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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행정소송> 추적60분 승소 판결. “ 백령초병 진술-폭발원점 불일치는 합리적의문”

道雨 2014. 6. 17. 12:26

 

 

 

법원 “천안함 백령초병 진술-폭발원점 불일치는 합리적의문”

추적60분 천안함 행정소송 3년만에 승소 ‘징계 취소’ “정당한 의혹제기” 제작진 “재조사해야”

 

 

 

천안함 의혹을 제기했다가 정부로부터 행정제재를 받은데 불복해, KBS <추적60분> 제작진이 행정소송을 제기한지 3년 여 만에, 재판부가 제작진의 천안함 의혹 방송은 합리적 의문을 제기한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유사한 의혹제기로 4년째 재판을 받고 있는 신상철 전 민군합조단 민간위원(서프라이즈 대표)의 소송과 함께, 천안함의 재조사 필요성에 대해 재조명을 받게 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김병수 부장판사)는 13일, KBS <추적60분> 제작진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경고’(행정제재)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방통심의위의 행정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가 밝힌 판결문에는 탐사보도 프로그램이 취해야할 공정성의 의미와 사실에 기초해 제기하는 합리적 의심은 정당하다고 판단해, ‘천안함 의혹제기’를 했던 수많은 집단지성의 노력을 인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추적60분이 제기한 의문이자, 유일한 사건의 목격자 백령도 초병 진술과 국방부 합동조사단이 밝힌 폭발원점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건의 핵심적인 의문을 재판부도 인정해 재조사의 필요성이 다시 주목받게 됐다.

재판부는 지난 2010년 11월 17일 방송된 KBS <추적60분> ‘의문의 천안함, 논쟁은 끝났나’ 편에 대해, 당시 이명박 정부의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경고 처분의 근거로 내세운 △스크루조사에서 스웨덴 조사팀이 배제한 것처럼 방송 △엇갈린 백령도 초병 진술을 일치된 것처럼 방송 △흡착물질의 성질이 침전물인 것으로만 방송 △국방부가 재조사에 응하지 않겠다고 한 것처럼 방송한 대목을 분석한 결과, 모두 편파적인 방송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지난 2010년 11월 17일 방송된 KBS <추적60분> '의문의 천안함, 논쟁은 끝났나' 편.
무엇보다 ‘섬광을 목격한 초병들의 진술이 실제로는 상당한 차이가 있으나, 추적60분에서는 마치 일치된 진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제하고, 폭발원점에 반하는 의혹을 제기했다’는 방통심의위의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적어도 백령도 초병이 목격한 공통된 사고지점과 합조단이 밝힌 ‘폭발원점’이 일치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추적60분 방송에서 초병들의 진술은 적어도 초소를 기준으로 우측(방위각으로 270도 이상 지점)에 있는 두무진 돌출부 방향에서 불빛 또는 섬광을 목격했다는 부분에 있어서는 일치한다”며, “이는 초소를 기준으로 좌측(방위각으로 270도 이하 지점)에 폭발원점(초소에서의 방위각은 220도)이 있다는 합동조사단의 발표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한 이 뿐 아니라 ‘그 시각 남쪽 초소에서는 섬광에 관한 목격이나 보고가 없었다’는 점도 함께 방송한 대목을 들어, “합동조사단이 특정한 폭발원점은 초병들이 근무하던 초소 외에 남쪽에 있는 다른 초소에서도 충분히 관측이 가능한데, 사건 당시 위 남쪽 초소에서는 섬광이나 물기둥을 보았다는 등의 보고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된 것”이라며, “이를 초병들의 진술과 종합하여 보면, 폭발원점과 섬광의 목격 지점의 불일치에 관해서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확인된 사실에 기초하여 합리적인 의문을 제기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다시 말해 남쪽 초소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백령초소에는 보이는 곳에서 섬광이 발생했을 가능성을 설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재판부는 이를 지적한 추적60분 방송에 대해 “사실에 반하는 내용을 전달하거나 불명확한 내용을 사실인 것처럼 호도하여 객관성 유지 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지난 2010년 11월 17일 방송된 KBS <추적60분> '의문의 천안함, 논쟁은 끝났나' 편.
‘스웨덴 조사팀이 조사에 참여했는데도 휘어진 천안함 스크루(프로펠러) 조사에 참여하지 않은 것처럼 보도했다’는 방통심의위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스웨덴 조사팀이 스크루 조사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것이 아니라, 추진축의 밀림을 스크루 변형의 원인으로 밝혀 낸 주체가 합동조사단의 노○○ 교수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라며, “그런데도 합조단 보고서는 스웨덴 조사팀이 모든 원인을 규명한 것처럼 기재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제작진의 의문제기는 합리적인 의심에 기초한 것으로서 편파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재판부는 판명했다.

