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 용공(조작) 사건

'서울시공무원 간첩' 이어 '보위사 간첩'도 무죄 판결. 국정원 신뢰 붕괴

道雨 2014. 9. 5. 16:11

 

 

 

 

구시대적 '탈북자 간첩 수사'의 종말
흔들리는 국정원 합동신문센터, 망신당한 검찰

[해설] '보위부 직파 간첩 사건' 1심 무죄 판결의 의미

 

 

 

또 무죄가 나왔다. 국정원 합동신문센터를 거쳐 기소된 탈북자 간첩사건에서 연이어 두 번째다.

이번 판결의 의미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탈북자를 대상으로 우월적 지위를 사용해 간첩 수사를 해온 '구시대적 간첩 수사'의 종말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6부(부장판사 김우수)는 5일 오전 11시 열린 선고공판에서 탈북자 홍아무개(41)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홍씨는 북한 보위사령부 소속으로 중국에서 탈북브로커 납치를 시도하고, 탈북자를 가장해 국내로 잠입한 간첩 혐의(국가보안법상 목적수행·간첩·특수잠입)로 지난 3월 10일 기소돼, 약 6개월간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왔다.

이번 재판은 증거조작 사건으로까지 번졌던 유우성씨의 지난 4월 25일 2심 무죄 판결 이후 진행된 유사한 탈북자 간첩사건이라는 점, 장경욱 변호사 등 유씨 사건 변호인들이 적극 결합한 '국정원·검찰 vs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제2라운드'라는 점 등에서 주목을 받아왔다.

결과적으로 국정원과 검찰은 완패했다.

특히 사건의 실체를 다투기는 커녕, 수사기관이 제출했던 증거들이 모두 증거능력이 없어서 무죄가 나왔기 때문에, 국정원과 검찰은 더욱 고개를 들기 힘든 상황이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피고인이 합동신문센터, 국정원, 검찰에서 한 자백진술이 핵심증거"라며 "하지만 그 증거들이 형사소송법에서 정한 증거능력 인정 요건을 갖추지 못해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고 밝혔다. 또 "검사가 제출한 나머지 증거는 간접증거이거나 정황증거에 불과해 증명력이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이로써 국정원과 검찰의 공안 수사 라인, 특히 탈북자 간첩 수사에 대한 신뢰도는 땅에 떨어지게 됐다.

이번 판결은 지금까지 국정원과 검찰의 탈북자 수사 관행에 브레이크를 걸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무엇보다 국정원은 더 이상 과거와 같이 합동신문센터(이하 합신센터)를 운영했다가는, 더 이상 간첩을 잡기는커녕 진짜 간첩도 무죄로 풀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법원, 합신센터의 조사도 사실상 수사로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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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보위사령부 직파간첩 사건으로 기소된 홍아무개씨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은 5일 국가보안법상 목적수행·간첩·특수잠입 혐의로 구속기소 된 홍아무개씨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그를 석방했다. 이날 오전 석방된 홍아무개씨가 서울 서초동 중앙지법을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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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정착을 원하는 탈북자가 입국 즉시 제일 먼저 강제로 들어가게 되는 합신센터에 대해, 그동안 국정원은 수사와는 다르다는 입장이었다. 북한이탈주민보호법 상 보호결정여부를 결정하는 행정적 조사, 즉 진성탈북자와 위장탈북자를 가려내기 위한 조사일 뿐이므로, 변호인 접견권 보장 등 수사절차를 따를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그동안 합신센터의 인권침해 및 불법 수사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최장 6개월동안 영장도 없이 사실상 구금된다는 점, 회유와 강압과 폭행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 그 안에서 자백이 이루어지면 검찰 조사 단계는 형식적으로 거칠 뿐이라는 점 때문이다.

이번 판결에서 법원이 합신센터의 위상이 행정조사 기관인지 수사기관인지 명확히 판단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한가지는 명확히 했다. 합신센터에서 이루어지는 조사도 일정 시점에 이르면 수사라는 점이다.

