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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편익 분석 실종된 양평고속도로 ‘변경안’

道雨 2023. 8. 11. 18:50

비용편익 분석 실종된 양평고속도로 ‘변경안’

국토부는 변경안이 더 우수한 노선이라고 설명해왔지만, 이를 뒷받침할 비용편익(B/C) 분석은 나오지 않고 있다. 〈시사IN〉은 지난해 11월 이후 타당성 조사가 중단된 사실을 새롭게 확인했다.

 
* 7월2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현안 질의에 출석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오른쪽).ⓒ시사IN 조남진

 

 

 

서울-양평고속도로 ‘변경안’의 비용편익(B/C) 분석값은 얼마일까?

공식적인 답은 “모른다”이다.

7월2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현안 질의에서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이를 묻자, 원희룡 국토교통부(국토부) 장관은 다음과 같이 답했다.

“B/C는 전략환경영향평가가 끝난 상태에서 계산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아직 그 절차까지 한참 못 갔다."

 

대안 노선의 종점이 김건희 여사 일가가 소유한 토지와 가까워서 특혜 의혹이 제기된 이후, 국토부는 여러 근거를 들어 변경안의 우수성을 설명해왔다.

국토부와 원희룡 장관의 설명을 종합하면, 종점이 양평군 양서면(원안)에서 강상면(변경안)으로 바뀔 경우 종점부 사업비가 140억원가량 늘어나지만, 종점이 양평군 중심과 가까워져 지역 전체에 유리하고, 양평군의 요구대로 강하IC도 설치할 수 있다. 고속도로 이용량은 1만5800대에서 2만2300대로 늘어나며 자연보호구역을 더 적게 통과해 환경성 면에서도 양호하다.

 

납득할 만한 이유이지만 이는 정성적인 평가에 가깝다. 투입된 예산 대비 얼마만큼 편익이 발생하는지를 나타내는 ‘비용편익(B/C) 분석값’과 여기에 뒤따르는 ‘경제성 분석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다는 국토부의 해명은, 객관적 수치 없이 정성적 근거에 기초해 변경안을 최적 노선으로 판단했다는 소리다.

 

* 서울-양평고속도로 타당성 조사(평가) 사업 월간진도보고서.ⓒ시사IN 박미소

 

 

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은 7월31일 KBS 라디오에서 국토부 현안 질의와 관련해 “아무 근거도 없이 예타(예비타당성 조사) 원안을 변경안으로 수정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게 제일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본타라고 부르는 타당성 조사에서 경제성 분석을 해 B/C를 보니까 예타보다 2안이 낫더라, 이렇게 안을 바꿔야 하는데, 국토부나 용역회사가 변경안이 더 낫다고 일방적으로 말로만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비용편익(B/C) 값이 사업 추진 여부를 결정하는 절대적 기준은 아니다. 대형 국책사업은 기획재정부가 담당하는 ‘예비타당성 조사’ → 주무부처(국토부)의 ‘타당성 조사’ → 실제 설계 → 공사, 대략 이런 순서로 이루어진다.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은 양서면을 종점으로 하는 ‘원안’으로 2021년 예타를 마쳤다. 당시 경제성을 따져보는 B/C 값은 0.82로 1을 넘지 못했지만, 정책적 측면에서 필요성을 인정받아 최종 점수(AHP) 0.508로 예타를 통과할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AHP 점수는 0.5가 사업 시행 여부를 가르는 선으로 통한다.

 

그러나 비용편익(B/C) 값이 절대적 기준은 아닐지라도 사업을 평가할 때 고려해야 할 기본적이고 중요한 근거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국토부가 타당성 조사를 맡은 용역업체에 해야 할 일을 정해주는 ‘과업지시서’에도 비용편익 값 산정과 경제성 분석을 하도록 돼 있다.

 

국토부는 지난해 3월29일 민간 회사인 경동엔지니어링, 동해종합기술공사와 ‘서울-양평고속국도 타당성 조사(평가)’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총 용역 기간은 360일이고 1차(240일)와 2차(120일)로 나누어서 계약했다. 지난해 3월29일 타당성 조사에 착수해 ‘1차 과업’은 11월23일 완수하고, ‘2차 과업’은 올해 3월23일까지 총 완수하는 일정이다(〈그림 1〉 ‘기술용역계약서’ 참조).

 

 

계획상 지난해 11월에 B/C 나왔어야

〈그림 2〉는 국토부가 작성한 ‘서울-양평고속국도 타당성 조사(평가) 용역 과업지시서’에 실린 예정공정표이다. ‘기초자료 조사/분석’부터 ‘성과품 작성’까지 용역업체가 타당성 조사에서 수행해야 할 과업을 크게 8개로 나누고 수행 기간을 지정했다.

과업지시서에 따르면 ‘편익/비용 산정’은 지난해 11월까지였던 1차 과업 시기에 끝나야 한다. 즉, 계획대로라면 지난해 말에 나왔어야 할 비용편익 값이 올해 7월까지도 계산되지 않은 것이다.

 

 

8월2일 〈노컷뉴스〉는 용역업체가 계약 내용에 포함된 목표 공정에 미달했음에도 국토부가 준공금을 지급했다고 보도했다. 서울-양평고속도로 타당성 조사 용역은 총 계약금이 19억4200원이다. 이 중 14억8800만원은 계약 당시 선금액으로 지급하고, 1차 과업 완료 시 3억7200만원을, 2차 과업 완료 시 잔금 8200만원을 치르게 돼 있다.

