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관련

4대강 공사현장 ‘역행 침식’ 피해 눈덩이

道雨 2011. 8. 5. 12:12

 

 

 

호우에 끊어진 자전거도로, 사라진 공원

    4대강 공사현장 ‘역행 침식’ 피해 눈덩이

 

 

본류 준설탓 유속 빨라져 남한강 지천 제방·도로 붕괴
북한강 강촌지구도 쑥밭…“인공시설물 애물단지 전락”

 

 

 

» 경기 여주군의 남한강 지천인 한천의 용머리교에 균열과 뒤틀림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남한강의 대규모 준설에 따라 한천의 유속이 빨라지면서 다리 교각을 침식시켜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녹색연합 제공
정부가 4대강 사업을 벌인 남한강·북한강 본류와 지천 곳곳이 최근 집중호우로 만신창이가 됐다. 자전거도로와 제방이 붕괴되고 하상보호공이 쓸려가는 등 역행 침식에 의한 피해가 확대되고 있다.

환경단체와 전문가들로 구성된 ‘4대강 시민공동조사단’은 4대강 사업이 진행중인 경기 여주군의 남한강 6개 지천을 둘러본 결과, 자전거도로와 제방이 붕괴되고 하상보호공(강바닥이 깎이는 것을 막기 위해 설치한 돌망태나 콘크리트 구조물)이 쓸려나가는 등 역행 침식에 의한 피해가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4일 밝혔다.

 

‘역행 침식’은 본류와 지류의 강바닥 높이 차가 커지면서 지나치게 빨라진 유속으로 지천의 하류부부터 차례로 강바닥과 강기슭이 파이는 현상이다.

2009년부터 시작된 4대강 사업의 대규모 준설로 남한강 본류의 강바닥은 최고 6m 깊어졌다. 이에 따라 남한강으로 흘러드는 지천의 유속이 빨라지면서 각종 피해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4대강 시민공동조사단이 지난달 30~31일 벌인 조사 결과를 보면, 기존에 발견된 역행 침식 현상은 상류 쪽으로 더욱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성만 녹색연합 활동가는 “지난 5월 봄비 직후 지천 조사를 벌였을 때는 남한강 본류에서 수백m 안쪽에서 주로 제방 붕괴 등 피해가 나타났다”며 “이번 조사에서는 본류 1~2㎞ 상류까지 역행 침식 현상이 관찰됐다”고 말했다.

 

 

» 정부가 4대강 사업으로 강원 춘천시 남산면 강촌리 북한강 둔지에 조성한 자전거도로와 산책길이 4일 최근 집중호우로 물에 잠긴 뒤 철제 안전난간 등이 부서진 처참한 모습을 하고 있다. 춘천/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지난해 가을 완공된 소양천의 자전거도로는 100m가량이 만신창이로 변했다. 아스팔트로 포장된 도로의 일부분은 끊어져 사라지고 그나마 남은 부분은 가라앉고 뒤틀렸다. 이 지점은 남한강 본류에서 2㎞쯤 상류에 있다. 4대강 시민공동조사단은 “지천의 물살이 자전거도로의 지반을 깎아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거센 물살로 강바닥이나 제방이 깎이는 걸 막으려고 설치한 하상보호공과 호안보호공도 여기저기서 유실됐다. 원래 이들 구조물은 제법 큰 사석이나 돌망태로 만들기 때문에 쉽게 쓸려나가지 않는다.

지난달 28일 균열과 뒤틀림 현상이 환경단체에 의해 발견된 한천의 용머리교는 균열과 뒤틀림 현상이 지속돼 통행이 금지되고 있다.

 

여주읍 신륵사 맞은편의 소하천에 새로 건설중인 다리 주변의 축대가 무너졌고 하천을 가로지르는 임시 다리와 아스팔트 도로도 유실됐다. 간매천에서는 둔치 30m가량이 유실되면서 땅속 콘크리트 구조물이 노출됐다.

 


여주에는 지난달 26~28일 사흘 동안 259.5㎜의 비가 내렸다. 여름철에 잦은 집중호우 수준의 강수량이다. 이런 비에도 △하상보호공 등 침식 방지 시설 유실 △제방·둔치 붕괴 및 유실 등 크고 작은 피해가 이어지면서 앞으론 매번 남한강 지천의 복구작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4대강 시민공동조사단은 “본류의 준설은 지류 하천을 더욱 홍수에 취약하게 만들고 있다”며 “4대강 사업으로 설치한 인공시설물들이 애물단지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 4일 오후 <한겨레>가 강원 춘천시 남산면 강촌리~서천리 자전거도로 11㎞ 구간을 돌아보니, 경춘선 복선전철을 따라 북한강변에 조성된 자전거도로의 철제 난간과 콘크리트 기둥이 뿌리째 뽑혀 폭격을 맞은 듯했다. 일부 구간은 지반이 가라앉고 곳곳에 흙더미가 수북이 쌓여 쑥대밭이 됐다.

5억여원을 들여 백양리역 주변에 만드는 문인광장과 수변생태공원은 급물살에 휩쓸려 벽돌 몇 장만 흩어져 있을 뿐, 심어놓은 나무와 꽃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국토해양부 산하 원주지방국토관리청은 4대강 사업의 하나로, 40여억원을 들여 춘천시 남산면 서천리~서면 덕두원리 사이에 자전거도로 18㎞를 만들고, 수변에 문인광장을 조성하는 북한강 10공구 사업을 2009년 11월 착공했으며, 휴가철 관광객이 몰리는 남산면 강촌리~서천리 11㎞ 구간은 애초 9월 말에서 두 달 앞당겨 7월30일 개통할 예정이었다.

 

주민 박아무개(50)씨는 “의암댐 수문을 열면 침수되는 지역 특성을 무시하고 정부가 보여주기식 공사를 강행해 수십억원의 혈세를 물에 떠내려보냈다”며 “큰비가 오면 또 망가질 텐데 땜질 처방으로 상황을 모면하려 하지 말고 시설물 설치 등에 대해 면밀히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주국토관리청 북한강살리기사업팀은 “강촌지구는 100년 빈도 강우량에 맞춰 설계됐으나, 이번 집중호우는 이를 초과해 일부 피해가 발생했다”며 “넘어진 가드레일 보강과 쓰레기·나무 정리를 하면 이른 시일 안에 복구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원주국토청은 “자전거도로의 난간과 수변공원의 바닥벽돌은 폭우에도 견딜 수 있도록 기초를 보강해 재설치할 계획”이며 “수변생태공간에 심은 나무는 아직 활착이 덜 된 상태에서 쓰러진 것으로, 쉼터 등 필요한 구간에 다시 옮겨심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춘천지역은 100년 빈도 30시간 강우량이 397㎜인데 지난달 말에는 416.5㎜가 내렸고, 지난달 27일 의암댐에서 초당 2000t가량을 방류했다.

 

 

 

춘천/박경만 정인환, 남종영 기자

 

 

 

 

 

mania@hani.co.kr

 


 

 

*** 4대강 사업 시작 전에는 4대강 하천관리비용으로 매년 약 250억원이 들어갔는데, 총 22조원의 예산을 투입한 4대강 사업 이후로는 관리비용(이자비용 4천억원 포함)이 이전의 40배인 약 1조원(최소 7천억원)이 매년 소요될 것으로 예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