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와 화병(火病), 그리고 호르몬
@ 스트레스와 화병(火病)
현대 사회는 과거에 비해 스트레스에 많이 시달리는 사회이다. 과거에는 고부갈등으로 중년여성에게 흔했던 화병(火病)이, 요즘은 남녀를 불문하고 대학생부터 직장인 등에 이르기까지 폭 넓게 확산되고 있다.
최근 들어 IMF 이후로 구조조정에 따른 실업(명퇴, 조퇴)과 신용불량, 물가 및 집값 상승, 청년실업문제, 유가 인상, 경기불황 등 경제적인 곤란으로 인한 문제와, 직장 내 갈등, 이혼의 급증 등 사회적인 문제의 가정으로의 확대 등으로 인해, 그 정도나 범위가 더욱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한의학에서 화병(火病)은, 마음에서 비롯된다고 보고 있는데, 분노와 같은 감정이 해결되지 못하고 오랫동안 쌓여 있다가, 결국 불과 같은 성질의 증상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또한 스트레스를 받아 기(氣)가 잘 순행하지 못하고 뭉친 것이 오래되면 화(火)가 되어 나타난다고도 한다.
그 정도가 심하여 폭발할 지경까지 이를게 된 것은 화(火)라고 하고, 그 정도가 아직 폭발할 지경에까지는 이르지 않은 것은 울(鬱)이라고 구별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 둘을 모두 합쳐 울화(鬱火)라고 한다. 즉 화병(火病)과 울화병(鬱火病)은 비슷한 의미로 쓰인다.
미국의 정신의학회에서는 한국의 화병을 ‘분노증후군(anger syndrome)’으로 표현하기도 하였다.
@ 화병(火病)의 증상
화(火), 즉 불은 뜨겁고, 위로 올라가는 성질이 있어서, 화병의 증상도 주로 머리와 얼굴, 목, 가슴에 많이 나타나고, 두통, 구갈(口渴 : 갈증), 심계(心悸 : 두근거림), 치밀어 오르는 느낌 등을 호소하게 된다.
그리고 주로 마음으로 인한 것이라 불면, 불안, 초조, 소화불량, 호흡곤란 등을 호소하기도 한다.
화병과 관련된 말로서, 심화, 간화, 위화, 담화, 간울, 기울, 담울,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이는 관련된 장부와 병리적 상태에 따른 것으로, 이들 모두가 화병의 범주에 포함된다고 보면 된다.
화병은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더 많은데, 이는 대체로 여성이 스트레스를 제대로 풀지 못하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남성은 여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스트레스를 풀 기회가 많기 때문이다.
@ 화병(火病)의 자가진단
* 가슴이 매우 답답함을 느낀다.
* 숨이 막히거나, 목, 명치 등에서 뭉친 덩어리가 느껴진다.
* 열이 치밀어 오른다.
* 가슴이 심하게 두근거리거나 뛴다.
* 입이나 목이 자주 마른다.
* 두통이나 불면증에 시달린다.
* 억울하고 분한 감정을 자주 느낀다.
* 마음에 응어리나 한이 있는 것 같다.
* 뚜렷한 이유 없이 화가 나거나 분노가 치민다.
* 자주 두렵거나 깜짝깜짝 놀란다.
* 자신의 모습이 초라하게 느껴진다.
* 삶이 허무하게 느껴지곤 한다.
위의 증상 중 하나 혹은 복합 증상이 6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는 치료가 필요하다.
@ 화(火)를 다스리려면?
부글부글 끓는 화를 다스리기가 쉬운 것이 아니지만, 마음에서 오는 병이기 때문에 마음을 다스리는 것을 주안점으로 삼아야 한다.
명상과 참선으로써 자신의 내면을 고요하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리고 자기가 좋아하는 운동이나 취미생활을 즐기는 것도 스트레스를 해소하는데 좋다. 운동을 하면 스트레스 해소는 물론 전신을 원활하게 해 주는 효과도 있어 더욱 좋다. 그러나 운동을 함에 있어서도 점수나 승부에 집착하지 말고, 말 그대로 즐기는 것이 좋다.
가슴 속에 울울하게 뭉친 기를 풀어주기 위해, 신나게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는 것도 좋은 방법이며, 산에서 큰 소리를 지르는 것도 좋다. 그런데 요즘은 동물보호차원에서 산에서는 큰 소리를 내지 말라고 한다.
