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밖으로 걸어 나온 '리플리' 윤석열
권력 잡고도 거짓말 일삼더니 내란까지 획책
술 취한 듯 흥분해 계엄령…"야당 경고용 쇼다"?
이재명 계엄 준비설 폭로에 '당대표직 걸라'더니
계엄 발동 불가능하다던 국방장관은 계엄 건의
리플리 증후군: 과도한 신분 상승 욕구 때문에 타인에게 거짓말을 일삼다 결국은 자신마저 속이고 환상 속에서 살게 되는 유형의 인격 장애를 말함. 하이스미스(Highsmith, P.)의 소설 ‘재능 있는 리플리 씨’의 주인공 이름에서 유래했다.
극도로 이기적이고, 태연하게 거짓말을 하고, 거짓말이 들통나도 부끄러운 줄 모르고, 거짓으로 거짓을 덮고, 잘못을 합리화하고, 하여튼 아무튼 어쨌든 자기가 옳다며 억지를 부리고, 남들에게 큰 피해를 주고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습니다. 소시오패스가 그렇습니다.
참과 거짓이 바뀐 세상에 사는 ‘리플리’가 있습니다. 영화 속의 리플리는 자기에게 유리하면 참이고 불리하면 거짓입니다. 유불리에 따라 수시로 말을 바꿉니다.
그런 ‘위험한’ 사람이 지금 대한민국의 대통령입니다. 밥 먹듯 거짓말을 하니 또 뭔 짓을 할지, 무슨 꿍꿍이를 하는지 도무지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성’ 그 자체입니다. 경제에도 안보에도 민생에도 가장 위험한 리스크가 바로 불확실성입니다.
대통령 윤석열은 한밤중의 계엄 발동으로 나라를 발칵 뒤집어 놓고, 국민을 충격과 공포에 빠뜨렸습니다.
환율이 폭등하고 나라 경제에는 빨간불이 빠르게 늘어나며 경고음이 요란하게 울렸습니다. 미국, 일본, 영국은 한국을 ‘여행 위험 국가’로 지정했고, 민주주의 모범국가인 스웨덴의 총리는 한국 방문을 취소했습니다.
윤석열의 계엄 발동은 내란이라는 것이고, 쿠데타를 일으킨 지도자와는 만나기 싫다는 거겠지요.
사면초가의 궁지에 몰린 윤석열-김건희 부부
대통령 윤석열은 왜 그런 무모한 짓을 했을까요?
그가 처한 상황을 보면, 그가 왜 그런 무모한 행동을 했는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이해한다는 건, 납득이나 용인의 의미가 아닌, 행위의 인과관계를 맥락으로 알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윤석열-김건희 부부는 사면초가의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디올백을 덮고, 주가조작에 면죄부를 주고…그렇게 끝나는가 했는데, ‘명태균 게이트’가 터졌습니다.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고구마 줄기를 캐듯 김건희의 전방위적인 선거개입, 국정개입, 인사개입이 드러났습니다.
덩달아 윤석열의 불법, 부정, 비리 의혹이 불거지고 확대되었습니다. 돈과 청탁과 이권, 윤석열-김건희가 속한 정치집단의 음습하고 추한 민낯이 공개되었습니다.
민심이반이 가속화되고 각계각층의 시국선언이 들불처럼 번져나갔습니다. 천주교 사제들은 ‘어째서 사람이 이 모양이냐!’는 짧은 탄식으로 ‘암군’ 윤석열을 꾸짖었고, 서울대 교수들은 경제와 민생과 외교와 안보 등 국정 전반에 걸쳐 윤석열의 무지와 무능, 실정과 실책, 악행과 퇴행을 조목조목 열거하며 비판했습니다.
광장에선 윤석열 탄핵 구호가 점점 크게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나 감옥에 가나요?
명태균 게이트가 일파만파로 확산되는 와중에, 김건희씨가 어느 유명한 명리학자에게 ‘나 감옥 가나요?’라고 물었다는 보도까지 나왔습니다.
불안했을 겁니다. 몹시 불안했을 겁니다. 초조했을 겁니다. 광화문 광장의 ‘윤석열 퇴진’ ‘윤석열 탄핵’ 함성이 한남동 관저에서도 들리는 듯했을 겁니다.
불안증세가 심해지고 히스테리 증상까지 보이며 남편인 대통령을 들들 볶았을 겁니다. 이러다 진짜 감옥에 가면 어떡하냐고. 어떻게 좀 해보라고.
계엄령 발동이라는 한밤중의 난동이, 맹목적 충성을 하는 친위대원들과 폭탄주 돌리다 즉흥적으로 나온 건 아닐 겁니다. 대통령 놀이로 웬만한 건 다 해봤는데, 계엄 발동으로 군대에 출동 명령을 내리는 것만 못해봐서 놀이 삼아 한 건 더더욱 아닐 겁니다.
오래전부터 준비했을 겁니다. 대통령으로서의 신뢰는 바닥이 나고, 권위는 실종되고, 국정을 이끌어갈 능력은 없고, 후사는 불안하고… 기댈 수 있는 게 군대를 동원하여 두려운 상대인 ‘정적’ 이재명만이 아니라 ‘배신자’ 한동훈까지도 제거하고, 검열과 감시의 ‘입틀막’으로 언론을 통제하고, 계엄령을 발동한 김에 미운털이 단단히 박힌 전공의들에겐 ‘처단’의 보복으로 화풀이도 하고 싶었을 겁니다. 감히 나의 자존심을 건드리다니, 윤석열은 죽이고 싶을 만큼 전공의들이 미웠을 겁니다.
입만 열면 거짓말... 여러분, 저를 믿으시죠?
