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 배당 사고' 실물없는 500만주 유령주식, 어떻게 팔 수 있었나
삼성증권 우리사주 배당 사고...주당 1000원 대신 주당 1000주 입고삼성증권 직원들 501만주 매도 주가 한때 11% 급락...모럴해저드 논란
전례없는 우리사주 배당 사고로, 삼성증권(016360)주가가 501만주가량의 존재하지 않는 주식 매물 폭탄에 한때 11% 이상 급락하는 소동이 발생했다. 주가 급변시 발동하는 VI(가격 안정화 장치, 발동되면 2분간 체결 정지)도 무려 5차례 실행됐다.
매도자는 전원 삼성증권 직원들이었다. 모럴 해저드 논란이 일고 있고, “삼성증권 창구에서 매물이 쏟아져 손절매했다”는 투자자 반발이 잇따르고 있다.
이날 삼성증권 배당 사고는 우리사주 직원에 주당 1000원이 아닌 1000주가 입고되면서 발생했다.
작년 말 기준 우리사주 주식 수는 283만1620주(3.17%)다.
이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이날 잘못 부여된 주식배당 규모는 무려 113조원(28억3162만주, 우리사주 전량 1000주씩 배당 가정시)에 이른다.
삼성증권은 이날 우리사주 배당 사고가 전산사고라고 해명했으나, 금융당국은 직원 개인의 실수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금융당국은 “전례가 없는 사건이라 사고 수습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며 “수습 이후에 책임 소재와 원인 파악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 단순 착오에 501만주 공매도 폭탄...주식발행 절차도 안밟았는데 어떻게 가능한가
6일 증권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주식 신주가 발행될 때는 이사회 결의와 주주총회 결의, 실물 인쇄, 한국예탁결제원 등록 등의 절차를 거친다.
그런데 이 과정과 별개로 상장 예정 주식은 상장 이틀 전에 공매도할 수 있다. 매매일 이틀 후 결제일엔 주식 실물이 입고되기 때문에, 투자자 편의 차원에서 미리 팔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이틀 후 확실히 들어오는 주식이기 때문에, 투자자 편의성 및 해외 현황 등을 참고해 만들어진 제도”라고 했다.
즉, 이번 삼성증권 배당 주식은 발행 자체가 전혀 검토된 바 없는 주식이, 이틀 후 상장 예정으로 잘못 인식되고 우리사주 직원들에게 제공된 것이다.
문제는 우리사주 직원의 계좌로 주식이 입고되는 과정에서 주식 실물 발행 절차가 실제로 진행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절차가 없었던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오늘 매도된 물량은 잘못 실행된 공매도 물량이라고 이해하면 된다”면서 “오늘 공매도 물량이 501만주이기 때문에, 결제일까지는 다시 매수해 넣어놔야 한다”고 했다.
이날 장중 삼성증권 매수량은 364만주가량이었다. 삼성증권은 잘못 매도된 물량만큼 되사겠다고 금융당국에 보고한 이후 주식을 적극적으로 사들였다. 나머지 주식은 기관간 장외 매매 등을 통해 매수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증권사가 고의로 주식배당 등의 과정에서 실수를 저지르면 시세 왜곡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 드러난 만큼, 허술한 구조를 개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감독원 한 관계자는 “모니터링 중이며 일단은 상황을 정확히 파악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증권사가 자체적으로 점검해볼 필요는 있을 것 같다”면서도 “이로 인해 또다른 규제가 나오는 것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 삼성증권 직원들이 매도 주체...모럴 해저드 논란
이날 삼성증권 주가를 급락시킨 매도 주문자들은 삼성증권 직원들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자신도 모르는 대량의 자사 주식이 계좌에 들어있다는 것에 대해 뭔가 실수가 있었을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었을텐데, 대량 매도해 버렸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행동이라는 것이다.
금융당국과 삼성증권에 따르면, 이날 삼성증권 직원 30~40명은 약 501만주를 매도했다. 인당 평균 60억원에 가까운 차익을 남긴 것이다. 일부 직원은 삼성증권에서 팔면 금세 들킬 것이라고 예상한 것인지 다른 증권사로 주식을 대체입고한 뒤 매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형 증권사의 기획실 직원은 “1주를 들고 있던 조합원에게도 1000주(4000만원 상당)의 주식이 배당됐다는 건데, 이 정도면 당연히 이상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증권업계에선 ‘누가 수백억원을 벌었더라’하며 재미있어하는데,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선 안타까움만 느낀다”고 했다.
주식을 매도한 일부 삼성증권 직원은 “매도 물량이 어느 정도인지 보지 않은 상태에서 그냥 전량 매도 주문을 누른 것”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대부분 직원은 사측에 배당 실수를 보고하고 매도에 가담하지 않았다. 이날 잘못 부여된 주식배당 물량은 28억3162만주에 이른다. 전체의 0.0017%만 매도 물량으로 출회된 셈이다.
삼성증권은 우리사주 배당 사고를 장개시 직후 인지했다. 이후 부랴부랴 내부 전산망에 공지했으나, 이미 일부 직원들이 주식을 판 상태였다.
삼성증권은 매도 금지 공지를 낸 이후 매도한 물량은 100% 환수하겠다고 했고, 그 이전 매도 물량은 좀 더 검토한 뒤 공식 입장을 밝히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20%만 돌려줘도 된다고 하더라”라는 설이 제기됐으나 회사 측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삼성증권 한 관계자는 “(직원을 대상으로) 소송이 진행될 수도 있다”고 했다.
◇ 투자자 피해 분쟁 가능성 높아...“삼성 창구로 매물 쏟아져 같이 팔았다”
삼성증권의 500만주 대량 매물에 놀라 손절매한 투자자들은 소송전을 예고하고 있다.
한 투자자는 “아침에 장이 열리자마자 삼성증권 창구에서 너무 많이 팔아, 무슨 대형 악재가 있는 줄 알았다”고 억울함을 호소하는 글을 증권정보업체 사이트 등에 남겼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도 “오늘 박근혜 전 대통령 선고일이라, 혹시 박 대통령과 삼성간의 무슨 다른 뉴스가 있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사실 관계부터 확인해야 한다”면서도 “투매에 동참한 투자자 등에 대해선 삼성증권이 보호 장치를 마련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원재웅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501만주 재매수, 거래비용과 소송 등으로 발생할 수 있는 삼성증권의 손실 규모는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브랜드 이미지는 훼손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 안재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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