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정권 보위용’ 정치심의 남발 방심위, 존재 이유 있나

道雨 2024. 1. 30. 10:49

‘정권 보위용’ 정치심의 남발 방심위, 존재 이유 있나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취임 이후 방송사 시사·보도 프로그램에 대한 법정제재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모호한 규정 탓에 남용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돼온 방송심의규정의 ‘공정성’ 조항을 적용한 심의 비율이, 류 위원장 체제에서 압도적으로 높아졌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심의 권력을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을 옥죄는 데 악용해온 방심위의 ‘정치 심의’ 행태가 구체적 수치로 확인된 것이다. 정권 보위를 위한 언론 검열 기구로 전락한 방심위의 현주소가 여실히 드러났다고 봐야 한다.

 

한겨레는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방심위의 ‘1∼5기 보도·교양 프로그램 법정제재 현황’(2008~2023년)에 대한 분석 결과를 29일치에 보도했다.

내용을 보면, 방심위는 류 위원장 취임 이후 넉달이 채 안 되는 기간(2023년 9월11일∼12월)에 27건의 법정제재를 의결했다. 월평균 7.04건꼴인데, 이는 문재인 정부의 강상현 위원장(2.88건), 정연주 위원장(0.64건) 재직 시절 법정제재 건수의 2.4~11배에 이른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인 1~3기 방심위의 월평균 법정제재 건수(1.41~5.02건)와 견줘도 훨씬 많다.

 

류 위원장 체제에서 이뤄진 법정제재 27건 중 25건(92.6%)이 방송심의규정의 ‘공정성’ 관련 조항이 적용된 심의였다. 이전 위원장 시절, 이 비율이 29.4~48.1%에 그친 것과 견주면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다.

 

‘공정성’은 개념 자체가 추상적이어서 심의위원 성향에 따라 자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남용되기 쉽다.

더욱이 방심위는 여권 추천 위원이 과반수를 차지하는 등, 태생적으로 정부·여당의 입김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류 위원장 체제의 방심위가 공정성을 이유로 법정제재를 의결한 25건은 하나같이 윤석열 대통령 등 권력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시사·보도 프로그램이었다.

 

방심위는 30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바이든-날리면) 발언을 다룬 문화방송(MBC) 등 방송사들의 보도에 대해 심의를 재개한다. 이번에도 ‘공정성’ 관련 조항인 방송심의규정 14조(객관성)를 적용할 방침이다.

특히 이 사안은 아직 소송이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정부 비판 보도를 겨냥한 ‘표적 심의’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렇듯 편파 심의를 일삼는 방심위가 ‘공정성’ 운운하는 것 자체가 뻔뻔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 2024. 1. 30  한겨레 사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