 

국토부는 타당성 조사 용역 1차 완료 예정일이었던 지난해 11월23일 용역업체에 3억7200만원을 지불한다. 당시 국토부가 작성한 ‘준공검사조서’에 첨부된 ‘용역감독조서’를 보면 “2022년 3월29일부터 2022년 11월23일까지 용역 감독한 결과 용역 전반에 걸쳐 용역계약서 및 과업지시서 기타 약정대로 용역의 100.0%가 준공되었음을 인정함”이라고 쓰여 있다. 그런데 1차 과업 시기 수행됐어야 할 비용편익 값과 ‘경제성 분석’ 결과는 여전히 오리무중인 것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과업지시서에 나온 것은 일종의 표준 모델”일 뿐이라고 말했다. “진도표(예정공정표)를 만드는 것과 계약의 목표는 다른 개념이다. 지금 이 계약의 목적은 타당성 보고서의 생산이다.”

용역업체는 타당성 조사를 모두(1·2차) 완료하면 국토부에 최종 보고서를 제출하게 돼 있는데, ‘비용/편익 분석값’ ‘경제성 분석’ 등은 이 최종 보고서에 들어가면 되는 것이고, 그 사이에 잡혀 있는 진도표는 유동적인 계획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앞서 〈그림 1〉 기술용역계약서에서 살펴봤듯이, 타당성 조사 용역의 총 완수 일자는 올해 3월23일이다. 이 계약서에 따르면, 지금은 1·2차 과업 모두 완료되고 최종 타당성 조사 보고서까지 제출이 되었어야 한다. 여기에 대해 묻자, 국토부 관계자는 “1차(과업)가 끝난 후에 지금 2차(과업)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용역계약이 총 12개월인데 8개월만 하고 4개월치 일은 아직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서울-양평고속도로 타당성 조사가 멈춰 있다는 얘기인데, 이는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1차 이후 2차가 진행되지 못하는 이유로 전략환경영향평가를 들었다. “전략환경영향평가를 해서 관계기관 의견을 (타당성 조사 최종 보고서에) 담아야 하니 그 결과를 좀 보고 (2차를) 진행하려 했는데, 이런 논란이 생겨 전략환경영향평가와 타당성 조사 두 개 다 멈춘 상황이다.”

7월26일 원희룡 장관이 국회 현안 질의에 나와 전략환경영향평가가 끝나지 않아 B/C 분석값이 아직 없다고 했던 것과 같은 선상에 있는 답변이다.

용역업체의 비공식 활동?

그런데 전략환경영향평가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비용편익(B/C) 분석을 할 수 없는 걸까?

국책사업 평가 분야의 한 전문가는 전략환경영향평가와 비용편익 분석은 별도의 트랙이라고 설명했다.

“B/C 값 계산이나 경제성 분석에 전략환경영향평가의 결과가 반영되거나 하지는 않는다. 이 둘은 별개의 조사다. 다만 진행 순서를 ‘전략환경영향평가가 나온 다음에 B/C 분석을 한다’ 이렇게 세울 수는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전략환경영향평가를 마쳤다는 건 거의 노선을 확정하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건데, 그 이후에 B/C 분석을 해서 값을 도출한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석연치 않은 지점은 또 있다. 〈시사IN〉은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서울-양평고속도로 타당성 조사(평가) 사업 월간진도보고서’를 확보했다. 국토부가 서울-양평고속도로 모든 자료를 공개한다며 7월23일 홈페이지에 올린 55개 문건 가운데는 없는 문서이다. 용역업체는 2022년 4월부터 과업 진행 정도를 표시해 매달 월간진도보고서를 국토부에 제출해왔다.

월간진도보고서에 실린 ‘상세 공정표’를 보면, 국토부 관계자가 ‘1차 이후 2차는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힌 지난해 11월 이후로도 용역업체는 올해 5월까지 꾸준히 타당성 조사를 수행하고 있었다. 수행한 과업들을 살펴보면 ‘최적 대안 선정’ ‘교통수요예측’ ‘편익 산정’ 등 타당성 조사에서 핵심적 사항들이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는 장철민 의원실에 “공식적인 (1차 과업) 계약 업무는 끝났으나 비공식적으로 활동하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드러난 사실을 정리해보면, 국토부는 용역업체가 1차 과업 목표를 다 달성하지 못했는데도 예정일에 계약금을 지급했고, 용역업체는 타당성 조사가 중단된 상태임에도 비공식적으로 과업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상세 공정표 상단에는 타당성 조사 완료 예정일을 뜻하는 ‘준공 연월일’이 적혀 있다. 지난해 10월 월간진도보고서까지는 준공 연월일이 당초 계약했던 대로 2023년 3월23일로 적혀 있지만, 지난해 11월을 기점으로 월간진도보고서에 적힌 준공 연월일은 2023년 11월20일로 변경된다.

 

국토부가 작성한 ‘서울-양평고속국도 타당성 조사(평가) 용역 과업지시서’에 따르면, 계약기간을 변경할 경우 용역업체(수급인)는 국토부(발주기관)에 이를 서면으로 청구하도록 돼 있다(〈그림 3〉 참조). 타당성 조사 기간이 올해 3월에서 11월로 늘어난 것과 관련해 용역업체로부터 그 이유를 증빙할 서면을 받았는지 문의하자, 국토부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밝혔다.

“지금 상황은 계약기간이 늘어난 게 아니다. 서울-양평고속도로 타당성 조사 용역은 8개월 동안 1차를, 4개월 동안 2차를 수행하는 구조의 계약이다. 아직 2차(과업)에 착수하지 못한 상태이지 않나. 타당성 조사를 재개한 이후 나머지 과업을 하면서 4개월을 넘든지 하면 그때 가서 계약기간이 늘어났다든지, 변경됐다든지, 지체상금을 부과한다든지 판단하는 것이다.”

 

 

 

김연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