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道雨 2010. 9. 10. 15:06

 

 

 

       “합조단 최종보고서는 에프학점”
이승헌 버지니아대 교수 등 1차반박문 발표
“1번표시 등 의혹 여전”…이달말 종합반론
 
 
 
천안함 합동조사단의 조사 내용과학적 의문을 제기해온 이승헌 버지니아대 교수(물리학)는 국방부의 천안함 최종보고서 내용에 대해 13일(현지시각)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많은 분들이 지적한 부분에 대해 국방부가 아무런 해명도 못하고 있다”며 “특히 천안함이 북한 소행이라는 결정적 증거로 제시하고 있는 ‘1번’ 어뢰는 과학자적 입장에서 볼 때 조작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합조단의 버블제트 실험을 보면, 버블의 색깔이 (고열을 뜻하는) 붉은색이다. 합조단의 실험 결과를 토대로 할 때, 티엔티 360㎏이 폭발하면 4000℃의 고열이 발생하고, (이 고열에 휩싸이는) 가스 버블의 반경이 7m에 이른다. ‘1번’ 글씨의 위치가 폭발지점으로부터 5.8m이고, 잉크는 350℃만 되어도 다 타버린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와 양판석 캐나다 매니토바대 교수(지질과학)는 국방부의 최종보고서에 대해 이날 ‘1차 반박문’을 냈다. 반박문에서 이들은 “‘1번’이란 글씨는 유성매직으로 쓰여졌는데, 유성매직 원료인 ‘솔벤트 5’는 한국의 모나미에서도 사용된다”며 “‘1번’은 북한 사람이 아닌 남한 사람이 쓴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반박문은 “합조단 폭발실험에서 채취된 흡착물질들의 에너지분광 분석(EDS) 데이터를 보면, 알루미늄과 산소의 시그널 비율이 0.9로 나오는데, 만일 알루미늄 산화물이면 양 박사가 예전에 지적했듯 그 비율이 0.23 정도 되어야 한다”며 “0.9는 폭발실험에서는 나올 수 없는 알루미늄 수산화물(녹)에 가깝고, 이는 데이터를 조작했음이 분명하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합조단의 최종보고서는 이에 대해 아무런 언급이 없다.

 이 교수는 “합조단이 ‘북한 어뢰’라는 결론을 내린 상태에서 여기에 끼워맞추려다 보니 모순이 발생한다”며 “학생이 이런 리포트를 써온다면 에프(F) 학점”이라고 말했다. 또 이 교수는 “합조단의 신뢰성이 떨어졌다는 데 문제가 있다. 국정조사로 가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천안함 침몰 원인에 대한 문제점을 계속 제기하는 게 정치적 이유와는 상관이 없다며, “과학자는 진실이 뭔지 파헤쳐야 할 책임이 있다. 이는 정권과 상관없이 학자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와 양 교수, 그리고 존스홉킨스 대학의 서재정 교수, 박선원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 등은 최종보고서에 대한 검토작업을 계속해 이달 말께 종합적인 반론을 제기할 계획이다.

 

 

 

 

  수중 폭발 입증할 ‘물기둥’ 목격자·TOD 영상도 없어

왜 ▶폭발지점서 먼 우현 프로펠러만 휘었나
왜 ▶어뢰 폭발력 ‘계산 공식’ 도중에 바꿨나
왜 ▶어뢰 추진체서 폭약 성분 검출 안됐나

 

윤덕용 천안함 사건 민·군합동조사단장은 13일 최종 보고서를 공개한 뒤 기자들에게 "합리적 의심이 없다고 개인적으로 굳게 믿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윤 단장의 말과는 달리 합조단의 설명 중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적잖이 눈에 띈다.

최종 보고서는 천안함 침몰 원인으로 버블효과를 꼽았다. 어뢰의 수중폭발로 하늘로 솟아오르는 물기둥에 의해 선체가 두동강 났다는 것이다. 그러나 합조단은 물기둥을 목격한 승조원을 찾아내는 데는 실패했다. 합조단은 한 초병이 본 백색 섬광이 물기둥이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천안함 선체의 양쪽 프로펠러 중 우현 프로펠러만 휜 이유도 명쾌하지 않다. 한쪽 프로펠러만 휜 것은 좌초설을 뒷받침한다. 좌초하면서 암초에 부딪혀 구부러진 것이라는 가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합조단은 이 가능성을 배제하고 외부폭발로 결론지었다. 문제는 폭발지점과 가까운 좌현 프로펠러는 멀쩡하게 남아있는 반면, 폭발지점에서 먼 우현 프로펠러만 구부러져 있다는 점이다. 합조단은 배가 갑자기 정지하면서 추진축이 밀렸고 그때 관성으로 프로펠러가 휘었다고 설명했다. 스웨덴의 가메와사(프로펠러 제작사)가 만든 프로펠러 중 둥글게 휜 것은 천안함이 "최초"라고도 했다.

국방부가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물)으로 내놓은 1번 어뢰 추진체에서 폭약 성분이 검출되지 않은 것도 의문점이다.

