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군 의혹(정치, 선거 개입)

“또 다른 ID 33개 추가 발견”

道雨 2013. 3. 12. 15:57

 

 

 

           “또 다른 ID 33개 추가 발견”

 

<오늘의 유머> 운영자가 IP 1400만 개를 분석한 결과 조직적으로 활동한 것으로 의심되는 ID 33개를 더 밝혀냈다. 운영자는 “33개 ID는 잠적했던 이씨와 또 다른 인물이 쓴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김정훈씨(가명)는 사무실에서 <오늘의 유머>(오유) 사이트를 즐겨 본다. 업무가 빌 때마다 접속한다.

지난해 8월31일 오후 4시에도 노트북에 오유 사이트를 띄웠다.

4시32분11초에 이상한 글이 올라왔다. 4시33분까지 14개의 시사성 담긴 글이 올라왔다. ID ‘차익거래’를 쓰는 김씨는, 오유에서 ‘어뷰저(게시판을 도배하거나 조작하는 누리꾼)’를 적발하는 탐정으로 통한다.

14개 글은 게시판 게재 규칙을 어겼다. 오유 사용자들은 시사적인 내용은 시사 게시판에 올리는데, 이 글은 유머 게시판에 올라왔다.

글 제목도 눈에 띄었다. ‘원숭이만도 못한 것들, MB 외교 폄훼 고만해라!(ID 추○○○○, 올라온 시간 4시32분22초)’ ‘김 박사님이 천안함 발표 전에 봤어야 할 기사(ID 토○○○, 4시32분39초)’ ‘MB가 독도 간 진짜 이유 이제 밝혀본다(ID 진○○○○○, 4시33분17초)’ ‘리정희가 대선에 나온다고?(ID 이○○, 4시33분13초)’. 전에는 잘 볼 수 없던 ‘친MB·반야당’ 성향의 글들이었다. 게시판 규칙을 어긴, 친정부적인 글 14개가 4시32분부터 33분까지 고작 1분 사이에 한꺼번에 올라온 것이다.

3040 세대가 즐겨 찾는 오유는 상대적으로 정부·여당에 비판적인 글이 많고 인기도 높다. 이런 친정부 또는 MB 지지 글은 올라오더라도 추천을 받기 어렵다.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14개 글 추천수가 갑자기 순식간에 늘어났다. 오유 게시판은 반대가 4회가 되기 전에 추천 10회를 받으면 자동으로 더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는 베스트 게시판으로 넘어간다. 10회 추천을 받기 전에 반대가 4회가 되면 베스트 게시판에 넘어갈 수 없다.

이상한 글들은 순식간에 추천 10회를 받더니, 더 많은 사람들이 보는 베스트 게시판으로 옮아간 것이다. ‘차익거래’ 김씨가 추천 ID를 살펴보니, 자기들끼리 추천을 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김씨는 추적에 나섰다. 오유는 가입한 순서대로 회원번호가 부여되는데, 이들의 회원번호는 일련번호로 앞뒤로 이어졌다. 동시에 가입한 것이다.

김씨는 본능적으로 ‘어뷰저’로 판단하고 화면을 갈무리했다. 운영자 이호철씨에게 메일로 알렸다.

이런 갈무리 화면이 김씨 노트북에 쌓여 있다. 9월3일 오후 3시24분에서 4시10분 사이에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났다. 김씨는 그저 그런 어뷰저로 여기고 노트북에 저장만 하고 잊었다. 

“국정원 직원 글보다 훨씬 노골적”

5개월 뒤인 지난 1월31일 <한겨레> 보도로 국정원 직원 김 아무개씨가 썼다는 16개 아이디와 내용이 공개되었다. 탐정 김씨는 순간 기사에 나온 아이디가 익숙했다. 8월31일 등장했던 바로 그 아이디와 두 개가 정확히 겹쳤다. 김씨는 본격적인 국정원 ID 추적과 분석에 나섰다.

오유 운영자 이호철씨도 자체적으로 분석과 추적에 매달렸다.

운영자 이씨와 탐정이라 불리는 김씨가 파헤친 결과를 살펴보면, 국정원 직원 김씨가 사용했다고 인정한 ID 16개 외에도 추가로 33개가 더 나온다.

운영자 이씨는 ‘차익거래’ 김씨가 모니터해 적발한 8월을 기준으로 8월부터 12월까지 오유에서 사용된 IP 1400만 개를 분석했다. 그 결과 국정원 직원 김씨가 인정한 ID 16개와 같은 IP를 쓰고, 글 내용과 추천·반대 패턴을 비교해 33개 아이디를 더 밝혀낸 것이다.

 

운영자 이씨 등의 분석을 보면, 현재 오유에서만 드러난 ID는 세 가지로 분류된다.

11+5+33이다.

11개는 국정원 직원 김씨, 5개는 잠적한 이 아무개가 썼다. 33개 ID의 가입 시기와 IP, 쓴 글의 패턴을 분석해보니, 사라진 이씨가 썼다는 5개와 비슷했다.

이호철씨는 “분석 결과 33개 ID는 이씨와 또 다른 인물들이 쓴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씨 외에도 이들 IP를 쓴 인물이 더 있을 것으로 의심되었다.

