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사찰 관련

청 “민정수석실 통해…” MB에 사찰보고 가능성 첫 인정

道雨 2012. 4. 2. 15:00

 

 

최금락 청와대 홍보수석(오른쪽 둘째)이 1일 오후 청와대에서 민간인 불법사찰 문건에 대한 청와대 입장을 밝힌 뒤 기자들과 함께 공개된 문건을 들여다보며 이야기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정상적 절차”…비선 직보 의혹에 방어망
권재진 당시 민정수석 보고내용에 촉각

이명박 대통령이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지원관실)의 사찰 결과를 보고받았을 가능성을 청와대가 인정했다. 민정수석실을 통해 적법하게 이뤄졌다는 주장이지만, 이 대통령이 지원관실의 사찰 활동을 사전에 알았을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최금락 청와대 홍보수석은 지난달 31일 기자들을 만나 “(지원관실 문서 가운데) 사안에 따라 지원관실에서 종결한 것도 있고, 청와대에 보고한 사안도 있다”며 “민정수석실에서 필요에 따라 이 대통령한테 보고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이 대통령이 지원관실의 사찰 내용을 보고받았을 가능성을 인정한 것은 처음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 대통령이 보고를 받는 것은 ‘합법적인 범위’ 안에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최 수석은 “이들 사안은 모두 정상적인 업무절차를 거친 것으로, 김종익씨와 남경필 의원 등 두 건은 민정수석실에 보고가 되지 않아 (지원관실의) 이인규씨까지 처벌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
청와대가 민정수석실의 대통령 보고 가능성을 인정한 마당이라, 당장 여론은 권재진 법무장관의 입을 쳐다보게 생겼다. 권 장관은 2009년 8월 말 민정수석에 임명됐고, 지원관실은 같은 시기인 2009년 8~9월 <와이티엔>(YTN) 등 방송사 경영진과 노조의 뒤를 캐는 등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었다. 권 장관이 당시 이 대통령에게 무엇을 보고했는지, 이 대통령은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 명확히 밝혀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권 장관은 ‘검찰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입을 다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설사 권 장관이 지원관실의 사찰 결과 보고에 있어 합법적인 범위를 지켰다고 해도 이 대통령을 향한 의혹의 핵심은 그대로 남아있다. 즉, 이 대통령이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 또는 다른 ‘비선 라인’을 통해 직보를 받았는지는 여전히 물음표로 남아있다. 이 전 비서관은 검찰 출석 전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이번 사건의 ‘몸통’을 자처하기도 했으며, 평소 대통령과 독대한다고 자신을 과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이 지원관실 조직을 아꼈다는 정황도 다시금 눈길을 끈다. 정운찬 전 총리는 2010년 8월 총리직을 물러나면서 “총리로서 가장 아쉬운 점은 (지원관실의) 민간인 사찰”이라며 “이 때문에 대통령께 ‘지원관실을 없애야 한다’고 했지만, ‘잘 고쳐보라’고 해 따라야 했다”고 말했다. 민정수석실을 통해 합법적인 범위 안의 보고만 받는 데 그쳤다면, 왜 지원관실의 총책임자(이인규 전 공직윤리지원관)가 구속기소된 총리실 조직을 그대로 남겨두라고 했을까 의문이다. 청와대 안팎에선 이 대통령이 지원관실 활동을 전혀 몰랐다고 할 순 없으니, ‘민정수석을 통해 합법적으로 내용만 보고받았다’는 선에서 방어막을 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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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찰 특검’ 하자던 박근혜, 하루 만에 말 바꿔

 

 

“전 정부 문건이 80%” 발언 왜?
양비론 펴며 쟁점 흐리기

박근혜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원장이 1일 부산 유세에서 “어느 정권 할 것 없이 불법사찰을 했다”고 발언한 것은 여권의 일방적인 수세 국면을 전환해보려는 시도로 보인다.

전날 자신이 주재한 선거대책회의에서 “불법사찰로 국민을 감시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로,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질 사람은 책임져야 한다”며 정부를 비판하는 태도를 보였던 박 위원장은 청와대 발표 뒤 “정권을 막론하고 불법사찰이 벌어졌다”며 양비론으로 대응 방향을 바꿨다. 이상일 대변인도 논평에서 “노무현 정권의 사찰을 다룬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04년 정보기관의 소위 ‘박근혜 태스크포스’ 기능을 수행하는 일부 직원에 의해 ‘박근혜 보고서’가 제작됐고 2007년 대선을 앞둔 시점을 포함해 두 차례 박근혜 보고서가 나온 걸로 돼 있다”고 말했다. 불법사찰을 이명박 정권만 한 게 아니라는 점을 부각해 비난을 피하는 한편, 야권에 반격을 하고 나선 셈이다.

