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사고가 발생하고 합조단이 구성된 것은 사고 나흘 후인 3월 30일이었습니다. 그러나 군 자체조사만으로는 객관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여론에 의하여, 희생자 가족을 포함한 민간전문가도 참여하는 ‘민군합동조사단’을 꾸리기로 가닥이 잡히면서, 4월 중순이 되도록 난항을 거듭합니다.
[DongA.com] 합동조사단 구성 지지부진
국방부 “주말이나 내주초 확정”… 가족측 전문가 섭외도 난항 軍위주로 조사 시작 가능성… 鄭총리 “아직 의심의 눈 많아”
2010-4-14 | 이유종 기자
실종자가족 초계함 방문 13일 오후 실종자 가족 80여 명이 평택 2함대에 정박 중인 영주함을 방문했다.
국방부가 지난달 30일 천안함 침몰 사건의 원인을 규명할 민군 합동조사단을 출범시켰다. 그러나 이번 주 안으로 예상되는 함미 인양 이후에도 합조단의 조직 구성조차 끝내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조사 현장에서 군과 관련 인사들이 1차 조사 작업을 마친 뒤에야 민간 전문가들이 뒤늦게 참여하는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 함미 인양 후에도 조직 구성 못할 전망
원태재 국방부 대변인은 13일 정례 브리핑에서 “전반적인 (합조단의) 규모 등을 정확하게 지금 말씀을 드리지 못한다. 이번 주말이나 다음 주초 정도에 확정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해외 전문가들의 조사단 합류에 대해서도 “이분들이 다 와야 본인들의 전문분야를 함께 대화하면서 업무를 나누어서 맡게 된다”고 말했다.
합조단은 당초 합동참모본부와 국방과학연구소, 국방부 조사본부의 해상무기와 폭약, 선박 전문가 등 군 관련 기관 중심으로 구성됐다. 여기에 조선해양공학 전공 교수 일부가 참여했다. 그러나 인원을 82명에서 갑자기 해외 전문가와 실종자 가족대표 50여 명을 추가해 130여 명으로 늘리기로 하면서 체계적인 업무 시스템이 갖춰질지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합조단에 참여할 실종자 가족대표 민간 전문가를 뽑는 노력은 이날 원점으로 돌아갔다. 실종자가족협의회는 이날 섭외를 거의 마친 선체파괴분석 전문가 1명이 처우 문제 등을 이유로 참여를 고사해 가족대표 1명을 제외한 전문가 3명이 모두 공석이 됐다고 밝혔다.
협의회는 새로운 전문가를 섭외하기 위해 시민단체의 조언을 구하기로 했다. 협의회 측은 “국방부에 추천한 민간 전문가의 처우 문제를 논의했으나 만족스러운 답이 나오지 않자 해당 전문가가 불참 의사를 전해왔다”고 밝혔다.
국회도 아직까지 추천 인사 3명의 명단을 제출하지 않았다.
○ 군 인사 위주로 조사 시작 가능성
국방부에 따르면 현재 백령도 인근의 기상상태를 고려할 때 천안함 함미는 이번 주 안에 인양될 것으로 보인다. 합조단 구성이 다음 주까지 늦춰지면 함미 부분에 대한 조사는 군 관계자들만으로 이뤄지게 된다. 천안함 함미가 인양된 뒤에도 일정 기간은 민간 전문가들이 합조단에서 활동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사정 때문에 천안함 함미를 옮기는 과정에서도 천안함 탐색구조단이 민간 전문가를 배제하고 군 관련 인사들만이 절단면 등을 먼저 조사한 게 아니냐는 논란도 제기됐다. 국방부는 “함미를 해저에 다시 내리기에 앞서 부유물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쳐 놓은 그물 같은 게 제대로 돼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것이었을 뿐 조사 차원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더욱이 조사 현장에는 소수의 인원만 파견될 수밖에 없다. 합조단이 조사 내용을 간추려 분석 결과를 내기 때문에 군의 입김이 많이 들어가는 구조다. 군 관계자는 “합조단은 국방부 소속으로 김태영 국방장관과 이상의 합참의장에게 직접 보고하는 체계”라고 말했다.
○ 정 총리 “납득할 수 있도록 밝혀야”
정운찬 국무총리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사건 발생 시간에 대한 혼선이 빚어지고 원인을 둘러싼 각종 유언비어와 억측이 난무함으로써 국민의 의혹이 증폭됐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각종 위기대응 매뉴얼에서 정보공개의 범위와 방법, 절차, 유언비어 대응 등 제반 사항에 문제점이 없는지를 세세하게 점검해 정비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이어 “군사비밀이 공개되는 문제점이 발생했고 아직도 많은 이들이 의심의 눈으로 정부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라며 “합조단은 국민과 국제사회가 모두 납득할 수 있도록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조사해 모든 것을 명명백백히 밝혀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함미를 인양해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낸 날이 4월 12일입니다. 국방부는 인양업체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저수심으로의 이동’을 요구했고, 제3의 부표 인근 해역으로 이동한 뒤 다시 물속에 넣었다가 3일이 지난 4월15일 함미를 물속에서 건져 바지선에 올린 후 시신을 인양합니다. 그 다음날인 4월 16일 함미를 평택으로 이송하게 됩니다.
하여 천안함이 평택 2함대 야적장에 거치된 4월 16일 이전까지는 천안함 선체에 대한 조사자체가 이루어질 수도 없었고, 기사에 나와 있듯이 국회추천 민간조사위원의 명단조차도 확정이 되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의 재판에 증인으로 참석한 박정수 준장은 다음과 같이 거짓증언을 합니다.
“신 위원 합류 이전부터 합조단은 백령도에서 조사를 하고 있었고, 신 위원에게 여러차례 전화를 해서 조사에 참석하라고 요청했으나 거부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리에 뚜껑이 열리려고 하는 것을 억지로 참았습니다. 사실관계를 그렇게 왜곡을 해도 되는 것인지. 법정에서 말이지요.