천안함에서 발견된 폭약 성분이 1번 어뢰에서도 발견돼야 1번 어뢰가 천안함을 침몰시킨 어뢰라는 결론이 성립한다. 합조단은 폭약성분이 미량인 데다 1번 어뢰는 크기가 작아 검출이 어렵다고 해명했다. 선체에서 폭약성분이 발견된 것은 선체 면적이 넓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물리학자인 이승헌 미국 버지니아대 교수는 천안함 선체와 어뢰 추진체의 흡착물질은 성질이 다르다고 반박하면서 논쟁을 빚은 바 있다. 합조단이 수행한 천안함 버블제트 수중실험에 따르면 폭발 직후 폭약 성분인 알루미늄은 비결정질 산화물로 변했다. 그러나 이승헌 교수는 "아무리 고온 고압에서 폭발이 일어나도 자연계에서 알루미늄이 100% 비결정질로 변할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합조단은 이 교수가 실시한 실험이 조건에 맞지 않아 결정질 산화물이 나왔을 것이라고 설명하는 데 그쳤다.

폭발실험 공식에 대해서도 국방부는 말을 바꿨다. 국방부는 이제까지 수중 폭발력을 공중음파로 측정하기 위해 '레일리-윌리스 공식'을 이용했다고 밝혀왔지만 최종 보고서에서는 이 공식을 적용하지 않았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지난 3월30일 천안함 폭발 규모를 측정하면서 기뢰나 어뢰가 천안함 하부에서 폭발한 경우 레일리-윌리스 공식을 이용해 계산하면 TNT 260㎏에 상응하는 폭발력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국방부 관계자는 최종보고서 브리핑에서 "레일리-윌리스 공식은 자연의 인과관계를 법칙화한 것은 아니고, 무수히 많은 수중폭발 실험을 통해 만든 실험공식"이라며 "환경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방부가 지금까지 폭발력을 추정한 과학적 근거를 포기하면 폭발력을 근거로 산정한 다른 조사결과도 흔들릴 수 있다.

1번 어뢰의 부식기간에 대해서도 이견이 있다. 합조단은 전문가의 육안식별을 통해 어뢰 샤프트(철 부분)와 선체의 철 부분의 부식정도가 유사하며 부식기간은 1~2개월일 것이라고 결론냈다. 시민사회에서 물리·화학적 분석이 필요하다고 요구하자 KIST에 실험을 의뢰했으나 샘플이 균등하지 않아 분석하지 못했다는 답변만 받았다.

열상관측장비(TOD) 영상은 사고 당시 원인 파악의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다. 국방부는 가지고 있지 않다던 입장을 여러차례 번복하며 영상을 공개했으나 사고 순간의 TOD 영상은 결국 공개되지 않았다.

 

 

 

 

 

 

 

      의문투성이 천안함 조사 결과, 국회에 검증 맡기자
국방부가 어제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정부 차원의 사실상 ‘최종’ 조사보고서를 공개했다. 천안함 침몰 원인에 대해 그동안 국내외 전문가들의 의문 제기가 잇따랐던 까닭에 근거의 보완 여부가 관심을 끌었다. 그런데 어제 발표를 보면 핵심 쟁점들을 둘러싼 의문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대표적인 것이 천안함 스크루 관련 의혹이다. 국방부는 엔진과 스크루를 잇는 추진축이 어뢰 폭발 충격으로 뒤로 밀리면서 발생한 축관성력 때문에 스크루가 휘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어뢰가 함선의 왼쪽 물밑에서 폭발했다는데 왼쪽 스크루는 멀쩡하고 오른쪽 스크루만 휜 이유는 무엇인가. 이런 기초적 의문점을 그대로 둔 채 합동조사단이 그동안 무엇을 보완조사했다는 것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스크루 변형은 천안함 좌초설의 핵심 논거로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폭약 성분이 천안함 함체에서는 검출됐지만 정작 어뢰추진체에서 발견되지 않은 점에 대해서도 어제 아무런 설명이 없었다. 폭발에 따라 엄청난 충격파가 일어났을 터인데 생존자들의 부상이 경미한 점도 해명되지 않았다. 이밖에 폭발에 따른 고열로 어뢰추진체의 페인트는 녹아내리는데 ‘1번 잉크’가 지워지지 않은 점을 비롯해, 숱한 쟁점들이 미해결로 남았다.

사건 조사에 참여했던 스웨덴 조사단은 ‘천안함이 어뢰에 의한 비접촉 수중 폭발로 침몰했다’는 데는 동의하되, ‘그 행위자가 북한의 소형 잠수정’이라는 점에는 입장을 유보했다고 한다. 이것은 국방부 쪽이 객관적 자료의 범위를 넘어 과도한 해석을 꾀하고 있음을 짐작하게 하는 방증이 되고 있다. 국방부 조사를 살펴봤던 러시아 조사단은 ‘북한 어뢰공격 결론’ 자체를 부정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방부가 러시아 쪽 보고서 입수 여부에 대한 사실 확인조차 거부하는 것도 적절한 태도는 아니다.

정부는 어제 보고서 채택으로 사건 원인 논의를 끝내자고 호소했다. 하지만 그러기엔 사건에 대한 원인 규명이 너무 부실하다. 중간발표 때와 다른 실체를 밝혀낸 것도 없다. 천안함 사건은 장병들의 희생 측면에서 보나 안보적 의미로 보나 이런 상태로 덮고 갈 일이 아니다.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좀더 객관적이고 적극적인 후속조처가 요구되는 건 이 때문이다. 조사권까지 부여국회 천안함 특위를 재가동하는 것은 그런 조처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다.

