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윤 대통령 외교참사, 한국 언론은 왜 문제의식 없었나

道雨 2023. 1. 19. 13:23

'국제 망신' 윤 대통령, 이 자료 보면 부끄러울 겁니다

이란을 적으로 만들고, UAE를 난처하게 만든 대통령의 망언

 

 

 

외교부 홈페이지의 외교간행물 페이지를 보면, 세계 각국의 개황을 자세하게 정리해 놓은 보고서가 수시로 업데이트 됩니다. 해당 국가의 기본적인 정보부터 시작해서, 정치, 사회, 문화, 외교 등을 구체적인 데이터와 함께 정리해 놓았으며, 우리나라와의 관계도 함께 볼 수 있습니다. 누구라도 외국을 방문하기 전에 한번 살펴보면, 해당 국가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내용들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이하 UAE)를 방문했다기에, UAE 관련 보고서를 보려고 외교부 자료실에 들어 갔습니다. 굳이 검색할 것도 없이 UAE 관련 파일이 가장 최근에 업데이트 되어 맨 위에 표시가 되어 있습니다. 미국은 2014년, 일본은 2018년에 업데이트 된 걸 보면, 윤 대통령의 UAE 방문에 맞춰 보고서를 만들어 올려 둔 걸 알 수 있습니다.

외교부 보고서 봤더라면
 

 2023 아랍에미리트 개황 보고서 ⓒ 외교부

 
보고서를 읽어 가면서 UAE가 어떤 나라인지 잠시 살펴봤습니다.

국호는 아랍에미리트 연합국(United Arab Emirates)이고 연방 창립일은 1971년입니다. 면적은 83,600㎢로 한반도 면적의 약 37% 크기인데, 전 국토의 97%가 사막입니다.

인구 구성이 독특합니다. 인구는 약 928만명인데, 순수 UAE 국민은 약 100만 명밖에 되지 않습니다. 전체 인구 중 남성 646만 8460명(69.7%), 여성 281만 3950명(30.3%)입니다. 

개황을 읽어 가다가 이해가 잘 되지 않는 대목이 하나 있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UAE의 종족은 아랍인과 외국인인데, 외국인은 주로 아시아계, 이란계라고 되어 있습니다. UAE에 있는 이란인이 얼마나 많으면 외국인을 이란계와 그 나머지 아시아계로 나눴을까요? 답은 보고서 안에 있었습니다.
 

 외교부 보고서에 정리된 UAE의 일반 사항. "전체 인구 중 남성이 69.7%", UAE내 "외국인이 주로 아시아계, 이란계"라는 내용이 특이합니다. 이란에서 온 남성이 UAE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걸 유추할 수 있습니다. ⓒ 외교부 보고서

 

 

"지리적 근접성으로 인해 특히 두바이 지역과 이란 남부 해안 간에는 오래전부터 교류가 활발하였으며, 그 결과 현재 두바이 내 체류 중인 이란인이 60만 명 정도인 것으로 추정"된다는 겁니다.

보고서는 UAE와 이란의 관계를 이렇게 요약해 놓았습니다.

 

- 이란의 역내 패권국 및 핵보유국으로 부상하려는 야망, 시아파 종주국으로서 세력 확장 시도, 왕정을 무너뜨린 혁명세력이 이끄는 정치체제, 이란과의 3개 도서(Greater Tunb, Lesser Tunb, Abu Musa) 영유권 분쟁 등으로 이란을 최대의 잠재적 위협으로 인식하면서도 실리적인 경제 관계를 구축하며 양국 관계를 관리해 나가는 중.
- 이란은 UAE의 주요 교역 파트너이자 최대 재수출 시장으로 양국간 실질적인 경제협력을 중시
- 아울러 이란의 평화적 핵 개발 권리를 존중하나 국제사회의 우려와 위협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이란이 관련 당사국들과 협의해 나가야 하며, 국제사회의 무력 사용을 통한 문제 해결에는 반대한다는 입장

