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입법조사처 “국정원 직원, 현행법 위반 가능성 높다”
중립기관서 불법소지 의견 밝혀
“댓글·특정인 옹호행위 사실 땐 국가정보원법·공직선거법 저촉”
국정원 “직원 개인활동” 말바꿔
국회 입법조사처가 대선 여론조작 의혹을 받고 있는 국가정보원 직원 김아무개(29)씨의 행동이 공직선거법 등 현행법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법률 검토 결과를 내놓은 것으로 27일 밝혀졌다.
이 사건에 대해 국가기관의 법률적 평가가 나온 것은 처음이다. 입법조사처는 국회의 입법 활동을 지원하는 중립적 연구기관이다.
최근 입법조사처는 진성준 민주통합당 의원의 요청으로 제출한 ‘국정원 직원 대선 개입 의혹 관련 입법조사 회답’에서 “국정원 직원이 인터넷 사이트에 댓글을 달거나, 정치적 견해를 표시하거나, 특정 정치인을 옹호하는 등의 행위를 하였다는 사실관계가 확정된다면, 법률적으로 국가정보원법, 공직선거법 등의 위반 여부가 문제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우선 정부·여당을 옹호하고 야당 대통령 후보를 비판한 김씨의 인터넷 활동은 공직선거법 9조 1항의 위반 여부가 문제 될 수 있다는 게 입법조사처의 판단이다. 이 조항은 ‘공무원이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기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해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입법조사처는 또 “국정원 직원이 인터넷 사이트에서 대선과 관련된 글을 쓰거나 댓글을 달았고, 그 내용이 특정 정당이나 선거인에 대한 선거운동을 한 정도로 평가된다면, 국가정보원법 9조 4호에 해당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조항은 ‘국정원 직원이 특정 정당이나 특정인의 선거운동을 하거나 선거 관련 대책회의에 관여해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입법조사처는 김씨가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았다. 국가공무원법 65조 정치활동금지 규정에는 “인터넷 글 게시나 댓글 게시와 같은 행위는 (법 위반 사항으로) 열거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 준비를 위해 입법조사처에 법률 검토를 의뢰한 진성준 의원은 “중립적이고 신중한 기관으로 인정받는 입법조사처까지 국정원 직원 김씨의 활동이 불법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밝혔다. 특히 김씨만이 아니라 국정원 자체가 불법 선거 개입이라는 국기문란 사태에 책임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만큼 국정조사를 통해 이번 사건의 실체를 철저히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국정원이 최근 비공개로 진행된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해당 활동은 직원 김씨가 개인적으로 한 것”이라고 말을 바꾼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국정원은 지난달 31일 보도자료를 내어 “김씨의 게시글 작성 활동은 대북 심리전을 위한 국정원의 통상적 업무”라고 밝힌 바 있다.
국회 정보위 소속 김현 민주통합당 의원은 “(국정원이) 말을 바꾼 것은 국정원이 직접 개입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지만, 증거들이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꼬리 자르기’는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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