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대신 떡
▣ 안병수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 지은이 baseahn@korea.com
“밀것은 되도록 피하세요.” 병원에서 진료받고 나올 때나 약국에서 약을 받을 때 가끔 듣는 말이다. 밀가루로 만든 음식은 당분간 먹지 말라는 이야기다. 왜일까? 왜 밀 음식을 먹지 말라고 하는 것일까? 농약 때문일까? 우리가 먹는 것은 대부분 수입 밀이다. 농약을 적잖이 뿌릴 터다. 그래서일까? 아니면 밀 음식이 잘 소화되지 않기 때문일지도. 글쎄다, 밀 전분 자체가 소화에 불리한 형태인지는. 그도 저도 아니면 혹시 알레르기?
△ (사진/ 왼쪽 위 한겨레 김진수 기자·오른쪽 위 한겨레21 박승화 기자) |
이런저런 사실들이 조금씩은 얽혀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글루텐’이라는 물질 때문이다. 글루텐! 밀에 들어 있는 단백질의 한 가지다. 평범한 단백질이지만 하는 짓을 보면 결코 평범하지 않다. 많은 사람들에게 과민반응을 일으킨다는 것이 그 출발점이다. 미국인들의 경우 10명 중 3명 정도가 글루텐 민감성 체질로 알려져 있다. 취약 인자가 잠재돼 있는 사람까지 합치면 80%도 넘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추산이다.
민감성 체질인 사람이 글루텐을 먹으면 어떻게 될까. 미국의 임상영양학자인 샤리 리버먼 박사의 설명을 들어보자. “일단 소화기관 기능장애가 옵니다. 중요한 영양분이 제대로 흡수되지 않게 되죠. 이 문제는 우울증, 자폐증, 과잉행동증, 생활습관병, 각종 희귀병 등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자칫 알레르기와 혼동하기 쉬운데요, 알레르기는 아닙니다. 이 체질은 후천적으로도 만들어질 수 있어요.”
아니, 밀은 인류가 수천 년 동안 먹어온 안전한 곡류가 아닌가. 그런 험한 물질이 들어 있다니. 여기에 현대인 식생활의 어려운 도식이 들어 있다. 오늘날 우리가 먹고 있는 밀은 조상들이 먹던 밀과 크게 다르다. 불과 100년 전만 해도 밀의 글루텐 함량은 요즘 밀의 절반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문제는 그것. 비상식적으로 높은 글루텐의 양이다.
요즘 밀에 왜 글루텐 함량이 높은 것일까? 상업적인 목적 때문이다. 서양 사람들은 그동안 품종개량을 통해 밀의 글루텐 함량을 계속 높여왔다. 글루텐이 많은 밀이 더 쫄깃한 면을 만들고 더 바삭한 과자를 만들어서다. 이런 ‘고글루텐 밀’을 인체는 낯설어하는 것이다.
이쯤 되면 밀과 쌍벽을 이루는 또 하나의 곡류가 떠오를 것이다. 그렇다. 바로 쌀이다. 대견스러운 쌀이다. 쌀에는 글루텐이 없다. 그래서 글루텐에 민감한 사람도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다. 혹시 ‘글루텐 제외 식품’(gluten-free food)이라고 들어보셨는지? 요즘 서양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식품이다. 이 식품업체들한테 쌀은 하늘 같은 곡물이다.
한때 쌀이 밀보다 열등한 곡류라는 인식이 있었다. 단지 단백질 함량만 보고 판단한 결과였다. 수치로는 밀의 단백질 함량이 쌀의 두 배 가까이 된다. 하지만 밀 단백질의 약 80%가 글루텐이다. 쓸데없는 단백질만 그득하다는 이야기다. 정작 봐야 할 것은 필수아미노산 함량이다. 필수아미노산들은 쌀이 밀보다 월등히 높다.
쌀의 우수성은 여러 방법으로 설명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당지수’(GI)다. 일반적으로 쌀의 당지수는 밀에 비해 약 10% 낮게 나온다. 당지수가 낮을수록 좋은 식품이란 것은 이미 알려진 상식. 밥은 비만식품이 아니라는 주장에 이의가 없는 것이 그래서다.
이런 상식에서 보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이 줄어든다는 사실은 심히 우려스럽다. 쌀 소비량이 줄어든다는 것은 그만큼 국민 건강이 나빠진다는 사실을 뜻한다. 그래서다. 일부 단체에서 가끔 벌이는 쌀 소비 촉진운동, 범국민운동으로 키워야 한다. 체계적으로, 과학적으로 쌀의 우수성을 알려야 한다. 언론뿐 아니라 학계도 나서야 한다.
현미밥에 된장국과 김치. 한국 전통식단의 3요소다. 반만년 동안 우리 민족의 건강을 지켜온 보배로운 메뉴다. 잘 먹자. 밀보다는 쌀이다.
직장인 ㄱ씨의 ‘냉동떡’ 활용기
회사에 다니는 ㄱ(42)씨는 간식을 꼭 해야 하는 사람이다. 오후 너덧 시만 되면 출출함이 엄습하는데 참고는 일을 하지 못할 정도다. 지난해까지는 빵이나 파이, 케이크류를 가방에 넣고 다니면서 허기를 달랬다. 이들 식품에는 설탕, 쇼트닝, 향료 등이 무차별 사용돼서 꺼려지긴 했지만, 딱히 대안이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먹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차, 연초에 기막힌 대안을 발견했다. 떡이었는데, 일반 떡이 아니라 ‘냉동떡’이었다. 냉동 상태로 유통이 된다. 포장도 낱개로 되어 있어 편리했다. ㄱ씨는 일주일치를 사다가 냉동실에 보관한다. 아침에 출근할 때 한두 개씩 가방에 넣는다. 오후가 되면 적당히 녹아 방금 한 떡처럼 먹기 좋은 상태가 된다. 유기농 현미쌀로 만든 이 떡은 콩, 호박, 쑥 등 자연 소재로 맛을 냈다. ㄱ씨는 ‘대만족’이다.
* 윗 글은 '한겨레 21'에서 옮겨온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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