합조단 문병옥 준장과의 대화
4월 중순, 합조단의 문병옥 준장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국회추천위원으로 위촉되었으니 ‘준비를 단단히 해서’평택2함대로 오시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준비를 단단히 하라’는 말이 무슨 말이냐고 묻자 “일단 합류하면 합숙을 해야 하고, 외출이 금지되며, 조사가 끝날 때까지 외부로 나가지 못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순간 제 머리 속에는 ‘이 양반들이 나를 2함대 내에 묶어두려는 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시 저는 천안함 사고 원인과 관련 깊이있는 분석을 하고 있었고, 칼럼을 통해 십 수편의 관련글을 발표하였으며, 온라인 상으로 네티즌들과 폭넓은 논의를 하고 있던 중이었기 때문에 합조단이 그 사실을 모를리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그렇다면 나는 합조단에 합류하지 않겠다. 민주당에 얘기해서 조사위원을 반납하겠다”고 하자 문 준장은 “알겠다”며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러나 다음 날 문병옥 준장은 다시 전화로 “국회에서 이미 위촉을 한 상태라 취소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중간조사와 최종조사 두 번만 참석하는 걸로 하면 어떻겠느냐?”라고 제안을 하여 저는 흔쾌히 수락을 하였습니다.
저는 이미 천안함이 모습을 드러내기 전까지 발생한 모든 정황을 바탕으로 사고원인의 분석을 통한 결론에 도달해 있었고, 천안함이 인양되어 바지선에 올려지는 과정을 통해 제가 분석한 내용의 상당부분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최종적으로 확인하고 확정짓기 위한 ‘단 한번의 조사’가 필요한 상태였기 때문에 두 번의 참석만으로 저는 충분하다 판단하였습니다.
혹자들이 저를 비난하던 내용 중 하나가 <당신 너무 건방진 거 아냐? 한 번만 보면 사고 원인을 알 수 있다고? 당신이 신이야?>류의 비난입니다만, 사실이 그렇습니다. 쪼개진 생철판 하나를 가져와서 이거 사고 원인이 무엇이냐? 라고 묻는다면 분석하는데 한달이 걸릴지 몰라도, 천안함처럼 사고의 발생부터 실물이 눈에 들어오기까지 일련의 과정이 존재하는 사고의 경우 이미 그 원인의 체크리스트는 완성되게 됩니다.
현장에서 실물을 보고 체크리스트 가운데 맞는 것과 틀린 것을 구분하는 과정, 선박전문가라면 그리고 천안함 사고 과정을 면밀히 지켜본 사람이라면 ‘천안함의 선수부터 선미까지, 그리고 내부 전반을 조사하는 Full Survey’한 번만으로 사고의 원인을 확정하는데 충분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좌초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폭발이 존재했는지 여부, 충돌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확정할 수 있는 것이지요.
합조단이 합숙을 요구했던 이유 - 이해할 수없는 좌석배치
합조단에서 저에게 ‘평택2함대 독도함에서의 합숙’을 요구한 것이 조사의 편의성 때문인지, 아니면 2함대 내에 묶어두기 위함이었는지 여부는 제가 합조단에 첫 조사를 나갔던 4월 30일 확인이 되었습니다. 그들은 제가 쓴 칼럼 모두를 복사를 하여 칼러펜으로 마킹을 한 자료를 펼쳐놓고 저를 설득하려고 애쓰더군요. 그래서 저는 “나는 조사하려고 왔지 설명들으러 온 게 아니다”며 설득의 노려을 하지 말 것을 요구했습니다.
이번의 재판에서 합조단이 저를 설득, 회유를 위해 애쓴 흔적의 한 단면이 증인심문과정에서 드러났습니다. 그것도 해군 준장의 증언을 통해서 말이지요. 변호인이 박정수 준장에게 물었습니다.
“증인, 신상철 위원이 2함대에 첫 조사를 갔던 날 회의실의 좌석배치가 사진의 내용과 같지요?”
박정수 준장은 “맞다”고 하였습니다. 합조단의 모든 분과가 참여했던 그날 회의실에는 합조단 수뇌부와 군조사위원은 물론 민간조사위원 거의 대부분이 참석하여 4~50명이 빽빽이 들어차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를 상석으로 안내해서 앉게 하였던 것이지요. 저는 순간‘왜 내가 이 자리에 앉아야 하지?’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앉자마자 브리핑이 시작되어 그냥 앉게 되었습니다.
브리핑이 시작되고 옆을 둘러보니 제 오른편에 박정이 군합조단장, 그 옆에 윤덕용 민간합조단장, 그 옆에 토머스에클스 미대표단장이 앉아 있더군요. 앞에 두 줄로 나열된 테이블에는 군 장성들, 교수들, 과학자들, 한나라당 추천 조사위원들이 앉아 있었습니다. 군대는 계급이고, 계급은 자리배치로 나타납니다. 생리가 그렇습니다. 그러면 제가 왜 높으 자리에 앉아야 하는 걸까요?
변호인이 다시 물었습니다.
“증인, 신상철 위원의 자리를 상석에 배치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씩씩한 군인 박정수 준장은 굳이 답변을 애둘러가지 않더군요. 사나이 다웠습니다. 알듯 모를듯한 미소를 입가에 머문 채 그는 나즈막히 대답하였습니다.
“에… 신 위원이 처음 참석했고, 군 발표에 가장 반대가 심해서… 잘 들으시라고 그렇게 배치했다.”
박 준장은 ‘처음 참석한 위원 좋은 자리를 배치했는데 뭐가 문제냐?’라고 생각했을지 모르나, 그들은 사전에 민간위원이 썼던 칼럼까지도 모두 복사하여 마킹해가며 분석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견주어 볼 때 그것이 ‘회유’의 단적인 사례일 수 있다는 사실을 고백한 결과에 다름아닙니다.
