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 구조 방해했단 소리 들어도 싸다

道雨 2014. 4. 26. 11:40

 

 

 

 

        해경, 구조 방해했단 소리 들어도 싸다

 

 

세월호 침몰 열흘째인 25일 구조 현장에는 민간 잠수사들과 첨단 잠수장비 ‘다이빙벨’ 등이 본격 투입됐다. 그동안 해경이 위험하다는 등의 이유로 반대하다, 실종자 가족들의 요구로 뒤늦게 합류시킨 것이다.

해경이 주장했던 ‘위험’은 특별히 없었다. ‘왜 이제야…’라는 안타까움만 더할 뿐이다.

돕겠다는 의지는 물론 충분한 자격과 능력을 갖춘 이들의 참여를 지금까지 막은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있는 힘을 다 모아도 아쉽고 모자랄 긴박한 구조 현장에서, 해경 등 구조당국은 민·관·군 협력은커녕 갈등만 키우는 이해할 수 없는 행태를 보여왔다.

구조작업에 자원봉사를 하겠다며 전국에서 민간 잠수사들이 모여들었지만, 해경은 이들을 외면하고 박대했다. 경험과 실력을 쌓은 노련한 잠수사들까지 걸림돌 취급을 했다고 한다.

하루 네댓 사람씩만 참여하도록 하더니 22일부터는 현장 투입을 막았고, 막말까지 했다고 한다. 200여명이던 민간 잠수사들의 상당수는 이 때문에 이미 구조 현장을 떠났다. 4년 전 천안함 사건 때와는 판이하다.

 

해경은 대신 청해진해운과 계약한 업체에만 주로 구조를 맡겼다. 이 업체는 인명 구조보다는 선체 인양 전문업체라고 한다.

구조를 지연시키고 갈등을 초래한 다른 배경이 있는지 의심된다.

구조당국이 갈팡질팡하는 동안 아까운 시간만 흘러갔다.

해군특수전전단(UDT) 동지회는 사고 직후인 17일 잠수시간을 늘려주는 머구리배 4척을 끌고 와 현장 투입을 요청했지만 해경은 묵살했다. 나흘이 지난 21일에야 뒤늦게 다시 불렀다. ‘생존의 마지노선’이라는 72시간이 지난 뒤였다.

주먹구구식 업무처리와 안일한 관료적 자세가 신속한 구조를 막은 것이다.

이런 일은 한둘이 아니다.

실종자 구조의 실질적인 대책들은 당국이 아닌 실종자 가족들의 간절함에서 나왔다.

 

사고 초기 잠수사들은 거센 조류 속에서 수색을 한 뒤, 흔들리는 배 위에서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다시 작업에 투입됐지만, 실종자 가족들의 요청으로 20일 오후 바지선이 투입되면서부터 안정적인 구조작업을 할 수 있었다. 강한 조류에 주검이 유실될 가능성을 제기한 것도, 쌍끌이 저인망어선 활용 방안을 내놓은 것도 가족들이었다. 사고 초기 야간 구조작업 때 사용하던 수천 발의 조명탄 대신 집어등을 갖춘 채낚기어선의 투입을 요청한 것도 실종자 가족이었다.

그런 요청들은 사고 직후인 17일부터 있었지만, 사고대책본부는 요청이 있은 뒤에야 장비를 수소문하느라고 시간을 허비했고, 정작 현장에는 사나흘 뒤에야 도착했다.

위기대응 매뉴얼은 간데없고, 사고대책본부는 넋을 잃고 손을 놓은 꼴이다.

실제로 실종자 가족이나 자원봉사자 등 사고 현장에 가까이 있는 사람들은, 진작부터 해경과 군의 지휘체계가 일원화되지 않아 소통 불능 상태에서 혼란이 빚어지고, 사고 대응의 신속성도 크게 떨어지는 것 같다고 걱정했다.

“현장 지휘체계가 정말 한심하다”는 얘기도 파다하다.

해경은 이미 사고 직후 초동대응에 실패한 책임이 있다.

배가 가라앉던 초기 30여분 동안 첫 신고자인 최덕하군을 포함해 세월호 승객들로부터 23건의 구조요청 전화가 쏟아졌지만, 해경은 무력하게 허둥대기만 했다.

열흘이 지난 지금도 부실과 난맥상은 그대로다.

 

그런 직무유기에 대해선 엄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아울러 지금이라도 구조지휘체계를 서둘러 정비해야 한다. 실종자 가족들에게 더는 죄를 짓지 말아야 할 것 아닌가.

[ 2014. 4. 26  한겨레 사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