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짜다고 다 같은 소금인가요?

道雨 2010. 4. 13. 11:42

 

       짜다고 다 같은 소금인가요?

- 국내산 천일염 미네랄 성분 풍부
- 암염·정제염, 나트륨 함량 높아

- 저나트륨 소금, 신장환자엔 '독'

 

 

                

 

 

 

안녕?

난 소금. 오지랖이 넓어 안 끼는 곳이 없지. 된장, 고추장, 김치, 나물, 빵, 국수, 햄, 과자, 라면…. 네가 매일 먹는 음식 속엔 내가 들어 있어. 그런데 요즘 사람들이 굉장히 날 싫어하는 것 같아 슬퍼. 내 몸의 4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나트륨 때문인가봐. 나트륨 섭취를 많이 하면 고혈압은 물론 당뇨병, 심장병, 신장병과 같은 질병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는 거야. 진짜 그럴까?

* 무조건 싱겁게 먹어라?
그렇지만 말야, 내가 네 몸에서 얼마나 중요한 구실을 하고 있는지 알면 그렇게 날 무시하지 못할 거야. 넌 내가 네 세포를 둘러싼 세포막에 전위차를 유지시켜주는 걸 아니? 그래서 네 몸 세포 하나하나가 산소와 영양분을 제대로 공급받고 노폐물과 가스를 배출시키는 거야. 또 삼투압 작용으로 네 혈압을 정상적으로 유지시켜주고, 아미노산(단백질의 분해물)이나 포도당(당질의 분해물) 같은 영양소가 네 몸속에 잘 흡수되도록 도와줘. 소금이 몸에 나쁘다고 무조건 싱겁게 먹는다면? 브라질의 상파울루 의대 연구에선 소금을 너무 적게 섭취하면 오히려 고지혈증이나 심혈관계 질환이 늘었다고 해.

* 몸에 좋은 소금= 미네랄 풍부한 천일염
전문가들은 날 선택할 때 좀더 깐깐하게 고르고, 나트륨 섭취를 줄일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알아야 건강해질 수 있다고 얘기해. 소금도 종류가 다양한데, 소금마다 성분 차이가 나거든.

전세계적으로 많이 먹는 소금은 암염과 정제염이야. 암염은 예전에 바다였던 곳이 지각변동으로 육지로 변한 뒤 오랜 세월 동안 물은 마르고 소금만 남아 굳은 거야. 암염에는 미네랄이 거의 없고, 98~99% 정도가 염화나트륨이지. 정제염은 기계 장치를 통해 해수에서 염화나트륨만 분리한 거야. 아무래도 암염이나 정제염은 염화나트륨 함량이 높아서 몸에 좋을 리 없지. 대부분의 가공식품이나 인스턴트 식품에는 정제염을 쓰고 있으니 줄이도록 해. 요즘엔 가공식품 회사들도 정제염에서 천일염으로 바꾸려고 고민중이라고 하더군. 외식도 마찬가지야. 어떤 식당에선 맛을 내기 위해 맛소금을 쓰는데, 맛소금은 정제염에 글루탐산나트륨(MSG)을 첨가한 거야. 좋을 리가 없겠지?

암염이나 정제염보다 상대적으로 우리 몸에 좋은 소금이 있어. 바로 천일염이야. 해수를 햇빛과 바람으로 증발시켜 만든 소금을 말해. 천일염이 좋은 이유는 나트륨 함량이 적은데다 우리 몸에서 중요한 구실을 하는 미네랄 성분이 들어 있기 때문이야. 미네랄이 부족하면 각종 생리현상에 문제가 생기고, 만성피로, 두통, 아토피, 불면증 같은 질병에 시달리거든. 함경식 목포대 천일염생명과학연구소 교수는 쥐에게 미네랄이 풍부한 천일염을 먹여봤더니 정제염처럼 혈압이 높아지지 않았대. 또 미네랄이 없는 소금을 먹으면 세포의 산화 손상이 증가하지만, 미네랄이 있는 소금은 그렇지 않았대. 그만큼 미네랄이 풍부한 천일염은 나트륨의 부작용이 적은 거지.

