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지 않아도 되는 병
암 등 중증질환자가 매일 먹는 약을 챙겨 먹지 못하는 이유는?
쉽게 꼽는 것이 ‘약 부작용’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주된 이유는 ‘약 먹기를 잊어버렸기 때문’이다.
2011년 한국환자단체연합회가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와 같이 암 등 중증질환자 365명 중 약을 제대로 먹지 않는 128명을 대상으로 그 이유를 설문조사했다.
‘약 먹기를 잊어버려서’가 44%로 나와, ‘약 부작용이 심해서’라고 응답한 비율인 21.2%보다 갑절 이상 많았다.
많은 환자들은 약을 먹고도 기억을 못 하거나, 약을 먹지 않았는데도 반대로 기억해 제 일정에 맞춰 약을 먹지 못했다. 매일같이 약 먹기를 챙겨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심각한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갑상선암을 발견해 수술을 받은 많은 환자들은 평생 갑상선 호르몬 약을 먹어야 한다. 갑상선이 없기 때문에 갑상선 호르몬을 보충하려고 약을 먹는다. 이들도 약 먹기를 챙겨야 한다는 스트레스가 많을 것이다.
그런데 갑상선을 절제하는 수술을 받을 필요도 없었는데, 수술을 하고 평생 약을 먹어야 한다면 얼마나 억울할까?
수술 때 나타날 수 있는 감염이나 출혈 등 각종 부작용이나 수술비는 둘째 치고 이후 남은 고통이 만만치 않다는 말이다.
지난달 18일 몇몇 의사들이 모인 ‘갑상선암 과다진단 저지를 위한 의사연대’는 2011년 기준 국내의 갑상선암 발생률(혹은 발견율)은 세계 평균의 10배나 된다며, 이는 의학사적으로 기이한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또 치료할 필요가 없는 순한 갑상선암마저 건강검진에서 초음파 검사를 통해 찾아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갑상선암에 대해 우리나라에서 심각한 과다진단이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성에게 갑상선암 다음으로 많은 유방암도 마찬가지라는 연구 결과도 나온 바 있다.
수술에 대한 의사들의 생각은?
의사 강구정과 김현정은 각각 <수술 마지막 선택>, <의사는 수술받지 않는다>라는 책을 펴내, 수술이 만능이 아니며, 어떤 질병에 대한 치료법으로 수술을 선택할 때는 아무리 신중해도 지나치지 않음을 강조했다. 하물며 수술하지 않고 관찰만 해도 되는 갑상선암마저 찾아내야 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이웃 일본에서는 최근 고혈압, 비만, 당뇨 등에 해당되는 기준을 높이기로 했다. 그만큼 이에 해당되는 환자들이 줄어든다.
외신을 종합하면 일본의 건강검진학회는 2011년 건강검진을 받은 약 150만명 중 아무런 질병이 없는 건강한 남녀 1만여명의 검사치로 새 정상 기준치를 만들었다.
고혈압은 높은 쪽(수축기) 혈압이 기존의 129㎜Hg 이하에서 147㎜Hg 이하로, 낮은 쪽(이완기) 혈압은 84㎜Hg 이하에서 94㎜Hg로 높였다.
체질량지수 기준 비만도는 25㎏/㎡ 미만에서 남성은 27.7㎏/㎡ 미만, 여성은 26.1㎏/㎡ 미만으로 변경했다. 흔히 고지혈증의 지표가 되는 각종 콜레스테롤 수치 역시 원래 기준보다 정상치를 높게 잡았다. 이 학회는 추적 조사를 더 해 공식적인 기준치를 내놓고, 이를 검진기관이 활용하도록 할 계획이다.
비만 기준에 대해서는 2011년 유근영 서울대 의대 교수팀이 아시아 7개국 114만명을 평균 9.2년 동안 추적 관찰한 결과, 특히 한국·중국·일본 사람들은 체질량지수가 22.6~27.5㎏/㎡이면 비만과 관련된 각종 질병으로 사망할 가능성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왔다. 25㎏/㎡보다 다소 높아도 건강하다는 말이다.
현미경에서 보이는 암세포나 몇몇 수치로 사람의 건강을 완벽하게 재단하지 못한다. 인류가 만든 기준(신)에 우리의 건강(발)을 끼워 맞추는 것은 아닌지 끊임없이 의심해야 한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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