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전설, 설화

오래 묵은 장기알이 명약

道雨 2009. 2. 20. 18:11

 

 

 

                              오래 묵은 장기알이 명약

                                                             - 명의 허준 선생에 얽힌 설화

 

허준 선생이 내의원에 들어간 후에, 하루는 제자 한 사람을 데리고 나들이를 나갔다.

어느 작은 마을로 들어서자 곧 날이 저물어, 그럴듯하게 보이는 집 대문을 두드려 하룻밤 묵고가기를 청하게 되었다.

 

우리나라 미풍양속에, 사랑방에 묵고가는 식객 수에 따라 그 집안의 덕과 가세를 알게 되는데, 집주인이 허준 선생을 영접하는 태도가 그리 탐탁한 눈치는 아니었다.

 

저녁밥을 얻어먹고 막 담배를 한 대 붙여 무는데, 갑자기 여인들의 곡성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울음소리는 밤이 새도록 그치질 않는 것이었다. 하인에게 연유를 물었으나 대답을 하려 하지 않았는데, 더욱 기이한 것은 울음소리가 여인들의 곡성뿐인 점이었다.

 

날이 밝아, 허준 선생이 행장을 차리고 그 집을 나서는데, 울어서 눈이 부은 안주인이 배웅을 하면서, "집에 우환이 있어 손님대접을 제대로 못해 죄송합니다."하고 예를 표하길래, 그 연유를 물었으나 선뜻 대답을 하지 않았다.

 

거듭 연유를 묻자 마지못해 입을 여는 안주인의 이야기인 즉, 이 집에는 딸만 일곱인데, 3대독자로 아들 하나가 있는데,  아무 이유도 없이 시름시름 앓다가는 급기야 어젯밤에 숨이 막혀 죽었다는 것이었다.

아이가 죽어 누워 있는 방을 가보니, 3대독자 집안인지라 온통 여인들만이 아이 곁에 둘러앉아 울고 있는 것이었다.

 

허준 선생이 그 아이를 보고 나더니, 하인을 시켜 이 동네에서 머슴들이 제일 많이 모이는 사랑방에 가서, 제일 오래되고 남자들의 손때가 덕지덕지 묻은 장기 알을 가져오도록 지시하였다.

 

해묵은 장기 알을 가져오자, 서둘러 솥에 물을 붓고 삶도록 분부를 했다. 이렇게 하여 장기알 삶은 물을 몇 모금 떠 넣자,아이가 “왕” 하고 울음소리를 터뜨리며 살아나는 것이었다.

 

이럴 수가 ! 

 

온 동네가 발칵 뒤집혔다. 후한 대접을 받고 다시 길을 떠나는 데, 허준 선생의 제자가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이해가 되질 않아  허준선생에게 질문을 한다.

 

허준 선생이 대답하기를,

 "그 집안은 딸들이 일곱 명이고, 거기다가 고모, 이모 등  온통 여자 투성인 집안에 하나 뿐인 아들을 귀여워할 수밖에 없지. 좋다고 만지고, 어르고, 주무르는 것이 3대독자의 고추이지, 여자들이 심심하면 그놈을 만지니 3대 독자는 지쳐서 죽을 지경이겠지.

 

무엇이 그 애를 지쳐서 죽게 했느냐 하면, 그것은 여자의 음기(陰氣), 즉 음독(陰毒)이란 게야 !

양기란 세력은 어린 3대독자 하나 뿐인데, 열 명이 넘는 여자들의 진한 음기가 어린 양기를 깔아뭉개니 3대 독자가 배길 재간이 있나?"

 

해묵은 장기알을 처방한 이유는?

 

"장기나 바둑은 한 마디로 싸움이고 전쟁이다. 장기알을 집을 때는 대부분 엄지(手太陰肺經)와 검지(手陽明大腸經), 중지( 手厥陰心包經)로 집고서 “장군! ''멍군!'을 부른다. 세 손가락 중에서도 검지가 가운데 있으면서 가장 강력하게 뻗치는 기운을 발한다.

 

엄지는 음이고, 검지는 양이고, 중지는 음이다. 거기다가 장기를 지는 놈은 얼굴과 손가락에 열이 올라 있는데, 장기에 정신이 빠져서 참았던 소변을 보려 마당에 나와서, 그 열 받은 손으로 오줌이 채여서 힘줄이 툭튀어나온 거시기를 꺼내어 불끈 붙들고 오줌을 철철 갈긴 후, 서둘러 집어넣고 다시 거시기 만진 손으로 장기알을 잡는다. 

 

이러기를  몇 십 년을 되풀이 했으니, 그 장기알에 힘좋은 머슴 놈의 양기가 쩌려 있지 않겠는가?

그 힘좋은 양기의  양독(陽毒)으로  음독(陰毒)을 치료한 것이다."

 

 

 

 

 

*** 이 이야기는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기보다는, 음양관을 익히기 위하여 교육 목적상 지어진 듯 하다.  

 

질병은 음양의 균형이 깨어진 것을 의미하므로, 치료에 있어서는 깨어진 음양의 균형을 바로잡아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발병의 원인과 몸의 상태(체질, 증상)를 잘 살피고, 음식이나 약을 쓰는 데 있어서도 氣味와 溫凉, 歸經 등을 고려하여 이에 맞도록 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