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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100 수출장벽 가시화, 이념적 에너지정책 버려야 산다

道雨 2024. 3. 6. 09:10

 RE100 수출장벽 가시화, 이념적 에너지정책 버려야 산다

 

 

 

경기도 내 수출 기업의 20%가량이 거래 업체로부터 알이(RE)100 이행 요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겨레가 4일 보도한 ‘경기도 알이100 수요조사 및 지원방안 마련 연구’ 보고서에 담긴 내용이다.

알이100 수출 장벽이 본격화할 날이 머지않았다는 얘기다.

 

알이100은 기업이 쓰는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충당한다는 서약으로, 전세계 주요 400여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형식은 자율성을 띠고 있지만, 이행하지 않을 경우 거래가 중단될 수 있다.

예를 들어, 2018년 알이100을 선언한 애플은 전세계 협력사들이 생산 공정에서 100%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지를 추적할 방침이다. 협력업체가 알이100을 이행하지 않으면 자신들의 목표도 달성할 수 없으므로 거래를 끊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은 알이100을 이행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2022년 기준 국내 에너지 생산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율이 9%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윤석열 정부는 재생에너지 관련 예산을 반토막으로 줄이는 등 홀대하고 있다. 재생에너지를 강조하며 투자를 늘렸던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이념적 환경정책”이라고 공격하며 거꾸로 가는 것이다.

정부가 지난해 확정한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2~2036년)은 2030년 신재생에너지 비중 목표치를 애초 30.2%에서 21.6%로 낮췄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 대선후보 토론에서 알이100 대책을 묻는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알이100이 뭐죠”라고 되물어 망신을 산 적이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27일 이와 관련해 “알이100 알면 어떻고 모르면 어떤가. 알이100은 현실적으로 달성 어렵다. 우리는 탄소를 낮추는 것을 중심으로 가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알이100 대안이라고 밀고 있는 ‘원자력발전을 포함하는 무탄소에너지(CFE)’를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무탄소에너지야말로 사냥꾼에 쫓겨 머리만 처박는 꿩 같은 짓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다녀온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회사 에이에스엠엘(ASML)은 최근 ‘2040년까지 재생에너지로만 탄소중립 달성’ 계획을 밝히며, 고객사에도 원전을 배제한 100% 재생에너지를 요구했다.

이러다간 삼성전자와 에스케이하이닉스가 에이에스엠엘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공급받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정부와 여당은 이 사태를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 2024. 3. 6  한겨레 사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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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수출기업 10곳 중 2곳, RE100 이행 요구받아

 

온실가스 배출 데이터 요구 ‘최다’
친원전 정책에 수출전선 빨간불

 

 

경기도에 있는 수출 기업 10곳 중 2곳 남짓은 국내외 거래 업체로부터 알이(RE)100(기업이 쓰는 전력을 재생에너지 100%로 충당) 이행 요구를 받았다.

이행 계획을 제출하지 않는 등 이런 요구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으면 거래 중단 등 경영에 심각한 애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이들 기업은 느끼고 있었다.

윤석열 정부가 알이100 이행에 필수인 재생에너지 확충에는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대신 원자력 발전에 매달리면서, 국내 수출 전선에 비상등이 켜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겨레가 4일 입수한 ‘경기도 RE100 수요조사 및 지원방안 마련 연구’ 보고서에는, 경기도 내 주요 산업단지에 있는 수출 기업의 녹색 전환 현주소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208곳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수출 실적이 있는 117곳 가운데 26곳“고객사가 알이100 이행과 증빙을 요구했다”고 답했다. 수출 실적이 없는 기업 4곳도 같은 요구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경기환경에너지진흥원 의뢰로 (사)한국에너지융합협회가 지난해 7월부터 3개월 동안 진행한 조사를 토대로 작성된 이 보고서는, 녹색 전환과 관련해 기업이 마주한 현실을 구체적으로 담고 있다.

 

 

 

 

요구사항은 다양했다. 우선 ‘온실가스 배출 관련 데이터 제출 요구’가 16건(이하 복수응답)으로 가장 많았다. 이에스지(ESG·환경사회지배구조) 지속가능경영 보고서가 10건, 생산·제조·폐기·재활용 등 제품의 생애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 측정 결과를 보여주는 엘시에이(LCA) 평가 요구도 9건에 이르렀다.

