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인권위를 ‘식물위원회’로 전락시킨 책임은 이 정권에 있다

道雨 2010. 11. 16. 13:03

 

 

 

인권위를 ‘식물위원회’로 전락시킨 책임은 이 정권에 있다
한겨레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의 독단과 반인권적 행보로 말미암아 인권위가 정권의 하수인 집단으로 추락하고 있다. 

 유남영·문경란 두 상임위원과 조국 비상임위원이 사퇴했고, 어제는 61명의 전문·자문·상담위원이 집단 사퇴했다. 이에 앞서 옛 인권위원들과 인권위 전 직원들, 인권단체를 비롯한 많은 시민사회단체들과 야당 국회의원들은 현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어제 사임한 전문·자문·상담위원은 전체 위원 250명의 4분의 1에 가까운 규모다. 인권분야의 전문가들이 주축인 이들의 사퇴로 자문위원회 등 각종 회의체가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 등 인권위의 업무 추진에도 중대한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들은 사임하면서 “현 위원장은 취임 이후 독단적인 조직 운영과 정부 눈치보기로 일관해 인권위가 제 역할을 할 수 없도록 마비시키고 있”어 “인권위는 좀비기구, 식물위원회 등으로 불리며 그 존재의의조차 희미해져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런 상황에서 인권위를 되살리기 위해선 인권 전문성이 부족한 현 위원장과 인권위원들이 사퇴하고 인권위원 인선을 위한 올바른 인선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요한 국가기구가 이렇게 무너져내리는 경우란 일찍이 유례가 없다. 일부에서는 현재의 인권위 사태를 업무 분장을 둘러싼 내분이나 진보 대 보수의 갈등으로 치부하려 들지만, 그건 사태를 호도하는 짓일 뿐이다. 이번 사퇴 파문을 촉발한 문경란 전 위원은 한나라당 추천 인사였다. 그는,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적 인권을 돌보지 않는다면 그건 보수라고도 할 수 없다면서 인권위의 지금 상황은 “진보·보수의 대립이라는 말조차 사치”스런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명박 정권이 최소한의 인권의식이라도 갖춘 정권이라면, 일찌감치 현 위원장을 경질하고 인권위 정상화에 나섰을 것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인권 문외한을 임명해 오늘의 사태를 빚은 것도 모자라, 설상가상으로 역시 인권 문외한인 김영혜 변호사를 새로 상임위원에 지명했다. 이 대통령 자신이 인권위를 좀비기구로 만들 생각이 아니었다면 결코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인권위가 그저 정권의 장식용 기구로 기능하길 바랐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뤄질 수 없는 바람이다.

우리 국민의 인권의식은 이미 그런 만행을 용납하는 수준을 넘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