나면 줄줄히 토해져 나올 데이터와 자료들이 산적해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2009년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 앞바다에 좌초한 크루즈미사일순양함 Port Royal함의 좌초사고의 예를 드는 것으로 글을 마치겠습니다.
진주만 수리조선소에서 수리를 마치고 시험운항에 나선 크루즈미사일순양함 Port Royal함은 여러 테스트를 성공리에 마치고 귀항하던 중 산호초에 좌초하고 맙니다. 초기 위치정보를 잘못입력한 탓에 자동운항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산호초에 좌초한 Port Royal함은 스스로 빠져나오기 위해 프로펠러를 돌려보았지만 허사였습니다. 결국, 모든 물과 연료유를 빼내고, 닻(Anchor)까지 풀어내고 심지어 승선한 모든 승조원 및 대원들을 하선시킨 후에야 산호초 밭에서 인양해 낼 수 있었습니다.
수리조선소에 다시 들어간 Port Royal함의 하부와 프로펠러의 손상을 보면, 어찌도 그리 천안함과 닮은 꼴인지요. 긁히고, 부러지고, 휘워진 것이 샴 쌍둥이 같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Port Royal함은 산호초의 암석에 프로펠러가 부딪쳐 부러진 곳도 있다는 점이 다를 뿐입니다. (Port Royal함의 프로펠러가 돌아가는 방향은 천안함과 반대입니다. 천안함은 우현은 오른쪽, 좌현은 왼쪽으로 돌지만, 美 Port Royal함은 우현은 왼쪽, 좌현은 오른쪽으로 돌아갑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