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군 의혹(정치, 선거 개입)

새누리 ‘십알단’과 국정원의 관계, 그리고 박근혜 후보

道雨 2013. 4. 24. 15:40

 

 

 

새누리 ‘십알단’과 국정원의 관계, 그리고 박근혜 후보

 

 국정원 사건은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가늠할 중대한 사건

이제 경찰수사가 일단락되어, “최소한 국정원 직원 2명과 민간인 1명이, 대통령 선거기간을 포함한 수개월 동안, 오피스텔 등 민간 주거시설에 상주하면서 ‘상관과 조직의 승인과 지시를 받아 수행한 통상적 업무로’ , 인터넷 상에서 정부정책을 홍보하고 대통령이나 집권당, 여당 태통령 후보를 지지하거나, 야당 이나 야당 후보 혹은 정부에 비판적인 지식인을 비판하는 활동을 해왔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경찰수사를 통해 확인된 사실들이 ‘사건의 전부’라고 믿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듯 하다.

이후 검찰수사를 통해 유사한 활동을 벌인 국정원 직원들과 그들에게 협력한 민간인들의 추가 입건, 이들에게 ‘인터넷 여론조작 업무’를 지시하고 그 전체적인 계획을 수립한 소위 ‘윗선’의 확인 및 국정원 외부 정치권력이나 세력의 개입 여부 확인 등이 이루어지면, 보다 ‘진실’에 가까운 실체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윤정훈 전 새누리당 SNS단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소위 ‘십알단(십자군 알바단)’ 등 유사한 활동을 벌인 집단과 조직의 실체 및 이들과 국정원 심리전단과의 관계 역시 의혹의 대상이다.

경찰이 4개월 여에 이른 수사를 마무리하고 검찰에 송치하면서 행한 수사결과 발표에서, 국정원 직원 2명과 민간인 1명의 혐의 사실이 ‘국가정보원법’을 위반한 범죄에 해당하지만 ‘공직선거법’ 위반은 아니라는 ‘무리하고 이상한 친절’을 베푼 이유와 배경 역시 사건의 정확한 실체 확인을 위해 밝혀져야 한다.

경찰의 패착과 몰락

무리한 중간수사결과 발표와 어설픈 최종 수사결과 발표를 차치하고라도, 사건 초기에 현장인 오피스텔에 즉시 진입해 증거물을 확보하지 못해 40여 시간의 ‘증거인멸’을 방조하고, 그후 임의제출 받은 컴퓨터 하드디스크 분석을 통해 확보된 아이디와 아이피(IP, 인터넷 상 접속주소)를 이용한 검색 등, 임의수사를 통해 단서를 확보한 후 즉시 서버 압수 수색 등 강제 수사를 실시하지 않은 점, 그리고 무엇보다 국정원 직원 김씨의 동료들과 상관들 및 그 조직과 기관을 수사하지 않은 점 등은 결코 납득할 수 없다.

모두 형사소송법과 범죄수사규칙 및 경찰공무원법, 경찰헌장 등에 정한 ‘성실하게, 오직 법과 양심에 따라,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신속하고 효과적인 수사’ 원칙에 어긋난다.

경찰은 익명 신고이거나 시중에 떠도는 ‘소문’이라도 범죄혐의 내용이 있다면 수사할 의무를 지고 있고, 공범자가 있는 경우 반드시 분리 수사해야 하며, 집단적 조직적 범죄일 경우 그 배후까지 반드시 수사하도록 범죄수사규칙은 요구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수사책임자였던 권은희 당시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이 ‘수사과정 전반에 걸쳐 서울경찰청과 경찰청 고위관계자의 압력’을 느꼈다고 토로한 부분이다.

서울청과 경찰청이 즉각 반박했지만, ‘배밭에서 갓끈 고쳐매지 말고, 참외밭에서 짚신 고쳐신지 말라’던 선조들의 격언을 정면으로 위반한, 결과적으로 경찰 수사 과정과 결과가 왜 그리 엉망인지를 추정하게 해주는 논란이다.

검찰 수사, 믿을 수 있을까?