4월 30일 조사가 끝나고, 평택2함대를 출발하여 여의도로 돌아오던 중 저는 이해찬 전 총리께 전화로 보고를 드렸습니다.
“총리님, 이 친구들 천안함 사고원인을 ‘폭발’로 몰아가며 조작하고 있습니다. 내일 상세 보고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 심각한 문제를 언론에 알렸습니다. 칼럼을 쓰고, 인터뷰를 하며 제가 아는 모든 것을 언론에 공개했습니다. 만약 그 시기를 놓치고 머뭇거리면 저에게 어떤 회유와 압박이 오게 될 지 불 보듯 했습니다. 국방부의 조작과 거짓을 국민에게 알리는 것, 그 고민을 두고 무엇보다도 제게 두려움으로 다가 왔던 것은, 만약 내가 알게 된 그 진실을 묻어버린다면 제 남은 평생 내내 후회하며 살게 될 것이라는 사실이 가장 두려웠습니다.
제가 언론에 국방부의 거짓과 조작을 대대적으로 알리기 시작하자 국방부와 합조단은 즉각 반격에 나섰습니다. 조사요원을 교체해 달라고 국회에 공문을 보낸 것이지요.
[연합뉴스] 국방부, 합조단 신상철 위원 교체요청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국방부가 천안함 침몰 원인 규명을 위한 민.군 합동조사단에 참여한 신상철 위원을 교체해 줄것을 국회에 요청한 것으로 밝혀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13일 "민주당에서 추천한 신상철 위원을 교체해줄 것을 국회에 공식으로 요청했다"면서 "신 위원이 조사 활동에 참여하지 않고 개인적인 주장을 내세우는 등 조사위원으로 활동하기에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김형오 국회의장에게 보낸 공문에서 "신씨가 공식 결론에 반하는 내용의 개인의견을 조사위원자격을 내세워 언론매체에 주장하는 등 대외적으로 불신 여론을 조장, 국회와 합조단의 명예를 실추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가 합조단의 조사위원 교체를 요구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신씨는 인터넷 정치 웹진 '서프라이즈'의 대표다.
한나라당 논평 - 천안함 유언비어 제조기가 민군조사단에 들어간 충격적 사실
지난 2002년 대선 때 노무현 후보 당선의 일등공신이었던 친노사이트의 대표가 민주당 추천으로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사람은 합동조사단 출범 직후 단 하루 회의에 참석한 것 외에는 일체 조사활동에 참여안하면서 조사위원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각종 매체를 통해서 엉터리 괴담과 음모론을 퍼뜨리는 데에만 열중하고 있다.
“천안함이 좌초됐을 때 그냥 그 자리에 있었으면 아무도 희생될 일이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무슨 이유인지 후진으로 빠져나와서 정상항해구역으로 이동을 했는데 심한 충격이 발생하는 2차 사고를 당했다고 본다.” “천안함 사고는 어떤 다른 선체와 충돌한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충돌한 선체는 미군측 군함일 가능성일 높다.” “주한미군사령관이 고 한주호 준위 분향소를 방문하고 주한미대사가 백령도를 찾았다. 미군측이 깊숙이 인볼브 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좌초론이라든가 미군함충돌론이라든가 이런 것은 민주당도 사건 초기에는 주장을 했다가 함체가 인양이 되고 절단면이 조사가 되고 여러 가지 정황과 증거가 나오면서 더 이상 주장하지 않고 있는 근거 없는 사실들인데 이런 주장을 이 사람이 열심히 전파하고 있는 것은 합동조사단에 들어갈 때부터 원인규명에는 관심이 없고 진상을 왜곡·호도하는 데에만 관심이 있었다는 뜻이 될 것이다.
이 사람이 합동조사단에 이름을 올린 것도 위원의 이름으로 조사의 신뢰성에 물타기를 하고 국민여론을 현혹하는 것이 주목적이 아니었나하는 생각이 든다.
민주당 지도부도 이런 사람이 어떻게 합조단에 추천이 되어서 들어갔는지 모르겠다고 이야기하는데 참 무책임한 발언이 아닌가 싶다.
민주당은 이런 엉터리 사이비 전문가가 중차대한 천안함 조사단에 민주당의 추천으로 들어가게 된 경위를 밝혀내고 즉각 추천을 취소하고 천안함 유가족들과 국민들한테 사과를 해야 한다.
2010. 5. 13
한나라당 대변인 조해진
진실은 마치‘주머니 속의 송곳’과 같아서, 언젠가는 바지를 뚫고 나와 허벅지를 찌르게 된다고 하지요. 여기저기 뚫린 구멍이 숭숭한데도 의연하게 버티고 있는 국방부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얼마나 더 버티게 될지 지켜 볼 일입니다.
박정수 준장, 그는 참 씩씩한 군인입니다. 군 복무하는 동안 평판도 좋았습니다. 군 서열로 따지자면 저보다 몇 해 선배뻘이기도 합니다. 만약 천안함이 아닌 다른 일로 인연이 만들어졌더라면 두주불사하며 친하게 지냈을 분이라는 생각이 들만큼 친화력과 사나이다움이 느껴지는 사람입니다.
그 분은 본인 스스로 ‘국방부가 자신에게 부여한 미션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는 자부심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야 양심의 가책을 억누를 수 있겠지요.
하지만 ‘진실을 밝혀야 하는 이유’는 ‘국민 모두가 진실을 알아야 한다’는 당위적 가치 외에 ‘그것으로부터 교훈과 지혜를 얻어 동일한 과오를 범하지 않고 방지하는 것’의 의미가 크다 할 것입니다.
더구나 정치적 목적을 위해 ‘교통사고’를 ‘살인사건’으로 조작하는 행위는 인륜적으로도 해서는 안될 일이지요.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고 했던가. 박정수 전 천안함 합동조사단 선체분과장은 증언석에서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증언에 열중하고 있었다. 겉으로만 보면 그는 증언이 아니라 재판부와 변호인측을 향하여 교육을 시키고 있는 듯 했다. 상대를 깔아뭉기는 듯한 태도와 발언 등으로 방청석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던 필자의 속기록에는 "건방지다'라며 증인의 태도를 기록해 둘 정도였다.
