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세법개정안, ‘부자 감세’ 맞았다
정부의 올해 세법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고소득층 세부담이 5년간 20조원 감소하는 등, 대부분 감세 혜택이 고소득층에 돌아갈 것으로 추정됐다.
정부가 서민·중산층 세부담 완화 효과가 클 것이라고 주장해왔으나, 실상은 정반대였다. 상속·증여세 세율 인하가 포함돼, 누가 봐도 고소득층 감세 효과가 클 것이 분명한데도, 정부가 그동안 거짓말을 해온 셈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31일 ‘2024년 세법개정안 분석’ 보고서에서, 개정안의 세수 감소 효과는 5년간 19조5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그런데 계층별로 추정한 ‘세부담 귀착효과 분석’ 결과를 보면, 총급여 8400만원 이하 서민·중산층의 세부담 감소는 1조7456억원인 반면, 고소득자의 세부담 감소는 20조588억원이었다. 이는 상속·증여세 완화 때문이다.
세목별 감세 효과를 보면, 상증세에서 20조1862억원, 소득세 1조1296억원, 법인세 6562억원 등이다. 반면 간접세인 부가가치세는 오히려 1조5742억원 증가한다.
상증세 개편안은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내리고, 자녀공제를 1인당 5천만원에서 5억원으로 인상한다는 내용이다. 보고서는 상속 자산가액이 클수록 실효세율 감소 효과가 더 크다며, “이는 부의 집중을 억제해 자산 격차를 줄이고 세대 간 경제적 평등을 이루려는 상속세 기능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기획재정부는 지난 7월25일 세법개정안 발표 자료에서 직전 연도 대비 세수효과를 집계하는 순액법 기준으로 서민·중산층의 세부담 감소(6282억원)가 고소득자(1664억원)보다 크다고 홍보했다.
기재부는 당시 세부담 귀착 분석이 곤란한 ‘기타’ 항목에 ‘상속인’을 포함시키는 방식으로 사실상 상증세를 계산에서 제외했다. ‘부자 감세’ 논란에 휩싸일까 봐 어물쩍 넘어가려 한 게 아니냐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상증세는 2000년 이후 자산가치 상승에도 개정 없이 유지돼온 만큼 개편 필요성이 없는 게 아니지만, 이런 식으로 추진하는 건 곤란하다. 특히, 세수 결손이 심각해 ‘기금 돌려막기’까지 하는 상황에서 ‘부자 감세’는 시기적으로도 맞지 않는다. 최소한 추가 감세만이라도 하지 말아야 한다.
[ 2024. 11. 1 한겨레 사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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