‘흡착물질의 과학적 성질이 ‘폭발물질’과 ‘침전물질’ 등 다양한 분석이 가능한데도 침전물이라는 주장 위주로 방송해 공정성을 상실했다’는 방통심의위의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정기영 안동대 교수가 흡착물질을 자체 분석한 결과, 합조단이 발표한 ‘비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이 아니라 ‘비결정질알루미늄 황산염 수산화 수화물’이라는 점을 주장했을 뿐, 수중폭발 자체를 부정하는 의미의 주장을 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방송이 천안함의 침몰원인을 부정하고자 한 것이 아니라, 흡착물질의 물질적 특성에 대해 과학적인 검증과 조사를 촉구한 것”이라며, “공정성과 균형성을 상실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조사와 관련해 ‘국방부가 진정성을 토대로한 합리적 의혹을 제기할 경우 재조사에 참여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는데도 응할 수 없다고만 방송해 공정성을 위반했다’는 방통심의위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추적60분 제작진이 합동조사단 측에 재조사나 재검증을 진행해 그 과정을 방송해 불필요한 오해나 의혹을 제거할 수 있다고 제안하였으나, 합동조사단 측은 원론적인 차원에서 토론이나 토의의 가능성을 열어 두면서도, 재조사나 재실험을 통한 검증에 대해서는 반복하여 완곡하게 거절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국방부가 재조사를 거부한 것이 맞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방송내용이 편향된 내용을 담아 공정성을 상실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결론에서 천안함 사건에 대해 “합조단의 최종 조사결과가 발표됐지만, 침몰 원인을 둘러싼 논란이 종식되지 못한 채, 다양한 주장과 의혹이 계속하여 제기돼왔으며, 합조단 발표에 대한 불신이 논란을 증폭시킨다는 여론도 적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재판부는 “조사보고서 상의 사소한 오류라도 조사결과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과학적인 검증을 통해 오류를 확인하고자 한 추적60분 방송의 편성 의도는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켜주고 정부활동에 대한 감시 또는 견제자로서 기능하는 언론의 역할과 사명에 비추어 정당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 때문에 추적60분 방송이 방송법상 공정성과 객관성 유지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려워, 방통심의위의 ‘경고’ 처분은 위법하다며, 처분을 취소하라고 재판부는 판결했다.

천안함 함미
한편,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탐사보도 프로그램의 공정성 유지 기준에 대한 기준을 설파해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재판부는 “방송의 공정성을 단편적인 양적 균형의 문제로 파악한다면, 모든 방송은 산술평균적 입장에 따른 양시양비론으로 수렴할 수밖에 없다”며, “사회적 쟁점은 자연현상과 같이 관찰자와 분리되어 존재하는 객관적 실체가 아니므로 제3자적 중립을 취하는 것이 언제나 가능한 것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추적60분의 경우 “드러난 쟁점의 이면을 적극적으로 파헤치고자 하는 탐사보도 프로그램에 해당하므로, 양적균등이 강하게 요구되는 선거방송이나 객관적 사실의 보도에 중점을 두는 뉴스보도 또는 대립되는 견해를 대등하게 논의하는 토론방송 등과 동일한 기준에서 공정성과 균형성을 요구할 수는 없다”고도 강조했다.

방송의 주제 역시 정부가 중심이 되어 수행한 조사결과에 대한 검증에 관한 것이므로, 민주주의의 유지와 발전,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이라는 측면이 더욱 고려돼야 한다고도 재판부는 덧붙였다.

 

“천안함 의혹 재조명…정권의 재갈물리기 제동 건 판결”

[인터뷰] 심인보 전 KBS <추적60분> 기자 “천안함 합리적 의심을 법적으로 인정해준 의미”

 

 

이 같은 결과에 대해 3년 동안 재판에 참여해온 추적60분 제작진은 정치권력의 언론 재갈물리기에 제동을 건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당시 추적60분 제작진이었던 심인보 KBS 보도국 북한부 기자는 13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3년 여에 걸친 재판 결과에 대해 “너무 오래 걸렸지만 재판결과는 당연한 결정이었다”며 “정치권력이 합법적인 권력을 이용해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것에 대해 제동을 건 의미를 갖는 판결”이라고 밝혔다.

 

심 기자는 판결 내용 가운데 재판부가 ‘탐사보도의 영역에서는 선거보도 등 보다 양적인 기계적 균형이 중요하지 않다’고 밝힌 대목을 들어 “여러 가지 부분에서 3년 전 방송에 대해 충분히 합리적 의심을 가질 만 했다고 적시한 것은 의미가 크다”며, “최근 문창극 총리 후보자가 KBS에 소송을 건다는데, 이번 판결은 국가기관이 언론의 합리적 의심에 대해 횡포를 부리는 것이 부당하다는 경종을 울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이번 판결문을 통해 심 기자는 “여러 쟁점에서 충분히 보도할 만한 근거와 반론의 반영 등을 재판부가 인정한 것은 공정한 판결이었다”며, “반대로 방통심의위의 심의가 얼마나 불합리한 것인지를 조목조목 지적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심 기자는 “재판부가 사건의 의혹제기와 진실에 대해 적극적인 판단을 하지는 않았지만, 재판부가 보기에도 당시 정부의 천안함 조사보고서가 합리적 의심을 제기할 만큼 취약했다고 본 것 같다”며, “더구나 언론의 문제제기가 행정기관에 의해 재갈이 물리워져서는 안된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재판을 근거로 심 기자는 “천안함 사건의 진실이 우리 사회에서 충분한 논의와 조사를 거치지 못한채 정부의 힘에 의해 만들어졌을 뿐 아니라, 사회적 여론조차 정부가 힘으로 주도하려 해왔다”며, “진실되지 못한 것에 기반해, 이대로 가다가는 자칫 진실이 밝혀져, 정부의 주장이 무너졌을 때 받을 충격이 클 수 있다는 점에서, 어떤 식으로든 재조사를 위한 작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정치적 압력에 의해 북한의 폭침으로 기정사실화돼 있는 천안함 사건의 진실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볼 계기가 된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 조현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