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 / 신상철 / 2010-11-22) 합조단이 애써 무시하거나 근거 없는 이유를 대며 회피하는 데에는 스크루 손상의 원인을 밝히는 것 자체가 그리 기술적으로 어려운 문제가 아닌 반면, 만약 그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게 된다면 지금까지 합조단이 주장해 온 모든 논리가 송두리째 무너져 내리기 때문입니다. 그에 대한 정부와 군의 두려움과 조급한 마음은 스크루 프로펠러 손상 원인 규명 과정에서 나타나는 몇몇 왜곡과 조작 그리고 은폐 사례에서 충분히 엿볼 수 있습니다. 지난 4월 30일 필자가 평택 2함대에서 천안함 사고원인을 조사할 때 천안함 스크루 프로펠러 손상에 대한 군의 설명은 ‘함미가 해저에 가라앉을 때 해저지반과 충돌하면서 발생한 손상’이라고 하였으며 당시 미국 대표단 소속 전문가의 답변은 다음과 같습니다.
질문 : 스크루 프로펠러 손상이 발생한 원인이 무엇이라 보는가? 질문 : 함미는 앞쪽이 무겁기 때문에 꼬리(프로펠러)를 쳐들고 빠지는데? 질문 : 해저 지반이 모래 아니면 펄인데, 물속에서 저렇게 손상이 나겠나? 질문 : 그러면 왜 블레이드 다섯 개가 모두 휘어졌는가? 질문 : 동력을 상실한 상태인데 프로펠러가 멈추었을 것 아닌가? 답변이 하도 황당해서 그 미국 전문가의 얼굴을 한참 바라보았던 기억입니다만, 국방부는 기존의 ‘스크루 손상이 함미 침몰 시 해저와의 접촉으로 손상되었다’는 내용 그대로를 5월 7일 공식 발표합니다. 그러나 그에 대한 비난이 일자 국방부는 5월 20일 ‘스크루 프로펠러의 손상이 갑작스러운 엔진 정지로 인한 관성의 법칙으로 휘어진 것’으로 발표하면서 그것이 스웨덴 조사팀의 분석에 의한 공식입장이라고 단정 지은 이후 지금까지 일관되게 그 주장을 유지해 왔으며 천안함 최종보고서에도 그러한 내용이 최종 결론인 것으로 싣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방영된 <추적60분>을 통해 스웨덴 분석이라던 발표는 사실이 아님이 드러났습니다. 합조단에서 선체분과를 맡았던 노인식 충남대 교수는 “스웨덴 쪽에 5000불을 주더라도 자료를 받아보자”고 했지만 합조단에서는 중요한 문제라 생각을 안 해 무시해 버렸다고 말합니다. 더구나 끝 부분이 이중으로 휘어진 부분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일치하지 않으며 부분적인 시뮬레이션을 통해 ‘가능성’만을 보여준 것이라는 대목에서는 혼란스러움 마저 느끼게 됩니다. 가장 높은 가능성(좌초)은 철저히 배제한 채, 가장 희박한 가능성(관성)만을 주장하고 마치 그것이 결론인 양 강변하고 있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KBS ‘추적 60분’ 화면 캡쳐 또한 ‘스웨덴 분석’이라던 주장이 사실이 아닌 것에 대해 KBS 강윤기 PD가 “보고서 기술상에 있어서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지 않느냐”라고 묻자 윤종성 국방부 조사본부장은 일단 “인정한다”면서도 ‘단순한 실수’라고 해명을 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단순한 실수’로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데에 있습니다. ⓒKBS ‘추적 60분’ 화면 캡쳐 실수와 의도적인 거짓말은 엄연히 다릅니다. 그리고 그것은 그들 스스로 규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그것이 단순한 실수인지 아니면 의도적인 거짓말인지를 판단할 줄 아는 다중의 사람들의 몫입니다. 지난 9월 15일 최문순 민주당 의원이 주최한 ‘천안함 최종보고서 긴급토론회’에서 언론3단체 노종면 검증위원회 책임연구위원은 “합조단의 최종보고서에 상당 부분 거짓말이 담겨있다”며 함미 우현 프로펠러 손상에 대한 합조단의 시뮬레이션 결과가 잘못되었음을 지적한 바 있습니다. 합조단의 시뮬레이션 결과 스크루 프로펠러가 ‘관성’에 의해 휘어진 것이 확인되었다고 했으나 실제로 프로펠러가 휘어진 방향과는 반대의 결과가 나와 시뮬레이션 자체가 무의미한 결과가 되었던 것입니다. 이에 대해 시뮬레이션을 담당했던 노인식 충남대 교수는 “그렇다면 원인을 알 수 없는 것”이라며 관성력에 의한 손상이라는 논리가 설득력이 없음을 인정한 바 있습니다.
이 정도 상황이 되면 그것으로 솔직하게 잘못된 분석이었음을 인정하고 국민께 사과하고 정확한 원인을 찾기 위한 새로운 조사에 착수할 것을 제안해야 함에도 국방부는 그 잘못된 분석내용을 그대로 최종보고서에 싣고 있으며, 노인식 교수 또한 어정쩡하게 적당히 얼버무리고 있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납득할 수 없는 일입니다. 스크루 손상과 관련해 지금까지 언론에서 한 번도 다루어지지 않은 중요한 사실 중 하나는, 좌·우 스크루 프로펠러 하부를 인위적으로 잘라내고도 그 사실을 계속 은폐해 오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지난 4월 30일 평택에서 천안함을 조사할 당시 합조단은 스크루 하부가 잘려진 손상에 대해 ‘천안함을 바지선 위에 내려놓는 과정에서 바지선과 부딪쳐 부러졌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7월 15일 시민사회단체 대상 설명회에서도 해군 측은 동일하게 설명한 바 있습니다. 당시 스크루 하부 잘려나간 부위가 불에 탄 흔적이 보이는 등 미심쩍은 점이 있었음에도 설마 그러한 것도 거짓일까 싶어 대수롭지 않게 여겼습니다만, 보다 상세히 찍은 사진들을 면밀히 분석한 결과 단순히 부딪혀 부러진 것이 아니며 어떤 특수한 사정으로 인해 인위적으로 잘라낸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1) 좌·우 스크루 프로펠러 하부의 손상 모습 좌·우현 프로펠러 모두 블레이드 하부가 잘려나갔습니다. 그리고 불에 탄 것 같이 변색되어 있는 모습입니다. (2) 손상부위를 확대한 모습 마치 용접기로 불어 낸 것처럼 커팅(cutting)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반듯하게 잘려나갔거나 불에 탄 흔적을 보이고 있습니다. 당시 어떤 피치 못할 사유가 있었기에 현장에서 용접기나 커팅머신을 이용해서 저렇게 잘라내어야만 했을까 밝히기 위해 함미 인양 당시의 모습, 바지선 위에 거치된 상태의 모습 등을 비교하며 함미가 탑재된 과정과 상태를 분석해 보았습니다. (3) 함미 탑재 전 바지선의 상태 우측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바지선은 인양될 선체의 구조를 감안해 선체의 밑바닥을 받쳐 낼 거치대를 사전에 준비해 놓습니다. 통상 대상 선박의 설계도를 참조해 구조에 맞도록 설치하지만, 완벽하게 거치되긴 어렵기 때문에 약간의 높낮이 차이 혹은 손상된 부위를 감안한 세밀한 조정은 현장에서 하게 됩니다. 그런데 막상 거치하려고 보니 거치대가 터무니없이 낮다면 문제는 심각해 집니다. 제대로 탑재할 수 없는 것이지요. 그런 상황은 사전에 군이 함미의 구조를 감안 설계도면을 바지선 인양업자에게 보내주어 준비케 하는데 군이든 인양업자든 오류를 범한 것입니다. 거치대가 낮으면 하부로 돌출된 스크루 프로펠러가 갑판에 닿게 되는 것은 물론입니다. 