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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아이들의 정서적 안정을 위해 준비한 인형

道雨 2021. 8. 30. 10:07

아프간 어린이가 곰인형 선물 꼭 끌어안은 이유

 

법무부, 안아보고 촉감 확인하고 직접 골라
문화까지 배려해 강아지 인형은 제외
비와도 천진난만한 아이들에 웃음

 


미라클(기적) 작전으로 한국에 도착한 아프가니스탄 어린이가 27일 충북 진천 공무원 인재개발원으로 이동하는 버스에서 창문을 사이에 두고 방호복을 입은 경찰과 손장난을 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다른 아이는 분홍색 곰돌이 인형을 품에 안고 있다.

* 아프가니스탄 현지인 조력자 가족의 아이들이 방호복을 입은 경찰과 유리창 너머 놀이를 하고 있다. 뉴시스

 

               * 26일 인천국제공항에 입국한 아프간 가족의 아이들이 인형을 들고있다. 인천공항=이한결기자

 


앞서 26일 아프간 조력인과 가족들이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을 때 아이들이 안고 있었던 인형이 화제가 됐다. 알고 보니 이 인형들은 법무부가 생사의 갈림길에 선 아이들의 정서적 안정을 위해 준비한 인형으로 밝혀져 훈훈함을 자아냈다.

* 과거 한국을 도왔던 아프가니스탄 협력자 가족의 한 어린이가 26일 오후 우리 공군 다목적 공중급유 수송기를 이용해 인천공항에 도착한 뒤 선물 받은 인형을 안고 임시 방역 시설로 가기 위해 버스로 이동하고 있다.연합뉴스

 


법무부 관계자는 이날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번에 아프가니스탄에서 입국하는 아이들이 매우 많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어린 나이에 힘든 시간을 겪으며 오는 아이들에게 환영의 의미를 표시하기 위해, 법무부 내부에서 의논해 애착 인형을 준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 아이가 몰랑이 인형을 들고 활짝 웃으며 인사하고 있다. 인천공항=이한결기자

 


급작스럽게 준비를 하는데 어려움이 따랐지만, 아이들이 인형을 안았을 때 느낄 촉감까지 고려해, 법무부 직원들이 직접 인형을 만져보고 안아보며 고른 것으로 전해졌다. 집을 떠나 낯선 환경에서 머물게 될 아이들이 인형에 기대어 쉴 수 있도록 포근한 느낌이 나는 인형들로 골랐다는 것이다. 법무부 직원들의 자녀들이 좋아했던 인형 등도 참고해서 준비했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이슬람권인 아프가니스탄의 문화까지 세심하게 고려했다. 이 관계자는 “이슬람 문화에 정통한 전문가의 의견을 구해 강아지 인형은 제외했다”며 “대신 곰과 토끼, 고양이 인형을 채택했다”고 설명했다. 이슬람 문화권에서 개는 정결하지 못한 동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세심한 배려 끝에 아프간 아이들에게 전달된 인형은, 국내 작가 하얀오리(윤혜지)씨의 토끼 캐릭터인 몰랑이 인형과 노블래빗 인형, 미국에서 탄생한 곰 캐릭터 케어베어인형, 위더펫 고양이 인형이다.

 * 여자 아이들의 품에 케어베어스 인형이 안겨있다. 남자아이는 위더펫 고양이 인형을 안고있다. 인천공항=이한결기자

 

                   * 아이들이 노블래빗 인형을 들고있다. 인천공항=이한결기자


법무부 직원들은 인형을 준비해 아프간 조력자와 가족들이 입국한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했다. 아프간 아이들은 공항에 도착했을 때 어리둥절하고 피곤한 모습이었다. 직원들이 인형을 전달하자 아이들은 인형을 받아 안고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법무부 관계자는 “어린 동생이 인형을 땅에 떨어뜨리자, 옆에 있던 오빠가 얼른 주워주며 챙기는 훈훈한 모습도 보였다”고 전했다.

* 우리 정부에 협력한 아프가니스탄 현지인 및 직계 가족들이 26일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한국에 입국한 이들에게 난민이 아닌 특별공로자 자격을 부여하고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 6주 가량 수용할 방침이다. 인천공항=이한결기자

 

* 과거 한국을 도왔던 아프가니스탄 협력자와 가족들이 27일 오전 임시격리시설인 경기도 김포의 한 호텔에서 버스를 타고 충북 진천으로 출발하면서 비가 내리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이들은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6주간 생활하며 한국 사회 적응을 위한 교육을 받을 예정이다. 연합뉴스

 


아이들은 진천으로 향하는 버스에 탑승해 오랜 시간 대기했다. 이 관계자는 “창문 너머로 윙크를 주고받으며 웃는 아이들의 모습은 영락없이 순박한 아이들의 모습이었다”며 “어린아이들은 문화나 종교, 지리적인 거리감을 떠나 모두 같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아이들은 당분간 진천 인재개발원에서 가족들과 지내게 된다. 법무부 측은 “아무래도 공무원 연수원이다 보니 아이들을 위한 시설이 없다”며 “앞으로 2주 동안 격리에 들어갈 텐데, 격리가 해제되면 최소한 아이들이 즐겁게 생활할 수 있도록 장난감이나 실내용 미끄럼틀 등을 준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제경 인턴기자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6211334&code=61121111&cp=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