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인물 관련

지지리도 처복 없는 세종 아들 문종

道雨 2009. 5. 20. 11:41

 

 

 

        지지리도 처복 없는 세종 아들 문종

【서울=뉴시스】
◇맛있는 한국사 인물전 (양창진 지음·이숲 펴냄)

'맛있는 한국사 인물전'이 한국사에 자주 등장하는 유명인들의 알려지지 않은 일화들을 소개한다. 역사에 한 획을 남긴 인물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본다.

세종의 똑똑한 맏아들 문종은 유독 아내 운이 없었다. 14세에 혼인한 세자빈 김씨를 멀리하고 궁녀들과 어울렸다. 김씨는 '남자가 좋아하는 여자의 신을 불에 태워서 가루로 만들어 술에 타서 남자에게 마시게 하면 그 남자의 사랑을 받게 된다'는 압승술이란 술법을 배워 문종에게 써먹으려다가 들통나 폐위 당했다.

 

문종은 석달 후 왕실과 가까이 지내던 종부시(宗簿寺) 집안의 봉씨와 혼인한다. 봉씨의 성격은 시아버지인 세종마저 못마땅하게 여길 정도로 이상했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봉씨는 술을 무척이나 좋아했고, 임신했다고 거짓말하다 들통이 나기도 했다.


"성품이 술을 즐겨 항상 방 속에 술을 준비해 두고는 큰 그릇으로 연거푸 술을 마시어 몹시 취하기를 좋아했다. 봉씨가 스스로 말하기를 태기가 있다하여 궁중에서 기뻐했는데 한달 남짓 지나자 어느 날 봉씨가 또 스스로 말하기를 낙태를 하였다면서 단단한 물건이 형체를 이루어 나왔는데 지금 이불 속에 있다해 늙은 궁궐 여종이 가서 보니 아무것도 없었다."

봉씨와 관련된 가장 아찔한 사건, 봉씨를 폐위되도록 만든 결정적 사건은 동성애 파문이다. 봉씨는 남편인 문종과 사이가 좋지 않자 '소쌍'이라는 시녀를 가까이했다.

실록은 소쌍이 세종에게 한 고백을 기록했다. "지난해 동짓날에 빈께서 저를 불러 내전에 들어갔는데 같이 자기를 요구하기에 거절했습니다. 윽박지르기에 강제로 누웠더니 남자와 교합하는 형상과 같이 희롱하였습니다."

문종의 세번째 아내 권씨는 후에 어린 나이에 숙부 수양대군에게 비극적인 죽임을 당하게 될 단종을 낳고 2개월 만에 죽었다.

책은 이밖에도 추사(秋史) 김정희가 503가지나 되는 호를 받은 이유, 피타고라스 정리를 푼 남병길의 일화, 선조와 광해군 부자의 사랑을 동시에 받은 궁녀 김개시 등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이민정기자 benoit0511@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