그리고 그 상태 그대로 탑재를 한다면 스크루 샤프트가 부서져 버리게 됩니다. (4) 함미 거치하는 과정에서의 야간 공사 낮에 수면 위로 올라왔던 천안함이 밤새 작업을 하는 모습입니다. 어떤 작업을 했는지는 발표하지도 않았고 가림막에 가려 알 수는 없으나 크레인으로부터 걸려 있는 체인이 그대로 걸려 있는 것으로 보아 바지선에 거치가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5) 바지선 탑재 전·후 프로펠러의 거치 형태 비교 위 사진 중, 우측 사진은 수면 위로 나온 상태의 함미(프로펠러)의 모습이며, 이것이 탑재되고 난 이후의 모습이 좌측 사진입니다. 이제 이 두 개의 사진으로 프로펠러가 바지선 위에 어떻게 위치하는지 따져보겠습니다. 우선 공중에 떠있는 상태의 함미 스케일을 조절 확대해서 샤프트와 프로펠러 부분을 따 냅니다. 다음으로 바지선에 탑재된 상태의 사진 역시 같은 스케일로 준비합니다. 바지선의 상갑판은 노란색 표시와 같으며 그 바닥을 기준으로 함미가 탑재되어 있습니다. 탑재 완료된 상태의 사진에 앞 허공에 매달린 상태의 스크루를 따와 중첩(Overlap)시키면 다음과 같은 모양새가 됩니다. 공중에 떠 있을 당시 영상의 스크루 아랫부분의 뾰족한 부분은 바지선 위에 탑재 된 후 바지선 바닥을 뚫고 들어가는 황당한 모습이 됩니다. 그러나 그렇게 될 수는 없기 때문에 이미 그만큼은 잘라내지 않으면 안 되었다는 결론에 도달하는 것입니다. 물론 일차적 원인은 바지선의 거치대 준비 과정에서 군 당국이든 바지선 업체든 중대한 실수가 발생했던 것이며, 그럴 경우 바지선의 거치대를 높이는 작업을 해야 했음에도 멀쩡한 스크루를 잘라내는 무모한 결정을 해버린 것입니다. 천안함 원인 규명 과정에서 스크루 프로펠러의 손상이 갖는 의미가 얼마나 큰 것인지에 대해 모르는 국민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 긁힘 현상 하나하나까지도 사고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중요한 증거일진데, 멀쩡한 스크루를 인위적으로 잘라내고도 그것을 ‘부러진 것이다’라며 거짓말로 둘러대는 것은 절대로 용서할 수 없는 중대한 범죄행위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합조단은 이러한 문제를 국민들께 솔직하게 있는 사실 그대로 말을 해야 했습니다. 여차여차하여 거치대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였노라고, 그래서 거치대를 다시 준비하는데 시간이 너무 소요될 것으로 판단하여 자를 수밖에 없었노라고 사실대로 말하고 용서를 구했어야 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과실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함은 당연한 일입니다. 이번 <추적 60분> 방송에서 시청자들에게 가장 인상이 깊게 각인되었던 대목은 카이스트 윤덕용 교수의 주장과 태도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는 의문을 제기하는 학생에게 “용산 전쟁기념관에 가서 (어뢰를) 봤느냐?”고 묻습니다. 학생이 “가서 보지는 못했다”고 하니 “가서 보고 나서 그리고 연구를 하고 의문을 제기하라고”고 나무랍니다. 과학적 진실은 ‘눈으로 보면 알 수 있게 되는 것’도 많겠지만 ‘눈으로 보아도 알 수 없는 것’이 더 많습니다. 그리고 역으로 ‘눈으로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도 많습니다. 어느 부부가 아이와 함께 있다면 우리는 굳이 두 부부가 잠을 자는 모습을 보지 않아도 그 아이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모르지 않듯이, “가서 보았느냐”라는 주장은 전혀 과학적이지도 논리적이지도 않은 억지에 불과한 것입니다. 그리고 윤 교수는 “수 백가지 데이타 중에 한두 개가 잘못되었다고 전체를 잘못되었다 말하면 곤란하다”고 강변합니다. 천안함 사건에 의혹투성이가 지천에 널려 있는데, 수 백가지 데이터 중 불과 한두 개가 틀렸다는 것 자체도 사실이 아니지만, 수 백가지 데이타가 있어 본들 무엇합니까. 단 한 번의 엉뚱한 해석으로 모든 데이타 자체가 무의미해질 수 있는데 말이지요. 수 백번 검증하면 무엇합니까. 원인과 해석을 엉뚱한 곳에 두고 그것을 전제로 수 백가지 실험을 했다 한들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과학은 단 한 번의 실수로 모든 결과를 무의미한 것으로 만들어 버릴 수 있습니다. 더구나 그것이 실수도 아닌 의도적인 거짓이라면 그로 인한 결과 역시 거짓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천안함 사건에서 스크루 프로펠러 손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어느 정도일까요. 그것은 마치 고대 화석마냥 자신이 겪어야만 했던 그 모든 불행한 과정을 고스란히 지닌 채 천안함 함미에서 말없이 우리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前 천안함 합조단 조사위원)
천안함 원인 규명의 핵심은 ‘스크루 프로펠러’에 있다
링크1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40101122104010§ion=03
천안함 원인 규명의 핵심은 ‘스크루 프로펠러’에 있다
[기고] 흡착물질 논쟁으로 잠시 밀려나 있던 ‘진실덩어리’
지난 17일 KBS <추적60분> 천안함 편에서 국방부는 스크루의 손상에 대해 ‘중요하지 않다고 봤다’ 혹은 ‘침몰 원인과 관계없는 것으로 봤다’라며 그 중요성을 애써 감추려 했지만, 천안함 사건에서 스크루 프로펠러의 손상이야말로 천안함이 어떤 사고를 겪었는지 그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살아있는 증거입니다.
최초 합조단은 함미 침몰 시 스크루가 해저에 부딪혀 손상되었다고 발표
답변 : 함미가 바다에 가라앉을 때 해저와 부딪쳐 손상이 발생한 것이다.
답변 : 해저지반에 앞쪽이 ‘쿵’ 닿고, 이어 뒤쪽이 ‘쿵’ 닿으면서 발생했다.
답변 :……
답변 : 프로펠러가 돌면서 해저에 닿았으니 모두 다 휘어졌다.
답변 : (손으로 바람개비 도는 제스처를 하며) 물속에서 이렇게 빠졌겠지.
합조단, 스크루 손상원인 ‘엔진정지로 인한 관성력’으로 변경 발표
점입가경, 스크루 시뮬레이션 결과는 반대방향으로 나타나
또 하나의 은폐, 스크루 하부를 인위적으로 잘라내고도 묵묵부답
수백 가지 검증에서 몇 가지 정도는 잘못되어도 문제가 없다?
흡착물질 논란에 대한 국방부의 공식적인 답변이다.
<한겨레21> 836호가 언론 최초로 천안함 선체·어뢰 등의 흡착물질을 직접 실험한 결과를 보도했다.
이어 11월17일 한국방송 <추적 60분>도 흡착물질 실험 등을 통해 각종 의혹을 보도했다.
공통분모는 흡착물질이다. 천안함 선체와 어뢰에서 나온 흡착물질이 폭발의 결과물인 ‘비결정질 알루미늄산화물’이 아니라 100℃ 이하에서 침전의 결과로 만들어지는 ‘비결정질 알루미늄황산염수화물’이라는 것이다.
국방부의 답변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은 ‘어떠한 물질이든지 간에’다.
“실험 신뢰하지만 결과에 동의 못해”
국방부가 결정적인 폭발의 증거라고 한 흡착물질이 실상 폭발의 결과물이 아니라는 실험 결과가 나오자, 이제는 “그 물질이 어떤 물질이든 상관없다”고 해명한 것이다.