38개(5개+33개) ID로 오유에 올라온 글은 165건인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삭제되었지만 남아 있는 글도 상당수이다.

운영자 이호철씨는 “국정원 직원이 11개 ID로 쓴 91개의 게시 글보다 훨씬 노골적으로 정부·여당을 편드는 내용이다”라고 밝혔다. 38개 ID 묶음이 추천·반대를 표시한 것은 2000회가 넘었다.

   
 

국정원 직원 김씨와 함께 적극적으로 활동한 이씨의 정체를 두고 사정 기관 관계자는 “국정원 직원들이 활용하는 정보망원일 가능성이 높다. 얼마나 많은 정보망원을 활용하느냐도 정보요원의 능력이다”라고 말했다. 2월22일 변호사와 함께 경찰에 나온 이씨는 “다른 사람이 시킨 게 아니라 내 의사에 따라 글을 썼다”라고 진술했다.

운영진 이씨 등이 본 수상한 ID들의 오유 사이트 공략법은 세 갈래다.

먼저 친정부적인 글로 도배한 후 추천수를 늘려 베스트 게시판으로 옮기는 공세적인 수법이다.

둘째는 밀어내기 수법이다. 정부에 비판적인 글이 올라오면, 상관없는 글을 무작위로 올려 비판적인 글이 게시판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게 밀어내는 식이다.

오유 사이트 운영 수칙을 이용한 게이트 키핑 수법도 썼다. 오유는 추천 10회 전에 반대가 4회 쌓이면 아무리 추천이 높아도 베스트 게시판으로 넘어갈 수 없다. 이들은 재빨리 4회 반대를 하는 식으로 게이트 키핑 노릇을 하며 정부 비판 글의 노출을 억제한 것이다. 

이씨는 2월22일 오전 9시30분 출석해 저녁 6시까지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했다고 밝혔다. 국정원 관계자는 “이씨가 직원 김씨의 지인이라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그의 출석 여부는 우리가 관여할 사항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정원은 자체 감찰을 통해 국정원 3차장 산하 심리정보단을 외부에 알렸다며 내부 직원 정 아무개씨를 파면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정씨와 함께 이 사실을 민주당에 제보한 김 아무개 전 직원도 고발했다. 정치적인 글을 쓴 혐의를 받고 있는 김 아무개씨에 대해서는 감찰을 하지 않았다.

 

 

[ 고제규 기자  |  unjusa@sisai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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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정원 직원, ‘제3의 인물’ 이 모씨 지목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 사건의 열쇠는 제3의 인물인 이 아무개씨가 쥐고 있다. <시사IN>이 이씨의 행적을 추적한 결과 가족도 그의 직업을 잘 모르고 있었다. 이씨는 “글을 썼지만 자발적이었다”고 주장했다.

 

국가정보원 선거개입 의혹 사건에 연루된 이 아무개씨(42)가 잠적한 지 한 달 만에 경찰에 출석했다. 이씨는 2월22일 소환조사를 받았다. 국정원 직원 김 아무개씨(29)가 자신이 만든 <오늘의 유머>(오유) 사이트의 ID 16개 가운데 5개를 건넸다고 지목한 인물이다. 그는 1월4일 김씨가 경찰에 출석해 ID 공유 사실을 진술한 직후 자취를 감췄었다.

제3의 인물로 떠오른 이씨의 존재가 드러난 계기는 실명 사이트 때문이었다. 국정원 직원 김씨는 실명 인증이 요구되는 ‘보배드림’ 사이트에 이씨 명의로 개설된 ID를 썼다. 이씨의 존재가 드러나자 국정원은 “김씨의 지인”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씨의 실체가 점점 드러나면서 국정원의 해명은 흔들렸다.

김씨와 이씨는 나이가 열세 살 차이가 난다. 다닌 대학도 다르다. 김씨는 ㄱ대 출신이고 이씨는 ㅇ대 출신이다. 전공도 이공계(김씨)와 사회과학계(이씨)로 차이가 난다. 이씨의 고향은 부산이다. 지인으로 묶일 연결 고리가 약한 셈이다. 이씨는 2월22일 경찰 조사에서 “사회에서 알게 된 사람으로부터 김씨를 소개받았다”라고 밝혔다.