 

UAE에게 이란은 "최대의 잠재적 위협"이지만 주요 교역 파트너이자 최대 재수출 시장으로 실리적인 경제 관계에 있다는 게 보고서의 내용입니다. UAE의 대다수 유전이 이란과 인접한 걸프만에 위치하고 있어 이란과의 관계가 UAE의 경제에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UAE에서 아크부대원들에게 "UAE의 적은,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이고 우리 적은 북한"이라고 말했습니다. UAE에 가장 민감한 문제인 이란과의 관계를 제 3국인 한국의 대통령이 적대 관계라고 규정지어 버린 겁니다. 대통령의 UAE 순방에 맞춰 외교부 공무원들이 애써 만든 보고서를 대통령이 한번이라도 봤다면 그런 망언을 하지 않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큽니다.

이란 보고서와 윤 대통령의 망언

그럼 이란에 대한 보고서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요? 외교부 자료실을 검색해 보니 2016년 보고서가 가장 최근의 것입니다.

이란에 대한 일반적인 개황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원유(매장량 세계 4위), 천연가스(매장량 세계 1위), 아연, 구리, 철광석 등"을 보유한 자원대국이라는 겁니다. 자원이 부족한 우리 나라 입장에서는 가까이 할 이유가 충분합니다.
 

                            ▲ 이란에서 한국 드라마의 인기가 높다는 보고서 내용 ⓒ 외교부 보고서

 

 

또 하나 흥미로운 건 "지난 2006~07년 Ch2를 통해 방송된 드라마 '대장금'(현지명'양곰')이 시청률 90%", "2008~09년 Ch3를 통해 전파를 탄 드라마 '주몽'역시 시청률 85%로 이란 내에서 흥행돌풍을 일으켰다"는 내용입니다. "공중파에서는 여성의 옷차림 규제 때문에 사극 위주로 방송되고 있지만, 한국에 호감을 갖는 젊은이들은 인터넷을 통해 현대극도 많이 찾아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도 합니다. 우리가 이란을 대하는 태도와 이란 국민들이 우리를 대하는 태도에 큰 차이가 있어 보입니다.

우리나라와 이란과의 관계에 대해 보고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1960~70년대
- 양국은 1962.10.23 외교관계를 수립함.
- 우리나라는 1970년대 중동진출 과정에서 2만여 명 이상의 한국인이 이란내 건설시장 등에 진출한 바, 이는 양국관계 발전의 기반을 닦고 우리 경제성장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됨.
- 양국은 1977년 테헤란 시장 방한 계기 우호관계의 상징으로 서울과 테헤란에 각각 '테헤란로'와 '서울로'를 명명함.

2000년대 이후
- 2000년대 초 양국관계는 다방면에서 급격히 신장되었음.
- 2002년 "한-이란 수교 40주년" 계기 기존 '서울로(1977)'에 이어 한국광장 (2002), 서울공원(2003)을 명명
- 2002.6월 가즈빈(Qazvin)에서 500명 이상이 사망하고 1,200여명이 부상한 지진이 발생, 우리 정부는 이란 정부에 위로전을 전달하고 5만불의 구호금을 전달함.
- 양국관계는 2006년 이후 이란 핵문제에 따른 국제제재의 영향을 받았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란 원유 수입을 지속하는 등 교역 규모는 상당한 수준을 유지하였음.
- 이란은 한국의 제26위 수출대상국(0.71%)이자 제31위 수입대상국(0.54%)인 반면, 한국은 이란에게 UAE, 중국, 인도에 이은 제4의 교역 대상국임
 

                          ▲ 우리나라와 이란의 우호 관계에 대해 설명하는 사례 ⓒ 외교부 보고서

 

 

이란은 한국과 수교한 지 60년 넘는 우호국가이며, 중동 건설 특수로 인해 한국이 큰 도움을 받았고, 지금도 여러가지 어려움 속에서도 교역을 계속하고 있는 나라라는 게 보고서의 내용입니다.

