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삼성바이오, 한국판 엔론 스캔들

道雨 2018. 11. 19. 10:49




삼성바이오, 한국판 엔론 스캔들




미국 에너지·통신 기업 엔론은 2001년 약 1조5천억원의 이익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회계장부를 조작한 게 덜미를 잡혔다. 이 분식회계 스캔들은 지금도 회계조작 하면 제일 먼저 언급될 정도로, 미국 첨단기업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일대 사건으로 기록돼 있다.


이 사건의 기록을 보다 보면, 탐욕에 눈이 먼 최고경영진이 회계법인의 묵인 아래 외부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회계’라는 전문영역 뒤에서 얼마나 대담하게 장부를 조작했는지 아연실색해진다.

이들은 회계규정상 특별목적기구(SPE)의 지분율을 97% 이하로만 유지하면 연결재무제표 작성 대상에서 제외되는 허점을 이용했다. 이 관계사를 이용해 자금을 차입하면서도, 차입금을 연결재무제표에서 누락하는 방식으로 이익을 부풀렸는데, 이 관계사가 무려 수백개에 이르렀다.


이 회사 경영진의 안하무인격 태도를 보여주는 에피소드 하나.

2001년 4월 기관투자가들과의 콘퍼런스콜이 열렸다. 한 증권분석가가 “엔론은 대차대조표가 실제 수익과 일치하지 않는 유일한 회사”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표이사인 제프리 스킬링이 나섰다. “음… 좋은 의견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멍청한 사람아.”

스킬링은 이런 공개적인 욕설을 통해 복잡한 회계방식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면박을 주면서 곤란한 상황을 모면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엔론 스캔들이 만천하에 드러난 결정적 계기는 내부제보였다.

부사장 셰런 왓킨스는 그해 8월 최고경영자 케네스 레이 회장에게 익명으로 회계처리의 문제점을 요약한 6장짜리 편지를 보냈다. 그러나 경영진이 진실을 덮으려 하자, 왓킨스는 이 편지를 언론에 공개했다. 결국 엔론은 그해 10월 회계조작을 실토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을 엔론과 직접 비교할 수는 없다. 그러나 회계조작의 규모(4조5천억원)와 대담성을 보면 엔론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또 대부분의 분식회계 사건들에서 최고경영층의 이해관계, 회계법인의 묵인이라는 특성들이 나타나는데, 이번 사건도 예외가 아니다.


삼성바이오 쪽은 문제의 회계처리에 대해 “국제회계기준에 의거 엄격하게 평가해야 한다는 외부 감사법인의 입장을 존중하고, 또 글로벌 기업으로서 회계의 투명성 제고 차원에서 이를 수용하였다”고 밝혔다. 회계법인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최근 공개된 삼성바이오 내부문건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시 제일모직 주가의 적정성 확보를 위한 차원임이 드러났다. 즉,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진행된 합병 건과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는 것이다.

내부문건엔 또 국내 4대 회계법인의 이름이 등장하는데, 이들의 묵인은 ‘삼성 제국’의 힘이 아니고선 설명하기 힘들다.


그렇다면 이번 건은 과연 어떻게 결말을 맺을까.

다시 엔론으로 돌아가 보자.

엔론과 회계법인 아서앤더슨은 1년 뒤인 2002년 모두 파산했다. 레이 엔론 회장은 24년형을 선고받았으나 복역 시작 전 심장마비로 숨졌고, 스킬링 대표는 14년 복역 뒤 올해 8월에야 풀려났다.

미국 자본주의가 정글 같지만 그래도 작동하는 것은 이런 준엄한 단죄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당시 사베인스-옥슬리법을 제정해 회계감독 강화의 전환점으로 삼았다.


불행하게도 한국에선 기아차(분식 규모 3조원), 에스케이(SK)글로벌(1조5천억원), 대우그룹(22조9천억원), 대우조선해양(5조원) 등 많은 분식회계 사건을 겪었음에도 아직 교훈을 얻지 못하고 있다. 여기엔 낮은 처벌 강도도 한몫한다.


기업 회계는 자본주의 경제의 가장 기초단위다. 이것이 거짓으로 만들어진다면, 신뢰가 형성되지 않아 경제시스템 자체가 부실해진다.

이번 사건이 한국 자본주의가 재탄생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도록, 일벌백계하고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할 것이다.