재판부는 "합신센터 2차 조사에서 각 진술서 작성 당시에, 피고인은 사실상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하여 수사를 받는 지위, 즉 사실상 피의자의 지위에 있었다"고 명확히 했다. 이어 "진술거부권, 변호인조력권 불고지로 인한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이러한 판단은 지난 유우성씨 2심 판결과 맥을 같이 하지만, 그보다 반발짝 더 나아간 것이다. 유씨 사건에서는 피의자가 아니었던 유씨의 여동생 유가려씨의 합신센터 증언이 쟁점이었고, 이번 사건은 피의자 본인(홍씨)의 증언이 쟁점이었다.

법원이 합신센터의 조사도 수사라는 점을 명확히 한 이유는, 국정원의 권한 남용을 막기 위해서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합신센터 조사를 수사로 인정하지 않을 경우) 수사기관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자들에 대하여 입건 후 피의자신문조서를 작성하는 대신에, '보호여부 결정 등을 위한 필요한 조사'라는 명목으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사실에 관한 자백이 담긴 진술서를 받아두는 방식으로, 우회적·탈법적인 수사를 시도한 위험이 크다"고 명시했다.

또한 "국내에 입국하는 북한이탈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국가보안법 위반 수사과정에서 진술거부권, 변호인조력권, 영장주의, 수사단계에서의 구속기간 제한 등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수사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기본적 인권의 침해를 예방하고, 그 보장을 위해 마련한 형사절차상 권리나 규정들이 형해화 될 위험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밝혔다.

결국 국정원은 더 이상 과거와 같이 탈북자 간첩 수사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단순 조사를 넘어 의심이 구체적이어서 본격적인 '수사'가 필요할 경우, 법적 절차에 따라 외부에 알려 변호인 등을 선임하지 않으면 안되게 됐다. 아니면 더이상 합신센터에서 진행하지 말고 대폭 검찰 단계로 넘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계속 무죄 확률이 크다.

미란다 원칙 건성으로 고지했다 증거 날린 검찰

이번 판결이 곤혹스럽기는 검찰도 마찬가지다. 홍씨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총 8번 조사를 해서 조서를 작성했는데, 법원은 모두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2~8번 조서는 영상녹화 자체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고, 1번 조서는 영상녹화는 했지만 진술거부권 등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검찰이 한국의 법체계를 모르고 아는 사람도 없는 탈북자를 수사할 때 얼마나 무성의하게 임하는지를 알 수 있다. 지난 2월 20일 첫 조사를 시작할 때 검사와 홍씨는 이런 문답을 주고받았다.

- 어쨌든 뭐 저희가 조사하게 되면 국정원 조사 때도 이렇게 얘기 들으셨지만 진술거부권이란 게 있습니다.
"네."
- 변호인 선임권이 있고요.
"네."
- 어쨌든 진술을 하지 않을 수 있는 권리가 있으시고.
"네."
- 변호인을 선임해서 조사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습니다.
"네."
- 이런 권리 고지 받으시고 뭐 진술거부권 행사하시겠어요?
"아니, 안하겠습니다."
- 사실대로 얘기하시겠어요?
"예."
- 그리고 변호인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으시면, 그러면 별도로 선임해서, 저희가 선임해 드릴 수는 없고.
"예."
- 선임해서 이렇게 오시거나 그럴 수 있는데 지금 뭐 어떻게, 변호인 입회 하에 조사를 받으시거나 그러시면...
"아, 그냥 갑시다."
- 그냥 가시는 걸로요.
"아, 이제 뭐, (고개를 저으며) 지루합니다. 이제는, 아..."

하지만 형사소송법 제244조 3항에서는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피의자를 신문하기 전에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알려주어야 한다"며 이렇게 명시하고 있다.

1. 일체의 진술을 하지 아니하거나 개개의 질문에 대하여 진술을 하지 아니할 수 있다는 것
2. 진술을 하지 아니하더라도 불이익을 받지 아니한다는 것
3. 진술을 거부할 권리를 포기하고 행한 진술을 법정에서 유죄의 증거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
4. 신문을 받을 때에는 변호인을 참여하게 하는 등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다는 것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검사는 제1회 피의자신문 전에 피의자에게 법 제244조의3 제1항에 규정된 각 호의 사항 중 제2호, 제3호는 전혀 알려주지 않았고, 제1호, 제4호는 다소 불분명·불충분하게 고지했다"며,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렇게 해서 유일하게 영상녹화가 있어 진정성립이 됐던 1번 조서도 증거능력을 상실했다.

