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군 의혹(정치, 선거 개입)

방송뉴스에서 사라진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道雨 2013. 6. 12. 16:04

 

 

 

  방송뉴스에서 사라진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원세훈 전 국정원장’ 불구속 기소 축소보도 논란 … 박근혜 대통령 부담 덜어주기?

 

 

검찰의 원세훈 전 국정원장 불구속기소와 관련, 지상파 방송사가 축소보도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대선 때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국정원을 조직적으로 동원한 것으로 검찰이 결론을 냈지만, 방송3사 뉴스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이름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11일 MBC SBS는 메인뉴스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대신 ‘특정 대선후보’라는 명칭을 사용했다.

SBS는 <8뉴스>에서 “원 전 원장이 국정원 직원들에게 특정 대선후보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댓글을 달도록 지시했다고 검찰이 결론냈다”고 보도했고, MBC는 <뉴스데스크>에서 “원 전 원장이 지난 대선 당시 국정원 직원들에게 특정 후보에 유리하거나 불리한 인터넷 댓글과 찬반표시를 올리도록 지시하고 보고를 받았다”고 전했다.

 

 

MBC SBS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대신 ‘특정 대선후보’로 언급

 

국정원과 서울경찰청이 지난해 대선 때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 승리를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였다는 사실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지난 대선 공정성 논란까지 제기될 수 있는 문제다. 하지만 SBS와 MBC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라 하지 않고 ‘특정 대선후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축소보도 논란이 제기되는 이유다.

 

   
2013년 6월11일 KBS <뉴스9> 화면캡처
 

KBS 보도도 도마에 올랐다. KBS는 ‘특정 대선후보’라는 표현도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KBS는 11일 <뉴스9>에서 “원세훈 전 원장이 국정원법뿐만 아니라 공무원의 선거운동 금지 조항도 어긴 혐의가 있다고 결론냈다”고 보도했다. ‘박근혜 후보지지’가 아닌 ‘공무원 선거운동 금지조항 위반’이라는 두루뭉술한 표현을 사용한 것.

박근혜 대통령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방송3사가 완곡한 표현을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와 관련, 함철 KBS기자협회장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건의 핵심은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를 지지했다는 것”이라면서 “그런 점에서 ‘특정 대선후보’라는 표현을 사용한 방송보도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겨레 2013년 6월12일자 5면
 

함철 회장은 “국정원이 지난해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 승리를 위해 움직였다는 건 대선의 공정성과도 직결될 수 있는 문제”라면서 “‘원세훈 전 원장이 박근혜 후보 지지를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였다’는 식의 좀 더 적극적인 보도를 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KBS, 원세훈 전 원장 ‘공무원 선거운동 금지조항 위반’으로 표현 논란

 

KBS 한 기자 또한 “국정원법 위반은 국정원이 국내 정치개입을 했다는 것이고, 선거법 위반은 특정 후보를 지지했다는 것인데, 구체적인 혐의 내용을 적시해 주는 것이 온당한 보도태도”라면서 “하지만 KBS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지지’라는 구체적 혐의 내용을 ‘국정원 직원들이 조직적으로 인터넷에 정치적인 글을 남겼다’는 식의 포괄적인 표현으로 두루뭉술하게 처리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KBS는 11일 <뉴스9>에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 수사 관련 리포트를 보도하면서 황규안 법무장관 이름을 전혀 언급하지 않아 논란을 빚고 있다. 

‘황교안 법무장관의 버티기’로 검찰 독립성이 침해당했다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KBS는 ‘검찰 수사결과’와 ‘과거 정보기관의 정치개입’ 등의 문제만 조명했다. 이번 파문의 핵심인 황교안 법무장관의 검찰 독립성 침해 논란은 전혀 언급하지 않은 것.

 

   
경향신문 2013년 6월12일자 4면
 

KBS 리포트의 문제점은 이 뿐만이 아니다. 검찰과 법무장관 이견 때문에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신병처리 문제를 보름 이상 지연시켰지만, KBS는 이 부분도 리포트에 반영시키지 않았다. 오히려 KBS는 “특별수사팀 관계자는 선거법까지 적용하는 데 내부적으로 이론이 없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공소시효인 19일까지 시간이 촉박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당초 구속을 주장했던 수사팀이 한발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검찰과 법무장관 이견’보다 ‘내부적으로 이견 없음’에 방점을 찍고, ‘검찰 독립성 침해’가 아닌 ‘수사팀이 한발 물러섰다’는 쪽에 무게중심을 실은 것이다.

 

 

황규안 법무장관 이름, 한 번도 언급하지 않은 KBS… ‘검찰 수사권 침해’ 논란도 침묵

 

법무장관이 개별 사건을 지휘하려면 검찰총장을 통해 수사지휘권을 발동해야 하지만 황교안 법무장관은 수사지휘권 발동 없이 시간끌기라는 새로운 ‘편법’을 통해 이번 수사에 개입했다. 하지만 KBS는 이 부분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다.

 

   
2013년 6월11일 SBS <8뉴스> 화면캡처
 

오히려 KBS는 “지난 달 말 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한다는 수사팀 의견에 대해 법무부가 증거 보강을 지시한 것은 (원세훈 전 원장의 ‘지시사항’에 대한) 엇갈린 시각 때문이었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법무장관의 부당한 수사개입에 대해서는 철저히 침묵으로 일관한 것이다. “황교안 법무장관이 선거법 적용에 난색을 표시하며 시간을 끌어 사실상 불구속 수사를 지휘를 했다는 논란이 불거졌다”는 SBS <8뉴스>(6월11일)와 비교해도 확연히 차이가 나는 보도다. 

 

이외에도 KBS는 황교안 법무장관이 수사팀 의견을 묵살하고 수사를 방해했다며 법무장관 해임건의안 제출을 검토하겠다는 민주당 입장도 리포트에서 묵살했다. KBS뉴스에 대해 핵심은 비껴가고 가지치기에만 주력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 이희완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방송사들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 수사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졌을 때에도, 뉴스 후반부에 배치하거나 여야 정쟁이라는 프레임으로 보도했다”면서 “사건의 본질을 짚으려는 노력보다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쪽으로 보도가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 민동기 ]