박현 신문콘텐츠부문장

hyun21@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870733.html?_fr=mt0#csidxd8817ffb5bdbc1a80980d5dc700bf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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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이 꾸린 TF ‘삼바 회계분식’ 주도했다

 





삼바 재경팀 문건 추가 분석
삼바·4대 회계법인과 함께 회의
제일모직 합병비율 합리화 논의
콜옵션 상쇄 ‘할인율 조정’도 추진


지난 14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삼성바이오로직스 앞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져 있다. 연합뉴스
지난 14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삼성바이오로직스 앞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져 있다. 연합뉴스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삼성물산이 자체적으로 태스크포스(TF·티에프)를 꾸려,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재경팀과 긴밀하게 회계처리 방안을 논의하면서, 사실상 분식회계 과정을 주도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삼성물산 합병 과정은 삼성바이오 ‘고의 분식’의 출발점이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경영권 승계 의혹의 몸통으로 지목되고 있다.

18일 <한겨레>가 삼성바이오 재경팀이 작성한 내부문건을 분석한 결과, ‘삼성물산 티에프’는 2015년 8월5일 삼성바이오 본사가 있는 인천 송도를 직접 방문해, ‘(삼성물산) 합병 시 바이오로직스의 적정한 기업가치 평가’를 위해 안진회계법인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에서는 ‘(삼성물산의) 자체 평가액(3조원)과 시장 평가액(8조원) 괴리’에 따라 나타날 ‘합병 비율의 적정성, 주가 하락 등 시장 영향의 예방을 위한’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돼 있다.

삼성물산 티에프는 일주일 뒤인 8월12일에는 삼성바이오에피스(에피스)의 ‘콜옵션 부채’ 문제를 집중적으로 삼성바이오 쪽과 협의했다. 에피스의 콜옵션 부채 처리 문제는, 금융당국이 삼성바이오의 회계기준 변경을 ‘고의 분식’으로 판단한 결정적 쟁점이다. 이 과정에서 삼성물산 티에프와 삼성바이오는 구체적인 분식회계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내부문건에는 ‘(콜)옵션 효과(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하락) 반영(90%→50%)에 따른 (보유)주식가치 하락 효과를, 할인율 조정으로 상쇄하여 3.3조원으로 평가 산정 예정’이라고 돼 있는데, 이는 콜옵션 부채를 공개하면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바이오 지분 가치도 함께 줄게 되니, 할인율을 조정해 상쇄하는 방식으로 3조3천억원으로 임의로 짜맞추겠다는 것이다.

삼성바이오 기업가치를 6조6천억원으로 맞춘 뒤 삼성물산이 가진 지분(51.2%)을 곱하면 3조3천억원이 나오는 방식이다.
할인율은 기업의 미래 현금흐름표를 현재 가치로 환산할 때 쓰는 비율이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기업가치 산정 때 할인율은 어떤 목적을 위해 정하는 게 아니라 독립적으로 계산되어야 한다. 삼성바이오가 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바꾼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할인율을 바꾼 것은 훨씬 더 큰 분식회계에 해당할 수 있다. 실제 삼성물산이 할인율을 어떻게 적용했는지는 감리 등을 통해 들여다봐야 정확히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내부문건. 삼성바이오 재경팀이 2015년 8월12일에 작성해 초기 분식회계 모의 혐의가 담겼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내부문건. 삼성바이오 재경팀이 2015년 8월12일에 작성해 초기 분식회계 모의 혐의가 담겼다.


이후에도 물산 티에프와 삼성바이오는 10월 한달 동안 삼일·삼정·안진·한영 등 4대 회계법인과 논의를 거쳐, 기말 재무제표 결산을 앞둔 11월10일 ‘콜옵션 평가 이슈’에 대한 세 가지 대응방안을 그룹 미래전략실에 보고했고, 일주일 뒤인 18일 회계처리 기준을 변경하는 최종안을 채택했다.

금감원 ‘외부감사 및 회계 등에 관한 규정’을 보면, ‘회계처리기준 위반 혐의가 고의 또는 중과실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경우’, ‘회사의 회계처리기준 위반에 관한 제보가 접수되거나, 중앙행정기관이 재무제표 감리를 의뢰한 경우’에 금감원은 감리에 들어갈 수 있다.
증선위 결정 뒤 금융위 내부에는 이런 규정을 적용하는 대신, 삼성바이오 분식회계가 삼성물산 회계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고 보고 삼성물산 감리 가능성을 낮게 보는 분위기도 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삼성 내부문서에 ‘(제일)모직 주가의 적정성 확보를 위해 바이오 사업가치를 6조9천억원으로 평가하여 장부 반영’했다는 표현이 나오는 만큼, 금감원은 즉시 삼성물산에 대한 감리에 착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finance/870772.html#csidx1b056940a2b0d6faa0824dbb78c0e1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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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조7천억 분식회계' 고재호 징역9년…4조5천억 삼바는?




