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관련

“운하 유사한 4대강 공사는 재난…막지 않고 뭐했나”

道雨 2011. 8. 22. 12:25

 

 

 

“운하 유사한 4대강 공사는 재난…막지 않고 뭐했나”
 

 

[한겨레가 만난 사람] 유럽 하천전문가 헬무트 베른하르트 교수

 

 

 

» 18일 유럽의 하천 전문가인 한스 헬무트 베른하르트 독일 카를스루에대 교수는 나흘 동안의 남한강과 낙동강 조사를 마치고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4대강 사업의 목적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대규모 준설과 보에 갇힌 물로 인해 뛰어난 강 생태계만 잃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에 16개 보를 짓고 강바닥과 둔치의 모래 4억5600만㎥를 파내는 ‘4대강 사업’이 10월 ‘그랜드 오픈’을 앞두고 있다.

유럽의 하천 전문가 한스 헬무트 베른하르트(70) 독일 카를스루에대 교수가 지난 11일 방한해 남한강과 낙동강 등 4대강 사업 현장을 조사했다.

그는 12일 남한강, 13~15일 낙동강을 살펴본 뒤, 18일 국회에서 열린 ‘4대강 사업의 홍수 및 재해 안정성 진단’ 국제 심포지엄에서 간략한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상세한 조사보고서는 항소심이 진행중인 ‘4대강 사업 취소 소송’의 증거자료로 제출된다.

인터뷰를 위해 베른하르트 교수의 12일 남한강 조사에 동행했고, 16일 5시간에 걸친 정식 인터뷰에 이어 18일 심포지엄에서 질문과 답을 주고받았다.

 

이 기간에 그가 작성한 ‘한국의 4대강 사업에 대한 견해’라는 문건을 받아 보았다. 민주당 고위정책회의에 전달하기 위해 쓴 글이었다.

 

4대강 사업은 연쇄적인 대형 보 건설 계획으로 볼 때 매우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는 전통적인 운하 건설 계획과 유사합니다 … 특히 저를 놀라게 한 것은 4대강 사업의 모델이 독일의 라인-마인-도나우(RMD) 운하와 같은 인상을 주고 있다는 점입니다.”

 

정부가 애초 ‘한반도 대운하’를 만든다고 했을 때 거론했던 게 바로 라인-마인-도나우(다뉴브) 운하였다. 세 강을 뱃길로 이은 이곳은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에 뛰어들기 전인 2006년 대운하 구상을 밝힌 역사적 장소이기도 하다. 베른하르트 교수는 바로 이 운하 설계에 참여했던 사람이다.

 

 

 

-라인-마인-도나우 운하에 어떻게 관여했나?

“갑문 디자인을 설계했다. 갑문을 열고 닫을 때 일어나는 파도가 배 운항에 지장이 없도록 계산해 안전한 모델을 만드는 것이다.”

-그 운하는 4대강 사업의 전신인 한반도 대운하의 모델이다. 처음부터 4대강 사업과의 관련성에 대해서 알고 있었나?

“아니다. 단순히 한국에서 강을 복원한다는 얘기를 듣고 하천 기술자로서 호의적으로 생각했다. 특히 유엔환경계획(UNEP)에서 4대강 사업을 ‘그린 뉴딜’이라고 소개해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한국 정부의 사업계획서인 <4대강 마스터플랜>과 이 사업을 다룬 <사이언스> 특집기사 등 관련 자료를 구해 읽을수록 강 복원이 맞는지 의심스러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갈수록 명확해졌다.

이건 지난 세기의 하천수리학이었다. 생태적 관심이나 필요가 전혀 반영되지 않은 프로젝트 말이다.”

 


-지난 5월에는 아힘 슈타이너 유엔환경계획 사무총장에게 편지를 보냈다. 한국 정부가 유엔환경계획의 긍정적인 평가를 들어 4대강 사업을 ‘하천 복원’이라고 포장하고 있다며 대화의 창구를 열어달라고 요청했는데.

“슈타이너 사무총장 또한 하천수리 전문가로 대형 댐의 문제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그와 함께 유럽의 댐 문제를 다룬 보고서를 만든 적도 있다. 나는 이 단체가 4대강 사업을 지지하는 것처럼 보여 너무 놀랐다. 유엔환경계획은 정치적인 단체가 되어 있었다. 나는 슈타이너 사무총장에게 토론을 요청하는 편지를 썼다. 지금까지 답장은 받지 못했다.”

