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국정원 제보자 압수수색…“신고자를 범죄자 취급”
국정원 불법 행위 수사하고 있는 검찰, 스스로 모순 자초한다는 비난 일어
검찰이 국가정보원 선거 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해 민주당에 제보를 했던 전 현직 국정원 직원들과 일반인을 압수수색하면서, 공익적 제보자에 대한 압박을 통해 사건을 축소하려는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2일 국정원 전 직원 김모씨와 국정원 내부 기밀자료를 건넸다며 국정원으로부터 파면을 당한 직원 정모씨, 그리고 일반인 등 3명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국정원 재직시 혹은 퇴직 이후에도 직무상 비밀에 대해 누설하지 않게 돼 있다면서, 이번 압수수색은 공무상 기밀 누설 혐의와 관련한 증거 자료를 찾기 위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검찰의 이번 조치는 스스로 모순을 자초하고 있다.
국정원이 이들을 국정원직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사항이라는 점도 이번 압수수색에 영향을 미쳤지만, 국정원을 상대로 수사 중인 상황에서, 국정원 선거 개입 행위 의혹을 제기했던 당사자들에 대한 조사를 서두르는 것 자체가 국정원 사건을 축소하려는 조치로 풀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국정원의 선거 개입 의혹을 제기하지 않았다면 사건 자체도 성립될 수 없었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내부 고발했던 사람을 보호하기는 커녕 수사선상에 올릴 수 있느냐는 반발 여론도 커질 가능성이 높을 수도 있다.
검찰 로고가 새겨진 깃발(왼쪽)과 국정원 전경.
©CBS노컷뉴스 | ||
이들이 제보한 정보가 과연 국정원법 위반에 해당되는 정보인지도 논란이 될 수 있다.
제보자들은 국정원으로서 하면 안될 일을 했기 때문에 '불법 내용'을 고발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이 제기한 의혹은 이미 경찰 수사에서 국정원법 위반이라고 결론이 났고, 검찰 수사 과정에서 국정원을 압수수색할 정도로 불법적 요소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 전직 국정원 직원은 "공직자가 국가기관의 부패 행위를 보면 신고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국정원이 불법을 저질렀는데, 이를 고발한 사람을 수사하는게 말이 되느냐"라고 말했다.
이 전직 직원은 "오히려 불법을 저지른 원세훈 전 원장과 직원, 윗선 여부를 캐야 하는 것이 검찰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국정원 사건 진상규명위에 참여하고 있는 한웅 변호사는 "수사의 일반원칙상 압수수색은 증거를 수집하기 위한 강제 수단의 일환으로, 영장을 받아서 했기 때문에 위법은 아니지만, 압수수색의 필요성과 상관성을 따졌을 때, 일반 수사 관행에 심히 어긋난다"면서 "이번 사건은 국정원의 범죄 행위가 핵심이기 때문에, 이를 알린 사람은 보호를 받아야 한다. 국정원이 고소했다고 해서 압수수색을 했다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검찰의 압수수색은 다각적으로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겠다는 의지로도 볼 수 있는 여지가 있지만, 오히려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큰 셈이다. 당장 민주통합당은 이번 압수수색이 국정원 사건의 본질을 흐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민주통합당은 2일 논평을 통해 "국정원 국기문란 사건은 정권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중대범죄를 규명하기 위한 관련기관들의 조사는, 본질을 외면하고 축소하는 행동을 서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혹시라도 검찰이 기계적인 수사로 국정원 국기문란사건의 본질을 흐리려 한다면 국민들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며 "검찰이 송치 전까지 경찰수사를 지휘한 만큼 사실상 축소·은폐수사를 방조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벗는 길은 추호의 흔들림 없는 엄정한 수사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이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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