이런 상황은 검찰로서는 망신이다. 그동안 검찰은 수사권 조정 이슈가 나올 때마다 경찰이나 국정원보다 검찰이 인권을 더 잘 수호한다고 말해왔다. 또한 스스로의 존재 이유 중 하나가 국정원과 경찰이 넘긴 사건을 그대로 기소하는 것이 아니라 꼼꼼히 검증하는 역할이라고 해왔다.

"법원 판단 받아들이기 힘들다" vs "증거능력 원칙 세운 획기적 판결"

이날 오후 검찰은 진술거부권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은 데 대해 "핵심부분을 수차 고지했고 피고인도 이미 국정원에서 12번 조사를 받으며 일일이 들어서 잘 알고 있었다, 구체적인 것은 구두로 안 했지만 조사 후에 본인이 알 수 있는 확인서에 자필 서명까지 하면서 고지받았음을 확인했다"면서 "굉장히 사소한 걸 가지고 전체 증거능력까지 부정하는 것이 맞느냐"고 반발했다.

검찰 관계자는 모든 증거가 기각된 데 대해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다, 실체와 무관하게 절차적인 하자를 이유로 무죄를 내린 것은 받아들이기 곤란하다"고 즉시 항고할 뜻을 밝혔다. 그는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테러 안보 사범에 대해 기본권을 어느 정도 제약하면서까지 입증을 용이하게 하여 진상규명에 무게를 두는 게 세계적 추세"라며 "반면 우리나라는 법원이 안보 사범에 더 엄격한 증거 판단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홍씨 변호인단은 "증거능력에 대해 형사사법적으로 원칙을 세운 획기적 판결"이라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 이병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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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첩사건' 또 무죄 판결, 국정원 신뢰 붕괴

'서울시공무원 간첩' 이어 '보위사 간첩'도 무죄 판결

 

 

 

서울시공무원 간첩으로 몰린 유우성씨가 무죄판결을 받은 데 이어, 또다시 북한 보위사령부에서 직파돼 국내·외에서 간첩활동을 벌인 혐의로 기소된 탈북자 홍모씨가 무죄판결을 받아, 국가정보원의 신뢰가 완전 바닥으로 곤두박질친 양상이다.

1심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김우수 부장판사)는 5일 국가보안법상 목적수행·간첩·특수잠입 혐의로 구속기소된 홍모씨(41)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그를 석방했다.

홍씨는 지난 2012년 5월 보위부 공작원으로 선발된 뒤 이듬해 6월 상부의 지령에 따라 북한·중국의 접경지대에서 탈북 브로커를 유인·납치하려다 미수에 그치고, 자신의 신분을 탈북자로 가장해 지난해 8월 국내에 잠입해 탈북자의 동향을 탐지한 혐의로 지난 3월 기소돼, 약 6개월동안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왔다.

재판부는 국정원 중앙합동신문센터에서 경찰 신분의 조사관에 의해 작성된 조서를 비롯해 검찰이 홍씨를 피의자로 불러들여 작성한 1∼8회 신문조서 등 직접 증거들에 대해 "이 증거들이 형사소송법에서 정한 증거능력 인정요건을 모두 갖추지 못해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구체적으로 "탈북자인 피고인이 국내 절차법상 지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변호인의 조력없이 조사를 받으면서 심리적으로 불안하고 위축됐을 것"이라며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작성됐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나머지 간접·정황 증거들도 증명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며 "공소사실을 인정할 수 없으므로 피고인은 무죄"라고 판시했다.

합동신문센터에서의 자백은 강제에 의한 허위진술이었다는 홍씨 주장을 법원이 전면 수용한 것으로, 앞서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의 주범으로 기소돼 1심, 2심에서 간첩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받은 유우성씨에 대한 판결과 동일한 결론에 도달한 셈이다.