한약으로는 울울하게 뭉친 기를 풀어주거나, 위로 상충하는 기를 내려주는 약을 위주로 쓰는데, 화(火)의 증상이 많으면 열을 식혀주는 약을 가미하고, 담(痰)이 생긴 경우는 담(痰)을 삭이는 약을 가미한다.
만성적으로 진행되어 심기(心氣)가 많이 손상되고 쇠약해진 경우에는, 심기(心氣)를 돕고 정신(精神)을 안정시켜주는 약을 위주로 쓰게 된다.
침으로는 상충하는 기를 내리거나, 뭉친 기를 풀어주는 치료를 한다.
@ 스트레스와 호르몬
스트레스를 받으면 부신피질호르몬의 분비가 많아진다.
쥐를 가지고 실험을 한 결과에 따르면,
전기충격을 받는 쥐와, 전기충격을 받고 고통 받는 쥐를 지켜보는 쥐를 대상으로 실험을 한 결과, 처음에는 직접 전기충격을 받는 쥐의 호르몬 분비 수치가 높았지만, 차차 시간이 지날수록 수치가 내려간 반면에, 전기충격을 받는 모습을 지켜본 쥐는 호르몬 수치가 계속 상승되어, 직접 전기충격을 받는 쥐보다 더 높아짐이 확인되었다.
이는 신체적인 스트레스보다도,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더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또 다른 실험에서는, 스트레스에 심하게 노출된 쥐 중에서, 운동으로 단련된 쥐는 스트레스를 이겨내고 살아 있는 반면, 운동을 하지 않는 쥐는 스트레스에 견디지 못하고 죽어버렸다는 보고도 있다.
부신(副腎)과 코티솔(cortisol)
- 코티솔 수치가 갑상선기능과 호르몬균형, 노화에 미치는 영향
부신(副腎)
* 부신은 좌우 신장 위에 얹혀 있고, 크기와 모양이 납작한 서양 자두와 비슷한 작은 분비기관이다.
* 부신수질과 에피네프린(아드레날린)
부신수질은 교감신경계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즉 에피네프린(아드레날린이라고도 한다)과 노르에피네프린(노르아드레날린)의 두 가지 호르몬을 분비해서 심장박동을 빠르게 하고, 혈관을 좁히고, 혈당과 혈압을 높인다.
에피네프린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싸울 것인가 도망칠 것인가’하는 반응을 우리 몸에 일으킨다. 에피네프린이 분비되면 신체는 한꺼번에 수많은 일들이 빠른 속도로 전개된다.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소화계에 몰려있던 혈액은 심장과 폐, 근육, 뇌로 밀려가고, 에너지를 빨리 공급하기 위해 많은 양의 당이 혈액 속에 쏟아 부어지며, 호흡이 빨라진다.
크고 작은 갖가지의 모든 스트레스 요인들이 부신수질에서 에피네프린을 분비시킨다. 에피네프린은 상당히 양기 넘치는 호르몬이다. 이 호르몬의 자극을 받으면 정신이 번쩍 들고 집중력이 향상되며 에너지가 넘치게 된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단순히 에피네프린을 얻을 목적으로 분노나 공포반응을 일으키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은 짧은 시간에 강한 에너지를 터뜨려야 하는 응급상황에만 사용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긴장상태로 살아가려고 자주 에피네프린을 불러낸다면, 결국 부신수질은 지쳐버리고, 신체는 호르몬 불균형으로 인해 희생되고 만다.
* 부신피질과 코티솔
부신피질에서는 당질코르티코이드와 미네랄코르티코이드, 안드로겐 등 세 종류의 호르몬을 분비한다.
부신수질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 스트레스에 빠르고 단기적으로 반응하는데 비해, 부신피질호르몬은 스트레스와 생체항상성(신체기능의 균형유지)에 장기적으로 반응한다. 부신피질호르몬은 생명에 필수적인 호르몬이다.
당질코르티코이드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코티솔(cortisol)과 하이드로코르티손으로, 이들은 혈당을 조절하고, 탄수화물과 단백질, 지방이 세포를 드나드는 것을 조절하고, 염증을 조절하며, 근육기능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 미네랄코르티코이드, 특히 알도스테론은 세포 내의 미네랄, 그 중에서도 염분과 칼륨의 균형을 조절하는데, 마그네슘도 영향을 받는다.