국민들은 검찰 수사를 주목하고 있다. 외신들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동안 검찰은 경찰과 마찬가지로 ‘강자에겐 약하고 약자에겐 강하다’, ‘살아있는 권력은 건드리지 못하고 죽은 권력만 난도질 친다’, ‘정치적인 결론을 내려놓고 수사결과를 이에 짜 맞춘다’는 비난과 불신을 받아왔다.

검찰 최고의 자부심인 ‘거악 척결’의 심장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폐지를 여야가 한목소리로 요구해 온 배경이기도 하다.

경찰이 끊임없이 도전하며 ‘수사권 분점’을 요구해 온 명분이기도 하다.

경찰은 이미 국정원 사건을 통해 ‘권력적 사건에 대한 독자적인 수사 능력이 없다’는 국민적 불신의 대상이 되었다.

지난 4개월 여 동안 경찰수사와 그 결과가 야기한 경찰의 몰락을 지켜 본 검찰의 수사결과는 당연히 ‘경찰과는 다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문제는 ‘얼마나 다를 것인가?’, ‘정치적 고려없이 실체와 진실을 있는 그대로 밝혀낼 것인가?’일 것이다.

검찰이 이번 사건을 통해 신뢰를 얻을 수 있다면, 적어도 향후 다시 신뢰를 잃는 패착을 할 때까지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신뢰받는 수사기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
 

책임의 끝은 어디인가?

이 사건의 법적 책임은

첫째, ‘국정원 직원들을 동원한 조직적 여론조작 활동’을 계획하고 조직하고 지시하고 실행한 사람들’에게 있다. 그 경중과 적극성 및 고의성 정도에 따라 책임은 달라질 것이다.

둘째, ‘사건의 은폐와 경찰수사 축소 왜곡’에 가담한 것으로 확인되는 공직자들 역시 책임을 져야 한다. 지금은 경찰고위간부 몇 명이 거론되고 있지만, 검찰 수사 및 국정조사 등의 결과에 따라 그 대상과 범위는 확대될 수 있다.

여기서 문제는, 증거와 진술 확보 등 ‘입증의 어려움’이다. 만약에 결과적으로 입증을 못해 국민이 만족할 만한 실체의 확인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그 원인이 검찰의 ‘수사의지 부족’일 지, 경찰이 지나치게 시간을 끌며 증거인멸과 공모자 및 공범들의 진술 맞춤을 도와준 때문인지, 아니면 수사기법과 기술 부족일지 여부는 사실상 확인하기 어렵다.

어쨌든 ‘의혹만 남긴 채’ 상당한 심증이 가는 불법행위자에게 그 책임이 돌아가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의 수사 및 사법 정의는 다시 ‘불신의 늪’ 속으로 하염없이 빠져들 것이다.

야당 등 일각에서는 4,19 시민혁명과 그에 따른 이승만 대통령의 하야 및 하와이 도주 망명을 초래한 ‘3.15 부정 선거’나 닉슨 대통령의 사퇴를 초래한 미국 ‘워터게이트 사건’을 거론하며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엄밀하게 법적으로 따지자면, ‘국정원 대선 불법 여론조작 사건’에 박근혜 당시 후보나 선거운동본부 측에서 개입하거나 알고도 방치한 사실이 밝혀질 경우에 한해서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과 당선 자체의 불법성이 인정될 것이다.

만약에,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이명박 당시 대통령을 보호하고, 그에게 충성을 다하기 위해 저지른 행동이고, 야당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자신과 이 대통령 및 그 측근들의 불법행위들이 드러나 위험에 처할 것을 염려해 ‘박근혜 후보나 선거운동본부와 공모없이’ 대선개입을 한 것이라면, 박 대통령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

스포츠 승부조작 사건에서 가담한 선수나 감독, 심판들을 처벌하지만, 경기 그 자체의 결과는 취소하지 않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국정원 사건에 있어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

대통령 선거 3일 전, 양대 후보가 TV토론 맞대결을 펼쳐 그 내용이 온 국민의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밤 11시에 갑자기 행해진 경찰의 중간수사결과 발표는 ‘국정원 직원 김씨의 컴퓨터 하드디스크에서 대선관련 댓글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내용이었다.

바로 모든 테레비젼 화면 하단에 굵은 자막으로 속보가 나갔고, 다음날 조간신문 1면을 커다랗게 장식했다.

