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임성근 부장판사와 트럼프 탄핵의 공통점

道雨 2021. 2. 25. 09:41

임성근 부장판사와 트럼프 탄핵의 공통점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재판이 26일 시작된다. 그런데 그 이틀 뒤 임 부장판사는 법관 임기가 종료된다. 더 이상 공직자가 아닌데 탄핵 결정이 가능하냐는 게 재판의 쟁점이 될 듯하다.

 

얼마 전 퇴임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런 경우다. 트럼프 지지자들의 의회 난입 사태와 관련해, 1월13일 하원의회에서 내란선동 혐의로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됐고, 일주일 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를 마쳤다. 우리 헌재의 탄핵심판에 해당하는 상원의회의 심리 절차는 그 이후 시작됐다.

미국에서도 이미 퇴임한 대통령이 탄핵 대상이 될 수 있는지가 주요 쟁점이 됐다. 미국 법에는 이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 논쟁 끝에 상원의회는 탄핵 대상이 된다고 결론지었다. 다만 유무죄 표결에서 가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무죄 선고가 났다.

 

미국 헌법은 탄핵의 효과로서 공직 박탈뿐 아니라, 이후 다른 공직 취임도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탄핵당할 행위를 저지른 공직자라면, 다른 공직도 맡을 수 없도록 해야 법질서와 사회를 보호할 수 있다는 게 탄핵 가능론의 핵심 논거다.

 

한 법학자는 이런 비유를 한다.

“양떼를 돌보던 목동이 양을 훔친 경우, 재판에서 유죄가 확인되면 그 양떼의 주인으로부터 해고될 뿐만 아니라, 다른 양떼를 돌볼 자격도 박탈하는 법이 있는데, 양을 훔친 목동이 재판받기 전에 즉시 해고됐다는 이유로 아예 재판을 받지 않도록 한다면, 그래서 다른 양떼를 돌볼 기회를 주게 된다면, 법의 취지에 어긋나지 않나.”

 

역사적인 선례도 있다.

1876년 육군성 장관인 윌리엄 벨크냅이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하원의회가 조사위원회를 꾸렸다. 위원회는 증거를 확보한 뒤 의회에 보고했다. 그런데 불과 몇시간 전에 벨크냅이 사임한 뒤였다. 하원의회는 그래도 탄핵이 가능하다며, 만장일치로 탄핵소추를 의결했다.

독일의 경우에는 연방헌법재판소법의 대통령 탄핵에 관한 규정(제51조)에서 “탄핵 절차의 개시와 진행은 대통령의 사임이나 임기만료에 의하여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명문 규정을 뒀다.

 

우리나라도 탄핵된 공직자는 5년간 다른 공직에 취임할 수 없는 등 추가 제재를 받는다. 임기가 종료했다는 이유로 이를 피해갈 수 있게 한다면, ‘나쁜 목동’에게 또다른 양떼를 맡을 기회를 주는 꼴이 된다.

 

박용현 논설위원 piao@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984298.html#csidx81d6b5f461c256cb8de59ba794f2aa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