스트레스는 알도스테론의 배출을 촉발하는데, 알도스테론은 신체세포에서 염분을 유지하고, 칼륨과 마그네슘을 잃게 하는 기능으로 혈압을 올린다. 장기적으로 스트레스 수준의 미네랄코르티코이드가 배출되면, 만성적인 수분정체와 고혈압과 함께 칼륨부족과 마그네슘 불균형을 일으킬 수 있다.
콜레스테롤은 모든 부신피질 및 성호르몬의 전구체이고, 프로게스테론은 코티솔과 세포내의 체액을 조절하는 미네랄코르티코이드인 알도스테론의 전구체이다. 즉 알도스테론과 코티솔은 프로게스테론에서 만들어진다. 그러므로 프로게스테론이 부족할 경우 호르몬 균형과 신체기능에 대혼란을 일으켜서 수많은 질병에 시달리게 된다.
* 부신선의 경우 비타민 C는 특별히 중요하다. 부신선의 세포들은 다른 어떤 세포들보다 높은 비율로 비타민 C를 이용한다.
만성적인 스트레스를 받을 때 비타민 C가 부족하면 부신탈진이나 보유량 부족을 일으키기 쉽다.
대다수의 동물들은 필요한 만큼 자체적으로 비타민 C를 만든다. 스트레스 하에 놓여질 때 동물들의 비타민 C 생성은 증가한다.
인간은 자체적으로 비타민 C를 만들지 못해서 식사나 보조식품에서 얻어야 하는 몇 가지 동물 중 하나이다(레서스원숭이, 기니피그, 인도의 껍질 먹는 박쥐, 그리고 잉꼬와 함께).
스트레스로 유발되는 부신선의 소진을 피하기 위해서는 비타민 C 섭취가 최소한 1일 4g은 되어야 한다.
과도한 스트레스가 없더라도 최적의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하루에 비타민 C 섭취가 1g에서 2g은 되어야 한다. 비타민 C 1g의 섭취량을 얻기 위해서는 오렌지를 하루에 18개 정도 먹어야 한다. 그래서 비타민 C 보조식품이 필요하다.
코티솔(cortisol)
* 코티솔은 부신피질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의 일종으로, 혈당을 조절하고, 탄수화물과 단백질, 지방이 세포를 드나드는 것을 조절하고, 염증을 조절하며, 근육기능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코티솔이 너무 많으면(부신피질에 종양이 생겼거나 코티솔 약제를 과다하게 투여했을 때), 체중증가(특히 허리), 혈당 불균형, 얇은 피부, 근육 손실, 그 밖에 노화와 같은 증상들이 나타난다.
코티솔이 부족한 여성(부신피질이 지쳤을 때, 혹은 장기간의 스트레스나 영양부족으로 부신피질에 저장된 호르몬이 부족할 때)은 피로, 저혈당, 그리고 때로는 체중감소와 월경불순 등이 있을 수 있다.
* 코티솔은 혈압조절과 신장기능에서 포도당 수치와 지방 형성, 근육 형성, 단백질 합성, 그리고 면역기능에 이르기까지 몸의 거의 모든 역동적인 과정에 필요하다.
코티솔은 갑상선이 더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게 해준다(시너지 효과). 부신 코티솔 수치에 불균형이 있는 사람들은, 정상적인 갑상선호르몬 수치를 가지고도 갑상선기능부전 같은 증상을 갖게 되므로, 생리학적 양(너무 높거나 너무 낮지 않은 양)의 코티솔을 유지하는 것은 정상적인 갑상선기능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 코티솔이 너무 많다는 것은, 과도한 스트레스 요인에 대한 부신선의 응답으로 일어나는 것인데, 조직이 더 이상 갑상선 호르몬의 신호에 대응하지 않게 된다. 그러면 갑상선호르몬 수치가 정상인데도 조직이 갑상선 신호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갑상선저항’의 상태를 만들어 낸다.
코티솔이 높아서 일어난 이러한 저항은 갑상선호르몬에만 제한되는 것이 아니라 인슐린, 프로게스테론, 에스트로겐, 테스토스테론 등과 같은 다른 호르몬에도 적용되고, 심지어 코티솔 그 자체에까지도 적용된다.
코티솔이 너무 높아지면, 호르몬 수용체로부터 저항을 받게 되고 같은 효과를 내기 위해서 더 많은 호르몬이 필요하게 된다. 그래서 코티솔 수치를 높이는 만성적인 스트레스가 그렇게 사람을 불쾌하게 만들고 어떤 호르몬도 최적의 수준에서 작용할 수 없게 된다.