보수진영의 대통령들은 재래시장 방문을 참 좋아합니다. 그렇다고 아무 때나 가진 않습니다. 궁지에 몰리면 갑니다. 재래시장 방문으로 국민의 시선을 이슈에서 멀어지게 하여 불리한 여론에 물타기를 하는 거죠. 혹자는 재래시장은 전통적인 지지층이 많은 장소라서 그런 거라고 합니다. 그래서인가요? 대구 서문시장은 한때 보수 대통령들이 궁지에 몰릴 때마다 찾아가는 ‘성지’ 대접을 받기도 했습니다.
대통령 윤석열도 예외는 아닙니다. 지난 2일, 윤석열은 충남 공주의 재래시장을 방문하여 상인들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여러분, 저를 믿으시죠?”
그때는 몰랐습니다. 왜 그런 말을 하는지.
그리고 하루가 지난 3일 한밤중에 윤석열 난데없이 계엄령을 선포했습니다. 그 담화문은 이렇게 끝이 납니다. “저를 믿어주십시오.”
그때 알았습니다. 윤석열은 부도수표로구나. 묻지마 지지를 보내는 맹목적 지지자들이 아니면 누구도 윤석열의 말을 믿지 않는구나. 그래서 바로 옆에 있는 측근 참모들에게도 계엄을 말하지 않았구나, ‘충암 라인’으로 불리는 국방장관 김용현과 행안부장관 이상민을 제외한 모든 국무위원들도 계엄에 대해 모르고 있었구나. 윤석열은 외롭구나. 외로우니 더 불안하구나. 그래서 계엄이라는 ‘친위 쿠데타’의 유혹에 빠졌구나.
대통령 윤석열은 ‘결연한 구국의 의지로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했습니다.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고, 대한민국은 풍전등화의 운명에 처해 있으며,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을 척결하고, 망국의 원흉 반국가 세력을 반드시 척결하겠다는, 극우 유투버의 입에서나 나올 법한 험악하고 저급한 막말이 대통령의 입에서 무분별하게 쏟아져 나올 때, 또한 알았습니다.
불안 심리가 병적이구나. 마치 마약에 취한 듯 아무 말이나 하는구나. 뇌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구나.
리플리처럼 자기가 살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하겠구나. 대한민국이 정말 위기로구나.
이재명 대표에겐 당대표직을 걸라더니
지난 9월 2일, 대통령실 대변인 정혜전은 목소리를 높여가며, 민주당이 제기한 ‘계엄 준비설’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민주당 의원들의 머릿속에는 계엄이 있을지 몰라도 저희 머릿속에는 계엄이 없습니다. 날조된 유언비어를 대한민국 공당의 대표가 생중계로 유포한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합니다. 나치, 스탈린의 선동정치를 닮아가고 있습니다. 무책임한 선동이 아니라면 (이재명 대표는) 당대표직을 걸고 말하십시오.”
대통령 대변인의 말은 곧 대통령을 말입니다. 그 말을 이렇게 돌려줘야 합니다.
윤석열의 머릿속에 계엄이 없었다면, 한밤중의 난데없는 난동으로 나라를 발칵 뒤집어 놓고 국민을 공포와 충격에 빠뜨리고 국제사회의 조롱거리가 되어 국제신인도를 추락시킨 계엄령 발동이 우발적이고 즉흥적인 대통령 놀이였는지, 윤석열 대통령은 대통령직을 걸고 말하십시오.
계엄령 선포는 단지 야당에게 경고하기 위해서였을 뿐 실제로 계엄을 실행할 생각은 없었다고. 국회가 계엄 해제를 의결하면 바로 계엄을 해제하려 했다고.
그게 사실이 아닌 거짓말이라는 건 굳이 설명할 필요조차 없습니다.
사실이었다면, 더 큰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한밤중의 소동으로 나라를 발칵 뒤집어 놓고 국민을 공포와 충격에 빠뜨리고, 대한민국을 국제사회의 조롱거리고 만들고, 국제신인도를 급전직하로 떨어뜨리고, 그만한 중죄가 또 있을까요? 대통령 놀이를 하다 하다 이젠 계엄 놀이까지 합니까? 그로 인한 막대한 피해는 어찌합니까?
망할 것들!
권력이나 쥐었다고 자리에 들면 못된 일만 꾸몄다가 아침 밝기가 무섭게 해치우고 마는 이 악당들아! 나 야훼가 선언한다. 나 이제 이런 자들에게 재앙을 내리리라, 연세대 교수들의 시국선언문은 성경의 그 구절로 시작합니다.
대통령 윤석열은 ‘결연한 구국의 의지로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했습니다. 아닙니다. 자기가 살기 위해서 그랬습니다.
대한민국은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해 있다고 했습니다. 아닙니다.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해 있는 건 윤석열-김건희 부부입니다.
국회가 아니라 그 부부가 속해 있는 이익집단이 범죄자 집단의 소굴입니다.
척결해야 할 망국의 원흉 반국가 세력은 권력이나 쥐었다고 못된 일만 꾸미는, 그 부부가 이끄는 바로 그 세력입니다.
자기에게 이로우면 태연하게 어떤 거짓말이라도 하고, 그 거짓말이 들통나도 부끄러운 줄 모르고, 국민에게 엄청난 피해와 손해를 주고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참과 거짓이 뒤바뀐 세상에서 사는 ‘리플리’가 대통령이라면, 탄핵은 국회의 의무입니다. 그것이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삼권분립의 정신이고, 여든 야든 마찬가지입니다.
불의가 법이 될 때, 저항은 국민의 의무라 했습니다. 국회는 국민의 대의기구입니다.
송요훈 편집위원(전 MBC 기자)mindlenews01@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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