 

 

 

 

    “수중폭발이었다면 승무원들은 총알처럼 튕겨져나갔을 것”
신영식 교수 “사망자들이 받았을 중력가속도 100G”
나사 실험에선 18G 이상이면 머리 안정성 확보 못해
생존자 50명이 경상자라는 국방부 최종 발표 의문
 
 
천안함을 침몰시킬 정도의 거대한 수중 폭발이 발생했다면 선체와 승조원들이 지금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천안함 생존자들의 부상이 비교적 크지 않고, 사망 장병의 최종 사인도 모두 ‘익사’로 추정되고 있는 점에 비춰 볼 때, 천안함이 과연 국방부 발표대로 티엔티(TNT) 360kg 안팎의 수중 폭발에 따라 침몰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는 13일 발표에서 생존자 58명 가운데 경상자가 50명이며, 중상자는 8명이었다고 밝혔다. 특히 국방부는 중경상자들이 열상(부딪혀서 찢어지는 상처), 타박상, 골절 등의 부상을 입었다며, “천안함 사건에서 발생한 환자는 충격 및 압력파에 의해 나타나는 현상을 설명하는 증거가 된다”는 신영식 카이스트 교수의 말을 전했다. 신 교수는 미국 해군대학원에서 28년간 교수를 지냈으며, 현재 카이스트 해양시스템공학부에서 연구와 강의 활동을 하고 있는 세계적인 수중폭발 전문가로 합조단 자문위원 역할을 했다.

그러나 신영식 교수는 최근 <한겨레>와의 수차례에 걸친 대면 및 전화 인터뷰에서 “승조원들이 공중에 붕 떠 있지는 않고 의자에 앉아 있든 서 있든 선체에 달려 있는 (철로 된) 구조물에 접해 있다”가 충격을 받았다며 “의자에 앉아 있다가 충격을 받으면 이 사람이 총알같이 날아간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침대에 누워 있었다면 충격을 더 많이 받았겠다’는 질문에 “누워 있으면 전체가 튀잖냐. 그러니까 (충격파가) 부딪히는 면적이 크다”며 “거기에 맞아서 떨어지고 죽고 하는 것이 그래서 그렇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그 이유에 대해 “음향이 철을 따라가는 속도가 물에서의 속도보다 5배 내지 6배 빠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수중 폭발 때 발생한 충격파가 선체에 닿으면 물속에서보다 이동 속도가 오히려 증폭돼, 승조원들이 상당한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뜻한다.

 특히, 신 교수는 “(천안함 침몰로) 죽은 사람(장병)들이 얼마만큼 중력가속도(G)를 받았을지는 계산은 안 했지만, 과거 경험으로 추측컨대 100G 정도”라며 “(중력 가속도가) 더 이상 높아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G’는 중력가속도의 단위로, 100G는 사람이나 물체가 떨어질 때 받는 충격보다(1G)보다 100배나 큰 힘이 승조원들한테 작용했다는 것을 뜻한다. 타워형 놀이기구의 경우에도 승객이 올라갈 때 느끼는 무게감은 2.5~4G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신 교수는 천안함 생존자의 부상이 경미한 편이고, 사망 장병의 사인도 모두 ‘익사’라고 지적하자, “수중 폭발을 200% 확신한다”며 “직접 본 적이 없다. 사람에 대한 것은 모르겠다”며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신 교수 이외에도 수중 폭발을 연구한 국내 민간연구소의 한 연구원은 최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 실험한 기준 값에 근거한 데이터를 보면, 사람이 18G와 50G 이상의 하중을 받을 경우 각각 머리와 척추의 인체 보호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는다고 돼 있다”며 “100G는 너무 큰 값이라 (승조원들이 받을 충격은) 상상에 맡겨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간 폭발 충격의 영향에 대해선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천안함을 단숨에 두쪽으로 갈라놓을 정도의 폭발이 있었음에도 사건 발생 13일만인 지난 4월7일 국군수도병원에서 열린 기자회견 자리에 선 천안함 생존자들의 모습은 큰 부상 없이 비교적 양호한 상태였다. 또 국방부가 최문순 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4월15일 함미, 23일 연돌, 24일 자이로실에서 수습된 사망 장병 40구의 주검을 검안한 뒤 ‘외상 또는 질식에 의한 사망 가능성은 희박하고 정황상 익사로 추정된다’는 종합소견을 내놓았다.