[관련 영상] 박근혜 퉁퉁 부은 손으로 손수조 네 번째 지원 방문

불리할 수밖에 없는 사찰 문제를 최대한 선거 쟁점에서 빼내겠다는 계산도 들어 있다. 박 위원장은 유세에서 “이(불법사찰) 문제는 이제 특검에다 맡겨두고 정치권에서는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고 민생을 살리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며 “이번 선거에서 이런 문제로 정쟁만 일삼는다면 어떻게 되겠느냐”고 말했다.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불법사찰 문제를 민생과 무관한 정쟁 대상으로 규정한 것이다.

하지만 당내에선 박 위원장의 발언이 성급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상일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논평이 물타기가 될지언정 내용이 중요하다”면서도 “(사찰 문건의) 내용은 모른다”고 말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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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개 기관 73명의 근무부서와 직급, 휴대전화 번호, 사무실 전화번호가 적힌 문건. 비고란에 포항이나 인근 지역 연고에 대한 설명이 적혀 있다.

USB서 13곳 소속 73명 명단 적힌 문건 발견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청와대와 국가정보원, 국세청, 검찰 등 정부 핵심기관에 포진한 영일·포항 출신 인사(영포라인)들의 명단을 별도로 작성해 관리했음을 보여주는 문건이 나왔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이른바 정부내 ‘영포라인’을 정보 수집과 공직자 감찰 등에 활용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하게 하는 대목이다.

경찰 출신으로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 근무한 김기현 경정의 외장메모리장치(USB)에 저장된 기록을 살펴보면, ‘공직윤리지원관-일반-014’라는 파일에 대통령실과 국가정보원, 방송통신위원회, 국세청, 검찰청, 감사원, 법무부, 총리실,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위원회, 관세청, 통계청, 포항시청 등 13개 기관 73명의 근무 부서와 직급, 휴대전화 번호, 사무실 전화번호가 적힌 문건이 들어 있다. 이 문건의 비고란에는 포항이나 인근 지역 연고에 대한 설명이 적혀 있다.

예컨대 자신이 민간인 불법사찰 증거 인멸의 몸통이라고 주장했던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의 경우, 연락처와 함께 ‘구룡포’라고 출신지가 적혀 있다. 박영준 전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은 ‘칠곡’이라고 적혀 있다. 민정수석실의 김○○ 행정관의 경우 ‘동21’, 국정기획수석실의 윤○○ 행정관은 ‘포35’라고 쓰여 있는데, 이는 각각 동지상고 21회, 포항고 35회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꼭 포항 출신은 아니어도 이상득 새누리당 의원의 측근으로 꼽히는 인물도 두명 기록돼 있다.

이 파일에는 청와대의 경우 경제·민정·정무·사회정책수석실, 대변인실, 경호처 등에 걸쳐 24명의 연락처가, 국정원은 포항지부와 감사실 등 관계자 8명, 방송통신위는 최시중 전 위원장을 포함해 5명, 국세청은 최○○ 팀장 등 7명, 검찰청은 동부지검 최○○ 검사 등 7명이 기록돼 있다. 김기현 경정 유에스비에는 이와 별도로 포항 출신 경찰관 33명의 연락처가 ‘포경’이라는 이름의 별도 시트에 저장돼 있다.

이들 연락처는 공직윤리지원관실 차원에서 만들어져 팀원들이 공유한 것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1일 “자기들끼리 믿을 수 있는 인맥을 통해 감찰 및 불법사찰 활동에 수시로 업무 협조를 얻기 위한 용도로 작성하지 않았을까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을 비롯해 불법사찰에 개입한 청와대 및 공직윤리지원관실 관계자들이 대부분 ‘영포라인’이다. 사찰 피해자로 알려진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 등은 그동안 “불법사찰은 영포라인이라는 특정 지역 인맥이 사적 네트워크를 구축해 권력을 전횡한 사건”이라고 주장해왔다.