 

 

 

‘한반도 대운하’ 모델인 독일운하 설계에 참여
현장조사 위해 방한…국제심포서 결과 발표
“보·준설방식 전형적 운하…심각한 결과 예고”

 

 

지난 12일 남한강 조사를 할 때부터 그는 도대체 이 사업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크레이지!’ ‘노 센스!’ ‘(반어적으로) 원더풀!’ 강변으로 달려가 사진을 찍고 스케치를 하면서 줄곧 이런 말을 탄식조로 내뱉었다.

이날 오전 그는 경기 여주군 신륵사 뒤편 남한강과 금당천의 합류부에 다다랐다. 이곳은 4대강 사업 반대 진영의 일종의 ‘성지순례’ 장소다.

환경단체는 역행침식(본류의 과도한 준설로 지천의 강바닥, 제방, 교각 등이 상류 쪽으로 차례로 깎여나가는 현상) 때문에 주변 금당교 교각 하단부가 깎였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금당교가 보이는 합류부에 이르는 도로는 ‘접근 금지’라는 푯말과 함께 흙을 돋우어 차량 통행을 막아놓았다. 베른하르트 교수는 재밌다는 듯 사진을 찍더니 훌쩍 뛰어 금당천으로 다가갔다.

-직접 보니 어떤가?

 

“전형적인 역행침식이다. 본류에 과도한 준설을 하면 강은 본류와 지천의 수위가 평형을 이루려고 한다. 저렇게 하상유지공(강바닥의 침식을 막기 위해 설치한 돌망태)을 설치해봤자, 얼마 안 돼 쓸려 내려간다. 하상유지공은 강에 던지는 ‘농담’일 뿐이다. 콘크리트 보를 짓지 않는 한 거센 물살은 다리 교각도 부수는 힘을 갖고 있다.”

 

베른하르트 교수와 함께 있던 이항진 여주환경운동연합 위원장이 “저 하상유지공도 세 번이나 쓸려 내려갔다”고 말했다.

교수는 수첩을 꺼내 그림을 그리며 설명했다. 계속 침식이 되다가 결국 하상유지공이 붕괴되는 그림이었다.

콘크리트 보를 세우면?

강은 다른 물길을 찾아 흘러내려간다.

 

이날 4대강 사업에 찬성하는 여주녹색성장실천연합 회원 30여명은 베른하르트 교수를 따라다니며 시위를 벌였다. 베른하르트 교수에겐 “독일로 돌아가라”고 소리쳤고, 조사에 동행한 이들을 “매국노”라고 했다. ‘6·25 유공자회’라는 조끼를 입은 촌로가 그에게 달려들어 말했다.

“독일도 라인강 개발해서 선진국 됐잖아. 우리도 4대강 해서 잘살아 보려는 거야.”

교수는 다시 수첩을 꺼내 그림을 그리며 그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나흘 동안 둘러보니 운하라는 생각이 들던가? 왜 운하라고 생각하나?

 

첫째 보가 연속적으로 존재한다는 점, 둘째 강바닥을 사다리꼴로 일정하게 준설한다는 점. 이것은 운하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라인-마인-도나우 운하도 이렇게 생겼다.

 

물론 이에 대해선 ‘또 운하 타령이냐’며 식상하다는 시각 또한 존재한다. 하지만 운하 아니고는 도저히 ‘4대강 사업의 목적’을 설명할 길이 없다는 게 베른하르트 교수의 생각이다.

 

정부는 4대강 사업 목적으로 △홍수 방지 △용수 확보를 든다.

사업의 핵심 내용은 △대규모 준설 △16개 보 건설이다.

 

우선 본류의 대규모 준설은 실제 홍수위를 낮추기 때문에 홍수 방지 효과가 있다. 그런데 여기에 추가로 16개 보를 일정한 간격으로 설치한다. 보에 물이 가둬지면 다시 홍수위가 높아져 준설 효과는 상쇄되고 만다.

 

그렇다면 왜 보를 짓는 건가?

