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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일본 개황’의 역사 왜곡 자료 통째로 삭제했다니

道雨 2024. 5. 30. 13:40

외교부 ‘일본 개황’의 역사 왜곡 자료 통째로 삭제했다니

 

 

 

외교부 ‘일본 개황(개략적 현황)’에 일본의 과거사·역사교과서 왜곡 사례가 삭제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개정된 ‘2023 일본 개황’에는, 기존 한·일관계 참고자료 부분에 기술된 일본의 ‘역사 왜곡 언급’ 사례가 통째로 빠졌다.

직전 판인 ‘2018 일본 개황’에는, 1951~2018년 일본 정치인 등의 역사 왜곡 발언 177개가 표로 정리돼 있었다.

2007년 아베 신조 총리의 ‘위안부 강제성 부정’ 발언, 2014년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의 ‘독도 영유권’ 주장, 2014년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의 ‘안중근 의사 범죄자·테러리스트’ 발언 등이 포함돼 있었다.

 

아울러 기존 개황에서 ‘한·일관계 최근 주요 현안’ 맨 앞에 있던, 2001년 이래의 일본 우익 교과서 논란도 통째로 사라졌다. 2018년 이전 사례를 지워버린 것은 물론이고, 2018년 이후 사례는 아예 기록도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매우 부적절하다.

 

외교부의 국가별 개황은 일반인이 볼 수 있게 홈페이지에 공개된 자료로, 특정 국가의 개요와 한국과의 관계가 정리돼 있다. 사실 위주로 정리돼 있지만, 어떤 내용을 넣고 빼느냐를 보면, 정부가 해당국과의 관계에서 무엇을 중시하는지 알 수 있다.

 

 

문제의 일본 개황은 지난해 3월15일 게시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한·일관계 개선에 초점을 맞춘 3·1절 기념사를 한 뒤 전격 성사된 일본 방문을 하루 앞둔 때였다.

당시 윤 대통령의 일본 방문은, 정부가 일제하 강제동원 배상 문제를 피해자 의사에 반해, 제3자 변제 방식으로 우회해 일본에 면죄부를 줌으로써 가능했다.

가장 큰 문제는 윤 대통령의 대일 접근법이 국민적 공감대에 기반해 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부와 여당 내에서도 그런 접근법에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묵살됐다.

정부는 그 후로도 일관되게, 일본에 대해 할 말을 자제하는 태도를 유지해왔다. 올 초 일본 군마현의 조선인 강제동원 추도비 철거, 최근 라인야후 지분 구조에 대한 일본 정부의 부적절한 개입 등에 대해, 일본에 제대로 항의하지 않은 것이 잘 보여준다.

 

한·일관계가 중요하고 양국 협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역사를 통째로 지우면서까지 개선해야 하는 관계는 아니다. 그것은 국민이 용납하지 않는다.

과거에 벌어진 일들을 있는 그대로 기억하고, 똑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되새길 때, 비로소 건강한 한·일관계로 나아갈 수 있다.

 

 

 

[ 2024. 5. 30  경향신문 사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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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개황' 미스터리, 외교부 해명도 이상하다

 

역사 왜곡 통째 삭제에 "약식본이라 그렇다"... 대통령 방일 앞두고 일본에 면죄부 줬나?

 

                                                ▲  외교부가 펴낸 2018년과 2023년 일본개황

 

 

 
 
 
윤석열 정부 들어 외교부가 자체적으로 발간한 간행물에서, 일본의 과거사 망언과 역사 왜곡 부분이 통째로 삭제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지난 2019년 1월  외교부는 <2018 일본 개황>이라는 간행물을 발간했습니다. 일본의 기본적인 정보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 경제, 안보, 외교 등 다양한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특히 일본 정치인의 과거사 언급이나 역사 왜곡 등의 사례도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외교부는 지난해 3월 15일 <2023 일본 개황>을 홈페이지에 공개했습니다. 그런데 2018년에는 기술됐던 일본 과거사 발언과 역사 왜곡 부분이 2023년 개정판에는 아예 사라졌습니다. <일본 개황>은 정해진 발간 주기는 없습니다.

 

 

한·일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과거사... 외교부 대응 방식 사례 기술 

<2018 일본 개황> 목차를 보면, 한·일 관계 파트가 별도로 있고, 참고자료에 '일본의 과거사 반성 언급 사례' , '역사 왜곡 언급 사례'가 나옵니다. 약 40쪽에 달하는 자료에는 일본 정치인이 언제 어떻게 과거사에 대해 언급했는지도 자세하게 기술돼 있습니다. 
 

 

                                ▲  2018 일본 개황에 나와 있는 일본의 과거사 발언과 역사왜곡 사례

 
 
2005년 아소 외무 대신은 가나자와시 강연에서 고이즈미 총리의 신사참배와 관련해서 "야스쿠니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세계에서 한국과 중국뿐이며, 다른 곳에서는 들은 적이 별로 없다"고 말했습니다. 