 

 

이들 기업은 이런 요구에 상당한 위기감을 갖고 있었다. 구체적으로 수출 실적이 있는 117곳 가운데 22곳(18.8%)은 “매출·수출과 경영 위협에 영향을 준다”고 답했다.

특히 관련 요구사항을 이행하지 않았을 때 예상되는 피해로 ‘수출 비용의 증가’(91건)를 가장 많이 꼽았다. ‘수출 물량 감소’(79건)나 ‘투자 유치 축소’(70건)를 꼽은 기업도 적지 않았다. 심지어 ‘공급 계약 해지’(58건), ‘국외 경쟁사에 주요 거래처 빼앗김’(45건)이란 응답도 있었다.

 

연구 책임자인 김봉영 박사는 “유럽·미국 기업 중심으로 알이100 이행 등 녹색 전환 요구가 확대되면서, 이들 기업과 거래하는 아시아 지역 내 공급망에 속하는 기업들도 국내 기업에 녹색 전환 관련 요구를 하고 있다”며 “정부가 녹색 전환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기업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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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이 탄소배출량 물어”…수출 중소기업 ‘녹색전환’ 발등에 불

 

기업 생존 달린 기후위기 대응

 

 

지난달 28일 경기도 양평의 ㄱ업체 공장. 산 밑에 자리잡아 ‘탄소’ 걱정은 없을 것 같은 이곳에선 최근 ‘탄소’ 걱정이 생겼다. 반도체 공장이나 병원·식당에 납품하는 클린매트(오염물질 흡착 매트)를 한달 평균 15만장을 만드는데, 이전에 해본 적 없는 탄소배출량 측정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탄소배출량을 측정하고 있냐고 묻더라고요. 처음엔 무슨 말인지 했어요.”

이 회사 김아무개 해외영업팀장 말이다.

 

김 팀장은 지난해 가을 미국의 한 거래업체 담당자와 한 화상 통화 때 느꼈던 당혹감을 털어놨다. 납품가 인하나 품질 이야기가 아니었다. 알이(RE)100을 이행하기로 했으니 ㄱ사도 지속가능 보고서 작성을 준비하라는 주문이었다. 이 보고서를 작성하려면 탄소배출량 등 환경 관련 지표가 필수다.

 

ㄱ사는 그해 봄에는 매트 운반차량인 5톤 트럭을 전기차로 바꿀 수 없느냐란 질문을 국내 거래처한테서 받았다.

“1톤 전기차 트럭은 있지만 5톤 트럭은 전기차가 국내엔 없거든요. 아직도 이 문제는 해결하지 못하고 있어요.”

연 매출 100억원에 직원은 23명밖에 안 되는 기업에는 벅찬 문제다.

이 같은 요구를 맞추지 못하면, 국내는 물론 독일·미국 등 국외 기업으로 수출길이 막혀 1983㎡(600평) 규모의 작은 공장을 닫아야 할지도 모른다.

 

 

요구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석유에서 추출한 플라스틱 원료 성분의 하나인 ‘폴리에틸렌’과 아크릴(점착제용)이 주 성분인 매트에 대해서도 재활용플라스틱 원료 사용을 늘려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김 팀장은 고객사의 이런 요구가 부담스럽지만, 전 세계적으로 가지 않을 수 없는 길이라는 것을 확신했다.

그는 “유럽 바이어들은 확고한 원칙이 있어보였어요. 지난해부터 요구받은 거니, 올해까지는 준비를 해야 하지 않을까요. 현재 우리의 고객사가 아니어도 수출하는 기업에게는 언제든 이런 요청이 올 수 있다고 생각해요.”

 

 

ㄱ사가 꼽는 경쟁사는 중국의 ㅁ매트사이다. 김 팀장은 넓은 땅, 우수한 재생에너지와 정보통신(IT) 기술 등을 갖춘 중국이 재생에너지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뉴스를 볼 때마다 걱정이 된다고 했다. 중국에 재생에너지 보급이 잘 된다면, 한국 기업들보다 중국 기업이 더 고객사 확보에 유리하지 않을지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다. 결국 ㄱ사는 공장과 창고동 인근 공터 부지에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설치하려 컨설팅 지원 사업을 알아보고 있다.