이 질문에 대해 정부는 기후변화 시대에 생길지 모르는 물부족 사태에 대비해 용수를 확보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보에 가둔 물을 언제 어디에 쓸지는 ‘연구중’이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보통 정부는 ‘필요성’을 확인한 뒤 ‘행동’하지만, 4대강 사업에선 ‘행동’한 뒤 ‘필요성’을 연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베른하르트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그렇게 보로 물을 가두고 죽은 물을 용수에 쓴다고?

정말로 물이 필요하면 수질이 좋은 산악지역이나 강 상류에 댐을 지어야 한다. 이런 식의 연속적인 대형 보 건설로 많은 양의 양질의 용수를 공급하는 건 불가능하다.”

 

-준설로 인해 물그릇이 커지면 수질이 좋아진다고 정부는 말한다.

물살이 있어야 산소가 공급되고 물이 깨끗해지는 거다. 그런데 보로 막힌 4대강은 유속이 느려져 산소량이 부족해진다.

(물이 깨끗해진다는 정부 주장이 담긴 신문 기사를 꺼내 보여주며) 겨울철 갈수기 때도 마찬가지다. 물길이 좁아지더라도 흐르기만 하면 수질은 아주 나빠지지 않는다. 지금처럼 물이 고여 있는 상태가 수질에 더 위험하다.

 

 

 

4대강 지지 유엔환경계획은 정치적 단체화
사업 뒤엔 생물 사라지고 홍수 가시화할 것
“늦지 않았다…시계 거꾸로 되돌려야 한다”

 

 

-다른 나라에도 이런 사업이 있나?

“있었다. 단 1세기 전에. 4대강 사업은 20세기 초 (운하를 고려한) 전형적인 강 개발 방식이다. 적어도 최근 50년 동안 이렇게 연속적으로 보를 건설하는 나라는 없었다.”

 

-그럼 4대강 사업의 정체는 뭔가? 과거 하천 관리 방식의 답습인가, 아니면 운하 개조를 염두에 둔 정치적 모의인가?

“둘 다인 거 같다. 수심 4m로 준설하는 게 힌트다. 정권 초기 운하 계획이 있었다는 걸 알고 있다. 운하 만드는 게 아니라면 낙동강 최소 수심을 4m로 정할 이유가 없다. 지역별 용수 부족량에 따라 준설량과 수심을 조절하면 되기 때문이다.”

 

4대강 사업에 따라 낙동강은 최소 수심 4~6m 깊이로 준설을 마쳤다. 하지만 이것은 최소 수심일 뿐 깊은 곳은 39.7m에 이른다. 평균 수심은 7.4m로, 얕은 여울과 곡류는 깊은 배수로로 바뀌었다. 물이 흐르는 저수로의 평균 너비도 기존 240m에서 420m로 두 배 가까이로 늘었다. 이 정도면 화물선도 충분히 다닐 수 있다. 베른하르트 교수가 설명을 이어나갔다.

 

“강은 자신의 생명을 잇는 특별한 구조를 갖고 있다. 수질 정화 효과가 있는 모래가 끊임없이 흐르고 쌓인다. 습지와 수변 수림은 물을 머금어 홍수를 완화한다. 이런 강 생태계에서 다양한 생물이 산다. 생물이 살 수 있는 곳은 모래 깊이 60㎝까지다.

그런데 보를 건설하면 물이 정체돼 모래가 이동하지 못하고 모래 위로 침전물이 쌓인다. 이를 ‘점토질 코팅’이라고 하는데, 모래 속 생물들은 숨을 쉴 수 없다.

 

홍수도 마찬가지다. 강을 직선화하고 사다리꼴로 준설하면 강 유속이 빨라져 홍수 위험이 증가한다. 예전에는 긴 시간 동안 유량이 분산됐다면 이제부터는 짧은 시간에 많은 유량이 몰릴 것이다.

올해는 보에 물을 채우지 않았기 때문에 현실화하지 않았지만, 물을 채우면 홍수 위험이 가시화할 것이다. 5~10년 뒤엔 지천에서 쓸려 내려온 토사가 본류를 메우면서 더욱 유속이 빨라질 수도 있다. 라인강도 1880년대에 큰 홍수가 적었지만 운하화가 시작된 1977년 이후 집중적으로 큰 홍수가 발생했다.

 

-4대강을 둘러보니 어땠나?

