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대법원 "양심적 병역거부, 대체복무와 무관한 양심의 자유",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

道雨 2018. 11. 1. 14:07




대법원 "양심적 병역거부, 대체복무와 무관한 양심의 자유"




"대체복무는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 후 형평성 문제 해소방안"
처벌조항 위헌여부에 초점...결 다른 헌재 판단에 '선 긋기'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병역법 위법 관련 선고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1일 오전 서초구 대법원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병역법 위법 관련 선고를 위한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열리고 있다. 2018.11.1 mon@yna.co.kr



대법원이 1일 종교적·양심적 병역거부자를 병역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밝힌 새로운 판례는, 앞선 헌법재판소의 결정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올해 6월 헌법재판소가 병역법의 처벌 조항에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 '대체복무 도입'과의 관련성을 주된 화두로 삼았다면, 대법원의 이날 판결에는 현재 처벌 조항이 '대체복무제 도입과 무관하게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날 현역병 입영을 거부했다가 병역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여호와의 증인' 신도 오모(34)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무죄 취지로 창원지법 형사항소부에 돌려보냈다.

김명수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 가운데 8명은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라면, 이는 병역법 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대체복무제 도입 문제와 양심적 병역거부의 처벌 여부가 '별개'라는 판단을 별도로 제시했다는 점이다.

다수의견을 낸 대법관들은 "양심적 병역거부를 정당한 사유로 인정할 것인지는, 대체복무제의 존부와 논리 필연적 관계에 있지 않다"며 "현재 대체복무제가 마련돼 있지 않다거나 향후 도입될 가능성이 있더라도, 피고인에게 정당한 사유가 인정된다면 처벌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이는 3개월여 전 헌재가 병역의 종류에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 조항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처벌 조항과 관련해 내놓은 일종의 '권고 의견'에 대해 선을 긋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병역법 위법 관련 선고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1일 오전 서초구 대법원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병역법 위법 관련 선고를 위한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열리고 있다. 2018.11.1 mon@yna.co.kr



헌재 결정 당시 처벌 조항에 합헌 의견을 낸 강일원·서기석 재판관은 "대체복무제가 규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것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고 헌법에 위반되므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병역종류 조항에 헌법불합치 결정이 선고되면, 법원도 더는 처벌 조항에 따라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처벌 여부가 아닌 처벌 조항의 위헌 여부를 심리한 만큼, 이는 '대체복무제가 없다 보니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소집에 응하지 않아 처벌받게 되는 것이지, 처벌 조항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판단으로 요약된다.


반면 이날 대법원의 판결은 처벌 여부에 초점을 맞춰 '대체복무제가 있든 없든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라면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므로 처벌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수의견을 낸 대법관들은 "대체복무제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했을 때 제기될 병역의무의 형평성 문제를 해소하는 방안"에 불과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런 판단은 오히려 헌재 결정 당시 김창종 재판관이 처벌 조항의 위헌소원·위헌제청을 각하해야 한다고 밝힌 의견에 대한 '화답'처럼 보이기도 한다.

당시 김 재판관은 각급 법원이 낸 위헌제청에 대해 "법원들은 양심의 결정에 따른 입영거부가 처벌 조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스스로 판단한다면, 위헌제청을 하지 않더라도 무죄를 선고함으로써 사건을 해결할 수 있다"며 "그런데도 합헌적 법률해석의 의무를 회피한 것"이라며, 위헌제청 자체가 부적법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sncwook@yna.co.kr



******************************************************************************************************




여호와의증인 "역사적판결 환영"...종교계는 의견 갈려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종교적·양심적 병역거부 인정' 판결을 받은 당사자 오승헌씨가 환하게 웃고 있다. 2018.11.1





종교적 신념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가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에 여호와의증인이 "역사적인 판결"이라며 환영을 표했다.

종교계에서는 환영과 우려의 목소리가 엇갈렸다.


여호와의증인 한국지부는 1일 논평에서 "대법원의 전향적인 판결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여호와의증인은 "오늘 판결은 지난 65년 동안 전과자로서 온갖 불이익을 견뎌온 2만명의 양심적 병역거부자들과 가족들에게 위로가 될 것"이라며 "대한민국 인권 의식의 성숙함을 보여준 역사적인 판결로서 오래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선량한 젊은이들이 군과 무관하고 자신의 양심에 반하지 않으면서 국제 표준에 부합하는 민간 대체복무를 통해 사회에 많은 기여를 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여호와의증인에 따르면, 현재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로 재판이 진행 중인 신도는, 대법원에 사건이 계류된 210명을 포함해 총 930명이다.

지금까지 하급심에서는 양심적 병역거부와 관련해 무죄 판결이 총 118건 있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인권센터도 이날 판결을 환영했다.

NCCK"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양심적 신념을 존중하고, 인간의 존엄과 권리를 보장하는 옳은 결정"이라며 "한국사회의 평화정착과 민주주의 그리고 인권 증진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남은 과제는 실질적인 대체복무제를 실현하는 것"이라며 "자신의 양심적·종교적 신념을 보장받지 못하고 두려움에 떨었던 긴 세월을 걸어온 병역거부자들 위로하며, 현재 감옥에 수감 중인 이들에 대해 법무부가 합당한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에 국가적 안보 위기와 사회 혼란을 우려하는 의견도 있다.

보수 성향 개신교 연합기구인 한국기독교연합은 대표회장 이동석 목사 명의 성명에서 "지구상에 유일한 분단국가라는 안보 현실을 무시한 판결로, 양심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해석이 낳을 우리 사회의 혼란에 대해 깊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이제 대한민국은 군대 가지 않기 위해 '나도 양심적 병역거부자'라고 자칭하는 자들이 줄을 서고, 이들을 위한 대체복무는 애국심을 양심으로 둔갑시킨 자들의 병역 기피 수단으로 악용될 것이 뻔하다"고 말했다.


한국교회언론회는 "종교·양심적 병역거부의 처벌이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판결"이라며 "법률기관 사이에서도 결정이 다르면 그 혼란은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특정 종교를 위해 헌법적 우선순위를 뒤바뀌게 하고, 국가의 안위와 안보를 유지하도록 해야 하는 법 조항을 무력화시킨 결정"이라고 반발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날 현역병 입영을 거부했다가 병역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여호와의증인 신도 오모(34) 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6개월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무죄 취지로 창원지법 형사항소부에 돌려보냈다.


이로써 정당한 병역거부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유죄를 선고한 2004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143개월 만에 뒤집혔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지난 6월 양심적 병역거부 처벌 조항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지만, 병역법을 개정해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라고 결정했다.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doub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