 ♣H6s김도성 이용인 기자 kdspd@hani.co.kr

 

 

 

 

 

      스크루 두번 휨 끝내 설명못해
폭발은 좌현쪽 발생했는데, 실제 스크루 휨 현상은 우현쪽에서 발생
“저희들이 폭발 현장에 있지 않아서 정확하게 알 수 없다” 얼버무려
 
 
 
천안함 우현(오른쪽) 스크루가 안쪽으로 휘었다가 끝부분은 다시 바깥으로 휜 ‘두번 휨’ 현상은 ‘폭발’로는 가장 설명이 안되는 부분이어서, 가장 큰 논란거리였다. 국방부가 13일 내놓은 스크루의 두번 휨 현상에 대한 설명도 의혹을 풀기엔 역부족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국방부는 그간 스크루 휨 현상에 대해 여러차례 말을 바꾸었다. 처음에는 천안함 함미가 침몰하면서 해저에 닿아 휘었다고 주장했다. 5월20일 발표 때는 프로펠러가 급작스럽게 멈추면서 이른바 ‘회전 관성력’이 작용해 휘었다며 시뮬레이션을 공개했다. 그러나 사고 당시 천안함이 6.7노트의 정상 속도기동하고 있었는데도 시뮬레이션은 최대 속도로 전진할 때를 가상하는 등 극단적인 값을 대입했고, 스크루도 약간 휘는데 그쳤다.

이런 비판을 의식한 탓인지 13일 발표에서 국방부는 ‘축 관성력’에 의한 변형을 추가했다. 폭발로 엔진이 정지되면서 우현 기어박스가 10cm정도 밀렸고, 야구방망이로 딱 치는 것과 같은 갑작스런 충격에 의해 스크루의 축도 밀려나 급정지하면서 축이 휘어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른바 축 관성력에 의해 스크루의 휨 현상을 설명하는 것도 깔끔하지 못하다. 우선, 폭발은 좌현 쪽에서 발생했는데, 실제 스크루의 휨 현상은 우현 쪽에서 일어났다. 당연히 폭발 지점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오른쪽보다 가까이 있는 왼쪽 스크루가 더 심한 손상을 입어야 한다.

민·군 합동조사단 민간위원으로 활동했던 노인식 충남대 교수는 이날 설명회 자리에서 “저희들이 폭발 현장에 있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하게 알 수는 없다”며 “추정하기로는 좌현 쪽이 우현보다 (기어박스가) 빠져 나올 때 속도가 조금 느리지 않았겠느냐”고 말했지만 똑부러지는 설명이라고 보기엔 어렵다. 국방부가 이날 공개한 스크루 휨 시뮬레이션도 5월20일 발표 때보다 좀더 휘기는 했지만, ‘두번 휨’ 현상을 재현하지는 못했다.

스크루가 두번 휠 정도로 엄청난 ‘축 관성력’이 작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 전문가들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한 군함 전문가는 “프로펠러가 배를 앞으로 밀어주는 엄청난 힘이 있는데, 이런 힘을 잡아주지 않으면 스크루 축이 선체를 뚫고 지나간다”며 “이 때문에 기어박스와 축 사이에는 스크루가 전진하거나 후진할 때 선체를 간섭하지 않도록 잡아주는 베어링 장치가 설치돼 있다”고 전했다. 기어박스에 강한 충격이 전달됐어도 베어링 장치에 의해 크게 감속될 것이란 얘기다. 유독 기어박스에만 커다란 충격이 가해졌는지도 의문이다. 근처 디젤엔진실이나 탄약고 등은 멀쩡했기 때문이다.

 

<이충신 이용인 기자 cslee@hani.co.kr >


 

 

 

 

 

천안함 최종보고서에 ‘연어급 잠수정’ 빠졌다
‘소형잠수정’ 이라고만 밝혀…논란 예고
“화살은 발견됐는데 쏜 활은 없다는 얘기”
» 13일 오전 천안함 피격사건 합동조가결과 보고서 발간 브리핑이 열린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충남대학교 노인식 교수가 천안함 추진기 변형 분석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국방부가 13일 발간된 최종보고서에는 천안함공격주체로 북한 ‘연어급 잠수정’을 명기하지 않고 단순히 ‘소형잠수정’이라고 표현해 논란이 예상된다. 지난 5월20일 합조단 발표 때 ‘결정적 증거물’ 북한 어뢰 CHT-02D를 발사한 주체로 연어급 잠수정을 지목했던 것과는 크게 달라진 태도이기 때문이다.

 합조단은 지난 5월20일에는 “북한의 연어급 잠수정이 북한 어뢰 CHT-02D를 발사해 천안함을 격침시켰다”고 발표했으나, 연어급 잠수정의 존재에 대한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이전까지 한미 정보부문에서는 북한에는 대형인 상어급 잠수함과 소형인 유고급 잠수정만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형 상어급 잠수함은 수심이 얕은 백령도 인근으로 항해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소형 유고급 잠수정은 결정적 증거물인 중어뢰 ‘CHT-02D‘를 실을 수 없는 것으로 평가됐다. 황원동 민ㆍ군 합동조사단 정보분석팀장(공군 중장)도 당시 설명에서 “중어뢰 CHT-02D(직경 533㎜)가 사용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406㎜ 어뢰발사관 2개를 장착한 유고급도 제원상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합조단이 “북한에서 수출을 위해 건조한 신형 모델”이라며 “상어급보다 작고 유고급보다 큰” ‘연어급 잠수정’을 제시하자, 그 존재 여부에 대한 의혹과 문제제기가 잇따랐다. ‘연어급 잠수정’을 공격주체로 특정하지 못한 데 대해 김종대 <디앤디포커스> 편집장은 “최종보고서가 오히려 초기 발표보다 후퇴했다”며 “화살은 발견됐는데 그것을 쏜 활은 없다는 얘기”라고 평가했다.