가슴이 찢어지는 충격을 받았다. 모든 게 죽어가고 있었다. 습지와 모래밭으로 가득 찬 4대강은 ‘물의 사막’(water desert)이 되어버렸다.

가장 아쉬운 곳은 경북 예천 내성천과 낙동강 중상류다. 작은 물고기는 얕은 물에서 살고 큰 물고기는 깊은 물에서 살아야 한다. 그런데 이곳을 깊고 반듯하게 깎아놨다. 생태계는 교란될 테고 얕은 물에 사는 생물들은 첫 희생양이 될 것이다.

국토해양부 장관은 그렇다 치고 환경부 장관이 이 사업을 지지했다는 사실을 난 믿을 수 없다. 생태공학적으로 재난 상태다.”

 

-이번 여름 몇 차례 4대강 공사 현장에서 대형사고가 났다. 환경단체는 4대강의 대규모 준설 탓이라고 주장하고 정부는 관련이 없다고 반박한다.

지난 6월 말 낙동강 왜관철교 붕괴사고의 경우, 정부는 무너진 교각 주변을 준설하지 않았기 때문에 4대강 사업과 관련이 없다고 말하는데, 가보니 어땠나?

 

왜관철교 교각이 어떤 방향으로 넘어졌는지 보라. 물이 흘러가는(하류) 방향이 아니라 흘러오는(상류) 방향으로 쓰러졌다. 준설로 빨라진 물살이 교각 상류 아래쪽 강바닥을 깎아냈다. 그러면서 교각이 충격을 받아 무너진 거다. 바로 옆에서 준설하지 않았더라도 주변 준설 지점에서 거센 물살이 강바닥과 부딪히면 거센 소용돌이를 일으켜 강바닥의 불안정성을 높인다.”

 

그가 내성천 다큐멘터리를 보고 눈물을 흘렸다는 얘기가 동행한 이들에게 화제가 되고 있다. 16일 인터뷰에서 낙동강을 얘기하던 그의 얼굴도 갑자기 붉어졌다.

 

“당신들은 훌륭한 자연습지와 모래밭을 가지고 있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강을, 여태 난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지금은 다 파괴되고 인공공원이 되었다. 앞으로 훨씬 많은 돈을 들여 인공공원을 정비하고 재퇴적되는 모래를 파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이것을 막지 못하고 무엇을 했나?

지금 4대강 생태계는 멸종시계 12시를 2분 넘겼다. 하지만 늦지 않았다. 우리는 시계를 거꾸로 돌릴 수 있다.”

 

나중에 들은 얘기인데, 그는 4대강 사업 반대 운동을 벌이는 환경단체 간부들에게 이렇게 제안했다고 한다. “16개 보는 거의 다 짓지 않았나. 올가을 4대강 사업이 완공되면 우선 수문을 열고 물이 흐르도록 놔두자고 요청해라. 그리고 그다음 토론하자고 해라. 일단 최대의 비극은 막아놓고 말이다.”

 

 

인터뷰/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 베른하르트는

 

‘하천기술자로 자연파괴’ 후회…강 생태계 보전 앞장

 

독일인 한스 헬무트 베른하르트(70) 교수는 1968년부터 독일 카를스루에 대학교에서 하천수리학을 연구하며 하천 정비와 재자연화 분야에서 국제적인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원래는 운하와 댐, 보의 홍수 위험을 계산해 설계하는 하천 기술자였다. 라인-마인-도나우(다뉴브) 운하와 파나마 운하의 새 갑문 설계에 참여했다. 독일·오스트리아·불가리아·루마니아 등 유럽의 운하와 홍수방지 설계 작업에 참여했고, 도미니카공화국의 타베라댐의 배수로, 네팔 마르시앙디의 수력발전소와 보 건설을 자문하기도 했다.

어떤 작업은 지금의 그가 보기에 부끄러운 것도 있다. 그는 “하천 기술자로 강을 파괴하는 사업에 참여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회심의 계기는 한 교수를 만나고 나서였다. “하천 생물을 전공하는 교수였는데, 개인적인 대화와 토론을 이어나가면서 내가 행한 행위가 자연파괴라는 걸 깨달았다.”

유럽의 하천 관리의 대세도 바뀌었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우리가 너무 파괴했기 때문”이다.