예비역 해군 준장 출신 박정수가 증인으로 출석한 제20차 천안함 사건은 매우 중요한 공판이었다. 그의 일거수 일투족은 천안함 사건의 쟁점을 어느 한 쪽으로 갈라놓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천안함 사건의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그 중 하나는 좌초설이며 또 하나는 폭침설이다. 좌초설에는 잠수함과 같은 괴물체가 천안함을 충돌 또는 추돌시켜 천안함이 침몰에 이르렀다는 주장사실(가설)이 존재했다.
그런 한편, 폭침설은 좌초 내지 좌초설 등을 전면 부정하고 <북한제 1번어뢰>에 의한 '폭침이 침몰의 주된 원인'이라며 천안함 사건을 종결 시킨 것.
그러나 이 사건은 아직 끝나지 않은 채 오히려 천안함의 진실이 기지개를 켜고 있는 형국이었다.
지난 2010년 3월 26일 오후 9시 00분에 발생한 이 사건으로, 가뜩이나 분열된 국론이 '종북 좌빨'과 같은 이상한 이념으로 변질되기 시작했다. 정부가 국민적 의혹에도 불구하고 서둘러 발표한 천안함의 진실 등에 대해, 의혹을 가지는 것 만으로 북한을 추종하는 사람으로 매도해 왔던 것. 우리 민족을 두 쪽으로 갈라놓고 있는 이러한 배경에는 '거짓과 진실'로 포장된 좌초설과 폭침설이 먹구름처럼 드리워져 있었던 것이다. 누구인가 천안함의 진실을 가려내 나라와 민족을 이간질 하는 세력이 '진실을 거짓으로 매도'하고 있었다는 것을 반드시 증거해 줄 필요가 있었다.
지난 13일 속개된 천안함 사건 20차 공판에서 드러난 증언이 이 사건의 분수령일 수도 있었는 데 하늘의 도우심이 있었던 지, 한 증인의 실언이 천안함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데 매우 중요한 단서(端緖)를 제공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번 포스트에는 허투루 흘린 증언 속에 담긴 내용을 토대로, 정부와 합조단의 주장사실을 비판할 수 있게 됐다.
먼저 박정수가 한 말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그는 증언 중에 "프로펠러에 붙어있는 따개비(부착물) 있잖아요. 그거 순식간에 정지하면 다 떨어져요."라고 말한 적이 있다.
노인식 교수, 천안함 우현 프로펠러 휘어진 이유
관련 포스트를 통해 충남대학교 선박해양공학과 노인식 교수의 시물레이션을 기록해 두었다. 이 포스트가 작성된 배경이자 천안함의 침몰이 좌초로부터 시작된것을 반증해 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였다.
사건 당시 노 교수의 시물레이션은 상당한 반향을 불러 일으켰는 데, 그가 행한 시물레이션에 상당한 문제가 발견된 것이다.
그는 천안함 우현 프로펠러가 휘어진 이유에 대해 "감속기에 작용한 충격에 의해 추진축은 함미 방향으로 밀려나고,이로 인해 추진기 날개에 관성력과 함께 변형이 유발된다"고 발표한 적 있다. 동영상으로 그 이론을 설명하면서 검지손가락으로 왼쪽 손바닥을 눌러보였다.(위 그림 참조)
노 교수가 좌초에 의한 (프로펠러)변형 가능성을 검토해 보고한 자료(PPT)를 살펴보면 (좌초설에 대한)가설의 문제점 등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노 교수는 천안함의 우현 프로펠러가 휘어진 이유에 대해 '좌초로 인한 변형 가능성은 없다'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가 검토한 좌초설의 문제점은 '(천안함)이 (좌초에 의해)충돌로 인하여 이 정도의 큰 변형을 유발 할 수 있는 국부적 손상이 없다'라며, 아울러 '(프로펠러)날개 표면에 회전방향의 마찰흔적이 없다'고 했다.
또 역회전 가능성에 대해 '역회전 시 충돌한 듯한 변형 형상'이라고 말하며, 천안함의 추진기는 가변피치프로펠러(CCP,Controllable Pitch Propeller)여서 역회전이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오히려 가변피치프로펠러여서 역회전이 불가능하다는 알 수 없는 주장. 금번 공판에서 가변피치프로펠러가 주목되기 시작한 것이다.
적지 않은 분들은 이 자료를 통해 노 교수의 시물레이션을 비판했는 데, 그 중에는 노 교수의 시물레이션 중에 프로펠러가 돌아가는 방향이 틀린 점을 지적하며, 회전 방향이 달라지므로 프로펠러의 날개(블레드)가 휜 방향도 달라야 할 것이라고 했다. 또 블레드의 흠집 등에 대해서도 지적하기도 했다.
언론에서는 그 부분을 집중 부각시키며 프로펠러 조사가 '수박 겉핥기식'이었다며 노 교수와 합조단을 비판했다.
따라서 노 교수는 <한겨례>와 인터뷰에서 "시간이 촉박해 스크루의 표면이나 날 끝의 흠집 부분은 면밀하게 조사하지 못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아울러 그는 인터뷰를 통해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프로펠러가 왜 그렇게 휘었는지는 솔직히 미스터리다. 엔진이 멈추고 기어박스가 손상을 입는 과정에서 단순히 멈추는 힘만이 아니라, 뒤로 밀리는 힘과 다시 원상복귀하려는 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직접 시뮬레이션을 해봤는데 천안함의 휨 상태를 정확히 재현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당시의 분위기는 정부가 나서서 합조단의 조사 결과를 밀어붙이고 있는 정황이었으므로, 언론에서 조차 국방부의 보도자료를 베끼는 수준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와 함께 정작 되짚어 살펴봐야 했을 프로펠러 휨 현상 등에 대해서는 일반의 관심으로부터 점점 멀어져 갔다.