국방부는 지난 6월29일 한국기자협회·한국PD연합회·전국언론노동조합 등 언론단체를 상대로 한 설명회에서 “흡착물질은 폭발의 결과물인 비결정질 알루미늄이 분명하다”고 수차례 강조했던 사실을 잊은 게 분명하다.
태도가 달라진 이유는 분명치 않다. 재실험은 없었고, 새로운 근거가 제시되지도 않았다.
민·군 합동조사단(이하 합조단) 단장을 맡았던 윤덕용 카이스트 명예교수와 인터뷰를 했다. 그는 천안함 사건 직후인 4월 결성된 합조단을 이끌며 국방부 보고서가 제시한 과학적 근거들을 검증하고 확인했다.
우선 윤 전 단장은 <한겨레21>의 실험에 대해 “실험 과정에 오류는 없어 보인다”며 “신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같은 실험에 대해 국방부의 입회 아래 제3의 전문가가 실험하지 않아 신뢰할 수 없다던 군과는 확연히 다른 태도다.
하지만 윤 전 단장은 “비결정질 알루미늄황산염수화물이 폭발이 없었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알루미늄황산염수화물이 대체로 폭발이 아닌 100℃ 이하의 자연상태에서 침전으로 생성되는 물질이라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역으로 이 물질이 폭발로 생성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는 없었기 때문에 폭발이 없었음을 증명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얘기다.
윤 전 단장은 결국 “해석의 차이”라고 말했다.
“(흡착물질을 직접 실험한) 정기영 안동대 교수와 양판석 캐나다 매니토바대 박사가 말하는 가능성은 합조단도 고려하고 있었다”며, “다만 비결정질 물질에서는 황의 화학조성이 물리적 결합인지 화학적 결합인지, 아니면 제3의 상태인지 확정지을 수 없어서 포괄적으로 비결정질 알루미늄산화물로 표현하기로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흡착물질에 황이 포함됐다는 점을 알고는 있었지만 합의하에 배제했고 포괄적으로 ‘알루미늄산화물’(AlxOy)이란 표현을 쓰기로 했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 설명은 과학계의 상식과 다소 어긋난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 5월 흡착물질 분석을 맡은 국방과학연구소 내부에서 ‘황이 검출됐으니 폭발의 결과물로 보기 힘들다’는 이견이 있었던 사실이 이번 윤 전 단장 인터뷰에서 드러났다.
윤 전 단장은 “황에 대한 다른 의견이 있었다”며 “다만 황이 어떤 상태로 결합돼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태여서 배제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모의 폭발실험 물질 공개해야
하지만 이런 설명에 대해서도 투과전자현미경(TEM) 분석 등을 통해 입자별로 분석했을 때 황이 균질하게 나왔다면 ‘화합물 상태’로 존재한다고 보는 게 학계의 일반적 상식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 대학의 연구자는 “황이 자연환경에서는 지표나 해수, 공기 등에서 음이온으로 존재하는데, 흡착물질 실험 결과를 보면 이게 양이온과 결합한 것임을 쉽게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황이 따로 존재하지 않고 알루미늄과 화합물 형태(AlxOySz)로 존재한다는 것을 입자분석으로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는 말이다.
이어 그는 “특히 황이 무시하고 넘어갈 만한 적은 양도 아니기 때문에 학자들은 쉽게 흡착물질이 황화합물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윤 전 단장은 황의 화학조성이 물리적 결합인지 화학적 결합인지 확정지을 수 없었다고 말하지만, 이런 복잡한 분석을 거치지 않고 TEM으로 입자 분석만 해도 어떤 물질인지 규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자는 <한겨레21>의 자체 실험을 검토한 뒤 “알루미늄과 황의 비율이 4 대 1로 나온 값들이 입자별로 이 정도면 균질하다고 봐야 하고, 그렇다면 이를 황화합물로 보는 것이 상식”이라고 말했다.
재료공학 분야의 권위자인 윤 전 단장은 왜 과학계의 상식에서 멀어졌을까?
그의 해명을 더 들어보자.
윤 전 단장은 “과학적 실험을 동원하지 않아도 논리적으로 설명이 가능하다”며 “수조 폭발실험에서 선체와 어뢰부품의 흡착물질과 동일한 물질이 나왔으므로 결국 흡착물질도 폭발물질이라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지난 수개월 동안 흡착물질 분석을 통해 어뢰 폭발의 결정적 증거물임이 밝혀졌다고 주장하다가, <한겨레21>의 실험으로 흡착물질이 폭발과 상관없는 침전물질임이 드러나자, 흡착물질과 수조 폭발실험의 결과물이 동일하므로 ‘논리적으로’ 폭발의 증거라고 볼 수 있지 않느냐는 식으로 한 걸음 물러선 것이다.
윤 전 단장의 논리대로라면, 백령도 앞 바닷물에 알루미늄 분말을 뿌려 생긴 침전물이 천안함 선체 및 어뢰 부품의 흡착물질과 동일하다면 폭발이 없었다는 결정적 증거물이 되는 셈이다.
게다가 윤 전 단장이 언급한 수조 폭발실험은 그 자체로 논란의 대상이 되어왔다. 선체의 흡착물질이 폭발재가 아닌 알루미늄황산염수화물이라고 밝힌 과학자들은, 모의 폭발실험의 결과물이 이와 동일한 물질로 나온 데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흡착물질을 공개했듯이 모의 폭발실험으로 얻은 폭발재를 공개하거나 재실험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수중실험에 결정적 오류가 있었거나, 아니면 성급한 결론을 위해 분석 결과를 ‘마사지’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인터뷰 내내 윤 전 단장의 태도는 예전과 달라져 있었다. 지난 6월 그는 기자에게 당시 이승헌 교수의 실험이 가진 오류를 지적하며 흡착물질은 과학적으로 규명됐음을 강조했다.
이제 그는 흡착물질이 “결정적인 증거는 아니다”라고 말을 바꿨다.
‘1번 어뢰’는 전가의 보도?
“국방부의 최종 보고서에서 흡착물질 관련 내용을 본문이 아닌 부록에 실은 이유는 흡착물질이 결정적인 증거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론적으로만 보면 수조 실험에서 폭발물이 형성됐더라도 선체나 어뢰에서는 다른 원인으로 그 물질이 형성될 수도 있습니다.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걸 우리가 증명한 것은 아닙니다. 흡착물질이 폭발에서 나올 수 있다는 가능성만을 모의실험으로 증명한 것입니다.”
이제 와서 흡착물질이 결정적인 증거가 아니라고 하는 이유는 뭘까?
“합조단에서는 처음부터 부수적이고 보충적인 의미가 있는 증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어뢰추진체가 공격무기였다는 것입니다. 공격무기였다는 가장 직접적인 증거는 폭발 원점 근처에서 발견된 것입니다.”
재실험 요구에 대해 그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윤 전 단장은 “공개 실험을 해도 그것을 ‘그들’이 신뢰한다고 보장할 수 없지 않느냐”며 “문제를 제기하는 쪽에서 비용을 들여 해보면 되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윤 전 단장과 국방부의 입장대로라면 지난 5월20일 과학적 논거라고 내세웠던 흡착물질 분석은 사실상 폐기되는 것이다.
흡착물질을 폭발물질이라고 결론지었던 분석은 국방부의 유일한 과학적 증거였다.
