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위성 발사에 9·19 ‘안전판’ 제거, 충돌 위험 높인다
북한이 21일 밤 정찰위성을 기습적으로 발사한 뒤, 정부는 곧바로 22일 9·19 남북 군사합의 일부를 효력 정지했다.
정부가 우발적 충돌의 안전판을 스스로 깬 것이다.
북한이 ‘합의 위반’을 빌미로 도발에 나서 군사적 긴장이 급속히 악화될 우려가 커졌다.
북한은 21일 밤 10시47분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군사정찰위성 1호기 ‘만리경-1’호를 발사했으며, 발사가 성공적이었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영국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현지에서 열린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와 임시 국무회의를 거쳐, 9·19 군사합의 1조 3항의 효력 정치 방침을 확정했다.
군사분계선 남북으로 20㎞(서부 지역)~40㎞(동부 지역) 공역에서 정찰 활동을 금지하는 이 조항이 정지되면서, 군은 22일 오후 3시부터 군사분계선 일대의 감시·정찰 활동을 강화했다.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한 것은 명백하다. 북한이 전술핵으로 한국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동향을 원격 감시할 능력을 가지게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북한의 만리경-1호가 정찰위성의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는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지만, 러시아와 군사협력을 급속도로 강화하고 있는 북한이 러시아의 도움으로 기술적 문제들을 극복해나간다면 한국의 안보 부담은 커지게 된다.
하지만 이에 맞대응해 9·19 군사합의의 효력을 정지시킨 것은 역효과를 낼 우려가 크다.
윤석열 정부는 전임 정부가 2018년 북한과 맺은 9·19 군사합의가, 한·미의 감시·정찰 능력을 제한해 북한에만 유리하다며, 합의를 파기하거나 효력 정지하겠다는 의도를 계속 밝혀왔다.
그런데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가 9·19 군사합의 위반은 아닌데도, 이에 대한 대응으로 효력 정지에 나선 것은 논리와 명분이 약하고, 오히려 북한이 역공에 나설 빌미가 될 수 있다고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한다.
한국이 먼저 남북간 합의 이행을 중단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판도라 상자를 스스로 여는 격이다.
한국이 군사분계선 일대 정찰 활동을 재개한 데 북한이 정면 대응으로 나온다면, 육상, 해상, 판문점 등에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우발적 충돌 가능성도 높아진다.
윤석열 정부는 이런 위험은 안중에도 없단 말인가.
미국의 전략무기들이 한국에 온다고 북한이 도발을 멈추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정부가 중국을 포함하는 다각적 외교로 안보 상황을 관리하는 성과도 보이지 않는다.
윤 대통령의 대북 강경 기조가 시험대에 오르게 되었고, 한국의 안보가 칼날 위에 서게 됐다.
[ 2023. 11. 23 한겨레 사설 ]
***********************************************************************************************************
북 “모든 군사 조치 즉시 회복”…사실상 9·19 합의 파기 선언
북한이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중지했던 모든 군사적 조처들을 즉시 회복할 것이라고 23일 밝혔다.
지난 21일 북한이 3차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하자, 우리 정부가 9·19 군사합의 일부 조항을 효력 정지한 데 대한 맞대응 격으로, 사실상 합의 파기를 선언한 것이다.
이날 북한은 국방성 명의로 “《대한민국》것들은 북남군사분야합의서를 파기한 책임에서 절대로 벗어날 수 없으며, 반드시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내어 “지금 이 시각부터 우리 군대는 9·19북남(남북)군사분야 합의서에 구속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중통)이 보도했다.
북한은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취하였던 군사적 조치들을 철회하고, 군사분계선(MDL) 지역에 보다 강력한 무력과 신형 군사장비들을 전진배치할 것”이라고도 했다.
전날 한국 정부는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발사에 맞서, 9·19 군사합의 1조3항 비행금지구역 설정에 대한 효력 정지 조처를 취했다. 또 군은 군단급 무인기와 정찰기 등을 군사분계선 인근에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북한은 군사정찰위성 발사가 “합법적이며 정당한 주권행사”라며 “적(한국)들이 우리의 이번 정찰위성발사를 놓고, 난데없이 군사분야합의서의 조항 따위를 흔들어보는 망동을 부린 것은, 우리 국가에 대한 적대감의 숨김없는 표현이고, 시시각각으로 다가오는 위협에 대한 불안초조한 심리의 반영”이라고 비판했다.