그리고 대략 3년의 시간이 흐른 후, 좌초설을 입증해 줄 단서 하나가 천안함 사건 제20차 공판에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프로펠러에 붙어있는 따개비(부착물) 있잖아요. 그거 순식간에 정지하면 다 떨어져요."
어쩌면 이날 출석한 박정수 증인의 자신감 넘치는 증언이 아니었더라면, 좌초설은 노 교수의 (계산된)언급처럼 점점 더 미스터리 속으로 빠져 들어갔을 지도 모르겠다.
박정수는 지나친 자신감으로 증언에 임했는 데, 합조단의 선체분과를 담당하고 해군 경력이 35년에 이르는 그의 상식이 필자를 자극하고 있었다.
그의 증언이나 노 교수의 자료 등을 참조해 볼 때, 선박의 구조에 대해 잘 모르거나 알려고 하지 않는다면, 따개비 같은 미물과 프로펠러의 관계는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을 것.
그러나 그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오버한 발언은 거짓말쟁이의 공통점이 숨겨져 있었다. 거짓말을 하고 있는 사람은 딴짓을 하거나 반대의 대답으로 위기를 모면하려는 습성. 그의 말을 반대로 재구성해 보면 진실이 드러날 수 있을 것이었다.
방청석에서 그의 발언을 듣는 순간 재빨리 기록해 두고 '바로 이거구나' 싶은 생각이 퍼뜩 드는 것.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리고 짬 날 때마다 자료를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노인식 교수와 박정수 예비역 준장의 자료와 발언 속에 가려져 있던 진실의 흔적을 찾아 나선 것이다.
그렇다면 증인으로부터 얻게 된 단서는 무엇일까.
선박과 비행기는 브레이크가 없다
증인 박정수는 상식을 뒤집는 발언을 했다. 그는 '그거 (프로펠러에 붙어있는 따개비)순식간에 정지하면 다 떨어져요'라며, (천안함의 엔진이) 순식간에 정지할 수 있는 것처럼 말했다.
얼핏 들으면 그런 거 같을 수도 있다. 관성에 밀려 프로펠러에 달라붙어 있던(?) 따개비들이 한쪽 방향으로 전해진 힘 때문에 와르르 다 쏟아질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그건 혼자만의 생각이거나 먹고 살기 바빠 속아줄 수 밖에 없는 사람들 한테는 먹힐 수 있는 증언이었다.
주지하다시피 선박과 항공기는 브레이크가 없다. 비행기가 브레이크를 사용할 수 있는 경우는 이착륙 당시 짧은 순간 외 비행 중에 양력을 상실 시키는 브레이크를 밟는다(?)면 추락하고 만다. 헬리콥터 같은 경우는 프로펠러가 멈추는 즉시 쇳덩어리 처럼 추락하고 만다.
그렇다면 천안함과 같은 선박이나 군함에 브레이크가 있는가…없다.
그대신 선박의 엔진 중에는 순간적으로 엔진을 거꾸로 돌리거나, 프로펠러 피치를 바꾸는 방법으로 후진을 해 전진 상태를 줄이거나 후진을 할 수가 있다. 그래서 따개비를 떨어뜨릴 수 있는 (말도 안 되는)상황을 만들려면, 자동차가 브레이크를 밟는 것처럼 프로펠러가 급정지 되는 상황이 연출 될 수 있어야 되는 것.
따라서 노 교수와 박정수 증인의 주장사실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선박 내지 천안함에 그와 같은 장치가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따라서 짬짬히 자료를 챙겨본 건 천안함의 엔진과 프로펠러 메카니즘이었다. 그중 주목해야 할 게 천안함의 가변피치프로펠러(위 그림 참조)였다.
그렇다면 가변피치프로펠러는 다른 종류의 프로펠러와 어떻게 다른지, 선박의 프로펠러 종류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선박의 추진장치는 고정피치 프로펠러다. 우리가 잘 아는 선풍기의 날개처럼 생긴 게 고정피치 프로펠러인 것.(위 그림 참조)
비행기의 경우, 앞쪽의 공기를 뒤로 밀어주어 추진력을 얻고, 배나 잠수함 등의 프로펠러도 앞쪽의 물을 뒤로 밀어 주어 추진력을 얻어 앞으로 가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천안함에 장착된 가변피치 프로펠러는 어떻게 작동될까. 먼저 가변피치 프로펠러의 작동 모습을 영상으로 살펴보자.
영상을 열어보면 재밌는 모습이 도출될 것이다. 선박 전문가들이라면 잘 아시겠지만 보통사람들이 이런 메카니즘의 프로펠러의 존재에 대해 알기 쉽지 않을 것. 그 모양을 천안함의 함미에 장착된 가변피치프로펠러와 작동원리가 그려진 그림을 대입해 보니 아래와 같은 모습이다.
가변피치프로펠러는 역회전도 된다
필자가 자료를 통해 도출해 둔 천안함의 가변피치프로펠러를 보면, 천안함의 추진력이 어떻게 생성되는 지 단박에 알 수 있을 것 같은 판단이 든다. 위 그림을 살펴보면 천안함의 프로펠러에 동그란 모습이 보일 것. 그게 그림에는 '프로펠러 보스'라고 표시돼 있다. 가변피치프로펠러는 프로펠러 보스를 좌우로 돌려 피치를 조정해 전진,중립,후진의 결과를 얻게 되는 것이다.
이 추진장치의 장점은 엔진 등의 추진관련 기계장치를 가속과 감속을 하지 않고도 추력을 미세하게 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선박의 조종성능(Manoeuvrability)과 위치제어 성능을 우수하게 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대신 축계의 구조가 복잡하며 초기비용이 높다는 단점이 있기도 했다.
그러나 초계함의 임무처럼 나라를 지키고 대잠수함 작전에 투입되는 군함이 그런 비용을 마다할 수는 없는 것.