국방부는 전가의 보도인 “중요한 건 1번 어뢰”라는 결론으로 도돌이표처럼 돌아갔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
유일한 과학적 증거 ‘흡착물질 분석’ 폐기되나
[초점]
<한겨레21>의 천안함 흡착물 자체 실험 결과에 “어떤 물질이든 중요한 증거 아니다” 말 바꾸는 국방부…
핵심은 ‘1번 어뢰’라는
<네이처> 편집자 설득해 기사화한 일화
<한겨레21>은 전자우편으로 이 교수와 인터뷰했다. 그를 향한 질문에 직접 손으로 쓴 편지를 사진으로 찍어 파일로 전해왔다. 그의 컴퓨터는 한글 작업이 되지 않는다. 미국의 현직 교수인 그로선 영어로 모든 연구와 강의를 하는 만큼 한국어로 자료를 작성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한겨레21>과의 인터뷰나 보고서 전달도 영문으로 이뤄졌지만, 자신의 말이 정확하게 전달되기를 원할 때는 재차 설명하지 않고 손글씨를 써서 파일로 보내왔다.
그는 돌려 말하지 않는다. 그의 직설은 그를 취재한 경험이 있는 기자들에게는 유명하다. 이번에도 그의 책과 인터뷰에는 어김없이 “(이번 사건의 흡착물질 데이터는) 조작됐다”고 결론을 내린다. 그리고 자신의 모의실험을 근거로 댄다. “옳고 그름을 가리려면 국방부가 재실험을 하면 된다”고 몰아붙인다. 비밀주의를 앞세워 감추고 있는 정보를 모두 공개하면 될 일이라는 말도 더한다.
자신에게 오는 비판도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당신이 생각하는 침몰 원인이 뭐냐”는 질문에는 “내가 말할 수 있는 바는 없다. 현재처럼 정보가 통제돼 있고 실체에 접근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더 이상의 추론을 할 만한 자료가 없기 때문이다”라고 답한다.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허점을 드러내는 과정에서 오히려 자연스럽게 잘잘못을 가리자는 주장을 펴며 이번 사건을 학계에서의 엄정한 논쟁처럼 몰고 간다. 그 자신은 여전히 이번 사건이 “사실이나 거짓에 기반을 두고 이미지를 만들어 대중으로 하여금 믿게 하는 정치 영역에 과학을 끌어들인 것”이며 “결국은 과학적 진실의 싸움”이라고 생각한다.
책에는 이 교수가 본인 실험의 타당성을 입증하려고 벌인 노력이 상세히 수록돼 있다. 합조단 보고서의 오류를 지적하기 위해 미국 코넬대가 운영하는 논문 사이트(www.arxiv.org)에 자신의 보고서를 올리거나 국내외 과학자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과정을 보면 한 과학자의 열정이 그대로 묻어난다. 그중에서도 세계적 과학잡지 <네이처>의 편집자를 설득해 자신의 의견을 기사화하는 장면은 생생하다. 그는 <네이처> 편집자에게 직접 전자우편을 보내지만 처음에는 “합조단의 실험 데이터에 무언가 이상한 점이 있다는 것은 옳다. 하지만 다른 대안이 없어 당신의 이론을 확신할 수 없다. 기사화는 불가능하다”는 답을 받는다. 이 교수는 곧바로 “정보가 통제돼 아주 일부의 데이터만으로도 이런 오류를 찾아낸 것이다. 이번 사건은 제2의 황우석 사건임을 확신한다”는 설득 메일을 다시 보낸다. 그리고 답장이 온다. 전자우편을 받은 편집자는 바로 황우석 교수 사건을 기사화한 데이비드 시라노스키였던 것이다. 이 교수는 그를 직접 만난다. 그리고 한 달 뒤 <네이처>에 천안함 사건의 의혹에 대한 기사가 실리게 된다.
익명으로도 머뭇거리는 과학자들
그는 왜 이렇게 천안함 사건에 빠지게 됐을까?
천안함 사건이 벌어졌을 당시 그는 미국에 있었다. 그가 재직한 버지니아대의 연구와 학회 참석 등 일정에 쫓겨 사건에 대해 알지 못했다. 그가 지난 5월 입국해 고향을 방문할 때도 천안함 사건은 그에게 관심사가 아니었다. 당시는 천안함 사건 의혹 보도가 현저히 줄어가던 시점이었다. 보수적인 자신의 부친이 정부의 조사 결과 발표가 의문스럽다는 말을 건넸다. 이상하게 여기긴 했지만 그때도 이 교수는 천안함 사건과 무관한 사람이었다. 그가 천안함을 달리 보기 시작한 건 오히려 지난 5월 말 정부의 조사 결과 발표 뒤다.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의 입을 막으려는 정부와 일부 보수단체 때문이다. 김용옥·박선원·신상철 등 사건에 의문을 제기한 이들이 피고소인이 되는 상황을 보면서, 진실을 둘러싸고 합리적 의심조차 말하지 못하는 불의의 상황이 그를 움직이게 했다.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 그리고 국방부가 합조단을 통해 ‘과학적 근거’를 앞세우고 있음을 알게 됐다. 물리학자답게 열역학을 앞세워 천안함을 피격한 어뢰에 적힌 ‘1번’ 글자의 문제부터 우선 파고들었다. 그다음 대상은 국방부가 발표한 흡착물질 분석 자료였다.
그의 문제 제기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는 서재정 미국 존스홉킨스대 교수(국제정치학), 박선원 브루킹스연구소 초빙연구원과 함께 천안함 사건의 진실 규명을 요구하는 사이트(www.truthcheonan.info)를 만들어 활동 중이다. 사이트를 보면, 그의 문제 제기는 큰 파장을 몰고 왔지만 해결된 질문은 단 한 가지도 없다. 그뿐만 아니다. 그가 처음으로 제기한 ‘1번’ 글자 의혹은 일방적으로 거짓으로 매도됐다. 책에는 이 문제로 송태호 카이스트 교수(기계공학)와 벌인 논쟁에 대한 심정을 담았다. 송 교수와 이 교수는 폭발 뒤 고열·고압의 가스버블이 생기고 이것이 팽창을 한다는 점에서는 의견이 동일하지만, 송 교수는 버블 내부와 외부의 압력이 같은 상태로 팽창하면서 에너지가 급격히 허비돼 1번 글자가 타지 않을 수 있다고 주장했고, 이 교수는 버블 안팎의 압력이 다르기 때문에 버블이 계속 고온을 유지한 채 팽창해 몇십m까지 반경이 커진다고 봤다. 이 교수의 논리대로라면 ‘1번’ 글씨는 지워져야 한다. 하지만 당시 송 교수와의 논쟁에서 그의 반박은 언론에 거의 소개되지 않았고 학계는 침묵했다.
이 교수는 책에서 “당시 문제의 심각성에 비추어 한국물리학회 같은 공인된 과학단체에서 진실 규명을 요구하거나 직접 실험을 통해 진실 규명을 하겠다고 나서야 함에도 학계는 침묵했다”고 지적한다. “(과학자들이) 실명으로 발언하지 못하고 몸을 사린다. 연구비 때문이다”라는 직언도 서슴지 않는다. 책에서 그는 한국 대학에 있는 몇몇 물리학자들과 서신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그들이 이 교수의 실험과 분석에 동의하면서도 정작 실명으로 나서기는 꺼렸던 사실 등을 일화로 들려준다. (<한겨레21>은 그가 접촉한 학자들에게 흡착물질 실험을 제안했지만, 실험은 물론 익명 취재조차 거절당했다.)
언론에 대해 그는 날을 더 바짝 세운다. 그를 음모론자로 몰고 간 한 보수 언론에 대한 입장은 명확하다. ‘인간 어뢰 개념도’를 천안함 사건과 관련이 있는 것처럼 보도한 보수 언론을 직접 거론하며 사실 확인도 없는 보도를 질타한다. 자신이 북한과 연관이 있는 것처럼 비친 기사의 진실도 당시 정황을 들어 반박한다. 이 교수가 지난 6월 진행한 일본 내 기자회견에서 영국의 한 기자가 그와 북한의 관련성을 물었고 이에 분명하게 “관련이 없다”고 답했으나, 기사에는 영국 기자의 질문만 등장하면서 연관 의혹이 있는 것처럼 몰아갔다는 것이다.