이런 이란을 두고 윤석열 대통령은 "UAE 적은 이란. UAE는 우리의 형제 국가다. 형제국의 안보는 바로 우리의 안보"라고 말해, 이란을 일순간에 우리의 적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여기에 더해 국민의 힘 일부 의원들은 "UAE가 가장 위협을 느끼는 나라가 이란 아닌가"(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 "이란은 악당국가"(하태경 의원) 이라는 발언으로 오히려 사건을 더 키우고 있습니다.

외국에 나갈 때마다 망언과 실언으로 외교적 고립을 자초하고 망신을 사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한가지만 조언하겠습니다. 외교부 공무원들이 각 나라별로 개황 보고서를 만든 게 외교부 홈페이지에 있습니다. 그리 길지 않고 쉽게 설명이 되어 있습니다. 전용기 타고 가는 동안에 잠시라도 짬을 내서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백지 몇 장 들고 보도용 사진이나 찍는 것보단 훨씬 더 유용한 시간이 될 겁니다.

그걸 못하겠다면 아예 외국에 나가지 않는 방법도 있긴 합니다. 대통령이 외국 나갈 때마다 불안해서 하는 이야깁니다.
 

 

 

이봉렬(solne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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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외교참사, 한국 언론은 왜 문제의식 없었나

 

 

 

'UAE의 적은 이란' 발언, 심각성 전혀 인식 못해

이란 정부 반발 등 사태 전모 전하는 것도 소극적

현지취재단 단순 중계 , 정부 해명 전하기 급급

 

 

윤석열 대통령이 순방 중에 ‘아랍에미리트(UAE)의 적은 이란’이라는 폭탄 발언을 해 초대형 파문이 빚어지고 있지만, 한국의 주요 신문에서는 그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상황이 확인되고 있다.

대통령의 입과 인식도 심각한 문제지만, 이를 전하는 한국언론의 보도도 ‘참사급’ 수준이었다.

윤 대통령 발언에 대해 최초로 문제점을 정면으로 비판한 시민언론 민들레의 보도가 나오기 전까지, 국내 주요 언론들은 이에 대해 주목한 곳이 거의 없었다.

윤 대통령이 UAE 아크부대를 방문한 소식을 전하는 연합뉴스의 첫 보도가 나온 것은 한국 시각으로 16일 오전 1시 9분, 이라는 제목이었다. 이 기사는 "UAE의 적은,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이고 우리 적은 북한"이라며 "우리와 UAE가 매우 유사한 입장에 있다"고 썼지만 이 발언의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지적하지 않고 단순히 전달만 하는 식이었다. 동행한 부인 김건희 씨가 "사막여우도 많나요?"라고 묻자 윤 대통령이 "별걸 다 알아"라고 말해 김 여사가 "제가 주로 동물을 좋아하니까"라고 했다는 얘기만 덧붙였다.

오후에는 '연합시론'으로 <제2 중동 붐 기대 높인 윤 대통령의 UAE 방문>이라며 방문 성과에 찬사를 보내는 칼럼이 실리기도 했다.

민들레가 이 발언의 심각성을 짚은 첫 보도를 내보낸 것은 16일 오후 7시. <윤 대통령 ’UAE의 적은 이란‘ 쓸데없이 자극…또 외교 실책>이라는 제목의 톱기사에서 발언이 왜 문제인지 상세히 분석하며 “이란의 반발 등 파장을 예고하는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연합뉴스는 늦은 밤 시각인 오후 11시 53분에 '속보'로 대통령실의 해명을 <’UAE의 적' 尹 발언에 "장병 격려…한-이란 관계 무관">이라는 제목으로 내보냈을 뿐이다.