그는 “독일의 하천 중에 자연에 가깝게 남아 있는 구간은 31%에 불과하다”며 “지금까지 파괴가 관심사였다면 이제부턴 복원이 관심사”라고 말했다.

 

유럽에서 하천 개발과 복원 사이에서 논란이 생기면 그는 논쟁의 현장에 직접 뛰어들었다. 1976년 독일 정부와 환경단체, 주민들 사이의 소송에서 라인강에 만들어진 이페츠하임 보 때문에 홍수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입증해 승소하는 데 결정적인 구실을 했다. 이를 계기로 독일 정부는 더이상 대형 보를 건설하지 않고 있다.

 

베른하르트 교수가 4대강 사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도 이런 그의 이력과 무관치 않다. 그는 한국의 전문가 못지않게 4대강에 대한 자료를 많이 가지고 있었다.

베른하르트 교수는 현재 라인강 상류 하르트하임 지역 등 세계 각지의 강 생태계 보전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獨 하천전문가 "4대강사업 중단해야"

헬무트 베른하르트 교수, 野4당 주최 4대강 국제심포지엄서 주장

 

 
세계적인 하천 전문가 한스 헬무트 베른하르트(Hans Helmut Bernhart) 독일 칼스루헤(University of Karlsruhe) 대학 교수는 18일 "가능한 한 빨리 4대강 사업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베른하르트 교수는 이날 오후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민주당·민주노동당·진보신당·창조한국당이 공동주최한 국제심포지엄에 참석해 '4대강 사업에 대한 견해'를 발제하면서 이 같이 밝혔다.

그는 지난 11일 입국해 12일~15일 3박4일 동안 남한강과 낙동강 현장을 둘러보고 유엔환경계획(UNEP) 보고서, 4대강사업 관련 사진, 자신처럼 방한했던 또 다른 하천전문가들의 증언을 토대로 4대강사업의 위험성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특히 독일의 라인 마인 다뉴브운하(RMD) 사업을 거론하며 "4대강 사업의 모델이 독일 역사상 가장 비경제적이며 어리석은 사업이란 게 놀랍다"고 비판했다.

그는 독일의 주요 하천관리·정비사업에 참여했던 이력을 강조하며 "독일은 1980년대 초부터 라인강 수변 숲을 보호하기 위해 보 건설을 중단했으며 1996년에는 강 주변에 다뉴브강 수변국립공원을 조성했다"고 전했다.

베른하르트 교수에 따르면 독일은 프랑스와 협약을 맺었던 칼스루헤 남부의 나우/노이부르크 보 건설을 포기했다. 오스트리아 빈 동쪽 하인부르크 인근에 건설하려던 보, 헝가리 부다페스트 북쪽 다뉴브강 구간 나기마로스 보도 완공하지 않았다.

독일 바이에른 주 이사르강에 보를 건설하려던 계획도 독일 연방의회 결정에 따라 중단했다. 베른하르트 교수는 "독일이 이미 경험했듯 보 건설과 준설은 강을 파괴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라며 "빠르게 발전 중인 한국이 왜 20세기 중반의 지식수준을 적용하려 하느냐"고 개탄했다.

그는 "4대강 사업은 하천복원이 아닐 뿐 아니라 하천정비로도 분류할 수 없는 사업"이라며 "연쇄적인 대형 보 건설 계획으로 볼 때 매우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만한 운하건설 계획과 유사하다"고 비판했다.

이마모토 다케히로 일본 교토대 명예교수도 '한국 4대강사업에 대한 의문'이란 주제의 발제에서 "4대강 사업은 오히려 치수에 부정적인 요소가 많기 때문에 환경에 큰 타격을 줄 만한 사업"이라며 "후손에게 부정적 유산을 남기지 말고 정부가 사업계획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변했다.

이날 행사에는 4대강시민조사단인 박창근 관동대 교수, 맷 콘돌프 미국 버클리대 교수가 공동발제자로, 김진애 민주당 의원,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 유원일 창조한국당 의원 등이 토론자로 각각 참여했다.

 

 

독일의 노 교수가 방한했다. 국제적 하천 전문가인 베른하르트 교수이다.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의 모델로 삼았던 곳이 바로 독일의 라인강이다. 바로 그 라인강의 나라에서 온 학자의 눈에 4대강사업은 어떻게 비쳐졌을까.