특히 이번 사건은 유우성씨 간첩증거조작 사건 이후 기소된 사건이라는 점에서, 국정원이 간첩 증거 조작 파문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변화가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파장이 일고 있다.

문제의 사건은 지난 3월 유우성 증거조작 사건으로 온 나라가 시끄러울 때 발표했고, 보수 언론은 이를 ‘보위사 직파 간첩 사건’이라며 대대적으로 보도했었다.

판결 소식을 접한 최승호 <뉴스타파> PD는 트위터를 통해 "2번째 간첩조작이 법원에 의해 공인됐습니다.보위사 직파간첩 무죄선고!"라면서 "국정원은 유우성사건 후에도 쭈~욱 조작하고 있습니다. 대공수사권은 국정원에게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입니다"라고 국정원을 질타했다.

 

최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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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보위부 직파간첩 사건' 무죄.."증거 신빙성 없어"

법원 "합신센터 진술서 등 외부 압박 등에 의해 허위 가능성"

 

 

북한 보위사령부에서 직파돼 국내·외에서 간첩활동을 벌인 혐의로 기소된 홍모(41)씨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김우수 부장판사)는 5일 국가보안법상 목적수행·간첩·특수잠입 혐의로 구속기소된 홍씨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그를 석방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홍씨의 혐의를 입증하겠다며 제시한 증거들이 범죄를 입증할 만한 자료가 아니라며 이같이 판단했다. 현행 형사소송법에 규정하고 있는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아, 증거로서 신빙성이 있는지 확신할 수 없다는 취지다.

↑ '북한 보위부 직파간첩 사건' 피고인 홍모씨 무죄 (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5일 오전 석방된 홍모씨가 서울 서초동 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오른쪽은 홍씨를 변호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장경욱 변호사.

 

 

재판부는 국정원 중앙합동신문센터에서 경찰 신분의 조사관에 의해 작성된 조서를 비롯해, 검찰이 홍씨를 피의자로 불러들여 작성한 1∼8회 신문조서 등, 직접 증거들은 '증거능력'이 없다고 결론냈다.

또 사실상의 피의자 신분인데도 변호인 조력 등을 받지 못한 채, 합신센터에서 작성된 홍씨의 자필 진술서·반성문도 외부 압박 등에 의해 허위로 작성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재판부는 지적했다.

재판부는 "탈북자인 피고인이 국내 절차법상 지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변호인의 조력없이 조사를 받으면서 심리적으로 불안하고 위축됐을 것"이라며,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조서와 진술서가) 작성됐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나머지 간접·정황 증거들도 증명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며 "공소사실을 인정할 수 없으므로 피고인은 무죄"라고 판시했다.

홍씨는 2012년 5월 보위부 공작원으로 선발된 뒤 이듬해 6월 상부의 지령에 따라 북한·중국의 접경지대에서 탈북 브로커를 유인·납치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홍씨는 또 자신의 신분을 탈북자로 가장해 지난해 8월 국내에 잠입해 탈북자의 동향을 탐지한 혐의도 받았다.

이날 공판은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의 주범으로 기소돼 항소심에서 간첩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은 유우성씨가 방청했다.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hrse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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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정원은 조작사건 덮으려 또 조작을 했나

 

 

 

법원은 직파간첩 혐의를 받던 탈북자 홍아무개씨에게 지난 5일 무죄를 선고했다. 홍씨는 법원을 나서며 “남한에도 인권이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석방된 홍씨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연합뉴스

[토요판] 뉴스분석 왜?
‘직파간첩’ 혐의 벗은 홍아무개씨

▶ 국정원의 간첩 증거조작 사건이 드러나 시끄럽던 지난 3월 국정원은 또다른 ‘직파간첩 사건’을 발표했습니다. 국정원 비판 여론을 잠재우려는 또다른 조작 사건 아니냐는 논란이 있었습니다. 법원은 지난주 간첩 혐의자 홍씨에 대해 무죄판결을 했습니다. 이번 사건도 조작일까요. 아직은 모호합니다. 다만, 법원이 이런 판단을 하기까지 충분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사건 내막을 처음 공개합니다.