<시사IN>은 사건의 열쇠를 쥔 이씨의 행방을 쫓았다. 이씨가 경찰에 출석하기 하루 전인 2월21일 고향인 부산에서 그의 가족을 만났다. 어머니 최정순씨(가명·71)와 매형 등 가족들은 “엊그제도 전화 연락이 왔다”라고 말했다. 가족들은 “국정원 직원은 아니다. 사업을 하는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이씨는 2남2녀 가운데 막내다. 부산 토박이인 그는 1990년 부산 ㄷ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지금 고향집에서 1.4㎞ 떨어진 고등학교다. 이씨는 대학에 입학하면서 상경했다. 어머니와 큰누나가 부산에 거주한다. 가족이 사는 집은 63.27㎡(19평) 남짓한 낡은 빌라였다. 지은 지 28년이나 된 집이다. 2003년 어머니 명의로 집을 샀다. 기자가 한눈에 보아도, 넉넉한 살림은 아니었다. 이씨는 공부 잘하는 모범생이었다. 어머니 최씨는 “삐뚤어질 수도 있는 환경이었는데 우리 애들이 다 곧게 자랐다. 아들(이씨) 덕에 내가 고등학교로부터 ‘자랑스러운 어머니상’을 받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이씨의 대학 지인들은 그를 평범한 고시생으로 기억했다. 한 지인은 “졸업하고 사법고시 준비를 오래 한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이씨의 어머니도 “졸업하고 3~5년 정도 고시 공부를 했는데, 공부를 계속할 만큼 가정 형편이 안 되어 끝맺음(합격)을 못했다”라고 말했다. 최씨는 “아들이 어렸을 때부터 남편 몸이 안 좋았다. 30년간 아팠는데 내가 생계를 꾸리느라 아들 뒷바라지를 충분히 못했다”라고 덧붙였다. 이씨의 매형은 “장인이 아파서 처남(이씨)이 고시 공부를 중단하고 부산에 내려와서 몇달 같이 살았다”라고 말했다. 이씨는 이때 집 근처 학원에서 영어 강사를 하기도 했다.  

   
ⓒ뉴시스
선거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국가정보원 여직원 김 아무개씨가 1월4일 서울 서초경찰서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고시에 연거푸 낙방하면서 취업 시기를 놓친 그는 친구와 사업을 했다고 가족들은 전했다. 어머니 최씨는 “친구와 사업을 한다길래 우리는 그런가 보다 했다. 아마 자기 딴에는 (고시) 공부하다가 사업하다가, 또 공부 좀 하다가 그렇게 했던 거 같다”라고 말했다. 이씨의 매형은 “여행사인가 관광 대행사를 한 것으로 안다. 본인이 그런다고 하니 그러려니 했지 더 묻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2004년에 김희정 의원 선거운동 참여


이씨는 고향집에 자주 내려오지는 않았다. 제대로 된 일자리를 잡지 못했고 미혼인 터라 지난해 명절 때도 내려오지 않았다고 한다.

지인들이 기억하는 이씨의 공개적인 활동은 2004년 4·15 총선 때다. 이씨는 17대 총선 때 부산 연제구에 출마한 김희정 당시 한나라당 후보(현 새누리당 의원)의 선거운동을 도왔다. 김 의원과 이씨는 부산 출신 동향에다가 대학 동기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그때 고시 공부를 하던 이씨가 대학 동기라는 인연으로 자원봉사를 했다. 그 뒤 연락이 끊겼다. 대학 동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번 사건과 관련 있는지 처음 알았다”라고 말했다. 이씨 가족도 김희정 의원의 선거운동을 한 것을 정확히 기억했다. 그의 매형은 “부산 친구이고 학교 동기이니 참모를 구한다고 해서 자기(이씨)는 안 하려고 했는데 (김 의원이) 같이 선거운동을 하자고 해서 했다”라고 말했다.

그 뒤 이씨는 대학 동기들과도 연락이 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의 정치적 성향에 대해 친구들은 “연락이 닿지 않는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보수 꼴통’은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 사건이 불거진 뒤에도 이씨는 집에 전화로 연락을 했다. 연락은 주로 가족보다 이씨가 먼저 하는 쪽이었다고 한다. 어머니 최씨는 “내가 좀 아파서, 괜히 내가 먼저 연락하면 걱정할까봐 일부러 안 했다. 아들이 먼저 연락해야 연락이 닿았다”라고 말했다. 

“아무 일 아니다. 잘 해결될 것이다”

가족들은 이씨가 지난 1~2년 사이 무슨 일을 했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다만 어머니 최씨는 평소 사업 얘기를 안 하던 아들이 털어놓은 말이 마음에 걸렸다고 한다. “한번은 전화를 해서, 생전 말을 잘 안하는데, 어떤 때는 월급도 못 받는다고 하더라. (목)돈이 없으니 자기는 몸으로 사업을 하다시피 한다는데, 월급도 못 받고 집에도 못 가고…. 그게 마음에 걸렸다.” 그래도 이씨는 간혹 병원비에 보태라며 어머니에게 돈을 보냈다고 한다.

가족들은 이씨가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 사건에 연루된 것을 지난 2월18일에야 알았다. 부산 동래경찰서 소속 경찰이 이씨의 행방을 물으러 집에 찾아왔다. 이씨 매형은 “서울 수서경찰서에서 연락을 받고 왔다고 소개하면서 수서경찰서로 전화를 하라고 하더라. 그래서 아내(이씨의 누나)가 그때 수서경찰서에 전화를 하면서 처음 알았다”라고 말했다.

경찰이 다녀간 하루 이틀 뒤 이씨는 전화를 했다. 어머니 최씨는 “경찰이 집에 왔는데 무슨 일 있냐고 물었더니 ‘아무 일도 아니다. 어머니 건강이나 챙기시면 잘 해결될 것이다’라고 했다”라고 말했다.

 

고제규·김은지 기자  |  unjusa@sisa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