“해외 고객사에서 원자력발전으로 생산한 전력을 인정하는 걸 본 적이 없어요. 지난해에는 도의 기업지원 사업에도 참여했는데 올해는 아직 안 보여요. 정부가 체계적으로 이 문제를 같이 대비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알이100이나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생산부터 유통·재활용까지 제품 생애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평가하는 게 뼈대인 ‘환경 전 과정 평가’(LCA), 재활용 플라스틱을 일정 비율 이상 사용해야 하는 탈플라스틱 규제 등 ‘녹색 전환 제도’가 지구촌에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전세계 나라들이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명분과 자국 산업 보호라는 산업정책을 융합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새로운 무역 질서의 확산은 수출 중견·중소기업에 ‘녹색 장벽’으로 인식되고 있다. 기후위기 대응에 공감하면서도 녹색 전환 방법이 까마득하고 그 비용도 만만치 않다고 여긴다.

 

녹색전환 과제를 받아든 기업들 목소리1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녹색전환 과제를 받아든 기업들 목소리2

 

 

 

“녹색 전환, 공감하지만 거대한 장벽으로 다가와”

 

삼성전자 협력사로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특수가스를 공급하는 ㄴ사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이 회사는 두 해 전 삼성전자로부터 ‘스코프3 기준 탄소배출량’ 측정 결과를 요구받았다. 제품 생산 과정외에 물류 과정이나 협력사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 감축 계획 등을 담아야 하는 지속가능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2008년부터 해당 보고서를 작성한 삼성전자가 스코프3 기준 배출량을 담기 시작한 건 2023년 발간분부터다. ㄴ사 쪽은 “2022년부터 분위기가 달라져 삼성전자에서 직접 교육하고 있다. 월간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지속가능보고서 120페이지에 담긴 스코프3 기준 탄소배출량 항목 중 ‘구매한 제품&서비스’(1만4596천톤CO2-eq)에 ㄴ사 탄소배출량도 포함돼 있다.

 

소형 마이크와 스피커를 미국에 납품하는 ㄷ사는 ‘지에이치지(GHG, Greenhouse Gas) 프로토콜’ 이행을 요구받았다. 국제적으로 인정된 온실가스 측정법에 따른 회계처리와 보고 기준을 따르라는 뜻이다.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등에 들어가는 접합소재 제조기업 ㄹ사는 저탄소 제품 납품 압박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생산 전반의 혁신과 기술 개발이 필요한 일이다보니 시간과 돈이 든다. 납품 계약 협상 때마다 불안하다”고 했다.

 

규제가 다양하다는 점도 부담이다. 경기도 내 공장이 위치한 화장품 제조 기업도 점점 늘어나고 있는 규제들을 모니터링하고 준수하는 체계를 만드는 데 어려움이 많다고 했다. 애로사항을 소개해달라는 한겨레의 서면 질의에서, 이 업체 담당자는 과대포장 규제, 생산자책임재활용(EPR) 제도 도입, 재생원료 의무화, 분리선별을 용이하기 위한 재질 표기 등으로 다양하다고 답했다. “국가별 대상 제품이나 정책의 내용, 시기 등이 다 달라 관련 정보가 부족하고, 또 대체 소재 등을 제품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많은 연구와 테스트가 필요하지만 기술 개발을 할 역량이 부족하다. 게다가 재생·바이오 소재는 기존 소재보다 20% 이상 비싸고 친환경 인증 비용도 더 든다”고 말했다.