 

                  

 


* 천일염도 가려 먹어야
그럼 무조건 천일염이라고 다 좋을까?

그것도 아니야. 모든 천일염에 미네랄이 풍부한 게 아니거든.

오스트레일리아산, 멕시코산 천일염은 정제염과 마찬가지로 98~99%가 염화나트륨이야. 미네랄이 풍부한 천일염은 국내산 천일염과 프랑스산 게랑드 천일염 같은 일부야. 이들 천일염은 갯벌을 개조한 염전에서 생산하는데, 칼슘, 칼륨, 마그네슘 같은 미네랄이 10~20% 들어 있어. 세계 갯벌천일염의 86% 정도를 한국이 생산하고 있지. 중국산 갯벌천일염도 있지만 중금속 검출 등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어.

 

 

                                     

 

 


일명 꽃소금이라고 불리는 재제소금이라고 있지? 천일염을 물에 녹여 한 번 씻어낸 뒤 재결정을 만들어낸 거야. 이것도 천일염이라고 좋을 것이라 생각하면 오산이야. 꽃소금은 모두 수입산 천일염으로 만들거든. 국내산 천일염은 철분 성분 때문에 가공 과정에서 붉은색이나 황색으로 변해버리니까.

기능성 소금이라고 저나트륨 소금도 나오더라. 나트륨 성분을 줄이고 소금의 짠맛을 내기 위해 칼륨을 인위적으로 추가한 소금이야. 그럼 이 소금은 몸에 좋을까? 절대 그렇지 않아. 신장질환 환자나 어린이, 노인 등이 먹으면 칼륨 배출이 원활하지 못해 고칼륨증을 유발할 수 있어. 신장은 침묵의 장기라 신장질환이 걸렸는지 알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으니 다들 주의하는 게 좋아.

함초 천일염, 표고버섯 천일염 등 각종 유효 성분들을 넣은 천일염들이 많이 나오는데, 소금의 단점을 보완했다는 과학적 근거는 아직 부족하다고 해.

국내산 천일염을 볶아서 고온에서 구운 '구운 소금', 천일염을 3년 이상 자란 왕대나무에 공기가 들어가지 않도록 넣고 봉한 뒤 구워서 만든 죽염은 아주 좋은 소금이야. 구운 소금이나 죽염은 항산화력도 좋다는 연구 결과도 있지. 단 구운 소금은 300~600도에서 구우면 다이옥신이 나올 수 있어. 구운 소금을 살 때는 '식약청에서 정한 안전수준 제품'이라는 문구가 있는지 반드시 살펴봐야 해. 또 가짜가 많은데, 국내산 천일염은 약간 회색기가 도니 색깔을 확인해보는 것도 방법이야. 순백색은 외국산 천일염을 쓴 거지.

* 나트륨 섭취 줄이기
천일염이라고 무조건 많이 먹으면 좋다는 건 아니야. 좋은 소금을 적당량 먹으라는 거지. 특히 고혈압 환자는 주의해야겠지. 국이나 찌개, 국수, 라면 같은 국물엔 나트륨이 많아. 건더기 위주로 먹는 습관을 가져봐. 라면 국물 한 컵만 안 먹어도 나트륨 섭취를 3분의 1로 줄일 수 있어. 칼국수나 빵은 짜지 않더라도 나트륨 함량이 높으니 알아두도록. 국이나 찌개는 끓인 후 먹기 직전에 간을 하는 것이 좋아. 칼륨이 풍부한 과일이나 채소는 나트륨을 배출시켜주니까 이것도 시도해볼 만한 방법이지.

자, 이제 나에 대한 오해가 풀렸을까? 그럼, 당장 오늘부터 실행에 옮겨보는 게 어때?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
<사진 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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