국내·외 분식회계 형사처벌 사례
12조 공적자금 투입 대우조선해양
전직 두 사장 연임하려 회계 조작
남상태도 1심서 징역 6년 선고받아

1조5800억 분식 SK최태원 집유 5년
2800억 두산 박용성·박용오 집유 5년

미국은 시장 속인 행위 강력 처벌
1조5천억 분식한 엔론 CEO 스킬링
24년형 선고…회계법인 결국 해체


※ 그래픽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의 고의 분식회계 사건이 검찰로 넘어가면서, 과거 국내외에서 발생한 주요 분식회계 사건들의 형사처벌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시장질서 교란 행위에 철퇴를 내린 경우도 있지만, 그룹 총수가 면죄부를 받은 사례도 적지 않다.

최태원 에스케이(SK)그룹 회장은 취임 5년 만인 2003년 에스케이글로벌 분식회계 및 배임과 관련해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검찰 수사로 드러난 분식회계 규모는 무역과 관련한 외상매입금(유전스) 누락 1조1800억원, 해외법인 손실 누락 2500억원, 가짜매출 채권 가공 1500억원 등 총 1조5800억원에 이르렀다.

1심 재판부는 “최태원 회장은 시장경제와 주식회사 제도에 대한 신뢰를 훼손했다. 범행 주도자이자 이익의 최종 귀속자로서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며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했지만, 2심 재판부는 “계열사의 손해가 원상 복구됐다”며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하고 최 회장을 풀어줬다.

외환위기 이래 12조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대우조선해양에서는 6조원대의 분식회계가 발생했다. 2012년부터 회사를 이끌었던 고재호 전 사장이 원가는 줄이고 매출을 부풀리거나, 자회사 손실을 회계에서 누락하는 등의 방식으로 5조7000억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저질렀고, 그의 전임이었던 남상태 사장 또한 2008~2009년 5000억원대 분식회계를 했다.
검찰 수사 결과, 산업은행 관리를 받던 ‘주인 없는 회사’의 전문경영인이었던 두 사장은, 연임 욕심에 무리하게 회사 실적을 조작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거짓 회계장부로 40조원대 대출을 받았으며, 분식회계가 드러난 뒤 20만원대를 넘나들던 대우조선 주가는 1만원대까지 떨어져 수많은 투자자가 피해를 봤다.
고 전 사장은 지난해 말 대법원에서 징역 9년이 확정됐고, 남 전 사장은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고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이외에도 김우중 대우그룹 전 회장이 20조원대 분식회계 혐의로 2006년 징역 8년6월을 선고받았지만 2008년 특별 사면됐고, 두산 그룹도 2005년 2800억원 분식회계 혐의로 박용오 전 명예회장과 박용성 전 회장이 나란히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현대상선도 1조원이 넘는 분식회계로 물의를 빚었다.

한국과 달리 미국에서는 시장과 투자자를 속인 경영인 등에게 엄격한 처벌을 내린다. 대표 사례가 1990년대 에너지시장 규제가 완화되면서 에너지 중개업체로 급성장한 엔론의 분식회계 사건이다.
2000년 매출액 약 1000억달러로 <포천>이 선정한 세계 500대 기업에서 16위를 차지했던 엔론은, 이듬해인 2001년 15억달러 규모의 장부조작(분식회계)이 드러나며 급격히 붕괴했다.
이 사건으로 엔론 최고경영자(CEO) 제프 스킬링은 법원에서 24년형을, 최고재무책임자(CFO) 앤드루 패스토는 10년형을 선고받았다. 제프 스킬링은 4000만달러를 투자자들에게 배상하기로 하고 수감 14년 만인 지난 9월 석방됐다. 이 밖에 엔론의 회계 감사를 맡은 미국 5대 회계법인 ‘아서 앤더슨’은 시장의 신뢰를 잃어 2002년 해체됐다.

지난 14일 금융당국 발표로 드러난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규모는 4조5000억원에 이른다. 엔론이나 에스케이글로벌 분식액의 3배 수준이다. 특히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즉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총수일가의 그룹 지배력(지분율) 유지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죄질’도 안 좋은 편이다.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사건을 처음 공론화한 참여연대는 이달 초 이 부회장을 분식회계 사건의 배후로 고발했는데, 검찰 수사가 어느 선까지 올라갈지 관심이 쏠린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870729.html#csidxfdaff8bcaf60617a4e856d238d7a2e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