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국정원 인사검증 부활하자는 장제원 의원의 ‘망발’

道雨 2022. 5. 26. 09:53

국정원 인사검증 부활하자는 장제원 의원의 ‘망발’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25일, 국가정보원을 주요 공직 후보자 인사검증에 공식적으로 참여시키자고 주장했다. 국정원을 다시 국내 정치와 사찰의 영역으로 끌어들이겠다는 매우 위험한 발상에 단호히 반대한다.

 

장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국정원에도 인사검증 부서를 정식으로 두면 좋을 것”이라고 올렸다. 전날 ‘한동훈 법무부’에 공직자 인사검증을 몰아줘 비판이 일자, 이를 ‘인사 시스템이 다원화된 채널 속에서 가동되는 것’이라고 옹호하며 꺼낸 말이다.

물론 윤석열 정부 첫 내각 후보자들이 부실 검증 논란에 휩싸이고, 정호영·김인철 후보자가 낙마하면서 검증 강화의 필요성을 느꼈을 수 있다. 과거처럼 국정원이 수집한 ‘존안자료’를 활용하면, 공식적인 검증이나 인재 데이터베이스 등에서 확인되지 않는 평판 조회가 손쉽게 가능하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는 우리 사회의 합의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퇴행적 사고다. 국정원은 5년 전 문재인 정부 출범과 동시에 인물 평판 수집을 비롯한 국내 정보 활동이 엄격히 금지됐다. 국정원 직원들이 정부 부처, 주요 기관, 기업, 단체 등을 일상적으로 드나들며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끊임없이 사찰 논란으로 이어졌고, 그로 인해 형사처벌을 받은 국정원장만 해도 여러명이다.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를 통해 그 폐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윤석열 정부에서 이런 주장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어이없는 일이다. 비록 ‘국민들께서 허락하신다면’이란 단서를 달았지만 ‘망발’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윤석열 정부 초대 내각에서 문제가 된 의혹들은 대부분 언론이 찾아낸 것으로, 단순 평판이 아니라 위법·탈법·불법의 경계선에 있다. 굳이 국정원을 동원하지 않아도 확인하고 검증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오히려 정호영 후보자의 경우처럼 콩 볶듯 하는 ‘벼락치기 검증’이 더 큰 문제일 수 있다.

 

장 의원이 “윤 대통령이 다양한 채널을 통해 인물에 대한 평판을 들어보길 원했다”고 쓴 대목도 우려스럽다. 마치 대통령이 국정원의 인사검증 동원을 바란다는 것처럼 읽힌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법에 정해진 목적 수행에 필요한 자료를 수집하는 것은 정당한 정보 수집”이라며, 국정원의 국내 정보 수집을 부활할 것처럼 말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이날 글이 대통령을 대신해 여론을 떠보려는 ‘간 보기’가 아니길 바란다.

 

 

[ 2022. 5. 26  한겨레 사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