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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지출 OECD 꼴찌, ‘과잉 복지’ 타령할 때 아니다

道雨 2019. 10. 1. 10:51




복지지출 OECD 꼴찌, ‘과잉 복지’ 타령할 때 아니다

 




그래픽 / 김지야
그래픽 / 김지야

 


자유한국당은 지난 22일 발표한 ‘민부론’에서 “문재인 정부의 복지 폭증으로 재정 위기가 앞당겨지고 있다”며 ‘복지 포퓰리즘 방지법’을 제정하자고 주장했다. 당해 연도의 세입을 초과하는 복지정책을 신설하지 못하게 하자는 것이다.


보수언론들은 정부가 사회안전망 강화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총선용 세금 퍼주기로 나라 살림을 거덜 내 남미 국가들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고 공격한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 대비 복지지출은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3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두관 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2018년 기준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사회 복지지출 비율은 11.1%였다. 2018년 통계가 파악된 29개 국가 가운데 꼴찌다. 29개국 평균인 20.1%의 절반 수준이다. 전체 36개 회원국 가운데서는 칠레(2017년 10.9%)와 멕시코(2016년 7.5%) 다음으로 낮다.


공공사회 복지지출은 국가 간 복지 수준을 비교하는 대표적 잣대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이 노령·질병·실업 등 경제·사회적 위험에 처한 개인에게 제공하는 사회적 급여나 재정적 지원을 말한다. 국민연금·건강보험·실업급여·기초연금·아동수당·근로장려금 등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최근 몇년 새 기초연금 확대, 아동수당 도입,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실업급여 확대 등 사회안전망을 강화했다. 복지 예산도 대폭 늘렸다.

올해 전체 예산 증가율은 9.5%인데 보건·복지·고용 분야 예산은 11.3% 늘었다. 9.3% 증가로 편성한 내년 예산안도 보건·복지·고용 분야를 12.8% 늘리기로 했다.


그런데도 복지지출 비율이 최하위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은, 이미 다양한 복지제도들이 정착돼 있는 선진국들에 비해 복지정책의 역사가 짧은 탓이 크다. 복지지출에 관한 한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얘기다.


정부는 지난 2월 ‘제2차 사회보장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올해부터 2023년까지 332조원을 투입해, 고용·교육·소득·건강 등의 분야에서 ‘포용적 사회보장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문제는 재원이다. 지금은 다행히 재정 건전성이 양호해 복지지출을 늘리는 데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빠른 속도의 저출산·고령화로 복지 수요는 계속 늘어나게 되는 반면, 재원 마련은 갈수록 어려워진다.


복지지출 비율은 국내총생산 대비 세금(국세+지방세) 비율인 조세부담률과 밀접과 관련이 있다.

지난해 복지지출 비율이 31.2%로 가장 높았던 프랑스의 2017년 조세부담률은 29.4%였다. 스웨덴은 복지지출 비율 26.1%, 조세부담률 34.3%였다.

반면 우리나라보다 복지지출 비율이 낮은 칠레와 멕시코는 조세부담률도 각각 18.7%와 14.0%(2015년)로 낮았다. 우리나라의 조세부담률은 20%로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7번째로 낮았다.


복지지출 비율을 늘리려면 조세부담률도 높일 수밖에 없다.

경제 사정이 어려운 마당에 당장 증세 얘기를 꺼내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하지만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증세를 통한 복지국가의 비전을 제시하고, 중장기 증세 로드랩을 만드는 일을 지금부터라도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한다.



[ 2019. 10. 1  한겨레 사설 ]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911506.html?_fr=mt0#csidx6446ac12561a3bfb7af6e78aae34f9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