 

“검찰이 간첩 혐의 증거로 제출한 신문조서 등은 형사소송법이 규정한 절차를 밟지 않은 채 작성되었고 증거로서 신빙성이 있는지 확신할 수 없습니다. 홍씨에게 무죄를 선고합니다.”

지난 5일 오전 11시10분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6부 재판정. 김우수 부장판사가 홍아무개(49)씨에게 무죄를 선고하자 재판정에는 짧은 순간 침묵이 흘렀다. 홍씨의 얼굴이 발갛게 상기됐다. 법원을 나서며 홍씨는 눈물을 흘렸다. “순진한 사람을 감옥에 넣고 이건 인권이 없는 거 아닙니까.”

이 사건은 단순히 국가정보원과 검찰이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절차적 하자를 범한 정도의 사건일까. 홍씨는 간첩이 맞는데 재판부가 증거를 기각해 운 좋게 자유의 몸이 된 걸까. 그것이 본질일까.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국정원과 검찰 수사의 민낯을 살펴보면 ‘끼워맞추기식 억지수사’의 정황들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또 김현희 이야기로 회유

검찰과 국정원의 수사 내용을 종합하면, 홍씨 사건은 이렇다. 홍씨는 함경북도 ○○군에서 송금 브로커 일을 하다가 2012년 5월 보위사령부(보위사) ○○초소 비서 김문창(가명)에게 휴대전화를 빌려준 것이 계기가 되어 친분을 갖게 된다. 그해 7월 보위사 정식 공작원이 된 홍씨는 2013년 4월 보위사 사무실로부터 남한에서 탈북 브로커로 활동하는 탈북자 유○○를 납치하라는 지령을 받는다. 홍씨가 송금 브로커 일을 하며 남한의 유○○와 연락을 취하고 있던 것을 보위사가 알게 된 것이다.

유씨는 마침 박씨 모녀의 탈북을 의뢰받은 상태였다. 유씨는 홍씨에게 박씨 모녀의 탈북을 도와달라고 했다. 2013년 5월29일 중국으로 와 있던 유씨에게 연락한 홍씨는 북-중 국경지대로 유인해 그를 납치하려 한다. 그러나 유씨가 오지 않아 실패한다. 1차 납치 실패다. 보위사 지시로 2013년 6월22일 홍씨는 박씨 모녀를 데리고 위장탈북했다. 이때 다시 한번 유씨를 북-중 국경지대로 부르지만 유씨는 오지 않았다. 2차 납치 실패다. 홍씨는 2013년 8월16일 한국에 들어온다. 그러나 홍씨는 국정원 합동신문센터에서 심문을 받던 중 간첩이라고 자백했다는 게 검찰과 국정원의 주장이다.

반면, 홍씨와 변호인단은 이러한 내용들이 국정원의 강압과 회유로 이뤄진 거짓자백에 근거한 내용이라 주장한다. 국정원이 홍씨에게 감옥과 같은 합동신문센터에서 간첩이라고 거짓자백을 해야만 남한에 정착해 살 수 있다고 판단하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지난 3월 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변호사들이 홍씨를 찾고 나서야 홍씨는 주장을 뒤집었다.

그래도 홍씨가 3개월 넘게 일관되게 간첩이라고 진술한 것이다. 그간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지난 7일 홍씨를 만났다.

“2013년 9월3일 합동신문센터에서 조사가 시작됐어요. 국정원 조사관이 처음부터 저더러 북에 있을 때 정보원 아니었냐고 추궁했어요. 북한에서는 정보원 하는 사람이 어디 한두명이냐면서 북한에서 있었던 일로는 남한에서 누구도 추궁 안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담뱃값이라도 하라(벌라)고 했어요. 저는 제가 보위사 정보원 했다고 하면 조사관이 상금 받는 줄 알았어요. 그래서 정보원이라고 말했어요.”