“평범한 연구자로 돌아가고 싶지만…”
지금 그의 심정은 어떨까? 책은 “평범한 물리학 연구자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문장으로 마무리된다. 전자우편 인터뷰 답변도 “할 만큼 한 것 같다. 평범한 연구 생활을 하고 싶다”가 맺음말이다. 하지만 “그만하고 싶다. 이제 연구를 해야 한다”는 말은 문제 제기를 한 지난 5월부터 이 교수가 입버릇처럼 한 말이다. 그의 바람이 이번에는 이뤄질까? 그는 “물론 제 도움이 천안함 진상 규명에 필요하면 참여하겠다”며 여지를 남겼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
“천안함, 모두 공개하면 될 일”
[사람과 사회]
진실 가리는 비밀주의에 대한 직설,
<과학의 양심, 천안함을 추적하다> 펴낸 미국 버지니아대 이승헌 교수
(프레시안 / 곽재훈 / 2010-11-18) 17일 밤 방송된 <추적60분> ‘의문의 천안함, 논쟁은 끝났나?’ 편에 따르면, 합조단의 한 관계자는 “(흡착물질이 국방부가 주장하는 알루미늄 산화물과는) 다른 물질일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쉽사리 이야기를 꺼내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 익명의 관계자는 “합조단 내부에서도 세미나까지 개최하며 고민했지만 정확히 구분되지 않은 상황에서 (흡착물질의 성분은) 황산염이라 말했다가 힘든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서 피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흡착물질은) 황산염이 확실한데 그 명칭이 문제가 아니라 폭발재로서 얘기를 한 것”이라며 “결론이 그렇게밖에 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당시 합조단의 내부 분위기에 대해 털어놓았다. 이는 국방부와 합조단이 ‘흡착물질은 폭발로 인한 것’이라는 결론을 미리 내려놓고 조사 결과를 이에 짜맞추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될 수 있는 부분이다. 합조단은 천안함 선체와 어뢰추진체에서 발견된 흡착물질이 비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이라고 주장해 왔다. 이는 천안함이 어뢰 폭발로 침몰했다는 합조단 결론의 핵심적인 근거 중 하나다. 그러나 <추적60분> 제작진이 흡착물질 분석을 의뢰한 정기영 안동대 교수는 이 물질을 ‘비결정질 알루미늄 황산염 수산화 수화물’이라고 분석했다. 이 물질은 100°C 이하에서 생성되기 때문에 폭발의 증거가 될 수 없다. 정 교수의 분석은 지난 15일자 <한겨레21>에도 실린 바 있다. 이 같은 결론은 흡착물을 바스알루미나이트라고 규정한 양판석 캐나다 매니토바대 지질과학과 분석실장의 분석과 사실상 같은 것이다. (☞ 관련 기사 : “천안함 흡착물질은 폭발재가 아니다”) 정 교수는 또 흡착물질의 성분뿐 아니라 그 조직 형태도 어뢰폭발설을 설명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폭발 과정이 생기면 알루미늄은 입자 상태가 된다”며 “(어뢰 폭발이 있었다면 알루미늄이) 입자 상태로 이동해서 (천안함에) 들러붙어야 하는데 지금 이것은 용액 상태에서 침전·성장하면서 만들어진 조직”이라고 설명했다. 어뢰추진체의 흰색 물질은 흡착물이 아니라 침전물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KBS 사진 캡쳐 이에 대한 국방부의 대응은 눈길을 끌었다. <추적60분> 제작진은 “국방부가 (정 교수의)이런 조사에 대해 ‘뜻밖의 반응’을 보였다”며 “합조단도 분석 당시 그 가능성을 검토했었고 비결정질 알루미늄 황산염 수화물이라는 것은 저희가 예측한 것 중 하나”라는 국방과학연구소 이근득 박사의 발언을 보도했다. 이 박사는 5월 20일 천안함 조사 결과 발표 당시 합조단 폭발유형분과의 일원으로 흡착물질 부분을 설명한 인물이다. 이 박사는 합조단이 흡착물질을 알루미늄 산화물로 발표한 것에 대해 “결정질 상태가 아니라서 물질을 정확하게 특정할 수 없기 때문에 산화물로 통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작진이 ‘산화물은 수산화물을 아우르는 개념인가?’라고 묻자 이 교수는 “저희는 그렇게 통칭했다”고 답했다. 흡착물이 황산염 수산화물일 수도 있지만 산화물로 ‘통칭’했다는 것이다. 제작진의 말처럼 ‘폭발에서 생성되는 물질이 산화물이기 때문’이지 않은가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제작진은 이어 이 박사에게 “흡착물질이 수화물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건가?”라며 재차 물었다. 그러자 합조단 민간 측 당장이었던 윤덕용 카이스트 명예교수가 끼어들며 “수화물은 절대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그러나 이처럼 오락가락하는 합조단에 대해 안동대 정기영 교수는 “(국민을) 설득하기에는 상당히 내용이 부족하다”며 “단순히 알루미늄 산화물이라고 확정할 수 있는 근거가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정 교수는 합조단이 섣부른 결론에 도달한 것에 대해 “알루미늄 산화물이 있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던 것은 아닌가”라고 원인을 추측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분석 결과만으로는 폭발 여부를 단정할 수 없으며 이 물질이 부식·퇴적으로 생겼을 가능성도 낮다고 보는 만큼 섣부른 결론을 경계했다. 제작진은 “폭발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좀 더 많은 실험과 분석이 팔요하다”고 강조했다. 천안함 침몰 지점 문제도 이날 방송의 주요 쟁점 중 하나로 논란을 예고했다. 특히 백령도에서 사고 지점이 잘 보이는 또 하나의 초소가 있었다는 사실은 ‘백색 섬광을 보았다’고 진술한 백령도 초병이 천안함 침몰의 유일한 관측자라는 지배적 인식을 뒤집는 것이라는 면에서 방송 전부터 집중 조명을 받았다. 그러나 이번에 새롭게 그 존재가 알려진 초소에서는 아무것도 관측되지 않았다. 국방부가 최종적으로 밝힌 침몰 지점은 기존의 초병이 근무하던 초소보다 ‘새 초소’에서 더 잘 보이는데도, 사건 관계자는 “(이 초소에서는) 어떠한 보고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전의 초소에서는 백색 섬광을 본 초병 2명 외에도 상당수의 병사들이 ‘쿵’하는 소리를 듣거나 진동을 느낀 반면, 이 초소에서는 아무도 이상한 것을 보거나 듣지 못했다는 것이다. 나중에 천안함 인양 작업이 시작될 때에서야 이 초소에서 “미친 듯이 보고가 올라갔다”고 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합조단도 ‘잘 모르겠다’는 태도였다. 합조단 조영두 중령은 침몰 지점이 더 잘 보이는 이 초소에서는 왜 목격자가 없는지를 제작진이 묻자 “거기에 대해서는 저희도 의문입니다”라고 답했다. ⓒKBS 사진 캡쳐 이는 KNTDS(해군전술지휘통제체계) 좌표와 TOD(열상감지장비) 동영상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와 함께 천안함 침몰 지점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 제작진은 “폭발로 멈춘 천안함은 조류에 따라 남동쪽으로 떠내려갔어야 하지만 (항적과 TOD 영상의 방위각을 토대로 한) 계산대로라면 피격 후 30초 시점에서 조류를 거슬러 오히려 90m가량 북서진하고 있었던 것”이라며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제작진의 계산은 KNTDS 항적과 TOD 방위각에 TOD 방위각의 편차를 이용한 것이다. 반면 국방부는 KNTDS 편차를 이용해 계산한 결과 피격 30초 후 천안함의 위치는 폭발원점과 같은 지점이라고 밝혔다. 합조단 서강흠 대령은 이에 대해 “해도(海圖)방위와 육도(陸圖)방위는 기준이 다르다”며 “편차 8.3도를 고려해야 비교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서 대령은 “폭발원점에서 함미가 침몰한 위치까지의 사이각이 (오차) 2.9도 안에 포함돼 있다”며 “폭발 원점은 정확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제작진은 “국방부의 말이 맞는다고 해도 의문은 남는다”며 “(합조단의 설명은) 어뢰 피격 후 기동력을 잃은 천안함이 (조류를 거슬러) 30여 초 동안 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었다는 뜻”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백령도 초병이 섬광을 보았을 때 ‘두무진 돌출부에 가렸다’고 진술한 것도 침몰 지점 의혹과 관련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부분이다. 만약 초병이 본 백색 섬광과 천안함 침몰이 어떤 식으로라도 연관돼 있다면 초병 위치에서 북서쪽에 있는 두무진 돌출부가 남서쪽에서 일어난 천안함 사태 관련 섬광을 가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제3의 초소, TOD방위각, 초병 진술 등을 종합하면 실제 침몰 지점은 합조단이 발표한 지점보다 훨씬 북서쪽에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국방부는 자신들이 발표한 폭발원점이 맞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방송은 몇몇 어처구니없는 일들도 비췄다. 먼저 제작진은 천안함에 탑재했던 무기를 모두 회수했다는 사실과 이를 전부 공개하겠다고 한 약속을 합조단에 확인했다. 흡착물질에서 검출된 알루미늄 성분이 어디서 나왔는지를 밝혀줄 수 있다는 점에서 무기 공개는 매우 중요한 증거라고 제작진은 강조했다.