 

베른하르트 교수는 8월 18일 국회에서 열리는 4대강 국제심포지엄을 앞두고 12-15일 3박4일동안 남한강과 낙동강의 현장을 직접 조사했다.

 

전 카를스루에 공대교수이자 하천정비와 재자연화 분야의 전문가인 베른하르트 교수가 한국에 알려지게 된 것은 지난 5월이다. 당시 4대강사업을 녹색성장의 모범사례로 평가한 유엔환경계획(UNEP) 사무총장에게 서한을 보낸 것이 언론에 보도되면서다. 그는 이 서한에서 "하천복원이란 강을 자유롭게 흐르는 상태로 되돌리는 조치"라며, "공사를 당장 중지하는 것만이 유일하고도 옳은 결정"이라고 일갈한 바 있다.

 

순탄치 않은 첫 조사일정

 

베른하르트 교수의 현장조사는 첫 일정부터 순탄치 않았다. 조사 첫날 남한강에서의 방한 기자회견이 계획되어 있었지만 그를 처음 맞이한 이들은 4대강 사업 찬성 단체의 회원들이었다. 녹색성장실천연합이라는 이름의 단체회원 30여 명은 베른하르트 교수에게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며 위협을 가했고, 동행하던 환경단체 활동가와 변호사들에게 "매국노"라는 말을 서슴지 않았다. 신륵사의 기자회견장 진입을 막은 그들은 "라인강 운하 만들어서 독일은 잘 사는 나라가 되지 않았냐"하고 교수에게 물었다. 그들은 이 학자가 라인강의 잘못된 과거 경험을 전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는 사실을 알기나 하는 것일까.

 

  
남한강 강천보를 찾은 베른하르트 교수 일행
ⓒ 녹색연합
베른하르트

  
베른하르트 교수의 기자회견을 방해하는 4대강사업 찬성 단체 회원들
ⓒ 녹색연합
베른하르트

조사를 시작하며 기자회견 장에서 베른하르트 교수는, "과거 라인강에서 했던 하천 사업은 많은 문제를 일으켜 이제 독일에서 다시는 하지 않는다"며, "IT나 자동차와 같은 좋은 기술을 많이 가진 한국이 50년 전의 과거지향 정책을 시행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사실 그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단순히 4대강 사업의 공학적 평가를 넘어서는 것이었다. 그는 "강은 홍수 등을 통해 끊임없이 변화하는 살아있는 시스템"임을 강조했다.

 

"강의 자갈과 모래가 사라지면 강의 생명체들에게 치명적인데, 인간에게 강의 생명을 죽일 권리가 있는가?"

 

이 질문이 베른하르트 교수가 공학자 관점을 떠나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었다. 

 

"살아있는 강의 시스템" 강조

 

그는 스스로의 전공분야를 기술적인 하천공학(technical river engineering)이 아닌 생태적 하천공학(ecological river engineering)이라고 밝혔다. 그만큼 공학자이면서도 생태시스템의 관점에서 강을 이해하는 것이다. 베른하르트 교수가 4대강 현장을 다니면서 계속해서 강조한 것이 "living river system"이었다. 보 건설과 준설이 어떻게 전체 살아있는 살아있는 하천의 역동적인 시스템을 파괴하는지가 초점이었다.

 

  
남한강 이포대교 부근에 조성한 공원. 자연습지는 인공공원으로 바뀌고, 준설로 하천변은 직선화되었다.
ⓒ 녹색연합
이포보

12일 하루동안 베른하르트 교수가 많은 시간동안 살펴보았던 것이 이포대교 부근 하천변에 조성된 인공공원이었다. 자연습지가 파헤쳐지고 준설로 직선화된 모습에 베른하르트 교수는 "매우 충격적(very shocking)"이라는 느낌을 밝혔다. 얼마 전 4대강 사업본부의 차윤정씨가 "한국의 강은 수천년된 늙은 강이라서 준설이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한 베른하르트 교수의 의견을 물었다.