이튿날 아침 주요 조간 신문에서도 이를 제대로 지적하는 기사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유력 매체인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동아일보에서는 ‘이란은 UAE의 적’ 발언이 아예 실리지 않았다. 경향신문도 마찬가지였다. 한겨레가 그나마 이를 보도했지만 원전 현장 방문 등을 전하면서 말미에 ‘한편’을 덧붙이는 식으로 이 발언을 단 한 줄 언급하면서 야당이 비판했다고 짤막하게 곁들였을 뿐이다. 전날 민주당이 대변인 서면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이 또 한번 외교참사를 일으켰다”고 비판하지 않았으면 언론의 자체적인 문제 제기조차 되지 않았을 수 있었다는 얘기다.

상황이 급변한 것은 17일 이란 외교부의 ‘초강경’ 비판 성명이 나온 이후다. 그러나 방송사나 신문사별로 이를 전하는 기사의 양과 내용에서는 크게 엇갈렸다. 이날 저녁 MBC JTBC 등 주요 지상파와 종편 등은 저녁 메인뉴스에서 많게는 리포트 3건씩을 할애해 윤 대통령 발언의 문제점을 거세게 비판했다. 종편 중에서는 JTBC가 관련 보도를 3건 내보내 가장 적극적으로 윤 대통령 발언 문제를 다뤘다.

그러나 SBS는 8뉴스에서 한 건만 보도했을 뿐이며 MBN은 저녁 메인뉴스인 ‘뉴스7’에서 윤 대통령 발언 논란을 후반부인 18번째 뉴스로 배치했다.

특히 TV조선과 연합뉴스TV는 리포트를 하면서 정작 이 같은 발언을 한 윤 대통령의 육성이 담긴 장면조차 내보내지 않았다. TV조선은 여야 공방으로 리포트를 구성하면서 2분간의 리포트에서 37초를 정진석 비대위원장의 윤 대통령 발언 두둔 주장과 정부 해명에 할애했다.

이튿날 주요 조간 신문에서도 이 같은 양상은 비슷했다. 일부 신문은 이를 크게 보도하면서 비판적으로 조명했지만 유력 매체들은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 18일 조선일보는 이란 외교부 대변인의 발언을 전했지만 ”한국의 대통령의 명백한 무지” “간섭적 발언” 등 강경한 발언을 “이란과 지역 국가들 간의 관계를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로 순화시켰다. 윤 대통령을 ‘그 한국 당국자(the South Korean official)’라고 비하하는 호칭까지 동원한 이란 정부의 반발은 조선일보 지면에서는 감지될 수가 없었다.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이란 정부의 반응을 조선일보다는 자세히 전했지만 기사의 지면 배치나 크기는 파문의 크기에 훨씬 못 미치는 것이었다.

이를 가장 크게 다룬 것은 한겨레, 경향 2개 신문이었다. 한겨레는 1면 머릿기사에서 '윤 대통령의 설화(舌禍)와 수습불가 외교'를 강하게 비판했다. 경향신문 역시 1면 머릿기사로 <대통령 가벼운 입, 또 외교리스크. 발언 일파만파(一波萬波)>라고 제목을 달았다. 그러나 전날 경향에선 이에 대한 보도가 전혀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작 ‘일파’는 보도하지 않으면서 ‘만파’만 전한 셈이다.

이번 대형 외교 참사에 대한 한국언론의 보도는 전반적으로 최초의 문제점 인식에서부터 큰 허점과 부실을 드러냈다. 대통령의 순방에 동행한 현지 취재단은 근접 거리에서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봤지만 단순 중계와 인용 보도에 그쳤을 뿐이다. 발언의 문제점에 대해 “우리 장병들을 격려하기 위한 취지의 말씀이었다”라는 동문서답을 내놓는 대통령실과 외교부의 해명 아닌 해명에 대해 추궁하는 언론은 거의 없었다.

 

 

이명재 에디터promes65@dau

출처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http://www.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