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에 불교를 전한 검은 피부의 이방인들
신라 법흥왕 15년(528)에 불교신자였던 양(梁) 무제(武帝)가 법복(法服)과 향을 보내왔는데, 신라 왕실은 그 용도를 알지 못했다.
일선군(一善郡:경북 선산군)의 모례(毛禮) 집에 용도를 아는 사람이 있었으니 고구려에서 온 묵호자(墨胡子)다.
'삼국사기' 법흥왕 본기는 묵호자가 19대 눌지왕(訥祗王:417~457) 때 와서 모례의 집안 굴방에 숨어 있었다고 전한다. 사람이 71~111년간 숨어 있을 수는 없으니, 묵호자는 여러 승려들의 통칭으로 보아야 한다.
목숨 건 비밀선교를 담당했던 '호자(胡子)'는 오랑캐(이민족)를 뜻하고, '묵(墨)'은 검다는 뜻이니 인도(印度)에서 온 검은 승려들이다.
신라 비처왕(毘處王:479~499) 때도 아도(阿道) 화상(和尙)이 시종 셋을 데리고 모례의 집으로 왔다.
'삼국사기'는 '그 모습이 묵호자와 비슷했다'라고 쓰고 있으니 역시 인도에서 온 승려이다.
아도 역시 한 인물을 가리키는 고유명사가 아니었다. 이보다 100여 년 전인 고구려 소수림왕 4년(374)에도 '승려 아도(阿道)가 왔다'는 구절이 있기 때문이다
소수림왕은 이듬해 이불란사(伊弗蘭寺)를 창건해 아도를 이 절에 있게 하는데, '삼국사기'는 "이것이 우리나라 불법의 시초이다"라고 쓰고 있다
백제본기 침류왕 원년(384)조는 '진(晉)나라에서 마라난타(摩羅難陀)가 오자 침류왕이 맞아들여 예절로 공경했다'고 전하면서 '불법이 이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호승(胡僧)'으로 표현된 마라난타 역시 인도 출신의 승려였다.
고려 고종 2년(1215) 승려 각훈(覺訓)이 편찬한 '해동고승전(海東高僧傳)'은 '고기(古記)'를 인용, 법흥왕 14년(527) 아도가 모례의 집에 도착하자 모례가 놀라면서 아도에게 고구려 승려 정방(正方)과 멸구자(滅垢疵)가 순교했다고 말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모례의 집에 은거하던 정방과 멸구자도 인도 출신의 승려로 추측된다.
왕권이 비교적 강했던 고구려와 백제는 통일적 사상체계인 불교를 받아들일 수 있었지만 왕권이 약했던 신라는 기존 토착종교의 거센 반발을 받았다.
고대 삼국의 불교는 모두 검은 피부의 인도승려가 전파한 것이다.
********************************************************************[이덕일·역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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