문제는 이 추진장치가 천안함의 좌초설을 뒷받침 해 줄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따라서 꽤 길게 끼적거려 온 것.
글을 맺어야 할 차례다. 앞서 합조단이 부탁해 준 것으로 알려진 노인식 교수의 천안함 프로펠러의 시물레이션을 살펴봤다. 또 박정수 증인의 증언을 통해 천안함의 프로펠러가 어떤 지 상상할 수 있는 증언을 들어보기도 했다.
두 증언을 종합해 하나의 개요도로 재구성해 보니 위 그림과 같은 "합조단 주장 '천안함 피격위치(좌현)개요도"가 도출됐다.
세 그림을 동시에 살펴보면 천안함의 진행 방향은 서북쪽으로 작전중에 있었고, 천안함의 프로펠러 두 개 중 좌현 쪽은 시계 반대방향으로, 우현 쪽은 시계 방향으로 돌아가고 있는 걸 알 수가 있다. 이때 합조단에 의한 북한제 1번 어뢰가 천안함 좌현 후미 선저 쪽을 피격(?)하게 된다.
만약 어뢰가 좌현 쪽에서 폭발했다면 맨 먼저 영향을 받는 프로펠러 샤프트는 어느쪽일까. 좌현 혹은 우현?…
좌초설 부정하는 노 교수 주장의 허점
노인식 교수의 '추진기 변형 시나리오'를 충족 시키기 위해선 최소한 몇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천안함을 피격(?)했다는 어뢰가 좌현에서 폭발하지 말고 우현에서 폭발해 줘야 했다.(좌현 폭발) 둘째.천안함의 좌측을 피격한 어뢰라면, 좌현의 프로펠러도 우현처럼 휘어져야 옳거나 더 휘어져야 한다.(우현 프로펠러만 휨 현상 발생) 셋째.천안함의 가변피치프로펠러가 '후진은 안 된다'고 했다. 후진 안 되는 가변피치프로펠러를 따로 설명해야 했다.(포스트 자료 사진 참조) 넷째.천안함의 좌현 프로펠러와 다른 우현 프로펠러 블레드의 연마 이유를 설명해야 했다. (우현만 급정지 해 따개비가 다 날아갔나?) 다섯째.천안함의 우현 익각(翼角)은 45도(Max)로 최고속 '전진(Full ahead)모드'이다.
그러나 천안함의 우현 프로펠러는 노 교수의 설명처럼, 프로펠러 블레드가 안쪽(전진방향)으로 휜 게 아니라 회전방향(시계방향)으로 휘어져 있다. 노 교수의 '추진기 변형 시나리오'가 설득력을 얻으려면 가변피치프로펠러의 익각이 '제로'든지 제로에 가까워야 했다.
또 천안함은 사고 당시 6.4노트 정도의 느린 속도로 작전에 임하고 있었다고 했다. 프로펠러의 초당 회전수(RPM 120기준)는 2회가 채 안 될 것으로 판단된다.
천안함이 좌초 상황에서 탈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던 게 아니라면, 가변피치블레드의 익각은 사고 이후 '저속 모드'로 남아있어야 했다.
모든 사고는 '지문'을 남긴다고 한다. 그게 반드시 인간이 남긴 지문이 아니라 사고의 흔적을 통해 원인을 유추하거나 알아낼 수 있다는 것.
자칫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던 천안함의 가변피치프로펠러를 상기 기켜준 일등 공신은 박정수 증인이 언급한 '급정지 따개비' 키워드 때문이었다. 합조단 선체분과장의 생각과 노 교수의 일치된 생각이 매우 의심스러웠던 것이다.
북한제 1번 어뢰가 등장하려면 반드시 '천안함을 급정지(?) 시키는 (황당한)논리'가 필요했을 것.
천안함은 고정피치 프로펠러와 달리 가변피치프로펠러였고, 가변피치프로펠러가 노 교수의 시물레이션 주장처럼 되려면 '중립 모드'에 가 있어야 그나마 가능(?)했을 것.
그럴 리도 없지만 가변피치프로펠러를 장착한 천안함이 급정지를 할 수 있다면, 후진 모드를 가동했을 때 뿐이다. 만약 그럴 수 있다고 가정해도 프로펠러에 붙어있던 따개비는 절대로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따개비가 떨어질 수 있는 단 하나의 '경우의 수'가 있다.
규사토와 갯벌이 혼합된 백령도 연안에 좌초되었을 경우, 탈출을 위해 용을 쓰면 프로펠러는 광택약을 발라 연마한 것처럼 깨끗해지며, 엿가락처럼 휘게 될 것으로 사료된다.
노 교수의 PPT 자료에 남아있었던 '가변피치 역회전 불가능' 결론의 역설적 의미는, 천안함의 침몰원인에 대한 '의혹' 조차 가지지 못하게 만든 것과 다름없는 모습이다.
미리 결론을 말씀드리면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 결론' 때문이다. 상식이란 사전적 의미는 '일반적인 사람이 다 가지고 있거나 가지고 있어야 할 지식이나 판단력'을 말한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다 아는 게 상식인 것이다. 그래서 상식은 '교육이나 경험, 또는 연구를 통해 얻은 체계화된 인식의 총체'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것.
그렇다면 상식의 반대편에 있는 표현을 무엇이라 부르는가. 사람들은 그걸 몰상식(沒常識)이라 칭한다. 상식이 전혀 없다는 말이다. 인간을 칭할 때 '몰상식한 놈(者)'이라 부르면 그건 욕이나 다름없다. 거의 금수를 일컫는 말이나 다름없는 게 몰상식한 인간이다. 또 무식이란 '보고 들은 바가 없거나 제대로 배우지 못하여 아는 것이 없음'을 뜻한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누가 봐도 사회적 경험과 지식에 충만하여 무식하지 않아 보이는 사람이 상식 밖의 짓을 하고 있으면, 그게 의도적이든 그렇지 않든 몰상식한 놈이라 불러야 옳지 않겠나.