아소 외무 대신은 "일본이 고립되어 있다든지 호감을 받지 못하고 있다든지 어찌 되어도 좋다든지 하는 것에는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라고 언급했습니다. 

한국 외교부는 아소 외무 대신의 발언에 대해 대변인 논평을 통해 강한 유감을 표명하고, 정치 지도자들이 역사에 대해 겸허하고 진솔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당시 반기문 외교부 장관은 국회의장 주최 만찬에서 오시마 주한 일본 대사와 만나, 아소 외무 대신의 발언에 유감을 표명하기도 했습니다. 

 

<일본 개황>이 중요한 이유는, 한·일 외교에서 과거사는 빼놓을 수 없는 문제이고 반복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일본 정부와 정치인이 과거사 망언을 했을 때, 우리 외교부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참고할 수 있는 사례도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한일 관계에 대한 자료를 찾는 많은 이들이, 외교부가 발간한 일본 개황을 참고자료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외교부의 이상한 해명

 

30일 <경향신문>의 보도로, <2023 일본 개황>에 과거사와 역사 왜곡 언급 사례 부분이 삭제된 것이 알려졌습니다.

이날 외교부 정례브리핑에서도 관련해서 외교부 방침을 묻는 말이 나왔습니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개황 자료는 상대국에 대한 개략적인 현황과 외교관계 일반 등을 담은 일종의 참고자료"라며 "정부가 매년 정례적으로 발간하는 외교백서와는 다른 성격의 자료"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임 대변인은 "작년에 발간된 개황 자료는 부정기적으로 발간된 것"이라며 "가장 최근에 발간된 시기가 2018년이니까 5년 만에 나온 것이고, 당시 개황 자료는 해당 연도의 최근 주요 현안들을 중심으로 기술하게 돼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그러다 보니까 5년 전의 자료에 비해서 일부가 빠진 것이 있다"라면서 "반면에 (2023 일본 개황에) 강제 징용, 일본의 수출 규제 등 당시 현안들이 목차에 추가로 반영됐다"고 밝혔습니다. 
 

 

                            ▲  2018년 일본 개황과 2023년 일본 개황 목차

 
 
 
임 대변인은 강제 징용과 일본의 수출 규제가 목차에 있다고 했지만 확인 결과 목차 목록에는 나와 있지 않았습니다. 다만, 한·일 관계→정무 관계 →최근 주요 현안에 강제징용 문제가 기술됐습니다. 

하지만 임 대변인이 최근 현안을 담았다는 말과 달리 2018년에는 기술됐던 일본의 역사 교과서 왜곡 문제가 <2023년 일본 개황>에는 삭제됐습니다. 2022년 3월에 일본 문부과학성 고등학교 교과서 검정 결과에 역사 왜곡이 드러나 파문이 일어 우리나라 교육부가 공식적으로 시정을 촉구했다는 점에서 이해할 수 없는 대목입니다. 

 

빠르게 약식본을 만든 이유가 윤 대통령 때문? 

 

외교부 당국자는 "2023년 일본 개황은 약식으로 빨리 만들다 보니 분량이 기존보다 160쪽 정도 줄었고, 주요 현안 중심으로 만들게 됐다"면서 "올해 일본 개황 자료를 종합적으로 보완하여 발간을 준비하고 있고, 최종본에는 말씀하신 여러 사안들이 골고루 수록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5년 만에 발간한 <일본 개황>을 처음부터 제대로 만들지 굳이 약식본이 필요했는지는 의문입니다. 외교부가 <일본 개황>을 빨리 만든 이유가 윤석열 대통령 때문이 아닌지 의구심이 드는 정황이 있습니다. 
 
 
<2023 일본 개황>이 공개된 것은 지난해 3월 15일입니다. 보름 전인 3·1절 기념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강제징용과 역사 왜곡 문제를 언급하지 않아 논란이 됐습니다. 3월 6일에는 강제징용 판결에 대해 '제3자 변제안'을 해결책이라고 내놓아 큰 파문이 일었습니다. 3월 16일 일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와 정상회담을 했고, '한일 간 협력 새 시대'를 대대적으로 홍보했습니다. 당시 기시다 총리가 과거사 문제를 사과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일본에 면죄부를 준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일본 친화적인 발언과 행보로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과거사 망언과 역사 왜곡 부분을 삭제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굴욕적인 대일 외교 기조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습니다. 

일본 정치인의 망언과 역사 왜곡 문제가 나올 때마다 국민들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말합니다. 이제 이 말을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 정부에도 해야할 것 같습니다. 

 

 

 

[임병도 기자]

 

 

덧붙이는 글 |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