 

 

물론 이들 기업들도 이런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여긴다. 반도체 검사장비 수출기업인 ㅁ사의 한 담당자는 “(거래선의 녹색 전환 요구는) 하나로 꼽을 수 없다. 다양하고 복잡하다”며 “하지만 이런 요구는 얼라이언스(동맹) 형태로 작동된다. 미국과 유럽 고객사들은 거의 다 동맹에 들어가있어 따르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요구는 매년 업데이트 된다”고 했다. 시간과 돈이 드는 일이지만 피하거나 늦췄다간 거래선이 끊기는 등 생존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결국 돈과 시간의 문제…녹록지 않은 현실

 

하지만 중견·중소기업에서 ‘환경’ 관련 업무 전담 인력을 두는 것은 현실적으로 벅차다. 2020~2021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 선언이 잇따르고 관련 규제가 강화된 뒤, 환경 또는 이에스지(ESG·환경사회지배구조) 업무 담당 인력을 대거 채용한 대기업과는 사정이 딴판이다. 중견·중소기업에서 이런 업무는 그 중요도와 무관하게 대외협력팀이나 총무팀, 영업팀의 가욋일로 할당돼 있는 게 태반이다. 이런 까닭에 실제 업무는 외부에 맡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직원 수가 20명 남짓인 ㅂ사는 거래업체로부터 요구받은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작성을 외부 컨설팅 업체에 맡겼다. 수백만원의 비용을 들여야 했다. 이 회사의 김아무개 총무부장은 맡을 사람이 없다고 했다. “팀원이 딱 2명이에요.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이해하고 작성하는 건 애초에 불가능하다고 봤어요.” 그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 사업을 발품 팔아 찾아다녔다. “여러 회사에서 ‘어느 기관에서 지원받을 수 있나’ ‘지원 신청은 어떻게 하나’란 문의를 많이 받았어요. 정부나 공공기관이 녹색 전환 대응과 관련한 설명회를 많이 열면 좋겠어요.”

 

대기업의 ‘상생 프로그램’ 도움을 받는 길도 있다. 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 등은 1차 협력사를 중심으로 중소기업 대상 상생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녹색 전환 관련 대응 외에도 원자재 책임성 관리, 기술 혁신 지원, 윤리 등으로 꾸려진 프로그램이다. 중소기업으로선 자문을 얻을 수 있는 이점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또 다른 형태의 ‘대기업 종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원청업체에 원가 구조와 밀접한 경영과 생산 관련 각종 정보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이닉스의 상생 프로그램을 이용한 한 업체 담당자는 “협력사 상황을 평가하고 부족한 부분을 지원하려는 취지이긴 하지만 정보는 정보대로 제공하고 기준을 맞추지 못하면 ‘부적합’으로 분류된다”고 했다. 또 다른 중소기업의 담당자는 “협력사 평가가 최근 들어 부쩍 강해지고 있다”며 “대기업의 지원 프로그램을 이용하자니 강화된 평가를 받으면서 자율성은 줄어드는 딜레마가 있다”고 말했다.

 

 RE100…기업 혼자선 미션임파서블

 

 

기업 스스로 할 수 없는 ‘절대 과제’도 있다. 바로 생산활동에 필요한 전기를 모두 재생에너지로 충당하자는 알이100이 여기에 해당한다. 국내엔 산업 전력 수요를 대체할 정도의 재생에너지가 없는 탓이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대신 원전도 인정해주자는 ‘무탄소에너지(CFE) 이니셔티브’를 추진해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겠다고 하지만, 이미 애플·구글·나이키·3M 등 글로벌 기업들을 중심으로 공급망에 알이100을 인증하라는 요구 등은 거스를 수 없는 과제로 다가온 상황이다.

 

반도체 검사장비 업체 ㅁ사는 자체 전력 수급으로 알이100 달성이 불가능하다는 평가를 내린 뒤 머리만 싸매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정부와 지자체의 재생에너지 관련 정책이 모호하고 신뢰하기도 어렵다”며 “(재생에너지 공급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산업단지에 들어가고 싶지만 정작 산업단지 조성은 공회전 중”이라고 말했다. 물론 중소기업 스스로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방식으로 재생에너지 활용을 높일 수는 있다. 여기에도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이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고 싶어도 건물주가 부정적이어서 애를 먹고 있어요.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 건물주에게 세제 혜택과 같은 인센티브를 강화하면 좋겠습니다.” ㅂ사의 김 총무부장은 답답함을 호소했다.