홍씨는 자신의 이 진술이 뒤에 어떤 문제를 일으킬지 상상하지 못했다. 홍씨는 실제 북에 있을 때 보위사 직원 김문창과 알고 지낸 것은 맞다고 한다. 홍씨의 오촌 숙부가 김문창의 동무였고 홍씨도 김문창과 안면을 트게 됐다고 한다. 홍씨는 북에서 송금 브로커 사업을 했기에 보위사 직원과 알고 지내며 정보원 역할이라도 하는 게 사업상 좋다. 다만, 정보원은 공작원이 아니다. 남한으로 치면, 경찰서 강력계 형사들과 친하게 지내는 주민 정도의 의미다. 별 문제 없을 거라 생각하고 홍씨는 정보원이라고 허위로 인정했다.

“그러자 국정원은 이번에는 (보위사 정보원 될 때) 맹세문 쓰고 무슨 교육을 받았을 거라며 추궁해요. 다른 사람들은 무슨 무슨 교육을 받고 온다고 힌트처럼 알려주는 거예요. 그리고는 오늘 저녁에 잘 생각해서 (진술서를) 쓰라고 해요. 그러면 저녁에 꼬박 궁리해서 하나하나 (지어내) 써내려간 겁니다.”

국정원은 홍씨를 단순 보위부 정보원에서 남파간첩으로 추궁해갔다고 한다. 홍씨는 울면서 간첩이 아니라고 계속 부인했다. 그러자 국정원은 김현희(칼기 폭파범) 이야기를 꺼냈다고 한다. “조사관이 그래요. ‘김현희 봐라. 숱한 사람 죽였지만 남한에서 결혼하고 잘 산다. 그러니 부담 갖지 말고 인정하라’고요.”

폭행은 없었지만 강압적 분위기를 조성했다고 한다. “원하는 답변을 해주지 않으면 책상을 걷어차고 욕을 했어요. 한국 조폭들에게 저를 보내버리면 한 시간 만에 맞아 죽는다고 했어요. 또 서너 시간씩 일어서서 가만있게 했어요. 그러면 다리가 붓는 느낌이에요.”

홍씨는 남파간첩이라고 얘기해도 감옥까지 가는 건 아닌 줄 알았다고 한다. “그냥 북조선 비방하는 데에 나를 써먹으려고 하는가 보다라고 생각했어요. 감옥 가는 것인 줄 알았다면 제가 바보도 아닌데 왜 허위자백 했겠어요.”

홍씨는 또 국정원이 북에 남은 가족들을 데려다주겠다고 회유했다고 주장했다. “조사관이 ‘북에 있는 가족 때문에 두려워하는 거 같은데, (간첩이라고) 인정하면 북에 있는 가족 데려다주겠다’는 거예요. ‘평양에 있는 사람도 데려다주는데 지방에 있는 사람 못 데려다주겠냐’는 거예요.”

 

135일간 합신센터 독방 가둔 채
국정원이 남파간첩으로 추궁
강압과 회유로 거짓자백 유도
피의자 진술조사 작성하기 전
미리 답변을 적어놓기까지

홍씨 탈북과정 잘 아는 이들은
그가 간첩이라고 생각 안 해
국정원도 간첩 아닐 수 있는 정황
확인하고도 계속 간첩으로 몬 듯
국정원은 악의적인가 무능력한가

 

 

부드러운 반말? 강압수사 정황 인정

 

수개월간 국정원 조사관들과 실랑이를 계속하던 홍씨는 결국 남파간첩이라고 인정했다. 남한 내 탈북자 동향을 파악하고 남한 거주 탈북 브로커인 유○○를 납치하라는 지령을 받았다고 인정했다. ‘유○○ 납치 실패 사건’은 공소사실의 주요 내용이라 더 자세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공소장에는, 1차 납치 실패 뒤 백○라는 이름의 또다른 보위사 협조원이 등장한다. 보위사는 백○에게 지령을 내려 ‘유씨가 국경지대로 안 오겠다고 하면 홍씨가 박씨 모녀를 데리고 압록강(양강도 보천군 일대)을 건너도록 백○가 도우라’고 했다고 돼 있다. 2013년 6월21일 홍씨는 유○○를 유인 납치하려고 ‘장백 ○○도구 표식비’(중국 쪽 국경지대)로 오라고 유씨에게 연락하지만 유씨가 오지 않았다는 게 공소장의 내용이다.

