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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김진표 그리고 차별금지법

道雨 2022. 6. 15. 09:02

한덕수, 김진표 그리고 차별금지법

 

 

2007년 차별금지법이 정부안으로 처음 발의될 때 38대 국무총리는 한덕수였다. 차별금지법 제정운동이 치열한 2022년 48대 총리도 한덕수다. 15년 동안 세상은 돌고 돌아 제자리를 맴도는 것처럼 보인다. 차별금지법의 고단한 운명도 다르지 않았다. 결자해지는 이럴 때 쓰는 말은 아니다.

 

차별금지법을 앞장서 금지한 인물은 곧 국회의장이 될 운명이다. 5선인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08년부터 국회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끈질기게 저지해왔다. 2013년 당시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차별금지법을 대표 발의했을 때, 공동발의자 51명에는 문재인, 이낙연도 있었다.

법안이 발의되자 의원실마다 문자폭탄이 답지했다. 국가조찬기도회장을 지낸 김진표 의원은 차별금지법 저지를 소명으로 삼았고, 최근에도 김한길안 철회를 공적으로 소개한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차별금지법을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입법하라고 요구하는데, 패스트트랙으로 국회를 통과하려면 의장의 협조가 필수다. 하필이면 그런 그가 국회의장 후보다. 참, 얄궂은 운명이다.

 

차별금지법 제정은 노무현 정부의 공약이었다. 김대중 대통령이 국가인권위원회를 인권의 유산으로 남겼다면, 고졸 출신 노무현 대통령은 차별금지법으로 기억되길 원했을 것이다. 임기말 성적 지향 차별금지를 포함한 법무부 안은 2007년 그렇게 나왔다. 인권위라는 기구와 차별금지법이라는 제도는 민주화 세력의 오랜 소망이었고, 노무현의 꿈이기도 했던 것이다. 이렇게 제목에 쓴 단어들 사이에 ‘노무현’이 있다. 한덕수는 노무현 정부의 총리였고, 김진표는 친노 출신 의원이다.

이렇게 오래 제정의 관문을 넘지 못한 법도 드물지만, 차별금지법은 15년의 끈질긴 제정 운동을 통해 이미 세상을 바꾸었다. 차별이 무엇인지 세상에 알렸고, 이 법의 지지여론은 해마다 높아져, 2022년 국가인권위 조사에서 67.2%가 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그만큼 ‘사회적 합의’는 충분하다.

차별금지법 제정은 한국 사회가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로 넘어가는 상징이다. 이 법은 아무도 해치지 않지만, 모든 것을 바꾼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활동가 미류·종걸의 46일 단식은 지난한 15년의 마침표가 돼야 한다. 악순환의 도돌이표는 15년이면 충분하다. 애초부터 차별금지법 제정은 민주당과 그 지지자들이 결정할 문제였다.

 

신윤동욱 디지털뉴스팀 기자 syu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