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법무관 “천안함 신상철 고소 윗선 지침에 따른 것”
[공판중계] 군법무관·공보장교 증언…재판장 “증거 검증않고 입증할 수 있나” 검찰 질타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재판장 유남근 부장판사, 한성수 주심판사, 손중철 판사) 주재로 열린 천안함 공판에 출석한 송광남 전 해군2함대 정훈공보실 중위는, 신 대표에 대한 고발이 윗선 차원에서 결정한 것이냐는 신문에 “그런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이 말을 들은 재판장이 ‘윗선에서 결정했다’는 근거가 무엇이냐고 직접 신문하자, 송 중위는 “당시 검토과정에서 지휘부와 회의했던 것으로 김태호 소령으로부터 들었다”고 말했다. 김태호 해군본부 중령은 당시 2함대 정훈공보실장으로, 신 대표를 고발한 군장교들 중 한 명이다. 김 중령은 지난해 법정에 출석해 “개인자격으로 고발했다”고 증언해 손 중위의 증언과 다소 배치된다.
또한 송 중위가 이날 법정에 나온 과정에 대해서도 “공무상 출장으로 나왔다”고 밝혀, 개인 휴가를 내서 출석했다는 김 중령의 출석 경위와도 뭔가 엇갈린다.
‘개인자격으로 신 대표를 고발했다’는 김태호 중령의 주장과 관련해 함께 소송작업을 검토했던 입장에서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김형태 변호사의 신문에, 송 중위는 “군의 명예와 관련이 돼 있는 일이라 (소송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검사는 소송이 윗선과 논의된 것이라는 송 중위의 증언에 대해 “김태호 중령 개인자격으로 고발하더라도 위에 보고해야 하는 군의 특성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느냐”고 신문을 했다. 손 중위는 “아마도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와 함께 김태영 장관과 윤종성 단장 등의 고소장을 작성한 손광익 법무관(현 특수전사령부 법무참모)도 이날 법정에 출석해 신 대표 고발이 윗선의 지침에 따른 것이라고 증언했다.
손 법무관은 천안함 사건 이후 천안함 TF팀에서 법무관으로 근무하면서 법령해석과 언론대응을 담당하다가, 허위주장에 따른 명예훼손에 대한 대응지침에 따라 소장 작성과 제출을 하게 됐다고 증언했다.
손 법무관은 “허위주장에 따른 명예훼손 대응지침이 담당부서로 내려와, 초안을 작성해 단장과 장관에 보내 수정할 부분을 수정하라는 지침을 받고, 수정 보완한 뒤 서명해서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천안함 함미 | ||
윗선이 지침을 내리게 된 경위에 대해, 손 법무관은 “(신 대표 글에) 대응하는 방안으로 A안과 B안을 제안했더니 상부에서 지침을 내렸다”며, “통상 글에 문제가 있으면 정정보도와 반박기사를 내는 등 여러 방안이 있으나, 이번 건은 형사고소로 대응하는 방안을 냈다”고 설명했다.
<PD수첩>과 미네르바 사건 등에서 국가가 명예훼손의 피해자가 될 수 없다는 판례를 아느냐는 신문에, 손 법무관은 “개인적 법익에 해당하고, 정부의 (명예훼손은) 약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나, 개인과 합조단 구성원 전체, 단체에 대한 명예훼손을 한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며, “단순 의혹 제기 뿐 아니라 개인의 명예훼손에도 해당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장성이나 장교 개인의 사생활을 들춰낸 주장이 아닌 국가 행위에 대한 지적이 아니었느냐’는 지적에, 손 법무관은 “신 대표 글 가운데 ‘수치스럽고, 파렴치하다’는 등의 표현은 개인으로서, 군인으로서의 자존심과 자긍심을 훼손하는 내용을 적시한 것”이라고 답했다.
또한 손 법무관은 신 대표의 주장이 허위라는 명확하고 구체적인 근거도 파악하지 못한 채 소장을 작성했다고 시인했다.
손 법무관은 “객관적이고, 구체적 요소마다 (다) 알 수는 없다. (소송에) 필요한 사안이 있으니 달라고 했을 뿐, 허위로 판단할 수 있는 세부적, 전문적, 구체적인 것은 몰랐다”고 말했다.
형사고소 지시를 직접적으로 내린 윗선에 대해, 손 법무관은 “법무관리관이 법무과장을 통해 지침을 내렸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재판에서는 검찰이 함께 채택해놓고도 군사기밀 등의 이유로 아직 제출하지 않거나 거부하고 있는 증거조사에 대해, 변호인 뿐 아니라 재판부의 질타도 나왔다.
신 대표측 김형태 변호사는 검찰의 천안함 해저 지형물 잔해 탐사 자료 거부에 대해 “어뢰추진체가 쌍끌이 어선에 의해 발견됐다고 하는데, 탐색구조단과 해양연구원의 조사선이 조사했을 땐 좌표가 어디에 찍혀있는지, 검증하고자 하는데 어떻게 이를 기밀이라 할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사고후 분실 무기 현황’과 관련해, “미사일 두 개가 없어졌다는 보도가 있으니 검증할 필요가 있다”며, “백령도 초병이 봤다는 두무진의 섬광과의 관련성과 검증하기 위해서”라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김 변호사는 ‘KNTDS 조사’, ‘어뢰추진체 설계도 원본 작성일자’, ‘어뢰추진체에 묻은 백색물질의 현황’, ‘민군합조단, 해경, 해작사의 윗선으로 올라간 상황보고, 청와대가 보고받은 내용’ 등의 조사도 촉구했다. 이들 대부분은 4년 전 이미 채택됐던 증거들이다.
김 변호사는 특히 “세월호 사건의 경우 교신까지 전체가 다 드러나야 한다면서 특별법, 특위, 특검까지 얘기가 진행되고 있는데, 천안함은 군사기밀이라는 이유로 최소한의 증거자료조차 공개되지 않으니, 어떻게 진상을 알 수 있느냐”며, “검증조서만 쓰면 외부에 유출될 염려는 없다”고 밝혔다.
검사는 이에 대해 “검증조서만 쓰면 된다고 하지만, 검증이라 해도 서류로는 남기 때문에, 변호인이 제안한 것 모두 노출의 위험성이 있다”고 부정적인 답변을 했다.
그러나 이를 지켜본 재판장은 “영상공개를 하지 않을 거면 검찰이 입증책임을 다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느냐”며, “어떻게 판단한다는 것인지 알아야 하며, 검찰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 것도 있다. 공소사실이 유지될 수 있을지도 검토해보라”고 질타했다.
[ 조현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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