ⓒKBS 사진 캡쳐 그런데 제작진이 무기에 접근을 요청했을 때 황당한 일이 일어났다. 윤종성 국방부 조사본부장(전 합조단장)이 “무기는 공개하겠지만 언론에 보도하지 않을 것을 전제로 하겠다”고 제작진에게 말하는 순간 한 관계자가 일어나 “수중에 잠겨 있던 무기는 사용할 수 없게 됐기 때문에 해군에서 피폭 처리했다(폭파시켜 없애 버렸다)”고 말을 뒤집은 것이다. 그러자 윤 본부장도 당황한 듯 “(벌써) 했대?”라고 물어보았다. 이어 제작진이 ‘본부장도 피폭처리 사실을 지금 알게 된 것이냐’고 묻자 윤 본부장은 그렇다고 대답했다. 이른바 ‘어뢰 조개’로 알려진 어뢰추진체 속 조개를 훼손한 사례나, 공개하기로 한 무기를 일방적으로 없애 버린 것은 국방부가 진실 찾기를 막으려 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 추가 – 제작진은 관성력에 의해 천안함 스크루가 휘어졌다는 것이 스웨덴 조사팀의 분석이라는 천안함 최종보고서의 내용도 거짓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합조단에 참여했던 노인식 충남대 교수에 따르면, “초기에 스웨덴 조사팀에 5000불이라도 주고 ‘스쿠르 변형’에 대한 조사자료를 받아보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합조단이)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무시해버렸다.” 그리고 버젓이 스웨덴 조사팀이 조사한 것처럼 보고서를 냈다는 것이다. 국방부는 단순한 실수라고 해명했다.) 전 합조단장인 윤덕용 교수가 “의혹 제기가 지속되는 이유가 뭐냐고 보나”라는 제작진의 질문에 “정치적·이념적 입장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답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윤 교수는 포항공대 강연회에서 참석자가 강연 내용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자 “전형적으로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의 자세”라며 “(어뢰추진체가 전시되어 있는) 전쟁기념관 가 봤나, 가서 보고 연구하고 나서 말하라, 함부로 얘기하는 게 아니다”라고 훈계조로 말하기도 했다. <추적60분>은 “사건의 핵심 정보나 증거를 독점하는 군 당국의 태도가 의혹이 끊이지 않는 이유 가운데 하나”라고 꼬집으며 사건 발생 후 최종 보고서가 겨우 3개월 만에 나왔다는 점을 지적했다. 진실을 규명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정부에 ‘열린 자세’를 주문하며 합리적인 상호 검증의 장, 공론의 장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천안함 흡착물 조사, 결론은 미리 정해져 있었다"
천안함 흡착물 조사, 결론은 미리 정해져 있었다
<추적60분> 국방부의 천안함 정보 왜곡·은폐 의혹 제기 파장
KBS <추적60분>이 국방부의 천안함 흡착물질 조사 결과 발표에 왜곡이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해 파장이 일고 있다. 천안함 민군 합동조사단 내에서도 다른 의견이 있었지만 흡착물을 ‘폭발로 인한 물질’이라는 정해진 답에 끼워 맞추는 식이었다는 것이다.
“수산화물을 산화물로 통칭”… “수화물 절대 아냐” 오락가락
천안함 사건의 진짜 ‘그라운드 제로’는 어디?
“응? 벌써 했다고?”… 공개하기로 한 무기 폭파시킨 황당한 국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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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는 보통 사회적·정치적 논란에 휘말리는 것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과학의 이름으로 학자의 양심을 걸고 내놓은 결과물이 과학적 논쟁의 대상이 되는 것은 반기지만, 다른 이유로 그 가치가 훼손되는 것은 원치 않기 때문이다.
천안함 침몰 원인을 밝히는 주요 증거로 여겨져온 흡착물질을 둘러싸고 논쟁이 몇 개월째 계속되고 있는데도, ‘나노 과학의 선진국’에서 이 물질에 대해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적극적으로 나서는 과학자가 많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진실을 알고 싶다는 호기심, 진실을 밝히겠다는 의무감은 간혹 그런 멈칫거림을 이긴다. <한겨레21>의 의뢰로 천안함과 ‘1번 어뢰’ 부품의 흡착물질을 분석한 정기영 안동대 교수(지구환경과학)와, 언론 3단체의 ‘천안함 조사결과 언론보도 검증위원회’의 의뢰를 받아 동일한 작업을 진행한 양판석 박사(캐나다 매니토바대학 지질과학과 분석실장)가 그런 경우다.
두 과학자가 한 달여의 실험 끝에 도달한 결론은 같았다. 민·군 합동조사단과 국방부의 흡착물질 분석은 미흡했으며, 이 물질이 어뢰 폭발로 생긴 ‘비결정성 알루미늄산화물’이라는 결론에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다. 두 교수의 이번 실험 결과는 관련 학술지에 게재될 예정이다.
언론사 최초로 흡착물질 분석을 진행한 <한겨레21>은 다소 복잡하고 어려운 내용이지만 정 교수와 양 박사가 결론에 이른 과정을 자세히 싣는다. 아울러 두 과학자가 내놓은 답에 반론이 있다면,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보고 언제든 반론을 게재할 계획이다. 특히 흡착물질이 폭발의 결과물인 알루미늄산화물이라는 결론을 내놓았던 국방부의 성의 있는 답변을 기대한다. _편집자
천안함 사건을 조사해 지난 5월 중간발표를 한 민·군 합동조사단(이하 합조단)과 9월 ‘천안함 피격사건 합동조사결과 보고서’를 펴낸 국방부는 선체와 어뢰 부품에서 발견된 흡착물질이 ‘비결정성 알루미늄산화물’(AlxOy)이라고 발표했다. 알루미늄 성분이 섞인 어뢰 속 폭약이 폭발하면서 고열과 고압으로 알루미늄산화물이 생겨 선체와 어뢰 부품에 흡착됐다는 결론이었다.