또 “《대한민국》것들은 현 정세를 통제불능의 국면에로 몰아간 저들의 무책임하고 엄중한 정치군사적도발행위에 대한 대가를 반드시 치르어야 한다”며 “북남 사이에 돌이킬 수 없는 충돌사태가 발생하는 경우 전적으로 《대한민국》것들이 책임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상대에 대한 초보적인 신의도, 내외에 공언한 확약도 서슴없이 내던지는 《대한민국》 것들과의 그 어떤 합의도 인정할 수 없으며, 상종 자체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다시금 내린 결론”이라고 덧붙였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
한국도 30일 첫 군사위성 발사…남북 ‘정찰 전쟁’ 본격화
남북 간 정찰위성 경쟁이 본격화했다.
북한이 지난 21일 밤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하고, 한국도 오는 30일 독자 군사정찰위성 1호기 발사에 나서면서다. 북한은 정찰위성 추가 발사까지 예고했다.
북한은 지난 21일 밤 발사체 ‘천리마-1’형에 실어 발사한 정찰위성 ‘만리경-1’호가 궤도에 정확히 진입했다고 22일 주장했다.
북한은 또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이 앞으로 빠른 기간 안에 수개의 정찰위성을 추가 발사할 계획을 당 중앙위원회 8기 9차 전원회의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도 앞으로 군사정찰 위성 5개를 발사할 예정이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지난 3일 기자간담회에서 “군은 북한의 주요 전략 표적을 감시하는 군사정찰위성을 개발했다”고 밝히고, 오는 3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첫 발사를 한다고 설명했다. 군 정찰위성을 쏘아 올릴 발사체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설립한 스페이스엑스(X)의 팰컨9이 될 예정이다.
현재 한국군은 독자 정찰위성이 없어, 북한을 들여다보는 위성 정보를 미국 정찰위성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한국 군사정찰위성사업은 총사업비가 1조2천억원이고, 2018년 시작됐다. 북한 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해 고성능 영상 레이더 탑재 위성 4기와 전자광학·적외선(IR) 탑재 위성 1기 등, 정찰위성 5기를 2025년까지 순차적으로 지구 궤도에 올려 전력화하는 사업이다.
군사 정찰위성사업은 ‘425사업’으로 불리는데, 이 명칭은 흐리거나 밤에도 관측이 가능한 고성능 영상 레이더(SAR)와 전자광학(EO) 장치의 영문명을 비슷한 소리인 아라비아 숫자 ‘425’(사이오)로 표기한 것이다.
남북의 군사정찰위성 확보 목적은 비슷하다. 평소 정찰위성을 통해 상대의 군사적 움직임을 세밀하게 감시해, 유사시 북한 핵·미사일을 선제타격(킬체인)하거나 미국의 확장억제 수단을 무력화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남북 군사위성 성능은 비교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차이가 난다는 게 군당국의 분석이다. 군당국은 지난 5월 1차 북한 위성 발사 당시 서해에 추락한 잔해를 수거한 뒤 “북 정찰위성은 군사적 효용성이 없다”고 평가했다. 군사정찰위성은 해상도 1m(가로세로 1m짜리 물체를 점 1개로 인식) 이하가 되어야 군사위성으로서 유용하다고 보는데, 북한 정찰위성은 이에 휠씬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군 정찰위성의 해상도는 30㎝급으로 알려졌다.
정찰위성 5기를 갖추면, 2시간마다 북한 미사일 기지와 핵실험장 등을 감시할 수 있다고 한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시사, 상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북 위성→9·19합의 효력정지→심야 탄도미사일…한반도 ‘흔들’ (0) | 2023.11.23 |
---|---|
전자정부 추락, 보수 정부의 무능 (0) | 2023.11.23 |
미국마저도 등 돌리는 윤석열의 ‘가치외교’ (0) | 2023.11.21 |
유엔사를 둘러싼 사실과 거짓, 그리고 3가지 쟁점 (0) | 2023.11.17 |
윤석열 정부의 위험한 군사주의 질주 (0) | 2023.11.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