이후 박근혜 당시 후보와 새누리당은 강도높게 문재인 후보와 민주당의 ‘거짓 주장’, ‘흑색 선전’, ‘국정원 여직원 인권침해’ 등을 강도높게 외쳤고 언론과 방송은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정확한 과학적 분석은 어렵겠지만, 선겨결과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쳤음이 자명하다.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보수 논객들도 여려차례 박근혜 후보의 승리에는 ‘이정희 후보의 날선 공격’과 ‘민주당의 국정원 여직원 사건 무리수’가 크게 작용했다고 주장했을 정도다.

만약에, 박근혜 당시 후보나 그의 선거운동본부에서 국정원의 불법 여론조작 행위를 ‘전혀 몰랐다’고 가정한다면, 그리고 그 사실이 검찰수사에서 확인되고 국민이 납득한다면, 박근혜 대통령도 ‘피해자’다.

국정원의 ‘어설픈 불법적 도움 ‘없이도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선거였는데 대통령 당선 자체의 정당성에 큰 흠집이 났기 떄문이다.

더구나. 유튜브를 비롯한 인터넷 상에 버젓이 떠있는 동영상에는 박근혜 당시 후보가 ‘국정원 여직원의 인권’을 소리 높이 외치고,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를 ‘근거도 없는 억측을 주장하며 성추행범처럼 국정원 여직원을 괴롭혔다’고 비판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측근과 관계자가 제공한 ‘잘못된 정보’를 ‘사실로 오인하고’ 행한 잘못이기에 법적 책임은 물을 수 없겠지만 도의적 책임은 남는다. 도의적 책임에는 ‘사과’가 유일하며 가장 효과적인 답이다.

방송과 일부 언론의 오랜 침묵, 놀라운 인내심

경찰이 수사를 일단락지으면서 결과발표를 하자, AFP, UPI 등 국제적 통신사들과 미국의 뉴욕타임즈 등 공신력 있는 해외 언론들은 일제히 “한국 경찰, 국정원 직원들의 선거개입 확인”이라는 제목의 비중있는 기사들을 게재했다. 하지만, 정작 대한민국의 공중파 방송 대부분과 중요 언론은 침묵하거나 단신으로 처리했다.

이러다 공중파 TV나 중요 신문만 보는 국민은 국내 정치나 사회 뉴스가 아닌 ‘해외 토픽’ 난을 통해 국정원 사건의 외신 보도 내용을 전달받게 될 지도 모른다.

지난 4개월여 동안 줄곧 그래왔기 때문에 그리 새로운 모습은 아니다. 지금이 독재, 군사정권 치하도 아니기 때문에 ‘권력의 외압’이 작용한 결과는 아닌듯 하다. 해당 방송사나 언론사의 경영, 편성 혹은 편집 책임자들의 ‘정치적 줄타기’ 내기는 ‘눈치 보기’가 계속된 결과라고 밖에는 해석할 수 없다.

방송과 언론의 자유는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 못지 않게 중요하다. 아니, 어쩌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미국 수정헌법 제1조가 천명하듯, 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원칙이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이기 때문이다.

경찰 수사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를 위해 권은희 과장이 양심선언했듯이, 방송과 언론 종사자 중에도 양심선언이 나와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적어도 방송과 언론 내에 ‘살아있는 양심’이 있음을 알고, 희망과 기대를 가지고 기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방송과 언론 학계 역시, 국정원 사건에 대한 지난 4개월 여, 그리고 앞으로 각 매체가 다루는 빈도와 비중, 깊이 및 내용을 분석해 논문으로 밝히고, 예비 언론 방송인 교육 자료로 사용해야 할 것이다.

국정원 사건은 5천년 한민족 역사와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정체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중대한 사건이다. 권력자 몇 명의 안위 때문에 거짓과 허위, 왜곡, 축소로 매듭지어 진다면 국가와 민족의 불행이 될 것이다.

관련 당사자들의 사심없는, 오직 법과 양심, 직업윤리에 기반한 사명감을 촉구한다.

 

 

[ 범죄심리학자 표창원(전 경찰대 교수) | media@media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