 국방부는 이에 대해 “안보적 측면에서 보안상의 이유로 명기하지 않았을 뿐이지 연어급 잠수정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보근기자 tree21@hani.co.kr >


 

 

 

 

        스웨덴 “지원팀으로 참여만 했을뿐”…천안함 거리두기

 

[한겨레] 천안함 침몰 사건 조사에 참여했던 스웨덴이 국방부의 조사결과에 거리를 두려는 듯한 정황이 곳곳에서 포착돼 주목된다.

민·군 합동조사단(합조단)에 참여한 고위 당국자는 13일 "스웨덴 조사단은 천안함 침몰의 '행위자 규명 결과'에 대해서는 자신들이 입장을 표명할 위치에 있지 않다는 태도를 보였다"고 말했다.

천안함 조사결과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눠진다. 첫째는 천안함이 어뢰에 의한 비접촉 수중 폭발로 침몰했다는 '사고원인 조사결과'이고, 둘째는 그 행위자가 북한의 소형잠수정이라는 '행위자 규명'이다. 고위 당국자의 말은 스웨덴은 사고 원인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주체가 북한이라는 분석에는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합조단에서 사고원인 조사와 행위자 규명은 서로 다른 조직에서 담당했다. 사고원인 조사는 미국, 영국, 스웨덴, 오스트레일리아 등이 참여한 국제 조사단이 수행했지만, 행위자 규명은 '다국적 연합정보 티에프'라는 별개의 조직에서 이뤄졌다. 연합정보 티에프에는 중립국인 스웨덴이 빠지고 5월 초 뒤늦게 참여한 캐나다가 이름을 올렸다.

이런 스웨덴의 태도는 이날 발간된 천안함 최종보고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보고서 머리에 각국 조사단의 대표가 조사결과에 동의하며 쓴 서명의 문구를 보면 스웨덴만 내용이 다르다. 미국, 영국, 오스트레일리아 등 3개국의 대표는 이 보고서의 발견과 결론(finding and conclusions)에 대해 동의(concur)한다고 서명했다. 그러나 스웨덴은 합조단에 지원(support)으로 참여했으며, 스웨덴이 참여한 부분에 대해서(relevant to the Swedish team's participation) 동의한다는 단서를 달아 두었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스웨덴 전문가들이 속한 스웨덴 사고조사국도 똑같은 반응을 보였다. < 한겨레 > 는 지난달 사고조사국에 천안함 조사결과와 관련한 자료를 요청하는 전자우편을 보냈으나 사고조사국은 "요청하신 내용은 (한국의) 합조단에 의해 수행됐으며, 스웨덴은 지원팀(support team)으로 참여했다"는 답장을 보내왔다.

국제 조사단 가운데 유일한 중립국인 스웨덴의 이런 반응은 조사결과에 공동 책임을 지는 형태인 '합동 조사단'의 일원이 아니라, 책임 문제로부터 비켜나갈 수 있는 '지원'이라는 형식에 무게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또 한국 정부가 중립국인 스웨덴의 역할을 강조하며 민·군 합조단 조사결과에 신뢰성을 부여해왔다는 점에서, 스웨덴의 이런 반응은 다소 의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권오성 권혁철 기자 sage5th@hani.co.kr

 

 

 

 

    우현 프로펠러는 왜 휘었을까? 풀리지 않는 의문

 

[CBS정치부 임진수 기자]

국방부가 300여쪽에 달하는 방대한 양의 천안함 최종보고서를 13일 공개했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혹들이 남아있다.

그 가운데서도 이날 최종보고서 브리핑 현장에서는 '어뢰공격에 의한 침몰인데 왜 우현 프로펠러가 일정한 모양으로 심하게 휘어졌는가'가 쟁점이 됐다.

우현 프로펠러와 관련해 그동안 제기된 의혹을 간단하게 정리하면 우현 프로펠러가 휜 모양이 암초나 모래톱에 부딪쳤을 때 모양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또, 어뢰 공격에 의한 버블제트에 직접 타격을 입은 좌현 프로펠러는 멀쩡한 반면 우현 프로펠러만 휜 이유는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이같은 의혹을 의식한 듯 국방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우현 프로펠러 휨 현상에 대한 시뮬레이션 결과 설명시간을 별도로 마련했다.

합조단은 먼저 그동안 제기됐던 좌초에 의한 프로펠러 변형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합조단에 참여한 충남대 노인식 교수는 "충돌에 의한 것이라면 프로펠러에 국부적인 손상이 있어야 하지만 그런 것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모래톱이나 뻘에 빠진 뒤 역추진하며 프로펠러가 역회전하는 과정에서 휜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도 노 교수는 해당 프로펠러는 역회전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렇게 좌초는 아니라는 결론을 내린 합조단은 그렇다면 좌초에 의하지 않고 어떻게 우현 프로펠러가 일정한 모양으로 휘었는지에 대해 2가지 가설을 세웠다.