 

 

 

양평/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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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전환 지원 ‘걸음마’…정부도 기업도 ‘허둥’

 

예산 정보 등 ‘깜깜이’

 

* 2023년 9월 20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런던자연사박물관 기후변화체험전'에서 관람객들이 전시물을 관람하고 있다.

 

 

녹색전환 파고 앞에 정부의 대응은 미미하거나 소걸음이다. 이는 관련 예산에서부터 고스란히 드러난다. 부처별로 뿔뿔이 흩어져 있는 탓에 녹색 전환 대응 지원 예산의 총규모와 그 수준을 한눈에 파악하기도 어렵다.

기후위기 위험은 갈수록 커지고 산업과 일자리에 미칠 파장은 가늠조차 힘든 상황이나 정부 조직과 체계는 옛 산업사회에 머물러 있어서다. 정보력이 취약한 중견·중소기업들은 어떤 예산 사업이 도움이 되는지 몰라 허둥댄다.

 

4일 관계 부처 말을 종합하면, 중소벤처기업부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시비에이엠) 도입국에 수출하는 기업 지원을 위한 사업 예산을 편성한 건 올해가 처음이다. ‘중소기업 시비에이엠 대응 인프라 구축 사업’이다. 지난달 29일부터 한달간 지원 신청을 받고 있다. 그러나 배정된 예산은 24억원에 그친 탓에, 지원 대상 기업도 100여곳 안팎에 머물 것으로 정부는 본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제조혁신처 담당자는 “시비에이엠 대상에 본인들의 수출 품목이 해당되는지도 모르는 기업도 많다. 컨설팅이 필요한 기업이 매우 많아 예산은 앞으로 더 늘어야 한다”고 말했다. 시비에이엠 대상 품목은 유럽연합의 시엔(CN) 품목분류코드(8자리) 기준에 따른다. 에이치에스(HS) 코드(10자리)만 아는 수출 기업 또는 수출예정 기업으로선 서로 다른 품목 코드를 연계할 수 있어야 하는 셈이다. 하지만 원재료 종류와 비율에 따라 한국 코드와 다른 시엔 코드를 선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코드 연계에는 전문가의 도움이 필수적이라고 한다.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도 관련 사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사업의 범위가 뭉뚱그려져 있는 터라 기업들은 어떤 사업이 도움이 되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한 예로 환경부의 예산 사업명은 ‘이에스지(ESG) 컨설팅 사업’(2024년 예산 34억원), 산업부는 ‘이에스지 교육과 사내전문가 육성, 수출기업 공급망 실사 대응력 향상과 컨설팅 사업’(23억8천만원)이다.

 

 

정부도 녹색전환 관련 기업 지원 예산 규모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국가 탄소중립과 녹색성장 정책을 총괄하는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는 연도별 녹색전환 기업 지원 예산에 대한 한겨레 질의에 “탄소중립 전체 예산에서 녹색전환 관련 기업 지원 예산은 구분한 적이 없다. 현재로선 해당 예산의 총규모는 알기 어렵다”라고 답했다. 예산 편성 권한이 있는 기획재정부도 이런 사정은 마찬가지다.

 

정부 지원 사업 체계가 혼란스러운 상황이지만 전문가들은 더 많은 주문을 한다. 맞춤형 컨설팅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2차전지·반도체·플라스틱 등 각 산업에 속해 있는 기업마다 요구받는 내용과 위험이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효과적인 녹색전환 준비와 대응을 위해선 좀 더 세분화되고 전문적인 서비스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지현영 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변호사)은 “현재 정부 지원 사업을 보면 정부가 규제 환경 변화에 얼마나 능동적인 대응을 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인다”며 “철강·자동차·화학 등 산업·업종별로 전문성을 살려 대응할 수 있도록 정부가 세심히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소영 산업연구원 글로벌산업실장은 “대기업은 피할 수 없는 싸움임을 알고 몇년 전부터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반면 중소·중견 기업은 인력도 재원도 부족하다. 맞춤형 교육과 인증을 지원하는 정책이 수립돼야 한다”며 “정책이 수립되면 숨은 수요가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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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100이란?

 

 

https://know.infodealing.com/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