유씨는 ‘홍씨가 탈북 브로커인 척 가장해 자신에게 접근해 납치하려 했다’고 지난해 7월 경찰에 제보했다. 그러나 홍씨는 유씨를 납치하려 한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 오히려 탈북 과정을 기회 될 때마다 전화로 자세히 설명하며 정보를 공유했다는 것이다.

홍씨는 자신의 진술을 뒤집은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3월 초(검찰로 사건이 송치된 시기) 구치소에 있는데 제 이야기가 신문에 나온 거예요. 국정원은 절대 언론에 안 내보낸다 약속했었어요. 북의 가족들이 피해를 입으니까요. 이런 작은 약속도 안 지키는데 내 가족 탈북을 돕겠다는 약속을 안 지킬 거 같았어요. 제가 속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여기까지는 홍씨의 일방적 주장이다. 실체적 진실은 수사 내용과 재판심리 내용을 함께 분석해 파악해야 한다. 홍씨 주장의 신빙성이 입증되는 반면 수사에 상당한 문제가 있었음이 발견된다.

먼저, 강압수사 정황은 국정원 조사관이 법정에서 스스로 인정했다. 일명 ‘부드러운 반말’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부드러운 반말로 자서전 형식의 자서전을 쓰게 했다고 한다. 홍씨는 1000장 넘는 진술서를 썼다. 홍씨는 2013년 9월3일부터 총 135일을 합신센터 독방에서 살았다. 방문은 외부에서 잠갔다.

회유수사 정황도 확인됐다. 국정원 간부급 조사관은 법정에 나와 김현희 이야기를 홍씨에게 꺼낸 것을 인정했다. 그는 홍씨의 마음을 안정시키려고 한 말이라고 해명했다. 국정원은 홍씨가 진술에 협조할 때마다 그가 필요로 하는 담배와 술을 제공했다. 홍씨는 수사 내내 유혹에 시달렸다.

국정원이 홍씨의 피의자 진술조서를 작성하기 전 미리 답변을 적어놓은 사실이 드러나 홍씨 변호인인 신윤경 변호사가 재판 때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판사가 그렇게 조서를 작성하는 이유가 뭔지 묻자 법정에 출석한 국정원 조사관은 “중요한 진술이 일관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라고 군색하게 답변했다. 피의자 신문조서는 피의자가 말한 그대로 작성해야 한다. 국정원이 미리 답변 내용을 적어놓은 탓에 홍씨가 말한 대로 적히지 않은 피의자조서가 일부 있었다.

예를 들어, 국정원에서 녹화한 홍씨 심문 영상에는 홍씨가 2013년 6월 1차 탈북에 실패하고 2차 탈북을 고려하면서 ‘애초 도강을 도와주기로 한 사람이 전근 가서 다른 루트를 알아봐야 할 것 같다고 유씨에게 말했다’고 녹화돼 있는데, 조서에는 ‘다른 루트를 알아봐야 할 것 같다고 거짓말을 했다’고 쓰여 있었다. 유씨에게 홍씨가 거짓말을 했다면 홍씨가 유씨를 유인 납치하려는 정황이 된다.

또 홍씨가 국정원에 제출한 ‘위장탈북 반성문’도 국정원이 미리 다른 탈북자가 쓴 반성문을 홍씨에게 보여주고 쓰게 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관들이 인격적으로 잘 대해주고 이에 감복해 자백한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2~3개의 반성문을 홍씨에게 보여주었다.

국정원은 조사 과정에서 홍씨가 간첩이 아닐 수 있음을 보여주는 정황을 확인했는데도 계속 간첩으로 몰아붙인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의 의심은 탈북 브로커 유씨가 ‘홍씨가 보위사 정보원’이라고 알리면서 시작된다. 애초 유씨의 제보 수준은 보잘것없었다. 최초에 홍씨를 수사한 국정원 조사관은 ‘읽어도 무슨 내용인지 몰라 참고자료로만 썼다’는 취지의 진술을 법정에서 했다.

