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에 벌어졌던 코미디 같은 사건들이 떠오른다. 나라님들 행차하시다가 냄새 맡으실까봐 음식물 쓰레기를 내지 말란다.
누구 머릿속에서 튀어나온 발상일까?
음식을 먹지 않으니 똥 쌀 일도 없을 거라 판단한 모양이다. 이어서 분뇨차 운행도 중단시키겠단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G20 행사 기간에 밥 먹고 똥 싸다가는 구속당할지 모르겠다’는 푸념이 들려왔다.
웃을 일이 아니다. 대한민국 검찰이 어떤 이들인가? G20 포스터에 낙서 좀 했다고 구속영장씩이나 청구하는 엽기취향을 자랑하는 이들이 아니던가.
정상들이 사용하는 화장실에 공급되는 물에 수질 감시를 위해 금붕어를 집어넣는 퍼포먼스도 있었다. 이건 거의 디즈니 만화영화 <니모>의 상상력이다. 듣자 하니 대한민국의 환경의식을 보여주기 위한 퍼포먼스라나?
수질 감시라면 역시 4대강의 로봇물고기. 거기에 각하표 로봇물고기를 넣었다면 한국의 아이티 기술도 과시할 수 있었을 게다.
듣자 하니 행사장 주변 감나무의 감이 떨어지지 않도록 철사로 묶었다고도 한다. 나를 팔로잉하는 어느 트위터러가 비꼬기를, “이건 세계 최초의 과일 SM 결박 시리즈다.”
G20에 관한 교육을 한답시고 초등학생들에게 환율에 관한 숙제를 내주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러고 보니 초등학교 3학년 때 학교에서 유신헌법에 관한 숙제를 내주던 게 생각난다.
보라, 이것이 한국의 저력이다.
이미 1970년대에 초등교육에서 헌법을 논하는 수준에 도달한 우리 교육의 수준. 그게 어디로 가겠는가? 2010년대에 한국의 초등학교에서는 무려 환율을 논한다.
과연 G20 의장국 자격, 충분하다. 외신도 부러웠던지 오직 한국에서만 가능한 이 영재교육(?)의 실상을 관심 있게 보도했다고 한다.
돌아가면서 학급 회장을 맡기는 반에서 자기 아들 회장 됐다고 요란하게 떡 돌리는 치맛바람 엄마의 극성이랄까?
어차피 돌아가면서 여는 회담에 저토록 목을 매는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게다.
사실 엠비의 인생철학은 고 이주일씨의 유명한 말로 요약된다. “뭔가 보여드리겠습니다.”
문제는 실패한 정권에서 이젠 내세울 게 하나도 없다는 것, 그래서 안으로는 4대강, 밖으로는 G20에 저토록 광적으로 집착하는 것일 게다.
포스터에 낙서 좀 했다고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검찰의 광기도 여기서 합리적인 설명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슬픈 것은 이게 희극의 대본이 아니라 현실의 기록이라는 사실에 있다.
G20을 통해 우리는 뭘 얻었을까?
한국이 그래 봤자 아직은 국제행사에 유난을 떨며 국민을 상전들 모시는 머슴 취급하는 후진국에 불과하다는 씁쓸한 깨달음?
G20은 끝났다. 정상들은 돌아가고, 우리 머리 위로 450조원짜리 돈벼락이 떨어질 것 같지는 않다.
정권에서는 열심히 성과를 자랑하나, 외신에선 시큰둥한 모양이다.
태산명동에 서일필이라던가?
허탈하겠지만, 태산이 부르르 떠는 그 난리가 고작 쥐 한 마리가 일으킨 소동으로 드러나는 경우도 있다. <진중권 문화평론가 >
G20, 태산명동에 서일필
» 진중권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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