첫째는 프로펠러가 정상회전을 하다 갑자기 정지하면서 생긴 충격 관성력에 의한 변형이고, 둘째는 추진축이 충격을 받으면서 생긴 관성력에 의한 변형으로 합조단은 이 두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결론에도 여전히 의문점은 남아있다. 합조단의 조사결과에 따르더라도 좌현 프로펠러는 멀쩡한 반면 왜 우현 프로펠러만 심하게 휘었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합조단은 "좌현 쪽이 상대적으로 충격변형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충격이 적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는 애매한 답변을 내놨다.

버블제트의 직접 타격을 받은 좌현 프로펠러에는 충격 관성력이 적게 작용했고 우현 프로펠러 상대적으로 크게 작용해 우현 프로펠러만 휘었다는 것인데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이날 브리핑 현장에서도 이와 관련해 여러차례 질문이 쏟아졌지만 합조단은 같은 답변만 반복했을 뿐 속시원한 설명을 내놓지 못했다.

이같은 시뮬레이션 결과의 한계를 스스로 인정하듯 합조단은 설명에 앞서 "학계에 보고된 바 없는 기이한 현상"이라는 전제를 깔았다.

또, 합조단은 충격 관성력에 의한 변형이라는 가설을 입증하기 위해 해당 프로펠러를 제작한 업체에 직접 시뮬레이션을 의뢰했지만 정작 구체적인 보고서는 받지 못했다고 밝혀 의문을 자아냈다.

여기다 정작 방대한 양의 최종보고서에 가장 많은 의혹이 제기되는 우현 프로펠러 변형과 관련한 설명은 단 5줄에 불과해 합조단이 이와 관련한 실체규명에 실패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번 어뢰’ 폭발력 수정…국방부 시뮬레이션 ‘엉터리’였다
13일 발표 ‘천안함 최종보고서’ 신뢰성 논란 예고
5월 발표땐 TNT 250㎏…360㎏로 큰폭 수정
지진파 규모·물기둥 높이 등 원점서 재설명 필요
  

» 백령도 사고 해역에서 쌍끌이 어선이 건져 올린 이 어뢰의 추진모터 뒤편에는 ‘1번’이라는 한글 고유번호가 적혀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국방부가 13일 발표 예정인 천안함 사건 최종보고서에서 천안함 침몰 시뮬레이션(모의실험)과 관련해 어뢰의 폭발력을 애초 티엔티(TNT) 250㎏ 규모에서 1.44배 늘어난 360㎏으로 바꿔 잡은 것으로 9일 알려졌다. 이는 민·군 합동조사단(합조단)이 지난 5월20일 발표한 조사 결과를 뒤집은 것이어서, 정부 조사 결과의 신뢰성을 놓고 다시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합조단 민간위원으로 활동한 국책연구기관의 한 전문가는 최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보고서 발간을 앞두고) 어뢰의 폭발력을 티엔티 360㎏으로 높여 수중폭발 시뮬레이션을 다시 진행했다”며 “(티엔티 360㎏은) 합조단 폭발 유형팀에서 마지막으로 준 폭발 조건”이라고 밝혔다. 이 전문가는 “4월 말부터 5월20일까지 (시뮬레이션을) 급히 했고, 그러다 보니 물(과 관련한 변수)도 다 (반영하지) 못했다”며 “이후 2개월 정도 열심히 고치고 모델을 좀 수정 보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문가는 “5월20일 할 때는 시간도 충분하지가 않아 0.5초까지만 (시뮬레이션을) 보여줬고, 이번에는 충분히 2초까지 계산해 봐서 이제 천안함 기관실의 바닥 부분이 찢어지는 것들이 보이게 됐다”고 덧붙였다. 어뢰의 폭발력을 티엔티 360㎏으로 바꿔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천안함 파괴 모습이 실제에 더 가깝게 재현됐다는 것이다.

국방부 합조단은 지난 5월 천안함을 침몰시킨 북한제 중어뢰(CHT-02D)의 폭발력을 티엔티 250㎏이라고 발표하고, 이에 근거한 시뮬레이션 결과를 제시했다. 국방부가 5월15일 건져 올렸다며 공개한 이른바 ‘1번 어뢰’의 제원에도 폭약량은 250㎏으로 규정돼 있어 국방부 발표에는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국방부가 이번에 최종 보고서를 내면서 어뢰의 폭발력을 수정한 것은 어뢰의 폭약이 단순히 티엔티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뒤늦게 시인하고 이를 바로잡으려는 시도로 보인다. 어뢰에는 티엔티보다 더 강력고성능 폭약이 함께 사용된다. 따라서 폭약량 250㎏인 어뢰는 티엔티 250㎏ 이상의 폭발력을 낸다. 실제 어뢰의 폭발력은 통상 티엔티 폭발물보다 1.4~2배가량 크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런 사정을 고려하면, 폭약량 250㎏인 ‘1번 어뢰’의 폭발력은 티엔티 350~500㎏에 이르게 된다. 국방부의 ‘수정치’와 엇비슷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1번 어뢰’의 수정치 폭발력 티엔티 360㎏은 사고 당시 나타난 여러 현상과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우선 당시 지진파와 공중음파로 포착된 폭발 규모가 티엔티 140~260㎏이라는 점과 맞지 않는다. 게다가 폭발 규모에 따라 충격과 열의 발생 등도 달라지기 때문에 △물기둥의 높이 △천안함 승조원들의 부상 정도 △‘1번’ 글씨의 잔존 가능성 등 폭발력에 기초한 모든 쟁점들도 국방부가 원점에서 다시 설명해야 하는 처지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