내 앞에는 생각 보다 몰상식한 해군 준장 한 분께서 증언대에 앉아 계셨다. 그는 불과 얼마 전까지 합참 소속으로 천안함 침몰 사건의 원인을 분석하는 합동조사단의 일에 직접적으로 관여했던 사람이었다. 그가 맡았던 분야는 천안함의 선체를 담당하는 '선체분과'였다. 천안함 침몰원인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장군 한 분이 서울중앙지법 사관 524호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신 것.
합참 소속 이전 그의 이력은 각종 함정을 지휘한 경험이 많았던 해군 준장 박정수 장군이셨다. 대청함, 군수지원함, 기뢰분석함 등 특정 해역 방위 사령관을 지내기도 했단다. 그 땐 천안함 함장이었던 최원일처럼 별을 달지 않은 것으로 보였기 때문에 '제독(提督)'으로 부를 수 없다. 그러나 그를 통해 몰상식의 제독(除毒)을 위해 당신께서 하신 말씀을 속기록에 기록해 두었다가 되돌려 주고 싶은 것.
어쩌면 이 분은 법정에서 증언을 마친 후 귀가해, 이제나 저제나 자기가 한 증언이 어떤 사회적 반향을 일으킬지 인터넷에 로그인 해 볼 게 틀림없는 분이다. 그는 합조단에서 일을 하는동안 신상철 전 민군합동조사단 민간위원이 합조단의 비합리적 태도 때문에 협조하지 않은 사실 등에 대해 '정부에 대해 불만이 있는 사람' 정도로 증언하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그는 합조단의 일거수 일투족을 지켜보고 비판하고 있었던 신 전 위원과 정치포털 <서프라이즈>의 동태를 늘 살펴봤다고 증언했다. 신 전 위원은 비록 합조단의 분별없는 짓거리에 반대를 하고 있었지만, 칼럼 속에 등장한 천안함의 침몰원인 등을 통해 일방적 온라인 소통을 하고 있었던 셈이다.
바꾸어 말하면 신 전 위원과 서프라이즈에 글을 기고하신 분들의 내용을 참조해 만든 게 합조단의 최종 보고서라는 생각. 그 분의 증언이 거듭될수록 '생각 보다 몰상식한 해군 준장'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의 표현을 빌리면 그는 해군 내지 군함에 대해 박사 이상의 신이었다. 그는 유독 자기의 군생활을 강조해 가며 신 전 위원과 비교우위라는 걸 과시하고 있었다.
"나는 해군의 무기체계 분야에 35년의 경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생각 보다 몰상식한 해군 준장
그러나 그의 경력 35년을 증언에 비추어 보니 우리 해군의 전력이 보통 심각한 게 아니란 걸 노출 시키고 있는 셈이었다. 해군의 장성이란 자가 언제쯤 기회가 닿으면 함대를 지휘할 제독이 될 수도 있었는데 그의 증언에 포함된 상식을 들여다 보니 갈수록 태산이었다. 그는 어느 순간부터 변호인의 심문과 다른 답변을 통해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프로펠러에 붙어있는 따개비(부착물) 있잖아요. 그거 순식간에 정지하면 다 떨어져요."
나는 이때부터 '몰상식한 자이구나' 싶은 생각이 들면서 그의 증언이 사전에 '브레인스토밍(brainstorming)'된 결과라는 걸 의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자의 브레인스토밍법은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아이디어를 돌출시킨 게 아니었다. 누군가 자기에게 특정 임무를 부여하면 자기 영혼을 팔아서라도 좀비가 될 각오가 돼 있는 것 같은 일회용 좀비 스타일이라고나 할까.
그는 사전에 입력된 정보에 따라 아무런 생각도 비판도 없이 나불나불 함부로 시부렁거렸다. 프로펠러에 붙은 따개비나 부착물질은 물에 빠진 개가 물을 털 듯 몸을 마구 흔들어대거나, 물 속에서 소변을 볼 때처럼 한 두번 몸을 비틀며 몸서리를 친다고 떨어질 성질이 아니다. 아니라고?...따개비 한테 물어보나마나다. 이런 걸 상식이라고 한다. 반대로 말하면 이런 상식 조차 '나몰라라'한다면 몰상식한 놈이다. 상식은 따로 논리가 필요하지 않은 것.
생각 보다 몰상식한 해군 준장 한 사람이 내 앞에서 거드름을 피우며 증언에 나서고 있었는데 그는 마침내 코너에 몰려 원투 스트레이트는 물론, 가끔씩 변호인들이 날리는 예리한 어퍼컷을 턱에 맞고 비틀거리고 있었다. 후속타로 훅~한 방이면 개거품을 물고 사지를 뻗으며 쓰러질 순간이었다. 변호인의 질문은 이랬다.
"(합조단에 합류한)스웨덴팀으로부터 의견을 받았습니까?"
합조단에 참가한 정체불명의 스웨덴팀은 선체분과의 '스크루(프로펠러)'를 담당하고 있었다. 따라서 합조단의 선체분과장이었던 합참(해군)의 해군 준장 박정수는 조사 중에 일어난 사실 모두를 잘 알고 있을 것이므로 그에 합당한 대답만 하면 그만이었다. 그런 그가 사전에 복선을 깐 게 따개비였을까. 박 준장은 이렇게 대답했다.
"스웨덴팀이 5000불 달라는 요구를 했습니다. 용역비를 좀 달라는 거죠."
순식간에 얼굴이 붉어지며 답변한 박정수는 '그래서 어떻게 했는 지' 등에 대한 변호인의 질문에 35년의 해군 경력이 무색한 괘변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는 변호인측의 심문이 '고정관념에 의한 결론'이라며 항변하고 있었다. 천안함의 침몰 원인은 '좌초'가 아니라 '폭침'이라는 우격다짐 같은 주장.
"명백하게 폭파에 의해 (천안함의 침몰이)이루어 졌는데...폭파에서 일어났는 데..."
