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개월 이어진 '초저금리 시대' 끝났다
금통위, 기준금리 0.25%p 인상…코로나19 확산세에도 '경기 회복 지속' 전망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p 인상했다. 이로써 지난해 5월부터 이어져 왔던 0.50% 초저금리 시대가 14개월 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한은은 26일 오전 금융통화위원회 결과, 기준금리를 현재의 0.50%에서 0.25%p 인상한 0.75%로 운용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한은은 9차례에 연속 이어져 온 기준금리 동결 기조를 끝냈다. 기준 금리가 인상된 건 지난 2018년 11월 이후 2년 9개월 만의 일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취임한 후론 세 번째 인상이다. 이 총재는 지난 2017년과 2018년 두 번에 걸쳐 금리를 인상한 바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5월 처음 연내 금리 인상을 시사한 후, 기회가 될 때마다 통화정책 정상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하지만 이날 금통위를 앞두고 시장에선 한국은행이 금리인상을 한 차례 더 미룰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금융투자협회가 국내 채권 보유·운용 관련 종사자 100명(52개 기관)을 상대로 지난 11일부터 17일까지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 중 67명은 8월 금통위 회의에서 기준금리가 0.50%로 동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달 들어 코로나19의 4차 대유행이 본격화하면서, 코로나19가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한 불확실성이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이주열 총재 역시 지난달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한 후 간담회를 통해 "코로나19 전개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한층 커진 것이 사실"이라며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영향을) 조금 더 지켜보기로 했다"며 금리 동결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한은은 이날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코로나19에 따른 불확실성에도 우리 경기 회복세는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이다. 한은은 이날 금리인상 발표 직후 '전망시기별 2021년 성장률 전망 내역' 자료를 내놓고,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기존과 동일한 4.0%로 유지했다.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또한 지난 5월 예측한 것과 동일한 3.0%로 전망했다.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지난 5월 한은 전망치(1.8%)보다 높은 2.1%일 것으로 내다봤다.
극심한 '금융불균형' 또한 한은이 초저금리 시대를 끝낸 이유 중 하나다. 한은은 지난 24일 '2021년 2분기 가계신용(잠정치)'을 통해, 가계부채 지표에 해당하는 '가계신용'이 지난 6월 말 기준 1805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인구 수로 나누면, 국민 1명당 3490만원의 빚을 지고 있는 꼴이다. 한은은 이날 금리 인상 결정 배경을 설명한 '통화정책방향' 자료에서도 "가계대출은 증가세가 확대되었으며, 주택가격은 수도권과 지방 모두에서 높은 오름세를 지속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은이 금리를 인상하면 그 효과는 시차를 두고 시장에 나타나게 된다. 먼저 금융기관이 단기에 주고받는 자금대차를 뜻하는 '콜(call)' 금리가 오르고, 이는 곧 장단기 시장금리 인상으로 이어진다. 연이어 예금·대출 금리가 올라 실물 경제로 파급 효과가 이어지는 양상을 띤다.
이와 관련해 한은은 "코로나19 관련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으나, 국내경제가 양호한 성장세를 지속하고, 물가가 당분간 2%를 상회하는 오름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되므로, 앞으로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점진적으로 조정해 나가겠다"며 "이 과정에서 완화 정도의 추가 조정 시기는, 코로나19의 전개 상황 및 성장·물가 흐름의 변화, 금융불균형 누적 위험,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류승연(syr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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