그런데 <한겨레21>의 의뢰로 동일한 물질을 분석한 정기영 교수의 분석 결과는 달랐다. 정 교수의 결론은 ‘비결정성 알루미늄황산염수화물’(Amorphous Aluminum Sulfate Hydroxide Hydrate·AASH)이라는 것이다. ‘아시’라고 부르는 이 물질의 화학식은 ‘2Al₂O₃·SO₃·9-10H₂O’ 또는 ‘Al₄(SO₄)(OH)₁o·4-5H₂O’이다. 화학식에서 알 수 있듯이, 알루미늄(Al)과 황(S)이 다량 함유된 물질이다. 그런데 이 물질은 순간적으로 고온이 발생하는 폭발 조건이 아닌, 100℃ 이하의 온도에서 알루미늄과 황이 결합해 만들어진다. 결론부터 말하면 천안함의 흡착물질은 폭발재가 아니다. 이는 합조단과 국방부의 결론과 180도 다르다. 참고로, 양판석 박사가 흡착물질을 분석한 결과인 ‘비결정질 바스알루미나이트’(Al₄(OH)₁o(SO₄)4H₂O)와 이름은 다르지만, 주요 성분을 보여주는 화학식은 거의 비슷하다(상자 기사 참조).
“폭발로 단정할 수 없는 구조”
정 교수는 <한겨레21>이 입수해 건넨 천안함 선체 3곳과 어뢰 2곳 등 5곳의 흡착물질 시료를 가지고 주요 성분과 화학조성 비율을 분석했다. 전자현미화학분석(EMPA)을 통해 알루미늄과 황의 비율이 평균 3.91:1임을 확인했다. 또 원소분석(EA)으로 산소와 황의 원자 비율이 1:12~13정도라는 것 또한 밝혀냈다. 이 실험을 통해 흡착물질의 알루미늄·황·산소 비율이 아시에 존재하는 각 성분의 비율과 거의 일치함을 확인했다. 흡착물질이 ‘알루미늄산화물’(알루미늄과 산소로만 구성됨)이라는 합조단과 국방부의 결론은 황(S)의 존재를 무시한 것이었다. 비결정질 알루미늄황산염수화물, 즉 아시는 알루미늄과 황이 약 4:1로 섞인 비결정질 입자로 구성됐다. 천안함과 어뢰 부품 5곳에서 채취한 시료 모두가 화학적·구조적 균질성을 갖고 있어 동일한 환경에서 조성된 것으로 분석 결과 나타났다.
정기영 교수의 결론은 ‘비결정성 알루미늄황산염수화물’(AAS · HAmorphous Aluminum Sulfate Hydroxide Hydrate·AASH)이라는 것이다. ‘아시’라고 부르는 이 물질은 순간적으로 고온이 발생하는 폭발 조건이 아닌, 100℃ 이하의 온도에서 알루미늄과 황이 결합해 만들어진다.
정 교수는 이 흡착물질이 어떤 과정을 통해 형성됐는지 비밀을 풀기 위해 주사전자현미경(SEM)으로 미세구조를 분석했다. 흡착물질의 내부 형태를 좀더 엄밀하게 관찰하기 위해 시료를 에폭시(응고제)로 고정한 뒤 단면을 잘라 살펴봤다. <그림1>을 보면, 5곳의 시료는 모두 공통점이 있다. 중심부에 빈 공간이 있고, 그 공간을 중심으로 바깥쪽으로 조밀한 구조나 성긴 구조로 쌓여가는 형태다. 조밀한 경우에는 구의 형태를 띠고, 성긴 경우에는 선형으로 연결돼 가지를 치거나 그것이 집합체를 이루는 방식으로 물질이 만들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투과전자현미경(TEM)을 통해 더 확대해보면 <그림2>에서 보이는 것처럼 볼록볼록한 덩어리가 연속적으로 자란 형태가 나타난다.
정 교수는 이런 구조로 미뤄볼 때 분말 형태의 물질이 결정 상태로 흡착된 것이 아니라, 바닷물 속에 녹아 있던 물질이 점액질 상태로 흡착됐다고 설명한다. 해수에 녹은 상태에서 침전됐다는 말이다. 중심부는 높은 농도의 용해 상태에서 물질의 침전이 이뤄졌고 외부로 갈수록 옅은 농도의 물질이 침전됐음을 알 수 있다. 정 교수는 “농도가 높은 젤 형태의 아시가 형성되고 나서 그것이 먼저 흡착된 뒤 시간이 흐르면서 농도가 낮은 아시의 선형 연결체 또는 망 형태의 집합체들이 결합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침전의 결과는 대체로 일정한 방향성을 띠면서 쌓였다는 점에서, 폭발의 결과로 볼 수 있는 ‘규칙성 없이 무질서하게 쌓이는 흡착’과는 양상이 다르다. 정 교수는 “한층 한층 쌓이면서 만들어진 구조로 볼 때 폭발을 단정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또 단면 관찰에서는 황과 알루미늄의 결합물인 아시 이외에도 장석·석영 등 광물 입자나 플랑크톤 파편이 나타났다. 플랑크톤 파편은 고열의 폭발 환경에서 나타나기 힘들다. 고열을 견디는 극히 제한된 종류의 플랑크톤 파편을 제외하면 대부분 타버리기 때문이다.
알루미늄의 기원은 확정 못해
정 교수는 “아시는 알루미늄과 해수에 녹아든 황이 만나 결합된 것”이라며 “형태를 봤을 때 뭔가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아시가 만들어진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가 폭발일까? 정 교수는 이 환경 변화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 수는 없지만 100℃를 넘지 않는 상태에서 아시가 만들어졌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일반적으로 폭발은 3천℃가 넘는 고온을 발생시킨다. 폭발로 인해 아시가 만들어진다는 학계 논문은 아직 없다.
그렇다면 흡착물질의 주요 구성 성분인 알루미늄과 황은 어디에서 왔을까? 정 교수는 동위원소 측정을 통해 황의 기원을 확인했다. 바닷물이었다. 동위원소 측정은 하나의 물질이 존재하는 상태(원유·해수·지표 등)에 따라 달라지는 원소값으로 그 연원을 따져보는 방법이다. 정 교수는 “해수에는 황이 SO4 형태로 2700ppm(1kg당 0.27g)이 함유돼 있다”며 “알루미늄과 만나면 충분히 반응할 수 있는 양”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알루미늄이었다. 국방부는 알루미늄의 기원을 ‘1번 어뢰’라고 발표했다. 폭발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수중무기 폭약에는 알루미늄을 넣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아시의 주요 성분인 알루미늄이 어디에서 왔는지에는 결론을 유보했다. “어딘가에서 다량의 알루미늄이 공급됐다”는 정도인데, <한겨레21>이 분석을 의뢰한 흡착물질 시료만으로는 알루미늄의 기원을 밝힐 수 없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알루미늄도 황처럼 바닷물에서 기원할 수 있을까? 정 교수는 “어떤 원인이 됐든 바닷물이 강산성으로 변한 상태라면 광물질 등 어디에선가 알루미늄이 녹아나와 아시가 만들어졌을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과학적 분석이라기보다는 하나의 가정”이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한 달여에 걸친 흡착물질 분석 과정에서 여러 차례 아쉬움을 토로했다. 직접 시료 채취 과정에 참여해 흡착물질이 선체와 어뢰 부품 어디에, 어떤 형태로 흡착됐는지 알 수 있었다면 분석에 도움이 됐을 텐데, 제한적인 조건에서 시료 분석만으로는 풀리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얘기였다.
정 교수의 분석 실험은 논란의 핵심인 알루미늄의 기원에 대해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국방부가 내린 ‘흡착물질=폭발재’라는 근거를 부정하는 데는 모자람이 없다. 지난 9월 발간된 국방부 보고서는 흡착물질이 폭발재, 즉 폭발의 증거물이라는 근거로 네 가지를 제시했지만 이번 실험을 통해 모두 반박이 가능하다.