 

 

 

‘1번 어뢰’에 맞추려 수치 수정…‘지진파’ 폭발력과 안맞아
TNT 폭발력 360kg으로 키워 지진파 ‘무용지물’
국방부 ‘천안함 과학적 근거’ 스스로 폐기한 꼴
한겨레 이충신 기자 메일보내기 이용인 기자기자블로그
국방부가 티엔티로 환산한 북한제 ‘1번 어뢰’(CHT-02D)의 폭발력을 애초 250kg 안팎에서 360kg으로 키운 것은, 선의로 해석하면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차원의 ‘원상회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 지진파 및 공중음파로 측정한 폭발규모가 ‘1번 어뢰’의 폭발력 360kg에 훨씬 못미치게 돼, 몇 안 되는 과학적 근거인 지진파·공중음파의 측정치를 버려야 하는 난감한 처지에 빠지게 됐다.

일단 폭발력을 수정함으로써, ‘1번 어뢰’에 대한 설명력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이를 알려면 어뢰의 폭약 구성에 대한 약간의 이해가 필요하다. 통상 폭약의 폭발력은 티엔티로 표시된다. 예컨대 티엔티 1㎏은 티엔티의 무게가 1㎏인 동시에 폭발력이 1㎏이라는 얘기다. 문제는 어뢰 폭약의 경우 티엔티 이외에도, 티엔티보다 폭발 성능이 뛰어난 다른 폭약들과 알루미늄 등을 섞어 폭발력을 증대시킨다는 점이다. 합조단도 아르디엑스(RDX)와 에이치엠엑스(HMX) 같은 고성능 폭약이 선체에서 검출됐다고 밝힌 바 있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전문가는 “어뢰 폭약량을 티엔티로 환산하면 통상 폭발력이 티엔티 폭발물보다 1.4배에서 2배 정도로 증가한다”고 밝혔다. 어뢰 제작 과정을 잘 알고 있는 국내의 다른 전문가도 “어뢰 탄두의 폭발력은 화약 성분 비율에 따라 단순한 티엔티보다 2배 이상의 폭발력을 낼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에 비춰보면, ‘1번 어뢰’를 티엔티로 환산한 폭발력은 제원에 명시된 폭약량 250kg에 1.4~2배를 곱한 값, 즉 350~500kg에 이른다. 국방부가 ‘1번 어뢰’의 폭발력을 가장 보수적인 1.44배(360kg)로 낮게 잡기는 했지만, 얼추 들어맞는 셈이다.

하지만 이는 국방부가 5월20일 발표 때부터 지금까지 ‘1번 어뢰’에 대해 3개월 넘게 엉터리 설명을 유지해왔다는 뜻이기도 하다. 왜 그랬을까.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어느 정도 추정이 가능하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전문가는 애초 시뮬레이션 당시 천안함에 가해진 폭발력을 티엔티 250kg으로 특정한 이유를 묻자 “저희가 했다기보다는 미국 전문가들이 처음에 간단한 시뮬레이션을 하고 나서 250kg이 유력하지 않냐고 (해서) 얘기가 됐다”고 전했다.

그런데 시뮬레이션을 시작한 시점은 4월말~5월초쯤이었다고 한다. 조사결과 발표를 닷새 앞둔 5월15일 갑자기 건져올린 ‘1번 어뢰’의 폭발력에 맞게 발표를 수정할 시간이 없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당시 합조단은 5월20일 발표 자리에서 “(티엔티 250kg으로)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가 천안함 손상과 유사하게 나왔다”고 밝히기까지 했다.

문제는 국방부가 ‘1번 어뢰’의 명예를 회복시키며 치러야 할 대가가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첫째, 티엔티 360kg이라는 폭발력은 지진파 및 공중음파로 감지한 에너지 규모와 맞지 않게 된다. 기상청이 추산한 티엔티 140~180kg은 제쳐두고라도, 최대치로 폭발규모를 추정한 한국지질자원연구원(지질연)의 260kg과도 어긋난다. 지진파와 공중음파를 천안함의 침몰 시각과 위치를 특정하는 중요한 근거 가운데 하나로 삼아온 국방부로선 뼈아픈 대목이다.

 

 

 

           설계도 출처 말바꾸고…아직도 ‘의문의 1번’
부식기간·‘1번 표시’도 논쟁중
 
이른바 ‘1번 어뢰’는 천안함 사건 논란의 핵심이며, 민·군 합동조사단(합조단)이 가장 자주 말을 바꾼 대상이다. ‘1번 어뢰’는 등장부터가 극적이었다. 정부가 합조단 발표를 5월20일로 못박은 상태에서 그보다 불과 5일 전 쌍끌이어선의 그물에 걸려 모습을 드러냈다. 합조단은 그것을 북한의 수출용 중어뢰인 ‘CHT-02D’의 추진체라며 천안함 사건의 ‘결정적 증거물’로 제시했다.

