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일반상식

세균이 만든 산소, 지구를 숨쉬게 하다

道雨 2022. 2. 19. 10:02

[지구는 살아있다]

 

세균이 만든 산소, 지구를 숨쉬게 하다

 

 

* 우경식 교수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대구가톨릭대학교의 스트로마톨라이트를 관찰하고 있다. 이 스트로마톨라이트는 중생대 백악기 건조한 기후의 호숫가에서 자랐는데, 당시 한반도는 지금보다 더 따뜻한 기후였다고 추측할 수 있다. 우경식 제공

 

경상북도 경산시 대구가톨릭대 건물 뒤편에는 바위 몇 개가 덩그러니 모여 있습니다. 둥글둥글한 모습이 멀리서는 호빵처럼 보이는데, 가까이 다가가면 생각보다 커서 놀라게 되지요. 이 돌은 생물이 만들었고, 이 생물 덕에 지금 수많은 생명이 지구에서 숨 쉬며 살아갈 수 있습니다.  도대체 이 돌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남세균이 만든 퇴적암, 스트로마톨라이트

이 돌의 이름은 ‘스트로마톨라이트’입니다. 스트로마톨라이트는 얕은 물에서 자라는 남세균(시아노박테리아)이 만드는 퇴적암입니다. 남세균은 물과 이산화탄소, 햇빛을 이용해 영양분과 산소를 만드는 광합성을 합니다. 남세균은 자라면서 끈끈한 점액질을 내뿜어 표면에 붙어 있는데, 이 점액에는 남세균은 물론 물속을 떠다니던 모래나 진흙 입자도 붙습니다. 그래서 남세균이 넓게 자란 위로 퇴적물이 쌓이고, 그 위로 또 층층이 끈적이는 남세균이 자라면서 쌓여 큰 돔의 형태로 성장합니다. 이것이 굳으면 스트로마톨라이트라는 퇴적암이 되는 겁니다.

대구가톨릭대 뒤편의 스트로마톨라이트는 약 1억 년 전 중생대 백악기의 호수에서 자랐습니다. 필자는 예전에 우리나라의 중생대 스트로마톨라이트를 조사해서 한반도의 기후를 분석하는 연구를 했습니다. 연구를 위해 경상북도 여러 곳을 돌아다녔는데, 이 스트로마톨라이트를 보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전 세계를 돌아다녔지만, 호수에서 자란 스트로마톨라이트 중 이렇게 큰 것을 본 적은 없었습니다. 스트로마톨라이트는 100여 년 동안 겨우 수 cm 두께로 자랍니다. 그러니 이 거대한 스트로마톨라이트는 사실 수천 년이 넘는 오랜 세월 동안 만들어진 매우 귀중한 암석인 셈입니다.

이곳 말고도 한반도 곳곳에서 스트로마톨라이트가 발견됩니다. 서해의 소청도에는 고생대가 시작하기도 전인 약 10억 년 전에서 5억 4000만 년 사이에 만들어진 스트로마톨라이트가 있습니다. 어떻게 오랜 옛날부터 스트로마톨라이트가 만들어졌을까요. 스트로마톨라이트를 만든 남세균은 웬만한 생물보다 오래 지구에 살았습니다. 더 대단한 건 그 주인공이 우리가 숨 쉬는 산소를 제공했다는 사실입니다.

 

스트로마톨라이트, 지구를 산소로 채우다

* 스트로마톨라이트를 세로로 잘라보면 퇴적물과 박테리아가 차곡차곡 쌓이며 만든 ‘엽층리’라는 무늬가 나타난다. 셔터스톡/어린이과학동아DB

 

최초의 바다가 갓 만들어진 약 38억 년의 지구로 돌아간다면 아마 숨도 쉬지 못할 것입니다. 지구가 만들어진 후 약 10억 년 동안의 대기에는 인간이 숨 쉴 때 필요한 산소가 거의 없었습니다. 당시의 대기에는 수증기와 질소, 수소, 이산화탄소, 암모니아, 메탄과 같은 기체만이 가득 차 있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최초의 생명이 탄생했습니다. 지구에 언제 어떻게 생명체가 등장했는지는 지금도 연구 중이지만, 지금까지 발견된 가장 오래된 생명체의 화석은 약 35억 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바로 오스트레일리아 서부 필바라에서 발견된 스트로마톨라이트입니다. 남세균은 생명의 역사 초기에 등장한 생물로, 산소가 없던 초기 지구에 광합성을 통해 산소를 불어 넣었습니다.

지금이야 주변에 광합성을 하고 산소를 만드는 식물이 많으니, 남세균이 놀랍게 느껴지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남세균은 지구 생명체 중 처음으로 광합성을 통해 산소를 만들어 낸 선구자입니다. 남세균은 바다 가득 번성하면서 광합성을 통해 지구를 점점 산소로 채우기 시작했습니다. 바닷속을 가득 채운 산소는 원시 대기로 새어나갔습니다. 약 24억 년 전부터 시작된 이 과정을 ‘산소 대폭발 사건’이라 부릅니다. 현재 대기 중 산소 비율은 21%인데, 남세균이 지구를 산소의 행성으로 만들었습니다.

스트로마톨라이트는 고생대 캄브리아기 이후로 크게 줄어듭니다. 고둥 같은 동물이 등장해 남세균을 먹어치웠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모든 남세균이 사라진 건 아니에요. 1956년 오스트레일리아 서부의 ‘샤크만’을 탐사하던 지질학자들은 이곳에서 스트로마톨라이트를 만드는 남세균을 발견합니다. 샤크만의 얕은 하멜린 풀은 암석으로 가로막혀 있고 건조해서 다른 동물이 살 수 없을 정도로 바닷물이 짰습니다. 천적이 없는 이곳에서 남세균은 38억 년 동안 그래온 것처럼 여전히 광합성을 하며 스트로마톨라이트를 만들고 있었던 겁니다.

보통 화산이나 지진 같은 격렬한 지질 활동이 지구의 모습을 바꾼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구의 대기 조성을 바꾸고 산소를 채운 건 눈에 보이지도 않는 남세균이었습니다. 어쩌면 인간은 남세균에게서 겸손함을 배워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 오스트레일리아 서부 샤크만의 하멜린 풀에서 자라고 있는 스트로마톨라이트. 이곳은 남세균을 먹는 동물이 살 수 없을 정도로 바닷물이 짜서 지금도 스트로마톨라이트가 만들어지고 있다. 위키피디아 제공

 

 

 

※관련기사

어린이과학동아 2022년 2월 15일 발행 [파고캐고 지질학자] 14화 우리가 숨쉬는 산소, 세균이 만들었다?

※필자소개

우경식 강원대 지질지구물리학부 지질학 교수. 해양지질학을 공부하고 1986년부터 강원대학교 지질학과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국제동굴연맹 회장을 역임했으며, IUCN 세계자연유산 심사위원으로 세계의 지질유산을 심사하고 있다.

[우경식 강원대 지질지구물리학부 지질학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