 

"강에 쌓이는 것은 항상 새로운 것이다. 홍수로 인해 매년 새로운 모래가 쌓인다. 퇴적된 모래와 자갈은 강물과 함께 흘러간다. 강에 배를 띄우고 강물 속의 소리를 들어보면, 모래와 자갈이 굴러가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낙동강의 준설현장에서 분노한 베른하르트 교수

 

강의 모래와 자갈의 가치에 대해 역설하는 베른하르트 교수와 함께 3억입방미터가 넘는 모래를 퍼낸 낙동강을 찾았다. 낙동강 조사는 내성천, 병산습지 등 아직 훼손되지 않은 한국의 강의 모습을 보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영강, 내성천, 낙동강의 합수부를 보고 난 뒤 베른하르트 교수의 평가는 "국립공원감이다"라는 것이었다.

 

그런 자연 그대로의 강의 모습과 비교되어서였을까. 4대강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영강과 낙동강 합류부분에서 베른하르트 교수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현장에 게시된 홍보판의 공사 전후 비교사진을 보면서, "이런 자연상태의 강을 왜 준설하고, 왜 하상보호공을 설치하는 일을 하는지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며 격해진 감정을 드러냈다. 아울러 덧붙인 말이 "이건 좋은 수업 소재(lecture material)이다." 아마도 4대강 사업이 해외 대학의 강의실에서 다루어지고, 그만큼 대통령의 바람대로 덕분에 한국이 국제적으로 더 유명해질 듯싶다.

 

  
낙동강의 지류인 영강을 조사중인 베른하르트 교수.
ⓒ 녹색연합
베른하르트

영강 둔치에는 거대한 모래산이 만들어져 있다.

 

"외국에서는 준설 자체가 금지되어 있다. 설사 공사 등의 필요때문에 일부 할 수는 있겠지만, 당장 필요하지도 않은 모래를 준설해서 왜 저렇게 쌓아놓은 것인가? 어쨌든 그러함에도 (일부 준설해서 사용할 수도 있겠지만) 준설은 전적으로 잘못된 것이다.(Nevertheless, dredging is totally wrong)."

 

준설토 적치장을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며 한 말이다.

 

 "비가 오면 모래는 다시 쌓일 것이고, 준설은 매년 계속될 것이다. 끝낼 수 없는 사업. 시지푸스 신화와 같다."

 

  
낙동강 병성천 부근의 준설토 적치장. 하천변을 따라 모래산이 쌓여있다.
ⓒ 녹색연합
준설토

"Unbelievable"
 
준설만이 아니라 대형 보 건설 또한 심각한 문제이다. 베른하르트 교수는 보 건설이 살아있는 강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파괴할 것을 경고했다. 14일 오전, 상주보를 찾았다. 지난 6월말 수문 앞 제방이 붕괴한 곳이다. 상주보 부근에는 시공사에서 설치한 공사 전후 사진이 설치되어 있었다. 공사 후 조감도를 보며, 베른하르트 교수는 "뭔가 믿기 어려운 모습(someting really unbelievable)"이라고 평가했다. 그가 4대강 현장 곳곳에서 사용한 표현 중에 가장 많이 쓴 것이 "unbelievable"이었다.
 
세계 곳곳의 강을 다녀본 전문가의 눈에 4대강사업은 믿기지 조차 않는 사업이었다. 상주보 건설 현장에서 공사관계자가 상주보에 관한 브리핑을 하였다. 10분 정도의 브리핑 직후 베른하르트 교수는 별다른 질문도 없이 주변 현장을 사진 촬영했다. 그러면서 혼자말처럼 한 말이 "저 관계자는 그냥 토목공학자이지 하천전문가는 아닌 것 같다." 그렇게 강에 대해 무지한 이들이 만드는 4대강은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 것일까.
 

"이제 공사가 거의 끝난 상태에서 강은 이미 죽은 것 같다. 보가 완공되면 호수로 바뀐다. 물론 호수에도 물고기들이 산다. 하지만 호수와 강은 전적으로 다른 시스템이다. 살아있는 강 시스템은 매우 독특한 것이다. 물을 가두는 것은 문제만 일으킬 뿐이다."