그러나 이 ‘결정적 증거물’에 대한 합조단의 설명이 부정확한 것이었음이 잇따라 드러났다. 우선 출처 문제다. 합조단은 애초 어뢰추진체 설계도를 북한의 수출용 카탈로그에서 구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합조단은 나중에 설계도는 카탈로그가 아닌 시디(CD)에서 출력한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합조단은 6월29일 언론3단체와 토론회 때는 설계도를 잘못 제시했다고 고백했다. 애초 제시된 것이 북한의 다른 어뢰인 ‘PT-97W’의 설계도였다는 것이다.

어뢰 추진체를 덮고 있는 녹에 대해서도 여러 의혹이 제기됐지만, 합조단은 명확하게 해명하지 않았다. 애초 합조단 내부에서도 추진체의 녹이 심해 천안함과 무관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제시됐다. 하지만 합조단은 녹슨 부위가 최대 6배 차이가 난다고 하면서도, 육안으로 볼 때 2개월 정도 된 것이라고 발표하며 천안함과의 연관성을 강조했다. 합조단은 당시 정확한 부식기간은 ‘가속화 실험법’으로 검증중이며 6월 말 결과가 확인된다고 했지만, 9월9일 현재까지 발표하지 않고 있다. 추진체에 새겨진 ‘1번’ 표시는 지금도 가장 뜨거운 쟁점이다. 추진체 곳곳의 페인트가 녹아 있는 상태에서도 멀쩡히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매직 잉크’가 논쟁의 핵심이다.

합조단이 이렇게 ‘1번 어뢰’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정작 러시아가 북한이 천안함 폭파와 무관할 것으로 보는 핵심 논거도 어뢰라는 점은 아이러니다.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대사에 따르면, 러시아는 북한이 천안함을 폭파할 수 있을 정도의 고성능 어뢰를 만들 능력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김보근 기자 tree21@hani.co.kr >

 

 

 

 

              지질연, 폭발력 규모 ‘고무줄’…“180kg”→“260kg”
‘수심·폭발력’ 변수 모른채 결론 산출
 
 
천안함을 침몰시킨 폭발력의 규모에 대해선 애초부터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사고 당일인 3월26일 백령도에서 측정한 지진파와 공중음파가 폭발력을 과학적으로 가늠해 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근거였다. 그러나 현재까지 나온 자료 가운데 폭발력을 가장 강하게 추정한 한국지질자원연구원(지질연)의 이른바 공중음파 계산법은 천안함에 적용하기에는 무리라는 지적이 많다.

우선, 기상청 관계자는 “사고 당일 규모 1.5의 지진파가 감지됐으며, 티엔티(TNT)로 계산하면 140~180㎏의 에너지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지질연이 3월27일 작성한 문서에도 “추정 지진 규모가 1.5이며, 이는 티엔티 180㎏에 해당”이라고 적시돼 있어 기상청 분석과 엇비슷하다. 이는 ‘수정된’ 1번 어뢰의 폭발력인 티엔티 360㎏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지질연이 사흘 뒤인 3월30일 작성한 문서에는 이런 문구가 한줄 더 추가된다. “기뢰 또는 어뢰가 천안호(천안함) 하부에서 폭발한 경우, 수면 아래 10m 지점에서 폭발한 것으로 가정하고 공중음파 신호로부터 레일리-윌리스 공식을 이용해 계산한 폭발력은 약 260㎏의 티엔티 폭발에 상응한다”는 것이었다.

지질연의 3월30일 문서에 갑자기 등장한 이른바 ‘레일리-윌리스’라는 공식은 해저나 육상이 아닌 수중 폭발 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것으로 △티엔티의 양 △폭발 수심 △버블 펄스(물속에서 폭발이 있었을 때 가스가 수축 팽창을 반복하며 나오는 파장)의 주기 등 세 가지 변수로 구성돼 있다. 두 가지 변수의 값을 알고 있을 때 나머지 한 변수의 값을 구하는 공식이다.

문제는 지질연이 버블 펄스 주기를 분석한 값(1.1초)만 알고 있었고, 폭발 수심이나 폭발력은 몰랐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폭발 규모를 측정해내는 데 가장 중요한 조건인 폭발 수심을 임의로 10m로 특정해 폭발 규모 260㎏을 산출해낸 것이다.

실제로 <한겨레>가 전문가에게 의뢰해 합조단이 ‘1번 어뢰’가 터졌다고 발표한 폭발 수심 6~9m를 레일리-윌리스 공식에 대입해 본 결과, 상당한 편차가 발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그래픽 참조) 수심 9m에선 폭발 규모가 티엔티 229㎏에 상당했지만, 수심 6m인 경우에는 149㎏에 지나지 않았다. 세 가지 변수 가운데 두 가지 변수의 값을 모르는 상황에서, 레일리-윌리스 공식을 이용하는 것이 얼마나 자의적인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런 사정 탓에 홍태경 연세대 지구과학시스템과 교수도 “레일리-윌리스 공식이 증명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천안함 침몰에 적용이 가능한지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지질연 관계자는 수심 10m를 특정한 이유를 묻자 “하나의 참고치로만 제시한 것이고, (군당국에) 자료만 제공했다”고 해명했다.

 

<이충신 이용인 기자 cslee@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