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자료, 기사 사진

세대별 소득·소비 보고서, 노인빈곤율이 조금씩 개선되고 있는 상황

道雨 2021. 12. 10. 18:19

60대 가구주 월평균 소득 352만원...은퇴한 58년 개띠 "쓰고 산다"

 

세대별 소득·소비 보고서
60대, 근로·사업소득 모두 늘고, 이전 소득 100만원 넘겨 '유일', 소득·소비 증가율 他세대 압도
코로나 와중에 소비 되레 늘려, 교육·의류비 줄인 3040과 대조
韓 노인빈곤율 OECD 1위지만, "실버부머로 점차 개선될 여지"

 

 

◆ 소비 버팀목 실버베이비부머 ◆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1957년생 A씨(64)는 총 25년간 산업현장을 지켰다. 은퇴 직전까지 서울에 40평형대 아파트 한 채를 마련했지만, 마땅한 일거리를 찾지 못해, 은퇴 이후에는 노후에 대한 걱정이 컸다.
국민연금 수령을 3년 앞당겨 2016년부터 매월 들어오는 120만원과, 본인과 배우자 명의로 받는 개인연금 등, 월 190만원의 수입, 그리고 그동안 저축해놓은 돈을 허물며 생활을 유지했다. 그러던 중 작년 12월부터 주택연금으로 월 220만원의 추가 소득이 생겨 생활에 여유가 생겼다.
 

60세 이상 실버세대의 지난 10년간 월평균 소득과 소비 증가율이 다른 연령층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은퇴기에 접어든 약 700만명의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만 58~66세)가, 그동안 쌓아온 자산과 연금 등 안정적인 소득을 바탕으로, 앞선 노령세대인 '산업화 세대'와는 다르게 높은 소비성향을 유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가구주가 60대 이상인 실버세대의 올해 3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352만원으로, 2011년 3분기(195만원)보다 80.2% 증가했다.

가계를 운영하기 위해 소비하는 상품과 서비스 구입 대가로 지출한 소비지출과 조세, 연금기여금, 사회보험 등 비소비지출로 구성된 월평균 가계지출 역시 올해 3분기 248만원으로 같은 기간 57.7% 늘었다. 전체 가구의 소득과 가계지출이 같은 기간 각각 38.9%, 25.1% 증가한 점을 감안하면, 실버세대의 증가율이 전체 가구보다 배 이상 빠르게 불어난 것이다.

실버세대는 근로소득과 사업소득, 이전소득 모두 10년 전과 비교해 각각 80.5%, 83.5%, 114%로 수입이 고르게 늘어났으며, 근로소득과 사업소득 증가율은 가장 높았다. 공적연금, 연말정산 환급금, 가구 간 이전 등이 포함되는 이전소득의 경우, 증가율로는 40대(137%)와 50대(125%)보다 낮았지만, 금액 규모로는 약 119만원으로 세대 중 유일하게 100만원대를 넘겼다.

실버세대가 지출을 가장 많이 늘린 분야는 보건으로 10년 전(14만원)보다 72% 늘어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가정용품·가사서비스(69%), 주류·담배(67%) 증가율이 뒤를 이었다. 실버세대는 외식과 여행에 대한 수요도 높아, 음식·숙박 부문 지출액이 약 20만원으로 10년 전과 비교해 63% 증가했으며, 소비지출 중 차지하는 비중도 식료품·비주류음료(44만원), 보건(24만원), 주거·수도·광열(22만원) 다음으로 높았다. 실버세대는 전체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이 10년 전과 비교해 각각 22%, 6% 감소한 교육과 의류·신발 부문에서도 각각 57%, 9.4% 늘었다.

60대 이상 가구주의 가구당 평균소비성향은 63.6%로 30대 이하(68.9%), 40대(70.8%), 50대(66.7%)에 비해 낮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을 뺀 흑자율이 높다는 의미도 된다. 흑자액이 저축이나 자산 구입, 부채 상환 등에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인 점을 감안하면, 소비여력은 더욱 높아질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가구주가 60세 이상인 가구의 월평균 소득과 소비가 상대적으로 빠르게 늘어난 것은, 연금 등 안정적인 소득이 뒷받침된 베이비부머가 실버세대의 주류로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베이비붐 세대의 앞 세대인 산업화 세대가 60대에 접어들었을 때는, 1988년 시작된 국민연금 등 연금제도의 미성숙으로, 가입 기간이 짧아 연금 수입이 부족했다. 또한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부모 부양과 자식 교육으로 노후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 빈곤율은 43.4%(2018년 기준)로 OECD 회원국 중 1위였다.

반면 베이비부머들은 1980~1990년대 경제도약기에 근로현장에 뛰어들어 상대적으로 자산을 키울 기회가 많았고, 국민연금의 혜택을 본격적으로 받아 안정적인 노후를 보낼 수 있는 세대로 꼽힌다. 이와 비슷한 규모의 2차 베이비부머(1968~1974년생)마저 은퇴기에 진입할 경우 노인 빈곤율은 낮아질 수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2021~2025 국가재정운용계획 지원단 보고서: 노후소득보장 체계 개선'에 따르면, 베이비붐 세대의 첫 기수인 1955년생이 만 61세가 된 2016년 노인빈곤율은 43.7% 였으나, 2019년에는 41.6%까지 낮아졌다. 같은 기간 노인 인구가 780만명에서 950만명으로 21.7% 늘어난 반면, 노인 빈곤 인구는 340만명에서 390만명으로 14.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태석 KDI 인구구조대응연구팀장은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본격화로 실버세대 구성 자체가 개선되고, 정부의 사회복지 지출도 많이 늘어, 노인빈곤율이 조금씩 개선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중기 과제로 기초연금과 생계급여 재원 확대, 장기 과제로 국민연금 및 직역연금의 재정 지속가능성 확보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안병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