코티솔이 높을 때 포도당을 세포로 보내려면 더 많은 인슐린이 필요하다. 높은 코티솔과 높은 인슐린은 ‘인슐린저항’을 낳고, 몸이 허리 주변에서 지방을 연소시키기보다는 저장하기 때문에, 허리 주변에 과잉된 지방이 축적되어 체중이 늘게 된다.
* 코티솔이 높을 때는 뇌도 에스트로겐에 덜 민감해진다. 그래서 적당한 량의 에스트로겐을 가진 폐경 이후의 여성도, 스트레스 요인을 맞게 되면, 코티솔이 올라가서 에스트로겐 부족시의 증상인 안면홍조를 얻게 된다. 이러한 여성은 에스트로겐 부족이 된 것이 아니라 뇌의 감지기관에 경보가 들어온 것인데, 이 때 안면홍조를 치료하기 위해 보조제로 에스트로겐 수치를 높여버리면, 안면홍조도 사라지지 않으면서, 둔부의 체중증가, 수분정체, 기분이 오락가락하는 등의 에스트로겐 우세 증상을 갖게 된다.
* 적당한 수준의 코티솔은 바이러스에 노출되었을 때 면역체계가 정확히 작용하는 데 필요하며, 부신이 너무 지쳐서 더 이상 코티솔을 만들 수 없을 정도일 때 인체는 바이러스 감염의 공격을 받기 쉽게 된다.
* 스트레스가 부신을 자극하면, 그 반응으로 부신은 지쳐서 충분한 스트레스 호르몬을 생성하지 않아 갑상선기능부전을 일으키게 되거나, 아니면 다른 방향으로 진행하여 코티솔을 마구 쏟아 부어, 갑상선 저항을 포함한 전체적인 호르몬 저항을 유발하게 된다. 어떤 쪽이든 낮거나 높은 코티솔과 갑상선호르몬은 비효율적이 된다.
* 코티솔은 단백질조직을 분해하여 아미노산으로, 그 다음에는 포도당으로 분해시키는 작용을 하여 혈액 포도당 수치를 유지하는 것을 돕는다. 그러나 스트레스 요인에 의해 코티솔이 너무 많아지면, 근육, 뼈, 피부와 뇌를 포함한 몸의 모든 구성 조직까지 과도하게 분해되어 노화가 빨라지게 된다.
과도한 코티솔은 특히 조골세포작용, 또는 뼈의 형성을 제한한다. 안드로겐(남성호르몬)은 뼈를 형성시키는데 관여하는데, 과도한 코티솔은 안드로겐의 생성을 억제한다.
코티솔은 내장에서 미네랄 흡수를 감소시켜, 뼈를 형성하는 데 필요한 칼슘과 마그네슘을 흡수할 수 없게 한다. 그리고 신장(콩팥)에서 칼슘이 배출되는 양을 증가시킨다.
코티솔이 매우 높고 안드로겐이 낮을 때는, 프로게스테론과 에스트로겐이 정상일 때라도 뼈를 손실하는 경향이 있다. 전자궁적출술을 받은 여성에게서 뼈 손실이 많이 나타난다.
* 코티솔과 멜라토닌
코티솔은 부신선에서 하루 종일 리드미컬한 양상으로 배출되는데, 아침에는 높아져서 에너지를 내게 해준다. 아침에 코티솔이 부족하면 자리에서 일어날 때 힘이 든다.
코티솔은 새벽 2시에 가장 낮은 수치로서 이때는 멜라토닌이 높고, 아침에는 코티솔이 높아지고 멜라토닌이 낮아져서 잠에서 깨어나게 된다.
멜라토닌과 코티솔은 반대로 연관되어 있어, 코티솔이 낮아지고 멜라토닌이 높아지면 우리의 몸은 한밤중에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서 기능을 재생시킨다.
* 코티솔이 높은 채로 있게 되면, 성장호르몬이나 갑상선자극호르몬을 충분히 만들지 못하게 되기도 한다.
밤에 타액 코티솔 수치가 높은 사람은 수면장애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프로게스테론은 당질코르티코이드 수용체를 놓고 코티솔과 경쟁하는 유일한 천연호르몬이다. 따라서 코티솔 리듬이 균형에서 벗어나게 될 때, 프로게스테론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 '부신과 코티솔' 부분은 안우성 박사가 번역한 '여성호르몬의 진실'에서요약 발췌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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