유씨의 제보가 애초에 순수하지 않을 가능성을 국정원은 인지했었다. 유씨는 홍씨를 시켜 박아무개 모녀를 탈북시킨 대가로 사례비를 받기로 되어 있었는데 유씨는 탈북을 제대로 돕지 못했다. 중국에서 돈만 쓴 유씨는 그래도 경비를 챙기려고 남한에 있는 ‘박씨의 친모’ 김아무개씨에게 연락을 취하지만 돈을 받지 못했다.

유씨는 김씨에게 2013년 6월23일부터 7월4일까지 ‘너 딸 국정원 들어오면, 두교자(‘두고 보자’의 오기인 듯)’ ‘너 사위 이는 북조선 보위부 누깔(‘눈깔’의 오기, 정보원이라는 뜻)이다. 두고 보자 까불지 말라’ 등의 협박문자를 보냈다. 유씨는 김씨에게 돈을 못 받자 박씨 모녀의 탈북을 끝까지 도운 홍씨를 괴롭히려는 의도로 허위 제보했을 가능성이 있다. 유씨는 이후 협박죄로 고소당했고 벌금형을 받았다.

또 홍씨가 보위사 요원이 되는 과정을 진술할 때 그린 ‘간부 이력서’의 양식이 국정원이 파악한 것과 달라 조사관은 의문을 품기도 했다. 한 국정원 조사관이 “(간부 이력서를 제대로 그리지 못하니) 공작원이 아니다”라고 말한 사실도 법정에서 드러났다.

유우성 간첩조작 사건 때와 비슷

<한겨레> 취재 결과, 홍씨가 간첩임을 부인하며 초기에 국정원에서 한 진술들이 함께 탈북한 박아무개(여)씨의 증언과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박씨는 합신센터를 나와 현재 남한에서 거주하고 있다.

박씨는 최근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도강을 도와준 백○는 보위사 지령을 받는 사람이 아니라 그냥 도강 루트를 잘 아는 밀수꾼이다. 내가 중국돈 8000위안(130만원)을 주었다. 홍씨가 유씨를 납치하려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박씨는 도강 뒤 백씨에게 돈을 건넬 때 찍은 사진도 기자에게 보여주었다. 검찰과 국정원 주장대로, 백씨가 보위사와 연계된 이라면 그는 유씨의 납치에도 실패하고 돈이나 받아 챙겨 북으로 돌아가는 이상한 사람이 된다.

홍씨 일행의 탈북 과정을 잘 알고 있는 또다른 남한 거주 한 탈북자 허아무개씨도 <한겨레>에 “홍씨가 간첩인지 아닌지 나는 모른다. 그러나 (홍씨 일행이) 1차 도강에서 실패한 것은 원래 일을 도와주기로 한 사람이 위험하다며 거부했기 때문인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유씨를 유인납치하려고 도강 계획을 변경한 게 아니라는 설명이다.

국정원은 지난 2월 드러난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조작 사건 이후 간첩을 수사하는 게 아니라 조작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간첩 증거가 있다면 증거를 제출해야 하는데 이번 홍씨 사건에서는 자백 진술 외에 뚜렷한 증거가 없다. 유우성씨를 간첩 혐의로 붙잡으며 원심에서 동생 유가려씨의 허위자백 진술서만 제출한 것과 같은 상태다.

국정원은 홍씨의 조사 영상물을 2014년 1월20일부터 찍어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홍씨가 간첩 혐의를 부인하다가 스스로 인정하기까지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는 확인할 방도가 없다.

이번 홍씨 사건을 통해 다시 확인한 국정원과 검찰의 모습은 악의적이거나 그게 아니라면 무능력했다. 홍씨를 변호한 장경욱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는 “국정원이 증거조작 사건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이를 무마하려고 성급하게 직파간첩 사건을 조작해 언론에 발표한 것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국정원은 “홍씨에 대해 회유·압박수사를 하지 않았고 간첩 자백을 뒷받침하는 관련 증거가 다수 확인돼 수사를 진행했다. 사건을 조작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허재현 기자 cataluni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