이에 대해 지원관실 창설 멤버였던 김화기 경감은 이 명단에 대해 “내가 개인적으로 만든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 경감은 “김기현 경정이 내 후임이었고 김 경정의 컴퓨터를 복원하면서 이 명단이 나온 것 같다”며 “공직생활 20년 하면서 꼼꼼히 정리해놓은 것으로 (민간인 사찰) 사건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말했다. 김 경감은 포항 출신 경찰관으로, 김종익씨 사찰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황준범 박태우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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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어이가 없다. 뻔뻔하다. 자성은 없고 변명만 있다. 본질은 외면하고 말장난만 판을 친다. 이번 사건의 본질은 누가 뭐라 해도 이명박 정권 들어 자행된 ‘청와대 하명 불법 민간인 사찰’이다. 하지만 새누리당과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그리고 청와대가 이 사건을 대하는 자세는 치졸한 책임회피와 ‘물타기’로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

지난 주말 청와대 하명 불법 민간인 사찰을 증빙하는 문서가 폭로되자, 이들이 회심의 카드로 들고나온 무기가 ‘80%, 노무현 정부 작성론’이다. 청와대가 이런 주장을 처음 하고 난 뒤 박 위원장과 새누리당, 심지어 총리실까지 나서서 80%를 주술처럼 되뇌고 있다. 80%가 노 정부 때 작성됐으니 이명박 정부보다 노 정부의 책임이 훨씬 크다는 뜻일 게다. 실제 사찰 문건의 작성 연도를 꼼꼼히 살펴보면, 폭로 문건 2619건 중 그 정도가 노 정권 때 작성된 게 사실이다. 야당과 언론들이 문서 작성 연도를 꼼꼼하게 확인하지 않은 채 문건 전체가 이명박 정권 때 생성된 것처럼 간주한 것은 실수이다.

하지만 80%가 노 정권 때 작성되었다고 해도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의 무게는 전혀 달라지지 않는다. 그때와 이명박 정부 때의 사찰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양적으로 비교할 사안이 아니다. 노 정권 때는 공직기강 차원의 적법한 감찰을 한 것이고, 이 정권 때는 불법하게 마구 민간인을 사찰한 것이다. 그것도 촛불시위 이후 영포(이 대통령의 고향인 영일·포항) 라인이 중심이 돼 비선조직을 만들어 정권 보위 차원에서 국가기구를 사적으로 악용한 헌정 유린 행위이다. 이명박 정부는 그렇다고 해도, 입만 열면 ‘과거와 단절’을 외치는 박 위원장이 이런 논리에 가담하는 건 어떻게 봐야 할까. 한통속이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을 것 같다.

박 위원장이 자신도 사찰의 피해자인 양 주장하는 것도 사안의 본질을 흐리기는 마찬가지다. 아무리 선거가 코앞에 있다고 하지만, 지금 제기되고 있는 민간인 불법사찰을 ‘사찰 일반’으로 물타기하면서 어물쩍 넘어가려고 해선 안 된다. 그런 식으로 따진다면 그의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야말로 정보정치·사찰정치의 원조가 아닌가. 더구나 한 나라의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의 역할은 과거를 회고하는 것이 아니라 당대에 벌어지고 있는 문제를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직시해 풀어내는 것이다. 지금 나약한 민간인이 흉포한 공권력의 횡포에 신음하고 있는데, 큰 정치를 하겠다는 사람이 ‘나도 피해자’라고 나서는 건 가당치 않다.

이번 불법 민간인 사찰 사건을 보면서 가장 참담한 일은 정부·여당의 누구 하나 ‘내 잘못이오’ 하고 자성하는 사람이 없다는 점이다. 책임으로 치면 이 대통령이 가장 크겠지만, 2인3각으로 이 정권을 음으로 양으로 뒷받침해온 새누리당(옛 한나라당)의 책임도 그에 못지않다. 그 당에서 가장 큰 지분을 가지고 한때 사실상 제1야당 총수, 지금은 ‘여권의 제왕’ 노릇을 하고 있는 박 위원장의 책임 또한 크다. 그렇기에 박 위원장의 태도가 더욱 실망스럽다.

