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문화재

직지심경, 절 2곳에 더 있었다

道雨 2007. 6. 30. 13:23

 

 

직지심경, 절 2곳에 더 있었다

 

 

도굴 1인자 서상복씨 "봉원사·광흥사서 도굴

 

직지보다 앞선 불경도 훔쳐"
전문가들도 "직지 추가 인쇄본 가능성 충분"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목판본)

 

 

세계 최고(最古ㆍ1377년)의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ㆍ일명 직지심경) 상권 2권과 이보다 앞선 금속활자본 불경(佛經)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내 문화재 도굴 1인자인 서상복(46)씨는 6일 한국일보에 보낸 편지에서 "1998~2000년 직지심경 상권 2권과 직지보다 앞선 불경을 국내 사찰에서 도굴했다"며 출처지 3곳을 처음 공개했다.

대구교도소에 수감중인 서씨는 2001년 검찰 조사 때부터 직지와 불경을 훔쳤다고 주장해 왔지만 출처지 등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어 궁금증을 자아냈다.

 

● 어디서 훔쳤나

 

프랑스 국립박물관에 소장돼 있는 직지심경 하권은 1972년 유네스코에서 세계 최고 금속활자본으로 공인했다. 서씨가 훔쳤다고 밝힌 문화재는 직지심경 상권 2권과 직지보다 50년 정도 앞선 불경 등 3권이다.

 

모두 복장유물(腹藏遺物ㆍ불상을 만들 때 불상 안에 넣는 불경 등 문화재)이다. 해당 사찰도 서씨가 물건을 훔친 시기에 큰 도둑이 들었다고 밝혀 서씨 주장을 뒷받침했다. 하지만 도둑 맞은 문화재에 대해서는 파악하지 못했다. 사찰에선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복장유물은 절대 열어보지 않기 때문이다.

 

서씨는 직지보다 앞선 불경을 1999년 1월께 경북 경주시 기림사(祇林寺)에서 꺼내왔다고 말했다.

책의 발행 연대를 알리는 '간기' (刊記)가 적혀 있어 직지보다 50년 앞섰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기림사측은 "보물 833호인 대적광전이 복원 중이었고 비도 내리고 있었다"며 당시 상황을 정확히 기억했다. 그러나 무엇이 없어졌는지는 불상을 열어 본 적이 없어 모른다고 했다.

 

서씨는 직지 상권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했다. 하나는 파손되지 않은 완질본으로 99년 6~8월 서울 서대문구 봉원사(奉元寺)에서 훔쳤고 다른 하나는 일부가 파손된 직지로 2000년 3,4월께 경북 안동시 광흥사(廣興寺)에서 도굴했다고 말했다.

 

봉원사측은 "당시 검찰에서 '사찰이 털렸다'고 알려 줘 알게 됐다. 절이 오래 됐으니 직지가 보관됐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광흥사측도 "당시 저녁 때 정전이 되자마자 장정 서너 명이 들이닥쳐 사찰 사람들을 밧줄로 묶고 털어갔다"고 말했다. 봉원사는 9세기, 기림사와 광흥사는 7세기에 창건됐다.

 

서씨는 당시 훔친 물건이 직지가 맞는지에 대해 "금속활자본인지, 간기가 언제인지 수 차례 확인했고 다른 전문가들도 인정했다"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처분 과정 등 행방에 대해선 "불경은 팔았으며 파손된 직지는 중국에, 나머지는 국내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수감 중이기 때문에 현재 누가 직지와 불경을 소장하고 있는지는 모른다고 주장했다.

 

● 전문가들의 반응은

 

직지는 과연 존재할까. 강신태 문화재청 사범단속반장은 "서씨의 도움을 받기 위해 여러 차례 면담한 적이 있는데 주장의 신빙성이 매우 높다"고 평가했다.

그는 "상식적으로 인쇄를 한 번만 했을 리는 없고 최소 100번은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추정했다. 그는 서씨의 진술을 토대로 현재 직지의 행방을 추적 중이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도 "사실이라고 단정할 순 없지만 충분히 일리가 있다"고 말했다.

 

금속활자와 직지에 대해 논문을 썼던 신구대 전영표(70) 명예교수도 "하권이 있으면 당연히 상권도 있을 것 아니냐"며 "도굴꾼의 말이긴 하지만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직지와 직지보다 앞선 불경은 왜 세상에 나오지 않고 있을까. 강 반장은 "훔친 물건이라 공개했다가는 소유권 분쟁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집안 대대로 물려 받았다 해도 공개할 경우 국가에 기증하라는 압력이 생기는 등 소장자 입장에선 좋을 게 없다. 골동품 시장에선 직지와 불경에 대해 "값으로 매길 수 없을 만큼 귀중하다. 수백 억원 대에 거래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씨는 "공소시효 7년이 지났기 때문에 과거를 참회하며 출처지를 공개했다. 소장자가 선의 취득을 주장하며 국내에 유통시키거나 해외로 빼돌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직지 등이 발견되면 전세계 문화유산 역사를 다시 써야 할 지도 모른다.

 

[▲ 직지심경]

 

고려 공민왕 때 승려 백운화상이 1372년 선(禪)의 요체를 깨닫기 위해 부처와 고승들의 문헌을 섭렵해 초록으로 편찬한 것을 1377년 청주 흥덕사에서 금속활자로 찍어낸 책이다.

정식 명칭은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白雲和尙抄錄佛祖直指心體要節)이다.

서양에서 가장 오래된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보다 73년이 앞서 제작된 현존 세계 최고 금속활자본이다. 상하 두 권 중 하권 1권만 전해진다. 200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록됐다.

 

 

****************************** <한국일보/강철원.정민승기자 2007.6.7>

 

 

                      

개성 성균관에 보관된 세계최초 금속활자

(사진출처:http://cafe.daum.net/mogang)

 

 

                                          

(프랑스의 '동양문헌 도서관'에 보존되어 있는 직지심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