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녹즙 : 잘 알고 먹자

道雨 2008. 2. 29. 13:06

 

 

 

          녹즙 : 잘 알고 먹자.

 
 
  간염환자는 너무 많이 먹으면 위험, 만든 뒤 바로 먹어야 영양 파괴 막아

 

  미 국립암연구소(NCI)는 1991년부터 암, 고혈압, 심장병, 뇌졸중, 당뇨병 등의 예방을 위해 하루 5~9접시의 야채·과일 섭취를 권장해오고 있다. (Eat 5 to 9 A Day)

  과일과 야채가 좋은 것은 다 알지만, 바쁜 현대인들이 매일 그만한 양의 야채와 과일을 먹기 어렵다는 게 문제. 그래서 집에서 야채와 과일을 갈아 녹즙으로 먹는 사람들이 많다.

  시중에는 야채를 갈아 만든 주스들도 다양하게 나와 있다. 시판 중인 야채주스는 10여 종이 넘으며, 2007년 야채주스 매출액은 전년보다 70% 이상 성장했다. 배달 녹즙 시장도 매년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헬스조선 DB

미국, 유럽 등에서는 야채·과일 주스로 폐, 간, 신장, 피부 등의 독을 뺀다는 '주스 테라피(juice therapy)'를 선보이고 있다.


■ 녹즙 VS. 야채주스 VS. 생 야채

  녹즙은 야채·과일에 든 영양 성분을 한꺼번에 많이 섭취하는 데는 가장 효과적이다. 녹즙 150㎖에 케일은 170g(18~20장), 당근은 210g(3~4개)이나 들어 있다. 생 케일이나 당근을 음식으로 이 만큼 먹기는 쉽지 않다.
  호서대 식품영양학과 정혜경 교수는 "녹즙은 야채를 분쇄할 때 섬유질이 잘게 부서져 그 안의 비타민, 미네랄 등이 빠져 나오므로 더 많은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다. 소화 흡수율도 야채를 그냥 먹는 것보다 녹즙이 더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녹즙은 짜고 난 뒤 찌꺼기를 버리므로 변비 예방 등에 효과적인 불용성 식이섬유를 제대로 섭취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풀무원녹즙 관계자는 "야채를 그냥 먹을 때는 식이섬유가 약 2% 들어 있으나, 녹즙에는 0.5% 정도"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녹즙 대신 시판 중인 야채주스를 마시면 어떨까? 야채주스는 여러 가지 야채와 과일을 섞어 만든 것으로 간편하게 마실 수 있는 것이 장점. 하지만 원료를 가열해 수분을 없애는 '농축' 과정에서 열에 약한 비타민B, C 등이 파괴되는 문제점이 있다. 서울아산병원 임상영양팀 강은희 팀장은 "야채주스는 가열 처리를 하지 않은 녹즙보다 식품 안전성이 높고 농도는 낮아 소화나 대사 등의 부작용이 적다. 하지만 녹즙과 마찬가지로 불용성 식이섬유가 불충분하고 감미료 등을 첨가하는 탓에 칼로리가 높은 것이 단점"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녹즙이나 야채주스에는 영양소가 농축돼 있긴 하나, 영양학적 관점에서 보면 야채를 그냥 먹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강은희 팀장은 "사람에게 가장 좋은 식품 섭취법은 냄새를 맡고 음식을 씹는 과정에서 위와 장이 음식을 받아들일 준비를 한 뒤에 소화하는 것이다. 녹즙이나 야채주스는 이런 과정이 생략된다는 문제점이 있다"고 말했다.

■ 간 나쁜 사람, 녹즙 먹어도 되나

  야채와 과일은 간 건강에도 필수다. 야채와 과일에 풍부하게 함유된 비타민B, C, E가 간 효소의 기능을 돕고 항산화 작용을 해주기 때문. 하지만 녹즙으로 섭취할 경우 농도와 방법을 주의해야 한다.

  간은 영양소를 저장하고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분해·합성하는데, 녹즙으로 한꺼번에 너무 많은 영양소를 섭취하면 간에 과부하가 걸릴 수 있다. 녹즙은 또 세균이나 잔류 농약 등의 문제에서도 자유롭지 않다.
  한림대성심병원 소화기내과 박상훈 교수는 "간염 환자 등 간 기능이 좋지 않은 사람들이 몸에 좋다는 이유로 녹즙을 먹다가 간이 더 나빠져 병원에 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녹즙을 먹기 전에 부작용 가능성과 섭취할 수 있는 용량을 꼭 파악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녹즙의 재료도 신선초나 명일엽 등 평소 잘 먹지 않는 야채보다는 당근, 토마토 등 몸에 익숙한 식품이 좋다"고 말했다. 처음 녹즙을 먹을 때는 농도가 옅은 것을 2~3일에 한번씩 먹기 시작해 익숙해지면 매일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



■ 녹즙은 식후에 드세요

  녹즙에 함유된 비타민, 미네랄 등 영양소는 그 자체의 효능도 있지만 지방, 탄수화물, 단백질의 대사를 도와주기도 하므로 식후에 먹는 것이 좋다.
  경희대한방병원 사상체질과 황민우 교수는 "녹즙은 날 것이고 성질이 찬 음식이므로 아침 빈 속에 먹으면 설사를 일으킬 수 있다. 식후에 섭취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같은 종류의 녹즙을 매일 먹는 것은 피하라고 전문가들은 권한다. 특정 영양소를 매일 많이 섭취하면 부작용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여러 종류의 야채를 번갈아 먹어야 영양소 편중을 막을 수 있다.
  녹즙은 만든 뒤 바로 먹어야 한다. 한국식품영양재단 김주현 박사는 "녹즙을 냉장 보관해도 비타민이나 생리 활성물질(피토케미컬) 등이 파괴된다"고 말했다.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lk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