 

  
상주보 부근에 설치된 안내판. 공사 이전 모래톱과 습지가 남아있는 모습이다.
ⓒ 녹색연합
상주보

  
상주보 근처 홍보게시판. 공사 후 조감도이다. 모래톱과 습지는 사라지고 하천변은 인공공원으로 바뀌어 있다.
ⓒ 녹색연합
상주보

 

왜관철교 붕괴는 4대강사업 때문

 

베른하르트 교수는 4대강사업을 라인-다뉴브 운하보다 더 어리석은 사업이라고 평가했다. 이 어리석은 사업이 일으키는 폐해는 명확하다. 지난 6월 붕괴된 왜관철교가 그 사례다. 정부는 4대강사업과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환경단체에서는 4대강 준설이 일으킨 인재라는 입장이다. 베른하르트 교수는 이 문제를 어떻게 생각할까.

 

15일 현장조사단은 왜관철교 붕괴현장을 찾았다. 무너진 다리의 모습을 보자마자 베른하르트 교수는 "저것의 원인은 명확하다. 교각 아래 침식때문이다"고 말하면서, 그림을 그려가며 무너진 원인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였다. "물살이 교각에 부딪히면 소용돌이가 생기면서 침식이 일어나게 되고, 상류쪽으로 교각은 쓰러지게 됩니다." 쓰러진 2번 교각아래는 준설하지 않아서 4대강사업과 무관하다는 정부 주장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설사 부러진 교각 아래를 준설 안 했다해도 그 옆을 준설하면 침식은 발생하게 마련이다."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한 대답이다.

 

  
왜관철교를 조사중인 베른하르트 교수 일행. 이곳에서 그는 그동안의 논란을 종식시키는 설명을 하였다.
ⓒ 녹색연합
왜관철교

  
왜관철교의 부러진 교각은 베른하르트 교수의 설명대로 물이 흘러오는 방향으로 넘어져 있다.
ⓒ 녹색연합
왜관철교

 

파괴된 강의 모습에 눈물 흘려

 

현장조사의 마지막 지점은 해평습지였다. 세계적 철새 도래지라는 홍보판이 무색하게 습지의 대부분은 준설로 사라진 상태였다. 교사는 홍보판에서 한 군데 잘못된 것이 있다고 말했다.

 

 "'이곳은 철새도래지입니다(This is the wintering site.....'가 아니라 '철새도래지였다(This was ...)'로 바뀌어야 합니다."

 

사라진 습지에 대한 안타까움이 담겨 있는 지적이었다. 베른하르트 교수는 바닥에 무언가를 그리기 시작했다. 4대강 사업으로 직강화된 하천과 제방의 모습을 그리며, 이것은 "운하와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이 사업은 하천 복원도 아니고, 하천 정비도 아닌 하천 운하화입니다(not river-restoration, not river-regulation, but river-canalisation)."

 

  
창원에서 열린 "강의 눈물"공연 모습.
ⓒ 녹색연합
강의 눈물

  
"강의 눈물" 관람 직후 무대에 올라 인사하는 베른하르트 교수. 그는 눈물을 참느라 인사말을 잇지 못했다.
ⓒ 녹색연합
베른하르트

현장조사를 마치며 일행은 강가에서 '엄마야 누나야 강변살자'는 노래를 불렀다. 독일 노학자의 눈에 눈물이 글썽였다. 사실 전날 저녁 창원에서는 "강의 눈물"이라는 공연이 있었다. 강의 죽음과 생명을 표현하는 바디페인팅 퍼포먼스였는데, 이 공연이 끝난 후 무대 위에 올라 인사말을 했다.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왜냐하면 지난 며칠 동안 한국의 강이 파괴된 모습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는 눈물을 참느라 말을 잇지 못했다.

 

  
파헤쳐진 해평습지에 설치된 철새도래지 안내판. 베른하르트 교수는 "is"를 가리키며 "was"로 바뀌어야 된다고 지적했다. 철새도래지는 과거형이라는 것이다.
ⓒ 녹색연합
해평습지

한국의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생전 처음 한국을 찾은 독일의 노학자를 눈물 짓게 했다. 그는 "제가 한국에 2년 늦게 온 것 같습니다"라며 그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하지만 동시에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복원을 위해 애써 주십시오. 그 첫걸음은 보의 수문을 닫지 않고 물이 흐르게 하는 것입니다."

 

막힌 강을 흐르게 하는 것, 바로 노교수의 눈물, 시민의 눈물, 그리고 강의 눈물을 멈추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