국방부의 네 가지 결론 모두 반박 가능
첫째, 국방부는 ‘외부로부터 유입된 흡착물질의 주성분이 비결정성 알루미늄산화물’이라고 했다. 하지만 정 교수의 분석 결과 아시였다. 둘째, ‘(2325℃ 이상의 온도에서 액체화됐다가 급랭하는 조건 또는 폭발 등의 급격한 산화 조건 등을 제외하고) 수중에서 비결정성 알루미늄산화물이 생성될 어떠한 요인도 없다’고 했다. 정 교수의 분석 결과, 흡착물질은 100℃ 이하에서 형성되는 아시이며 이는 폭발과 관련성을 갖기 힘들다. 셋째, ‘흡착물질 중에 흑연이 일부 검출됐다’고 했다. 정 교수의 분석 결과 ‘잠정적으로’ 흑연은 보이지 않았다. 정 교수는 “천안함 전체(의 흡착물질)를 들여다보지 않은 이상 흑연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는 의미에서 ‘잠정적’이라는 표현을 썼다. 또 보고서는 ‘일반 화약의 폭발시 비결정성 탄소, 흑연, 다이아몬드 등이 생성된다’고 밝혔으나, 이번 분석에서는 그 물질들이 보이지 않았다. 넷째, 보고서는 ‘알루미늄 첨가 화약의 폭발시 비결정성 산화알루미늄이 생성된다’고 했다. 이 문장만 떼어놓고 보면 참이다. 국방부의 논리대로라면, 정 교수의 분석 결과는 산화알루미늄이 아니므로 알루미늄 첨가 화약의 폭발이 없었다는 결론도 성립한다.
“엑스선회절 분석과 에너지분광 분석은 실험 대상을 판단하는 가장 기초적인 실험입니다. 그다음 단계가 반드시 필요한 실험이죠. 그런데 이상하게 국방부 보고서를 보면 그 실험이 다음 단계로 진행되지 못했음을 알 수 있어요. 좀더 다양하게 분석했다면 중요한 정보를 놓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기영 교수
그렇다면 국방부는 정 교수와 동일한 물질을 분석하고도 왜 폭발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을까? 정 교수는 서둘러 결론을 내기 위해 시간에 쫓겼거나 예단으로 ‘눈’이 흐려졌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예를 들면, 국방부 보고서에 ‘흡착물질의 형상은 미세입자들이 마치 용융되어 뭉쳐져 있는 모습’이라는 표현이 등장하는데, 주사전자현미경(SEM) 관찰만 면밀히 진행했더라면 함부로 내릴 수 없는 결론이라는 것이다. 입자들이 바닷물에 용해돼 침전된 현상, 겹겹이 쌓여 있는 현상을 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엑스선회절 분석과 에너지분광 분석은 실험 대상을 판단하는 가장 기초적인 실험입니다. 그다음 단계가 반드시 필요한 실험이죠. 그런데 이상하게 국방부 보고서를 보면 그 실험이 다음 단계로 진행되지 못했음을 알 수 있어요. 이번에 제가 실험하면서 사용한 주사전자현미경이나 투과전자현미경 등은 어느 대학, 어느 연구소나 다 갖추고 있는 일반적인 장비로, 웬만한 연구원이면 분석이 가능합니다. 시간이 모자라서였든, 아니면 다른 상황이 있었든 좀더 다양하게 분석했다면 중요한 정보를 놓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 교수의 말이다.
이번 실험은 결과가 아닌 과정
이번 실험의 결론은 명확하다. 천안함과 어뢰 부품의 흡착물질이 천암함의 침몰 원인을 직접 말해주지는 못한다. 흡착물질에 대한 수개월 동안의 논란은, 국방부가 그동안 과학의 이름으로 흡착물질을 침몰 원인과 무리하게 연결지으려 했기 때문에 발생한 측면이 크다. 언론사 최초로 흡착물질 분석을 시도한 <한겨레21>은, 그리고 <한겨레21>의 의뢰를 받아 분석 실험을 진행한 정기영 교수는, 이번 실험을 결과가 아닌 과정으로 여긴다. 정 교수는 “천안함 선체에 남아 있는 다량의 물질들에 대해 이번에 실시한 미세한 분석들을 해야 한다. 여러 가지 억측과 소문을 배제하고 과학적인 사실을 하나하나 모으는 신중하고 단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천안함의 진실이 온전히 세상에 드러나기를 바라는 모든 이들의 바람이기도 하다.
글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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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 상황을 재현해 얻은 결과물과 실제 천안함 흡착물질이 동일 성분이라는 ‘극적인’ 결과 때문에 초기부터 논란의 대상이 됐던 수중폭발 모의실험은, 흡착물질이 폭발과 무관하다는 과학자들의 문제제기 이후 더욱 의문을 일으켰다.
더욱이 <한겨레21>의 의뢰로 천안함과 ‘1번 어뢰’ 부품의 흡착물질을 분석한 정기영 안동대 교수(지구환경과학)와, 언론 3단체의 ‘천안함 조사결과 언론보도 검증위원회’(이하 언론검증위)의 의뢰를 받아 동일한 작업을 진행한 양판석 박사(캐나다 매니토바대학 지질과학과 분석실장)가 흡착물질은 100℃ 이하의 상온에서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침전물(알루미늄황산염수화물)이라는 결론을 내면서 의문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동안 모의실험으로 만들어진 물질을 검증하기 위해 공개하라는 요구가 일었으나 국방부는 묵살했다. “공개할 만큼의 양이 되지 않는다”는 궁색한 해명이다. 이승헌 버지니아대 교수(물리학) 등 검증 실험을 요구해온 과학자들은 “공개된 사진을 보면 (양이) 충분하다”며 “이미 실험을 하고 분석을 거친 시료도 다시 분석이 가능하니 공개하라”고 요구했지만 국방부의 한번 굳어진 방침은 움직일 줄 모른다.
눈길을 끄는 것은 황(S)의 존재다. 민·군 합동조사단 에너지분광기분석 결과, 선체·어뢰·실험 물질에서 모두 황이 검출됐다(아래 그래프 참조). 정기영 교수와 양판석 박사의 분석에서 검출된 황이 국방부 모의실험에서도 나온 것이다. 그런데 정 교수와 양 박사는 이 황의 출처와 관련해 해수에 들어 있던 황이 100℃ 이하의 환경에서 화학작용을 거쳐 흡착물질로 남게 됐다고 주장한다. 순간적인 폭발로 생성되는 물질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폭발 상황을 재현한 국방부 모의실험에서 황이 검출됐다는 점은 이들의 주장과 모순된다. 국방부 보고서에서는 황의 존재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없고, 그저 황도 있더라는 정도의 언급밖에 없어 궁금증을 더욱 키운다. 이론적으로 불가능한 ‘황’의 존재 노종면 언론 3단체 검증위원은 이에 대해 “양 박사 등의 실험을 보면 이론상으로는 국방부가 진행한 수조 폭발실험의 고온·고압에서는 해수의 황이 알루미늄과 반응할 여지가 없다”며 “모의실험 뒤 분석에서 나온 황의 존재에 대해 국방부가 해명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노 위원은 “폭발물질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모의실험에서 나온 흡착물질의 분석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은 해법은 하나다. 문제의 모의실험 결과물을 공개하고, 동일한 조건에서 공개적으로 다시 실험을 하는 것이다. 문제의 모의실험은 학계에 보고되지도 않았다. 지난 3월26일 밤 서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밝히기는 어려워도, 뚜렷한 결과물이 나오는 실험은 국방부의 의지에 따라 논란의 여지를 없앨 수 있다. 그럴 의지가 없다면 끊임없이 의심에 시달리는 수밖에 없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
모의 폭발실험 물질을 공개하라
[표지이야기]
국방부가 공개하지 않은 모의실험 흡착물질의 풀리지 않는 의문…
재실험 통해 의혹 풀어야
남은 해법은 하나다. 문제의 모의실험 결과물을 공개하고, 동일한 조건에서 공개적으로 다시 실험을 하는 것이다. 문제의 모의실험은 학계에 보고되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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