[ 2012. 4. 2  한겨레 사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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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이 지난 주말 민간인 불법사찰에 대해 당장 특검을 하자고 민주통합당에 제의했다. 청와대도 정치권에서 특검을 제기하면 받을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와 여권이 특검을 통해 사찰 국면을 정면돌파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하지만 민주당과 통합진보당 등 야권은 시간끌기용 특검은 안 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여권의 즉각적인 특검 실시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

새누리당의 특검 제안이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미 2년 전 불거진 불법사찰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사찰 사건을 축소·은폐한 것으로 드러났는데 또다시 검찰에 재수사를 맡긴다면 누가 믿겠느냐는 새누리당의 지적은 옳은 측면도 있다. 특히 사찰 문제가 드러났을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금 검찰 수사를 지휘하는 권재진 법무장관이라면 검찰의 재수사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 특검이 민간인 불법사찰의 진상을 규명할 수 있는 유력한 방안이 될 수 있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여권의 즉각적인 특검 제안에 선뜻 동의할 수 없는 것은 불법사찰 문제를 특검을 통해 밝히자는 여권의 진정성을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은 총선이 열흘도 안 남은 아주 미묘한 시기이다. 여권으로서는 민간인 불법사찰이란 초대형 악재에서 어떻게든 벗어나고 싶을 것이다. 그 방편으로 새누리당이 특검을 제안했을 가능성이 크다. 특검에 모든 것을 미루면서 불법사찰 논란을 일단 잠재운 뒤 선거부터 치르고 보자는 정치적 속셈이 뻔히 드러나 보인다.

특검 임명 방식과 운용 실태 등도 특검에 부정적인 이유 중 하나다. 특검은 형식상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명박 대통령도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이번 사건에서 대통령이 임명한 특검은 원천적인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또한 불법사찰처럼 수사 범위가 광범위한 사건은 수사 인력과 시간이 제한된 특검으로서는 진상을 규명하는 데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 국민적 기대를 모았던 ‘삼성 특검’이 실패한 이유도 이런 한계 탓이 컸다.

우선은 검찰의 재수사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 단, 몇 가지 전제가 충족돼야 한다. 검찰이 진정 사즉생의 각오로 성역 없는 수사를 하겠다면 권재진 장관부터 사퇴해야 한다. 수사 대상이 수사 지휘선상에 있어서는 어떤 수사 결과도 신뢰를 받을 수 없다. 수사팀도 특별수사본부로 확대하고, 수사 인력도 과거 사찰 수사진과 전혀 관계없는 새 인물로 보강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도 진상규명이 안 되면 그때 특검이나 국회 청문회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


[ 2012. 4. 2  한겨레 사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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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박근혜 “문건 80%가 전 정부 사찰” 주장 뜯어보니
참여정부 경찰의 통상적 감찰·정보수집
MB정부 총리실의 정치목적 불법 사찰

청와대에 이어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도 1일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파문과 관련해 “공개된 (사찰) 문건의 80%는 지난 정권에서 작성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런 주장은 과연 사실일까?

<한겨레>가 이번에 공개된 문건 2859건을 분석한 결과, 이 가운데 실제로 2416건은 참여정부 시절인 2006~2007년에 작성된 문건이었다. 하지만 이 문건의 대부분은 경찰청 감찰담당관실 등에서 통상적으로 작성된 ‘경찰 내부문건’으로, 민간인 불법사찰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지원관실이 나서 공직자와 민간인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사찰한 자료인 나머지 443건의 문건과는 차원이 다른 셈이다. 또 지원관실이 업무 범위에 속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공직자 대상 사찰 문건 역시 동향파악이나 비리감찰 수준이 아니라,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는 인물들을 솎아내기 위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내용이 상당수 발견됐다.

■ 참여정부 문건 대부분 경찰 내부 감찰문서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은 이날 부산 유세에서 “이번에 공개된 문건의 80%가 지난 정권에서 만들어졌다는 것을 보면 어느 정권 할 것 없이 불법사찰을 했다는 것이 밝혀진 셈”이라고 말했다. 최금락 청와대 홍보수석도 사찰 문건이 공개된 다음날인 3월31일에 이어 이날도 기자 브리핑을 열어 “문건들 가운데 80%가 넘는 2200여건이 노무현 정부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 출신으로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에 파견됐던 김기현 경정의 외장메모리장치(USB)에 저장됐던 사찰보고서 2859건 가운데 참여정부 시절인 2006~2007년 작성된 2416건의 대부분은 경찰청 감찰담당관실 등에서 작성한 문건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경정의 유에스비에 담겨 있는 참여정부 시절 문건은 대부분 △경찰간부 동향 △제이유그룹 검찰수사 현황 △무궁화클럽 결성·대응방안 △지휘부 퇴진 등 청장 비난글 게재 현황 △비리 감찰 활동 등에 관한 내용이다. 이 가운데 상당수 문건에는 제목 옆에 ‘(경찰청) 감찰담당관실’이라는 출처가 분명히 명시돼 있다. 이들 문건이 외부인에 대한 ‘사찰’이 아니라 내부인에 대한 ‘감찰’로, 경찰의 감찰부서나 정보부서에서 일상적으로 수행하는 업무 범위에서 작성됐다는 것을 방증하는 셈이다.