스크루 시물레이션 수주한 교수 얼마 벌었나
뭐가 명백하다는 말인가. 박정수의 증언 한 마디에 즉각 충남대학교 노인식 교수가 도마에 올랐다. 합조단의 선체분과는 천안함의 프로펠러가 휘어진 이유에 대해, 이 분야를 담당하고 있던 스웨덴팀이 '시물레이션 용역비가 5000불이 필요하다'며 돈을 요구하자 거절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었다. 국가적 재난사태나 다름없는 천안함 침몰사건의 원인을 밝히는 데 5억원도 아니고, 5천만원은 더더욱 아닌, 500만원 정도에 불과한 용역비를 거절한 것이다.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 합조단으로부터 일어나고 있었던 것.
그렇다면 프로펠러가 휘어진 이유에 대한 시물레이션은 누가 했을까. 한 때 우리사회의 상식을 발칵 뒤집어 놓은 프로펠러 시물레이션은 충남대학교 선박해양공학과 노인식 교수가 담당했다. 그는 달을 보고 싶어한 국민들에게 달을 가르치는 손가락 끄트머리 손톱에 끼어든 '때를 보라'고 한 것인 지. 한 번만 쪽팔리면 유명세를 타고 돈벌이가 된다고 판단한 것인지. 학생을 지도하는 위대한 달란트를 가진 교수란 자가 상식 밖의 시물레이션을 세상에 내 놓은 것이다. 그의 시물레이션을 함축한 자료(영상)을 열어보면 교수가 아니라 괴수같은 느낌도 든다.(다음 편에 비판을 실어주겠다.)
불과 48초 짜리 영상에 담긴 그의 시물레이션의 요점은 '감속기에 작용한 충격에 의해 추진축은 함미 방향으로 밀려나고,이로 인해 추진기 날개에 관성력과 함께 변형이 유발된다'라는 것. 그러나 교수라는 직함을 달고 대한민국의 최고 이슈에 편승한 그의 황당한 이론체계는 순식간에 무너지고 만다. 그게 해군 준장 출신 박정수 증인의 주장에 부합하는 매우 부조리 하고 불합리한 '천안함 폭침론'이었던 것.
노인식 교수의 시물레이션이 설득력를 얻으려면 '감속기에 작용한 충격'이 해당 스크루 샤프트에 적용돼야 옳았다. 천안함에는 두 개의 가변 피치(피치를 자유자재로 조종 할 수 있는) 프로펠러가 있었다. 엔진은 두 개다. 그 중 천안함 침몰 사건 때 프로펠러가 종이짝처럼 휜 프로펠러는 우현 쪽에 위치한 프로펠러다. 노인식 교수의 주장사실이 그나마 설득력을 얻으려면 천안함을 폭침시킨(?) 북한제 1번어뢰는 천안함의 우현 함미 선저를 타격해야 마땅했다.
궁지에 몰린 박 준장의 폭침론
그런데…서두에 박정수 해군 준장을 '생각 보다 몰상식 하다'고 표현했다. 상식 밖의 일이 발생했었기 때문이지. 35년의 해군 경력이 '겨우 그 정도 밖에 안 되나' 싶었던 것. 참 희한하지?…우리가 잘 아는 '머피의 법칙'이란 거 말이다. 둘 중에 하나를 찜 했는 데 하필이면 자기가 원치 않은 걸 찜 한거야. 그게 뭔줄 아시나 박 준장?…
말끝 마다 신상철 전 위원 보다 더 낫다고 은근히 자랑질 한 자네가 찜한 노인식 교수는, 북한제 1번 어뢰가 천안함의 좌현 후미 선저를 타격한 것으로 보고했잖아?…그렇다면 좌현에서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아가던 프로펠러가 망가져야 옳았지. 그런데 좌현 프로펠러는 따개비 등 부착물질을 그대로 붙여 놓은 채 멀쩡하고, 우현 프로펠러만 종이장처럼 지 맘대로 구겨졌어. 이거 어떻게 설명할 텐가…합조단 조사단이 급조된 결론을 낸 결과라 보기엔 너무 허망하지 않은가. 또 어뢰를 맞아 폭침(?)됐다고 결론 냈을 때 깨지지 않고 생존한 형광등에 대해선 이렇게 말했지.
"…그쪽 방향으로 힘이 안 미쳤기 때문!…"
정말 미치겠군. 이보시게나 해군 준장 박 준장!…오락가락 하지마. 이번엔 반대방향이야!!…북한제 1번 어뢰가 좌현을 때렸다고 가정하면 망가진 프로펠러는 '우현 쪽'이거든. 그래도 '좌초가 아니라 폭침'으로 박박 우겨야 하는 자네의 속마음을 모르는 바가 아냐. 자네는 이 사건을 얼렁뚱땅 끝낸 후 예편하여 꽤 괜찮은 직장을 배려 받았다는 후문을 들었어. 또 노인식 교수는 지난해 '대한조선학회 학술상'을 수상했다는 소식도 들었지.
난 누가 잘 되는 걸 시기하거나 배 아파 하질않는 성격이야. 오히려 잘 됐다고 박수를 쳐 온 사람이야. 그렇지만 당신들이 특정 정부로부터 사주받았을 것이라는 의혹이 드는 순간부터 소름이 끼쳐. 그대들이 나라와 민족을 팔아넘긴 매국노 같은 짓을 한 행위를 전혀 모르고 있다는 것 때문이야. 과학은 상식으로부터 출발하고 있다는 거 모르진 않잖아.
그런데도 몰상식을 앞세워 동료는 물론 이웃과 나라를 헐값에 팔아넘기는 건, 방청객 1인이 도무지 참을 수 없었던 거야. 그래서 지면을 빌어 고발하고 있는 거그던. 그나 저나 박 준장은 평생 능력 밖의 '별 하나' 달아보고 싶어서 그랬다 치고, 노 교수님은 얼마나 받았수? 다 먹어 봤자 5천불 짜린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