김 경정의 유에스비에서 참여정부 시절 경찰 내부 문건이 다수 발견된 이유는 그가 2005~2007년 사이에 경찰청 감찰담당관실 조사계에 근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당시 김 경정과 함께 감찰담당관실에서 근무했던 한 경찰관은 “문건의 형식과 내용을 두루 살펴본 결과, 당시 감찰담당관실에서 작성한 문건이 확실하다”며 “아마도 김 경정이 경찰청에서 작성했던 감찰파일을 (이명박 정부 들어서)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에 파견 갈 때 가져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문제는 지원관실의 불법적인 사찰 청와대와 총리실은 이번 문건으로 참여정부 시절에도 민간인을 포함한 무차별적 사찰이 이뤄진 사실이 드러난 것처럼 주장하고 나섰지만, 참여정부 시절(2006~2007)의 ‘경찰 내부 감찰 문건’과 이명박 정부 시절(2008~2010)의 ‘사찰 문건’은 엄연히 다르다. 참여정부 시절 작성된 문건에는 공직자 외에 민간인에 대한 사찰이 없었던 데 견줘, 이명박 정부 시절의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문건엔 ‘BH(청와대) 하명’을 받아 정치인은 물론 민간인에 대해서까지 사찰을 벌인 내용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공직자와 민간인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인 사찰을 벌인 사실 외에도, 사찰을 위해 녹취나 미행 등 불법적인 방법을 사용했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김 경정의 유에스비에서는 수십건의 녹취와 함께 감사원 고위공직자의 불륜 사실을 파악하기 위해 미행을 한 내용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자세히 기록된 문건도 발견된 바 있다.

민주통합당 ‘엠비(MB)새누리 국민심판위원회’의 박영선 위원장은 “청와대는 진상 고백과 사죄를 해도 모자란데 마치 노무현 정부 때도 (불법사찰을) 했다며 물타기 하는 것은 대국민 사기 행위”라며 “어느 정권 없이 불법사찰했다는 박근혜 위원장의 발언도 공직기강을 바로잡기 위한 감찰과 정권에 대한 정적이나 민간인을 사찰한 것을 구별하지 못한 어리석은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 공직자 사찰도 정권 입맛에 따라 지원관실이 업무 범위에 속한다고 강변하고 있는 공직자 대상 사찰 문건 역시 문제가 있기는 마찬가지다. 경찰 고위직, 식품의약품안전청 간부, 각 부처 장차관 등을 대상으로 한 업무평가에는 ‘국정철학 구현’이라는 항목이 있으며, 참여정부 때 요직을 차지했던 인사나 호남 출신 공직자들은 갖가지 사유로 이 항목에서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정권 입맛에 맞지 않는 사람을 솎아내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당시 서울지방경찰청 이아무개 경비부장의 경우 “촛불집회관리에 소극·미온적으로 대처하는 등 소신 없이 윗사람의 눈치를 많이 본다”며 “서울청장이 수차례 물대포 사용을 지시하였으나 따르지 않아 현장의 지휘관들이 소극적·미온적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서울경찰청 조아무개 수사부장에 대해서도 “처가 권양숙 전 영부인과 인척 간으로 처를 통하여 권양숙 여사에게 청탁하여 승진하였다는 후문”이라며 “요즘도 전 정권 인사 및 외부인들의 청탁을 받아 일선 경찰서 서장·수사과장·형사과장들에게 압력을 행사한다는 소문”이라고 풍문에 불과한 음해성 정보를 빼곡히 적었다.

또 김아무개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장에 대해서는 “전 정부에서 부적절하게 임명된 공기업 인사 가려내기에 대해 겉으론 따르는 척하면서도 실제로는 의도적인 지연책을 구사하거나 무관심으로 일관한다”며 “부내에 특정 파벌(호남-서울대 사회복지학과)의 중심인물로 정보를 독점하고 인사를 농단한다”고 평가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